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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7화 (27/472)

잠만 자도 랭커 027화

이데아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사냥 터를 찾은 현성은 따분하다는 표정 으로 모니터를 노려봤다.

‘지루하네.’

카락과 싸우는 AI의 영상은 이미 분석이 끝났다.

게다가 분석할 거리가 많은 영상도 아니었다.

애당초 현성의 컨트롤에서 스타일 만 변한 것 아니던가.

그러다 보니 숨을 땟는 것 외에는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현성과 달리 밋밋한 움직임이었기에 참고했다간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니 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에 더 보는 것은 자제했다.

‘현아도 게임 중이고 아주머니도 잠시 장 보러 가신다고 나가셨고.’

할 것도 마땅히 없다. 그렇다고 재환을 불러 놀 수도 없 는 노릇 아닌가.

‘기면증이 이런 단점도 있군.’

어제 같은 경우 재환과 같이 술을 마셨기에 그 시간을 채우고 남았는 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게임을 하지 않은 상 태에서는 백수 아니던가.

다른 취미 거리를 찾아야 하나 생 각하던 그때.

‘검도 학원?’

현성의 모니터에 떠오른 광고 화 면.

그것도 이데아 홈페이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검도 학원에서 이데아에서 쓸법한 실전 검술을 가 르쳐준다고 홍보를 하긴 했지.’

가상현실게임이 그저 게임이 아닌 하나의 산업이 되었을 때부터 성행

하기 시작했었다.

현성도 어릴 때 다니긴 했으나 스 포츠용 검도를 배웠다. 그걸로 2단 이나 따긴 했으나 실전검술은 아직 배워본 적이 없었다.

검을 쓰는 법은 아무래도 실전이 아니더라도 검도를 오래 했기에 익 숙하다지만 실전검술은 아니지 않은 가.

그 광고를 보니 괜히 흥미가 동했 다.

‘현실의 몸도 좋아지면 컨트롤이 는다고 했지?’

흔히 알려진 정보다.

현실의 육체가 좋은 사람들이 안 좋은 사람들보다 컨트롤이 뛰어난 것은 그저 가설이 아닌 여러 검증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들도 예전같이 주야장천 게임 연습만 하는 것이 아 닌 주기적으로 헬스를 비롯해 무술 들을 갈고닦기도 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현성과 같이 기면중으로 인해 접속을 못 하는 경우엔 시간을 보내기 딱이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때 좋던 몸도 5년간 사회생활로 인해 근육들이 많이 사 라진 상태다.

‘마침 잘됐네.’

시간도 때울 수 있고, 건강도 좋아 진다. 게다가 게임 컨트롤까지 상향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 아니겠는가.

그래도 일단 실전검술보다는 헬스 장을 선택했다.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헬스장

이…… 여기군.’

실전검술도 좋지만, 제일 우선시해 야 하는 것은 헬스다.

검도와는 다르게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체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를 다니느라 통 운동을 못 했 더니 몸도 금세 지치는 거 같았고, 검도와는 별개로 헬스는 필수 요소 라 생각했다.

마침 가까운 헬스장이 시설도 좋은 데다 평가까지 좋았다.

‘헬스장은 여기로 하면 되고 검도 장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학생들이 다닐 법한 곳은 피해야 한다.

학생들이 흔히 다니는 검도장들은 대부분 검도를 배운다기보다는 체력 을 기르려는 목적이 많고, 연령대도 어렸기에 스포츠보다는 놀이 거리에 가까웠다.

어렸을 때 현성은 그런 검도장이 아닌 정식 스포츠로 인정이 된 대한 검도를 다녔다.

요새는 대한검도에서도 실전검술을 가르치는 편이라 한다.

하기야 그냥 검도만 배우려고 다니 는 사람들보다 게임에서 더 잘 싸우 려고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어 쩔 수 없었으리라.

‘대한검도를 찾아야 하나?’

그때 대한검도가 아닌 다른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화인실전무술학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무기는 다름 아닌 검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흔하게 사용되어 왔으니. 하지만 효율로는 검보다는 창이 훨씬 효율적인 무기였다.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은 무기이기 도 했고.

그러나 대부분 영상물에 나오는 사

람들은 검을 사용하기도 하고 영화

나 소설에서도 질리지도 않게 나오

지 않는가.

그래서 실전검술학원이 많이 생겨

났는데 실전무술학원은 처음 봤다.

거기다 학원 소개라고 달아놓은 글

귀도 심상치 않았다.

[전투에 가장 효율적인 무술을 추 구하는 실전학원입니다.]

