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30화
아침부터 나간 현성은 비틀거리며 집에 도착했다.
힘들어 보였다.
하나 현성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 아가 있나 둘러봤으나 다행히 없었 다.
‘후우, 힘들어하는 거 보면 걱정할 테니 다행이네.’ 나갈 때 이따 산책나갈 거라 없을 수도 있다 했는데 마침 산책을 나갔 나 보다.
그리 생각하고 현성은 방으로 들어 갔다.
샤워는 이미 도장에서 끝내고 왔기 에 씻을 필요는 없었지만 온몸이 천 근만근이었다.
이대로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럴 순 없었다.
‘이 레벨에 잘 순 없지.’ 몸과 머리가 침대에 누워서 쉬라고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 들었으나 무 시하고 바로 캡슐로 들어갔다.
적어도 두 시간만 할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새로운 스타일이 몸에 익 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어제에 이어서 오늘 2시간 동안 관장에게 맞아가며 배우다 보니 어 제보다 동작이 훨씬 깔끔해졌다.
불과 어제 배웠다는 게 믿기지 않 을 정도로 말이다.
‘게임에서도 시험해 봐야지.’ 머릿속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실제론 안 되는 것들이 많 았다.
생각하는 것과 몸이 움직이는 것이 차이가 꽤 컸다. 체력이나 힘이 좀 됐다면 충분히 할 법도 했으나 고작 운동 2일 차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게임에서는 다르다.
현실보다 뛰어난, 그리고 생각만으 로도 움직이는 육체.
상상한 그대로 움직이는 몸만큼 생 각한 동작을 연습하는 데 도움 되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 영감탱이한테 반드시 한 방 먹 인다.’
맞아가며 배우는 것은 그럴 수 있 다.
현성도 그 부분은 짜증 나기는 하 나 이해할 순 있었다. 그런데 배우 면서 정작 농락을 당하니 짜증이 배 가 되었다.
[홍채를 인식합니다.]
[플레이어 현성, 이데아에 접속하
시겠습니까?]
“예.”
여느 때와 같은 접속 메시지를 보 며 이데아에 접속한 현성은 르헤 도 시 광장에 소환되었다.
그리고 현성을 반겨주는 메시지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능력치 가 올랐다는 메시지다.
[기면증 스킬로 44시간 52분 동안 수면하셨습니다. 능력치로 적용합니
다.]
[근력 9, 순발력 8, 체력 9, 마력
9, 지력 9가 상승했습니다.]
‘꽤 균등하게 올랐네?’
생각보다 균등하게 올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현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봤다.
“물약값 주실 분!”
“이동 스크롤이 없어서 여기서 나 갈 수가 없어요! 엉엉! 도와주세 요!”
“여친 구합니다!”
“모든 잡템 삽니다!”
“수정 동굴 가실 분 구합니다!”
“퀘스트 도와주실 분?!”
여전히 시끄러운 곳이었다.
현성은 저번 던전에 얻은 잡템들을 처분하기 위해서 잡화점으로 향하던 현성은 문득 잡템 산다는 유저를 봤 다.
이데아 홈페이지에서 본 정보글은 보통 중앙광장에 있는 잡템 사는 유 저들에게 팔면 잡화점에 파는 것보 다 이득이라 했다.
‘댓글에 반박글도 없었고,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였는데 한번 볼까?’
현성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잡템들은 모두 늑대로 타락한 인간의 잡템들 이었다.
레벨이 80대의 몬스터답게 잡템 가격들도 꽤 했다.
다소 기대를 하며 좌판을 편 유저 에게 다가가 물었다.
“잡템 좀 팔라고 하는데요.”
“오! 어서 오십시오! 근처 잡화점 보다 훨씬 값을 쳐드립니다! 의심되 시면 확인하고 오셔도 상관없습니 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눈빛.
하나 현성은 쉽게 믿지 않았다.
저런 눈빛조차 연기일 수 있었으 니.
현성은 그 말에 아무런 말 없이 인벤토리에서 잡템들을 꺼냈다. 그 양이 상당했기에 상인 유저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렇게 모두 꺼낸 뒤 현성은 마치 얼마냐는 듯 유저를 봤고 유저는 더 듬거리면서 빠르게 계산했다.
“어, 음, 잠시만요. 계산 좀 하고 요.”
암산은 안 됐는지 빠르게 계산을 한 뒤 모두 계산했는지 웃으며 말했 다.
“총 3만 2450골드입니다.”
현성은 그 말에 놀랐다.
솔직히 잡화점에서 팔았다면 양이 양이더라도 1만 5천쯤 팔릴 잡템들 이다. 그런데 거기에 2배나 되지 않 은가.
