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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8화 (28/472)

잠만 자도 랭커 028화

관장의 말에 현성은 외투와 모자를 벗고 바닥에 둔 뒤 바로 검을 찾았 다.

현성이 이데아에서 쓰는 검은 양날 검.

흔한 서양 검이었다. 그리고 이곳 에도 비슷한 모양을 한 가검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망설임 없이 검을 뽑곤 관장을 보 며 말했다.

“잠시 몸 좀 풀겠습니다.”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고 재미있 겠다며 몸을 푼다.

오랜만에 괜찮은 녀석이 왔다고 생 각하며 현성이 몸을 푸는 것을 살폈 다.

몸은 평범하나 검을 쥔 모습이 예 사롭지 않다.

못해도 검을 쥘 줄 아는 이의 모 습이다.

움직이는 걸 봐서는 운동을 관둔 지 오래된 거 같았지만, 움직임이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호오. 괜찮은 녀석이네.’

오랜만에 가르칠 맛이 나는 녀석이 왔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검을 쓰나?”

“예. 어렸을 때 검도를 배웠습니 다.”

피식 웃으며 현성을 살폈다.

검도를 배웠다 한들 저리 동작이 깔끔해지긴 쉽지 않다.

재능도 있고, 그만큼 노력도 했다 는 증거다.

“어느 정도 몸도 풀렸으니 해보 죠.”

“좋지. 먼저 오게.”

몸이 풀렸다고 진짜 저리 말하는 이는 또 처음 본다.

관장은 웃으며 말했고, 현성은 진 지한 표정을 하며 그에게 달려들었 다.

탁, 타탓!

처음엔 육중하게 발을 굴리곤 그 뒤는 빠르게 발을 놀렸다.

가속이 붙으며 제법 빨랐음에도 관 장은 그걸 보며 여유롭게 창을 내질 렀다.

슈욱. 보호구도 차지 않은 주제에 저리 달려드는 것은 무모하게도 보였으나 관장은 그 점을 높이 샀다.

긴장으로 인해 몸이 굼떠지지도 않 았고, 무엇보다 눈빛에 독기가 가득 하다.

어디 하나 부러지더라도 상관없다 는 눈빛.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 막아보게.’

창이 날아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 었는지 현성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창을 튕겨냈다.

투우웅!

가검도, 창도 둘 다 금속으로 만들 어지다 보니 진동이 상당히 심했다.

초보자였다면 분명 검을 놓쳤을 충 격.

하나 현성은 그대로 충격을 이겨내 며 거리를 좁히며 관장에게 검을 휘 둘렀다.

‘옳은 판단이지.’

검으로 창을 상대하는 것은 생각보 다 까다롭다.

길이도 창이 훨씬 긴데다가 공방도 검보다 훨씬 자유롭다.

게다가 창날이 아닌 끝부분으로도 타격이 가능하다 보니 마치 한 손으 로 양손을 상대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땐 검을 쥐고 빠르게 창수의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 정공법.

길이가 긴 대신 품으로 파고들면 창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하나 관장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퍼억.

‘큭

달려드는 현성의 다리를 창의 봉 부분으로 가격했다.

그리 강하게 타격한 것은 아니었으 나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공 격.

그걸로 인해 현성의 몸이 휘청거리 자 관장은 바로 창날 부분으로 현성 의 목을 노■렸다.

공격이 아닌 그저 목에 대려는 목 적으로 노린 것. 그러나 현성은 아 예 바닥을 구르며 마찬가지로 관장 의 다리를 노렸다.

“어이쿠!”

하나 관장은 놀라긴 해도 빠르게 뒤로 물러나 그 공격을 피했고, 현 성도 아쉬운 표정 없이 재빨리 일어 나 다시 검을 쥐었다.

“허억 허억.”

그간 운동을 쉬었던 티가 여기서 났다.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최대한 효율적이게 움직이려 했으나 금세 헐떡인다.

체력이 바닥이긴 바닥인 모양이다.

하지만 눈만큼은 그대로였다.

“여기까지 하지.” 솔직히 관장은 상당히 놀랐다.

동작만 깔끔한 줄 알았더니 변칙적 인 움직임까지 구사한다.

체력이 좋았다면 더 했겠지만, 아 쉽게도 지금 모습으론 현성이 버티 지 못할 거 같았다.

“후우, 대단하시네요.”

현성도 놀라긴 마찬가지.

