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29화
“하아.”
깊은숨을 내쉬며 자신의 앞에 있는 몬스터를 봤다.
족히 레벨 400은 되어 보이는 인 간형 몬스터. 그것도 속도 위주의 웨어울프 종류였다.
혼을 잃은 세르비스와는 차원이 다 른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를 향해 여자는 검을 휘둘렀다.
압도적인 속도이긴 했으나 검이 웨 어울프를 베는 순간 검이 살짝 흔들 리며 웨어울프를 베었다.
강력한 일격에 웨어울프는 기절 상 태에 빠졌고, 그 틈을 이용해 단번 에 웨어울프를 잿빛으로 만들어버렸 다.
‘생각한 것만큼 안 되네.’
다른 이가 본다면 엄청나다 말할 법한 컨트롤.
하나 고글을 낀 여자, 린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이 가득 찌푸려 져 있었다.
예전엔 조금 오만한 생각도 했었 다.
프로들도 자신들에 비해 컨트롤이 떨어졌으니.
게다가 비공식 랭커 아니던가. 공 식 랭킹 1위보다 더 높은 레벨인 데다 전설 등급 직업까지.
오만할 자격이 충분한 스팩이다.
그러나 현성을 보곤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아직 멀었어.’
현성이 하던 컨트롤을 떠올리면 정 말 환상적이었다.
그것뿐이었다면 린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현성은 달랐다.
갈수록 더욱 컨트롤이 늘어갔다. 마치 몸이 풀린 사람처럼.
그리고 마지막 보스에서는 전과 완 전 다른 스타일로 싸우지 않았던가.
아무리 린이라 한들 그건 불가능했 다. 얼핏 따라 하는 것이라면 모를 까 두 가지 스타일을 그런 수준으로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 다.
“후우, 현성 님을 다시 뵐 수는 있 을까?”
이제부터 혼자 다니겠다는 예은에 게 부탁하긴 했으나 찾기 쉬울 거라 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냥도 빠르고 레벨도 빠르게 올리 는 현성이다.
이미 예은보다 레벨이 높아져 예은 은 가기 힘든 지역에서 사냥하고 있 을지도 모르는 일.
‘길드 영입도 영입이지만, 아이템 을 드려야 하는데.’
처음 현성이 잠이 들었을 때 최대 한 깨우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시간이지 시간 이 오래 걸리자 참지 못한 예은이 현성을 깨우려 했으나 일어날 기미 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날 때까지 있자며 예은 과 린이 번갈아 가며 현성의 곁을 지켰으나 결국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잠을 자다 결국 강제로그아웃 되었 다.
던전을 클리어한 뒤 던전에서 그대 로 로그아웃을 하면 다음 접속 때 가장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로 이동 되게 되어있었다.
그것 때문에 예은과 린은 낭패를 보곤 현성을 다시 만날 때까지 아이 템을 보관하고 있자며 예은이 아이 템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 쉽게 볼 수 있는 사 람이 겠는가.
‘하아. 그래도 꼭 찾아야 해.’
찾을 방법도 모색해 놨다.
현성 정도의 실력자라면 유튜브에 영상이 올리자마자 화제가 될 게 분 명하다. 그걸 보며 행적을 확인하면 언젠간 만날 수 있으리라.
‘이번에 보면 무조건 친구 신청 먼 저 해야겠어.’
전에는 사냥하느라 바빠서 친구 신 청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는 상황 이 아니었다.
따라잡았다 싶으면 다시 멀어지고, 또 죽어라 뛰면 몬스터를 휩쓸면서 가는데 다른 생각을 할 틈이나 있었 겠는가.
정말 최악이라 할 수 있는 던전 사냥이었으나 얻은 것도 많았다.
‘그 정도를 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당장은 현성과 같이 휴식도 거의 없이 미친 듯이 사냥할 순 없으리 라.
그러기엔 아직 정신력이 부족하다.
하나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가능해 지리라.
‘그동안 너무 오만했어.’
투지가 불타올랐다.
한동안 목표가 없어 시들해진 열정 이 다시 타오른다.
자신감은 그대로였으나 자부심은 버렸다.
당장은 자신에게 그런 것은 필요 없다.
‘반드시 영입하겠어!’
현성만큼 영웅 길드에 어울리는 사 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그때와 같은 대규모 던전에서 최대 한 빠르게 클리어하기 위한 수련.
덕분에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레벨 이 오를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해.’
현성을 생각하면 아직 부족하다.
빨라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간간이 휴식을 취해야 했다.
아직 정신력이 부족하다며 단련을 계속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현아가 말한 친오빠는 잊고 더 강해져서 현 성을 영입하자는 생각만 가득 차 있 었다.