제아무리 현성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고 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여기 3만 2450골드
입니다!”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거래창이 떠 오르며 현성은 3만 2450골드를 받 을 수 있었다.
무려 300만 원!
어제 썼던 헬스장 비를 고작 잡템 을 팔고 벌어들였다.
남들은 며칠에 걸쳐서 사냥하는 양 을 하루 만에 잡은 터라 수익이 높 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또 오십시오!”
“예, 많이 파십시오.”
현성에게 살갑게 대하는 상인 유저 를 보며 현성도 인사를 하곤 광장에 서 나왔다.
설마 이렇게 벌 줄은 몰랐는데 앞 으로는 광장에 괜찮게 사주는 유저 가 있으면 잡화점이 아닌 유저에게 팔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템은 이미 다 팔았으나 이동스크 롤은 잡화점에서 팔고 있었으니.
‘그보다 이번에도 메시지들이 많 네?’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 이후에 접 속하면 늘 메시지가 많았지만 오늘 은 유난히 많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봐야 배만 아플 메시지였으 나 뭐가 있는지 봐야 할 것 아닌가.
메시지들을 살피던 중 현성은 이상 한 것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췄다.
[레벨 50을 달성하셨습니다.]
[타나노스의 후예 전용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이 메시지들 외에는 아이템이 좋다 는 메시지와 레벨 업했다는 메시지, 그리고 DP를 획득하지 못했다는 쓰 라린 메시지들뿐이었다.
‘직업 전용 퀘스트?’
있다고는 알고 있었다.
대부분 높은 등급의 직업들은 직업 마다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자신도 있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이 렇게 빨리 나타날 줄이야.
신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
누구나 흥미가 갈 법하지 않은가.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 퀘스트창.’
그렇게 속으로 외쳤을 때 퀘스트창 이 떠올랐다.
[타나노스의 사도를 찾아라!(연계)]
?등급: S+
-설명: 오래전부터 신들은 자신의 사도를 정해 지상에서의 일을 맡겼 다고 전해집니다. 타나노스 또한 사 도가 존재합니다.
후예를 정하지 못한 타나노스는 훗 날 자신의 후예를 위해 안배를 모두 사도에게 전했고, 사도는 그 안배들 을 대륙 각지에 숨겨두었습니다.
그 흔적을 얻고 사도를 찾아내십시 오.
(신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는 대륙 에 영향을 끼칩니다.)
-첫 번째 흔적: 과거 타나노스의 사도는 먼 옛날 악룡이라 불리는 사 룡 아퀼레오르를 봉인했습니다.
사룡 아퀼레오르를 봉인하며 흔적 과 함께 타나노스의 안배를 두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카린 제국의 도시 베네아 동쪽에 위치한 곳에 사룡 아퀼레오 르를 봉인했습니다.
성장한 당신의 힘에 반응해 사룡 아퀼레오르를 봉인한 고성이 베네아 동쪽에 나타났습니다.
고성을 탐사해 아퀼레오르의 둥지 에서 사도의 흔적을 찾으십시오.
-두 번째 흔적: ???(레벨 100에 해금됩니다.) -세 번째 흔적: ???(레벨 150에 해금됩니다.)
-네 번째 흔적: ???(레벨 200에 해금됩니다.)
-다섯 번째 흔적: ???(레벨 300에 해금됩니다.)
-여섯 번째 흔적: ???(레벨 400에 해금됩니다.)
-제한 시간 없음. 흔적을 다른 이 에게 뺏길 경우 실패.
-보상: 흔적을 찾을 때마다 신의 권능 스킬, 혹은 신의 유물 선택.
-실패 시 레벨 1로 하락.
“미친.”
베네아에 나타난 고성.
현성도 이미 알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조사단을 꾸리고 있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그 조사단 이 흔적을 찾아낸다면?
‘레벨 1로 하락한다.’
꿀꺽.
지금 사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 시 레벨이 1로 떨어진다.
레벨 1 하락이 아닌 1로 하락. 그 러니까 53레벨에서 1레벨로 강등된 다는 것이다.
하나 그만큼 보상이 엄청났다.
신의 권능 스킬과 신의 유물 선택.
이름만 보더라도 심상치 않았다.
얻기만 하면 엄청 강해질 거 같은 이름. 현성의 눈이 반짝였다.
운동을 다녀와 꽤 피곤했는데 저 보상을 보고 난 뒤 눈이 달라졌다.
‘꼭 얻어야 한다.’
레벨 1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저 흔적을 뺏긴다면 레벨 50때 얻을 수 있는 신의 권능 스킬이나, 신의 유물은 얻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그건 용납할 수 없었다.