몸을 봐서 대략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자신이 한 대는 맞출 줄 알았는데 농락당하기만 하다니.

오랜만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솔직히 말해서 체력만 기르면 웬 만한 무술가라 떠드는 새X들은 다 이길 거 같은데 검술 말고 다른 걸 배우려고 그러나?”

“예. 그렇죠.”

“그럼 자네도 이데안가 뭔가 하겠 구먼.”

관장의 말에 현성은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한다고 설치는 놈들은 다 허 우대만 멀쩡하지 속 빈 강정들이었 는데 자네는 진짜배기군.”

“감사합니다. 등록하고 싶은데 회 비는 얼마인가요?”

현성의 말에 관장은 고개를 저었 다.

설마 받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망했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관장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친구가 왔는데 돈을 받을 순 없지. 원할 때 와서 배우고 가세. 뭐, 새벽이나 저녁에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그때 오면 다 른 사람들이랑 대련도 하고 좋고.”

보통이라면 아니라며 회비는 내야 겠다고 했겠지만 현성은 보통이 아 니었다.

“오! 감사합니다! 열심히 다니겠습

니다.”

“……그, 그래. 근데 어떤 걸 배우 고 싶어서 그런가? 보아하니 검은 잘 다뤄서 게임에서는 꽤 활약하고 있을 거 같은데.”

맞는 말이다.

지금도 날고 기기는 했으나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AI와 아직까지는 거의 비 숫하지 않은가.

좀 더 철저하게 하고 싶었다.

‘이왕 하이드 역할이면 제대로 해

야지.’

AI가 기사의 컨셉이라면 현성은 그야말로 투견, 혹은 사냥개 같은 컨셉이다. 독하고, 악랄한 컨셉.

그런데 지금은 너무 점잖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저 도발을 하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약했다.

“보다시피 한 손으로 검을 쓰는 편 인데 왼손에도 같이 무기를 쓰고 싶 습니다.”

“흐음. 방패를 드는 것보다 무기를 쥐는 게 더 좋기는 하지. 게임에서 는 직업마다 무기술이 정해져 있는 데 그건 괜찮나?”

“예, 그건 상관없습니다.”

관장도 이데아를 하는 모양인지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현성의 말을 듣곤 관장이 물었다.

“그럼 전투 스타일은 어떤가? 방금 대련은 너무 짧아서 말이야.”

대답은 뻔했다.

“똥개 같은 스타일입니다.”

현성의 말을 들은 관장이 잠시 멍 하니 현성을 보다 이내 호쾌한 웃음 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자기 입으로 똥개라고 하는 놈은 또 처음이군! 대략 어느 스타일인지 알겠어. 상대를 미친 듯 이 괴롭힌다는 거지?”

“예. 상대 숨을 빨아먹으면서 여유

는 없애고 농락하는 스타일입니다.”

아까도 바닥을 구르며 다리를 노린 것은 관장조차 잠시 놀랄 정도였다.

그런 공격을 할 줄 아는 이가 샌 님 같은 스타일일 리가 없긴 했다.

더군다나 실전무술을 배우지 않았 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효율적이 고 깔끔한 동작들이었다.

“그래그래 그게 똥개지. 뭐 사냥개 니 투견이니 거추장스럽지. 똥개. 푸 흐흐, 그래 똥개라. 그러면 단검은 어떤가?”

“단검이요?”

장검과 단검의 조화.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이었다.

관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도구함에서 현성의 가검과 같은 가검을 쥐곤 그 근처에 있던 단검도 들었다.

오른손에는 장검, 왼손에는 역수로 쥔 단검.

꽤 그럴듯해 보였다.

“잘 보게. 장검으로 주로 공격하며 틈이 날 때마다 단검으로 견제. 그 리고 가끔가다 검도 던지면 최고 아 니겠는가?” 대충 말하며 보인 움직임은 예사로 운 동작이 아니었다.

방금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지 않은 모습.

분명 저런 식으로 사용해 본 적도 있을 거다.

“괜찮네요. 게다가 장검에 비해 단 검은 속도도 빠르니까 웬만한 공격 을 흘리면서 방어해도 괜찮고, 공격 도, 견제도 가능하군요.”

“물론, 그거야 다루는 사람의 실력 에 달렸겠지만, 자네는 문제없겠군. 여기서 조금 배우면 금방 익숙해질 걸세. 그럼 언제부터 배울 건가?”

관장의 말에 현성이 웃으며 대답했 다.

“지금요.”