“후우, 후우. 더 열심히 하자.” 그 덕에 고생하는 건 다른 길드원 들이었다.
“어, 언니. 같이 가요!”
현아는 그렇게 말하며 숨을 헐떡거 리며 린을 불렀고, 린은 미안한 표 정을 하며 말했다.
“천천히 와도 돼. 먼저 가서 기다 릴게.”
린은 딱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사라져가는 린을 보며 현아가 자신 의 뒤에서 숨을 헐떡이는 써니를 보 며 물었다.
“하아, 린 언니 왜 저러는지 알아 요?”
“허억, 허어억. 마, 말 걸지 마.”
아쉽게도 써니는 말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오빠 때문에 괜히 고생하는 현아였 다.
그 후로도 한동안 써니와 현아는 린에게 시달렸다고 한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난 현성은 온몸이 찢어질 거 같은 통증 에 신음을 내며 중얼거렸다.
“으으, 찌뿌둥하네.”
보통 멍이 들어 아프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한데 그걸 찌뿌둥하다고 말 하다니.
정상은 아니었다.
하기야 정상이었다면 그런 인격 모 독하는 부장 밑에서 5년씩이나 버틸 수 있었겠는가.
그것도 보통사람은 못 하는 일이 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난 현 성은 아직 밥을 준비 중인 간병인 아주머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젠 여기서 사시는 거 같다니까.’ 늘 이른 새벽부터 와서 밥을 해주 는 아주머니를 보니 너무 고마웠다.
물론 듣고 보니 현성이 주는 월급 과 별개로 현아도 월급을 준다고 하 니 저렇게 정성으로 할 법도 했지만 어디 하루 이틀이지 힘든 일임에도 현아와 자신을 챙기는 아주머니에게 감사했다.
나가서 도와드리고 싶었으나 관뒀 다.
‘나가서 돕는다 해봐야 말리실 텐 데 가만히 있자.’ 여기서 현성이 나가 돕는다 하면 오히려 간병인 아주머니가 불편해할 수 있다.
현아와는 친했지만 현성과는 어찌 되었건 고용인과 고용주 사이였으 니.
생각해 봐라. 사원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사장이 커피를 타오면 그야 말로 사약이 아닐 수 없었다.
불편함 그 자체.
그걸 생각한다면 그냥 방에 있는 게 돕는 것이리라.
‘운동은 밥 먹고 나가고. 정보들 좀 볼까?’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컴퓨터를 켰 다.
사냥터는 대략 정해둔 상태다.
르헤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이곳도 몬스터 난이도가 높은 걸로 유명한 곳.
게다가 던전이 아닌 필드이다 보니 입장 인원도 정해지지 않았다.
혼자인 현성이 사냥하기 딱 좋은 장소.
지금 이데아 홈페이지를 열며 최근 에 올라온 글들이 뭐가 있나 살폈 다.
이제 좀 이데아 유저다운 모습. 그 러던 그때 최근에 나온 글들에 베네 아라는 도시가 계속 언급되는 걸 확 인했다.
‘베네아?’
어제 사냥터를 찾아보면서 확인했 던 곳 중 하나다.
도시가 예쁘긴 하지만 유저들이 많 이 몰리는 관광 명소였기에 제외한 장소.
워낙 도시가 예뻐서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무슨 일이지?’
호기심이 동했는지 글을 클릭해 봤 다.
[제목: 지금 베네아 고성으로 보낼 조사단 꾸리고 있음.] 작성자: 카터라 나 오늘 새벽에 베네아에서 플레이 하는데 시장이 공고 내렸더라.
얼마 전에 베네아에서 꽤 떨어진 곳에 고성이 생겼다나 봐, 거기 조 사하러 인원 꾸리고 있다는데 시장 이 대상인이다 보니까 골드 개많이 줌! 개이득임.
[댓글]
? o ?I e o?
Loo, 혹시나 싶어서 베네아에 있는 내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50 이더라.
-개꿀이자너! 대상인이 주는 퀘스 트 언제 해보나 했는데 빨리 가야겠 다.
그 외에 다른 글들도 봤다.
[제목: 베네아면 악질인 길드 하나 있지 않냐?]
작성자: 찐특
베네아에 양아치 같은 길드 하나 있던데, 길드 이름이 생각이 안 난
다.
[댓글]
-아, 나 초인 길드 말하나 보네.
르 O 걔들 개 악질이지.
[제목: 초인 길드 베네아 퀘스트 먹음.]
작성자: 열무국수존맛
초인 길드 지금 대상인한테 사바사 바해서 얘들이 조사단 지휘함.
예전부터 초인 길드가 베네아에서 지랄하고 다닌 게 다 대상인이랑 친 하게 지내서 그런 건데 이번엔 아예 구워삶은 듯.