전투에 가장 효율적인 무술.

하기야 실전이라는 것은 효율적인 움직임을 요할 수밖에 없다.

쓸데없는 움직임은 실전에서 체력 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체력이 깎이게 되면 적에게 ‘나 체력 없으니 쉬었다 싸우자’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실전은 효율이 매우 중요 시해질 수밖에 없다.

‘재미있겠네.’

실전무술이라 함은 무조건 맨손 격 투만 알려주는 것은 아니리라.

검술은 웬만큼 현성도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만 배운다면 금방 익힐 거 같고, 그럴 바에 차라리 다른 무술 들도 알려주는 이 학원이 좋으리라.

‘위치도 헬스장에서 그리 멀지 않

네.’

헬스장에서 몸을 푼 뒤 가면 딱 좋은 위치다.

‘헬스장 먼저 등록하고 가자.’

생각하자마자 현성은 바로 의자에 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외투와 모자를 챙겨 쓴 뒤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띡띡띡띡띡.

띠리링!

문이 열리고 간병인 아주머니가 나 가려는 현성을 보며 놀랐는지 움찔 거리다 호호 웃으며 물었다.

“어디 나가나 봐요?”

“예, 뭐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보 다 가끔 운동하는 것도 좋을 거 같 아서요.”

“운동 좋지! 아침 운동이 그렇게 좋다잖아요. 헬스장 등록하러 가시 는구나?” “예, 흐}하. 점심은 먹고 들어올 거 같으니까 현아랑 드세요.”

“아유, 걱정 말고 다녀와요.”

“예,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내 일인데 아무렴요.”

현성과 아주머니는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현성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는 걸 본 간병인 아주머 니는 헤벌쭉 웃었다.

현성이 운동을 시작하면 현아가 재 활 치료하는 시간도 더 여유로워질 터.

현아의 편인 아주머니에겐 여러모 로 좋았다.

“이따 나오면 알려줘야겠네. 아 참! 내 정신 좀 봐. 빨리 밥 준비해 서 현아 불러야겠네.”

간병인 아주머니가 바삐 밥을 하고 있을 때 현성은 아까 봤던 헬스장에 등록하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간편했고, 이왕 등록하는 거 1년 치로 등록했다.

PT도 포함된 금액이라 상당한 거 금을 썼다.

무려 300만 원.

아무리 PT를 하긴 했다지만 1년 치로 등록하면 많이 할인되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300만 원이라니.

시설도 좋고 운동기구들도 전부 최 신식.

게다가 트레이너들도 모두 뛰어난 사람들인지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있다고 했다.

하나 현성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 다.

[입금 내역]

-이데아 골드 환전: 518만 원 입 금.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골 드환전으로 500만 원이나 입금받은 것이다.

물론 붉은 오크주술사 세트와 쿠락 의 배틀액스까지 팔고 나온 돈이었 기에 현성의 캐릭터는 이번에 얻은 잡템들뿐이었으나 그래도 기분은 좋 았다.

무려 이틀 만에 게임으로 500만 원이나 벌었다니.

예전 같았으면 한 달 월급으로도 500은 못 받았었는데 감개무량했다.

게다가

‘벌써 53이라니. 3개월은커녕 한 달 만에 랭킹 1000위 안에 드는 거 아냐? 흐흐흐.’

이번에 나와서 여러 가지를 알아봤 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바로 스마트 폰으로 캐릭터의 상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캐릭 터의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을 경 매에 팔고, 골드를 환전할 수도 있 다는 것!

기면증으로 접속하지 못하는 시간 들 때문에 접속하면 미친 듯이 사냥 해야 하는 현성에겐 정말 좋은 기능 이 아닐 수 없었다.

‘레벨 60에 또 새로운 스킬이 풀리 지? 빨리 레벨 업 하자.’

만일 메시지를 봤다면 레벨이 아닌 한 퀘스트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메시지는 보지 않았다.

카락 때의 좋지 못한 추억이 있었 기에 차마 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아이템을 수거하지 못했 다는 생각은 너무 아쉬울 테니.

‘이제 실전무술학원이지?’

약도를 보니 이 근처였는데 도무지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여기인데.’

일단 설명으로는 이 건물 마지막 층인 5층에 있다는데 5층에 달려 있는 간판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긴 했으나 일단 올라가 보면 알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승강기를 탑승했다.

‘설마 망한 건 아니겠지?’

간판이 없는 걸 보며 불길한 생각 이 들긴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 다.

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다.

그렇게 5층에 도착하자 현성은 고 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망했나 보네.”