역시 현성도 관장 못지않은 또라이 였다.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거리.

퇴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차도도 인 도도 북적거렸다.

그런 가운데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걷는 한 남자, 현성이었다.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었고, 온몸 은 비명을 지른다.

뼈가 상한 곳은 거의 없었으나 그 래도 이곳저곳 타격이 쌓이다 보니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버린 것이

다.

“후우, 후우, 후우. 회비 안 받겠다 는 이유가 있었네.”

모르긴 몰라도 병원비가 더 나올 거 같아 회비를 받지 않겠다고 한 거 같았다.

삭신이 쑤셨으나 감각만큼은 또렷 했다.

예전 운동을 했을 때와 비슷한 감 각.

그건 꽤 기분 좋았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무려 6시간이나 뚜드려 맞았으나 소득은 분명했다.

처음에 단검과 같이 썼을 때는 오 른팔과 왼팔의 동선이 다소 꼬였는 데 오늘 끝날 때쯤엔 어느 정도 익 숙해졌다.

그때의 관장의 표정은 꽤 볼만했 다.

그래도 몸이 아픈 건 역시 좀 그 랬다.

‘내일 헬스장도 가야 하는데 고생 이겠네.’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오히려 이렇게 며칠 고생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현성.

남들이 보면 무식하다 뭐라 할 수 도 있었으나 이게 현성의 스타일이 었다.

“끄응. 현아가 보면 한소리 하겠 네.”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맞고 다녔다 하면 무슨 꼴이겠는가.

몸만 멍이 들었다면 괜찮았겠지만, 얼굴에도 한둘 있었기에 문제였다.

‘뭐 자세히 말하면 되겠지.’

안일한 생각이었다.

“아니! 그 관장이라는 사람 고소해 야 하는 거 아니야? 등록하러 온 사람을! 그것도 첫날부터 이렇게 두 드려 패는 게 어디 있어!”

“지, 진정해.”

“진정하게 생겼어?”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하기야 세상일이 어디 매일 생각한 대로 풀리겠는가.

도움을 요청하는 눈으로 간병인 아 주머니를 봤으나 현아와 비슷한 눈 초리다.

딱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 정.

“건강이 최곤데, 왜 그렇게 혹사를 시켜! 운동을 할 거면 그냥 헬스장 에 가면 되잖아.”

차마 여기서 헬스도 다닐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정말 크게 잔소리를 들 을 테니.

현성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고 잔 소리를 하는 현아를 보니 왠지 뭉클 했다.

벌써 현아가 저렇게 크다니.

“막 내가 컸다고 아련한 표정 지어 도 소용없어.”

“ 쳇.”

이것도 역시 먹히지 않았다.

현성이 혀를 차는 걸 본 현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내가 아무리 뭐라 해도 거 기 계속 다닐 거지?”

“그렇지.”

“내가 못산다. 진짜. 너무 심하게만 하지 마. 내가 오빠한테 잔소리는 안 할 건데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그럼, 알지. 고마워 이럴 땐 가족 이 최고다.”

“치.”

슬며시 웃으며 말하는 현성을 보며 현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다정한 남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 게 보고 있던 간병인 아주머니가 깜 빡했다는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참! 총각 저녁 먹었어요?”

“아뇨,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거라 배고프네요. 밥 있나요?”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놨죠. 현아랑 나도 아직이니까 같이 들어 요.”

“좋죠.”

차마 입안이 헐어서 좀 그렇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다시 잔소리 폭탄에 휘말 릴 수도 있었으니.

특히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잔소리 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

현성이라도 현아가 어디 다녀와서 멍이라도 있으면 눈이 뒤집힐 테니. 그렇게 생각하면 감수하는 것은 당 연했다.

“그럼 오빠 내일도 그 학원 가?”

“물론이지. 하루라도 빼면 왜 등록 했겠니?”

그 말에 현아가 쌍심지를 켜며 현 성을 봤다.

마치 그렇게 멍이 들었는데 진짜 가게? 라는 표정이었다.

현아의 단호한 표정을 보며 현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물론 내일은 가서 체력 훈련만 해야지.”

“진짜지?”

“물론이지.”

미심쩍긴 했으나 오빠의 말을 모두 의심할 수 없었기에 한 번 보기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믿겠다는 듯한 모습.

그리고 그런 현아를 보며 현성이 생각했다.

‘내일은 얼굴은 피해달라고 해야겠 어.’

역시 정신 못 차린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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