[댓글]
-에라이 난장판 되겠네.
'■그래도 유저 꽤 많을 텐데 거기 서도 지랄할까?
'■초인 길드면 가능 o O.
L잘 알지도 못하면 조용히 하세 요. 초인 길드가 얼마나 점잖은 길 드인데요.
1-네다초. 거거거거긔. 아니, 개 티 나게 댓글 다네. 너 그러면 알바비 안 나온다.
L긔 긔긔거그ao 초인 길원이자 너.
-초인 길드 예전부터 유명했지. 실 력도 안 되는 애들끼리 모여서 베네 아 통제한다고 설칠 때부터 알아봤 어야 하는데. 예전에 유명 유저한테 당하고 통제한다는 지랄은 안 떠는 데 간간이 만만한 뉴비들 상대로 PK 하더라.
I?HO?
L초인 길드면 가능 o O.
그 외에도 여러 글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퀘스트에 관련된 내용이나 초인 길드를 까는 글이었다.
간혹가다 글을 내리라고 협박하는 놈들이 있었는데 초인 길드원으로 보였다.
‘확실히 질이 안 좋아 보이긴 하 네. 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베네아에 갈 일은 절대 없다고 확
신한 현성은 다른 정보는 없나 싶어 봤으나 마땅한 것은 없었다.
‘운동 다녀와서 접속하자.’
어제 바로 6시간을 했지만, 오늘은 헬스장 2시간에 실전무술도 2시간 만 할 생각이었다.
현성도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매일 6시간씩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물론 4시간도 엄청난 혹사라 할 수 있는 운동 시간이다.
그래도 헬스 2시간에 실전무술 2 시간으로 나눈 것을 보면 생각은 있 는 모양이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아무래 도 실전무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덜 힘들 테니.
그때 간병인 아주머니가 노크를 하 며 말했다.
“총각 일어났으면 밥 먹으러 나와 요.”
“예.”
현성이 대답하며 나오자 마침 현아 도 졸린 듯 눈을 비비며 식탁 앞으 로 나왔다.
평소와는 달리 좀 피곤해 보이는 현아.
매번 아침 일찍 일어나는 현아이기 에 저런 모습은 오랜만에 봤다.
“어제 이데아 좀 오래 했나 보네?”
“웅…… 새벽 2시까지 했어.”
지금이 새벽 6시 반이니 고작 4시 간 반밖에 못 잤다는 얘기다.
물론 집에만 있으니 낮잠을 자는 걸 생각하면 몸에 무리는 안 가겠지 만.
“웬일로? 보통 그 전에 자잖아. 늦 어도 새벽 1시까지만 하고.”
“하아아암. 아, 길드장 언니가 레이 드 던전에 가자고 해서 늦게까지 하 다 보니까.”
“그래?”
길드 얘기가 나오니 현성은 조금 흥미를 보였다.
지금이야 솔로가 편하긴 하지만 나 증 가서도 계속 솔로를 고집할 수 없을 때도 있을 거다.
이데아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 었고 솔로라도 즐길 거리는 많다. 하지만 대규모 던전이라든가, 레이 드 같은 것은 솔로가 하기 힘들었 다.
그럴 때 길드가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은 참가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현성이 그렇게 흥미를 보이자 현아 는 졸린 눈을 부릅뜨곤 물었다.
“왜? 우리 길드로 오게?”
“으음, 한 번 인사는 해야지. 그래 도 게임에서 너를 잘 챙겨주신 분들 인데.”
“헤헤, 그치?”
“뭐, 네가 있는 길드니까 좋은 사 람들이겠지만, 일단 보고 생각해야 지. 게다가 아직 내 레벨도 낮고.”
“흐응.”
현성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현아 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레벨이 낮으면 불편하긴 할 거다.
“지금 레벨 몇인데?”
“53.”
“콜록, 콜록. 무, 뭐?”
당황해 사레가 들린 현아를 보며 현성은 물을 주며 피식 웃었다.
하기야 신 등급 직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현아인데 얼마나 놀랐겠는 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현성을 봤다.
아무리 저렙이라고 한들 빨라도 너 무 빨랐다. 게다가 첫 고비라고 불 리는 30에서 60레벨대 아니던가. 그런 것을 불과 하루 만에 반 이 상을 넘어오다니.
도대체 어디서 사냥하기에 저렇게 빠른 것일까?
“……농담 아니지?”
현성이 별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이자 현아는 속으로 다짐했다.
‘오빠는 반드시 영입해야 해.’ 아주 우연히도 길드장인 린과 같은 생각을 했으나 둘이 동일 인물이라 는 것을 아직은 모르는 두 사람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