허름해 보이는 모습의 학원.

게다가 아직 낮인데도 사람이 아무 도 없지 않은가.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다닐법 한 학원이라면 이쯤 사람이 못해도 한둘은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커녕 불도 꺼져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문 옆 에 있는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계십니까?”

벨로는 모자랄까 싶어 말로 외치기 까지 했다.

그리고 그때.

부스럭, 부스럭.

저 한편에 누군가 어기적거리며 유 리로 된 문을 통해 현성을 보며 인 상을 찌푸렸다.

덥수룩한 수염과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이 귀찮다는 듯 현성을 보며 말했다.

“누구쇼?”

상당히 불친절한 말투. 보통 학원에 있다면 관계자 아닌 가? 게다가 나이로 봐서는 이곳 관 장 같은데 저런 태도라니. 하지만 현성은 불쾌해하지 않으며 물었다.

“아직 운영하고 있습니까?”

“……r

현성의 말에 덥수룩한 수염과 너저 분하게 기른 머리 사이로 보인 두 눈이 똥그래지며 현성을 봤다.

마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봤다는 표정.

그걸 본 현성은 다소 어이없다는 듯 그 중년 남성을 봤다.

꼬질꼬질해 보이는 러닝셔츠와 그 아래 반바지. 누가 봐도 백수의 모 습이었으나 그로 인해 훤히 드러난 팔과 다리를 봤다.

‘근육이 장난 아니다.’

헬스로 만들어진 근육과 무술을 단 련하면서 만들어진 근육은 외견에서 부터 차이가 난다.

현성이 보기에는 절대 저 근육은 헬스로 만들 수 있는 근육이 아니 다.

상당히 수련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실전용 근육이랄까.

탄탄하고 압축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현성은 생각했다.

‘제대로 왔다.’

솔직히 이름만 거추장스럽고 실속 없는 곳도 많았기에 이곳도 그런 곳 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제대로 찾아 온 모양이다.

중년 남자는 그런 현성을 보곤 재 미있다는 듯 웃었다.

“호오, 껄껄. 보는 눈은 있구먼. 일 단 들어오시게.”

“예, 실례하겠습니다.”

중년 남자가 문을 열어 주었고, 현 성은 그대로 내부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는 중년 남자를 보 고 내부도 더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매우 깔끔한 상태였다.

더러운 것이라곤 중년 남자의 모습 말곤 없었다.

도장 관리는 확실히 하는 모양이 다.

“꽤 괜찮지 않은가?”

“넓기도 하고 도구들도 많네요.”

바닥도 예전 검도장을 떠올리는 나 무 바닥이라 고풍적인 느낌도 들었 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난 현성은 이리 저리 둘러봤다.

다양한 목검들과 알루미늄으로 만 든 가검들, 그리고 창들과 다양한 무기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무술을 배우는 학원다웠 다.

현성이야 검을 사용하긴 하지만 이 곳에서 다양한 무술을 배우면 좋지 않은가.

‘한 손이 비는 것도 문제긴 하지.’

보통 현성 같이 검을 사용하는 경 우 방패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두 손으로 검을 쥐던 가.

그러나 현성은 한 손으로 검을 쥐 며 다른 한 손은 논다.

일단 그게 편해서 그렇게 하고 있 긴 했으나 아무래도 노는 손을 활용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걸 이곳에서 배울 수 있 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인 곳이다.’

천장도 높아서 검이나 창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곳.

거의 다 둘러봤을 때 중년 남성이 말했다.

“다 둘러 봤나?”

“예.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후후, 그렇지?”

자부심이 넘치는 눈빛이다.

하기야 저런 도구들이나 이곳을 얻 으려면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자부심을 느낄 법도 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곳에 왜 사람이 없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간판이 없다고는 한들 인터 넷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꽤 있을 법도 했는데 말이다.

그러던 그때.

“그럼 뭐 하나? 옷을 벗지 않고.”

“예?”

“뭐가 ‘예?’야? 여기 놀러 왔나? 한판 떠야지.” “아. 어느새 기다란 창을 쥐고 있는 중 년 남자.

보호구는커녕 옷조차 제대로 입지 않은 중년 남자를 보며 현성은 이곳 에 왜 사람이 없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드루와 드루와.”

보통사람이라면 당황할 거다.

등록하러 온 사람보고 등록도 안 했는데 한판 뜨자며 창을 드는 사람 을 보면 또라이라고 생각하며 도망

칠 게 분명하다.

그러나 현성은 그러지 않았다.

“재밌겠는데요?”

그 역시 만만치 않은 또라이였기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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