‘베네아로 간다.’
원래 정했던 사냥터와는 거리가 먼 곳.
더군다나 유저들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었으나 그러니 더욱 빨리 가야 한다.
현성은 빠르게 잡화점으로 들어가 말했다.
“베네아로 가는 이동스크롤.”
“예, 예. 1500골드입니다.”
시세로 하면 15만 원이나 하는 스 크롤이었으나 현성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돈을 지불하고 그 자리에서 이 동스크롤을 사용했다.
한시라도 늦춰지면 안 된다.
부유감과 함께 베네아의 중앙광장 으로 이동된 되자 현성은 인상을 잔 뜩 구겼다.
도시 르헤와는 차원이 다른 번잡함 이었다.
“여친 구합니다! 이 정도면 잘생기 지 않았나요?”
“서쪽 동산으로 사냥 갈 분 구합니 다! 3자리 남았습니다!”
“레벨 108 도적 파티 구합니다! 함정 해체나 해독술 가능합니다!”
“고성 조사단 신청은 동쪽 광장으 로!”
엄청난 번잡함에 다소 당황하긴 했 으나 현성은 빠르게 동쪽 문으로 향 했다.
다행히 아직 조사단이 출발하지 않 은 모양.
‘지금이라도 먼저 출발하자.’ 아직 조사단이 출발하지 않았다면 먼저 향해야 한다.
그래야 퀘스트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달려가던 중 현성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자신의 차림을 보았다.
초보자 마을에서부터 입어온 정든 초보자 옷과 착용한 것이라곤 검과 반지 하나뿐. 누가 봐도 거지 아니 면 초보자로 생각할 법한 모습이다.
여태까지 방어구의 필요성을 느끼 지 못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어쩌면 조사단과 충돌할 수도 있 다. 그런데 이런 차림은 좀 그런지.’
1 대 다수의 싸움이다.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 무리 그래도 몬스터와는 다른 유저 들 아니던가.
족히 수십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 는데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불리하다.
‘아직 조사단을 다 꾸리지도 못한 거 같은데 일단 방어구들 먼저 사 자.’
돈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근처에 있는 대장간을 찾아 들어가 자 점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방어구를 보러 왔습니다.”
“아!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점원이 안내하는 곳으로 향하자 방 어구들이 진열되어 있는 벽면을 보 며 현성은 내심 고민했다.
일단 사기는 해야 하는데 회피에 의존도가 높은 현성이다 보니 무거 운 방어구는 패스.
고른다면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들 이었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 았다.
‘방어력은 약한데 순발력을 높여주 는 건 낮네.’ 도시 르헤에서는 지금 착용하고 있 는 철검도 그렇고 성능들이 좋았는 데 이곳에선 모두 일반 등급이었다.
그런데 가격도 그리 싸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지금 같이 한시가 급할 때 여러 개를 젤 형편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제일 괜찮아 보이는 가죽 세 트를 고르자, 만 2천 골드라는 눈이 튀어나올 가격이 나왔다.
상황이 급한지라 빠르게 지불하고 나오긴 했으나 아깝다는 생각은 어 쩔 수 없이 들었다.
‘쩝.’
일반 등급 가죽 방어구들을 사는데 현실 돈으로 120만 원이나 하다니.
게임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 실이나 투자도 만만치 않게 해야 한 다는 걸 깨달았다.
‘나야 그동안 컨트롤로 승부했지만 앞으론 그것도 힘들지.’ 회피가 불가능한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도 없으리란 법이 어디 있는 가.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현성은 골로 가는 것이다.
레벨이 높을수록 좋은 아이템을 착 용해야 했고, 그럴수록 돈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별로 필요 없다고는 하지 만 평생 그렇게 싸울 수도 없는 노 룻이니.
‘후우. 일단 빨리 고성으로 향하 자.’
정보를 통해 알아낸 거리는 생각보 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말을 타고 게임 시간으로 3일 이 상은 가야 얼핏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최소 말을 타고 게임 시간으로 5일은 가야 도착한다는 소 리인데. 말이 아닌 직접 뛰는 것은 더 오래 걸리리라.
‘조사단은 사람도 많을 테니 혼자
인 내가 더 유리하다.’
빨리 도착해 신의 권능 스킬, 혹은 신의 유물을 얻자며 웃으며 출발하 는 현성은 알지 못했다. 앞으로의 고난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저 신의 권능 스킬과 신의 유물 만을 생각하며 흐흐 웃으며 달리는 현성이 었다.
‘흐흐, 얼마나 좋은 스킬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