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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31화 (31/472)

잠만 자도 랭커 031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꼭 그런 부 류의 인간들이 있다.

일은 전혀 안 하는데 승진을 잘하 는 인간들.

낙하산인가 싶어 보면 낙하산도 아 니다.

그런데 승진을 잘하는 이유가 뭐 냐? 간단하다. 상관에게 아부를 잘 하기 때문.

초인 길드의 길드장 라이너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조사단 진행은 잘돼가고 있나?”

배불뚝이에 머리는 반쯤 벗겨져 있 는 중년의 남자.

거기다 얼굴에는 온갖 탐욕이 덕지 덕지 묻은 것 같은 외형의 남자였 다. 그런 주제에 오만한 표정을 지 으며 라이너를 노려본다.

베네아의 시장이자 대상인 도르놈.

초인 길드의 뒷배이기도 한 도르놈 을 보며 라이너가 굽실거리며 대답 했다.

“물론입니다. 이게 다 도르놈 님 덕분입니다.”

“푸헬헬헬! 아주 잘 아는구먼! 은 혜를 알아보는군! 내가 그래서 라이 너 자네를 좋아해!”

“하하하, 당연합죠.”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으나 속은 썩 어들어 가는 라이너.

하나 이 짓을 하는 것도 그리 오 래 남지 않았다.

‘황제가 직접 명령한 조사단에서 큰 공을 세우면 출셋길이 열린다!’

라이너는 보기와 다르게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었다.

괜히 레벨 200을 넘겼음에도 베네 아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르놈이 탐욕적인 자였기 때문에 이게 먹힐 수 있는 것이었지 다른 곳의 시장이나 영주들은 유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탐욕적인 도르놈에 게 돈까지 찔러주면서 기회를 엿봤 고 드디어 이런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랭커는 개나 주라 해.’

게임을 게임이 아닌 무역의 일종으 로 보는 라이너.

물론 무력을 가지면 좋긴 하겠지만 그보다 영주나 시장을 꾀어 얻는 수 익도 엄청났다. 실제로 베네아의 뒷 골목을 장악한 초인 길드는 도르놈 의 묵인으로 여러 NPC들에게 자릿 세를 걷으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 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도르놈에게 찔러 줘야 했지만 남는 것만으로도 수익 이 엄청났다.

랭커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엔 베네아의 사냥터를 통제하 려 했으나 거기까지는 시장의 권한 이 아니었기에 고레벨 유저들에게 당한 후로는 NPC들이나 상인 유저 들만 건들고 다녔다.

악질 중의 악질.

그게 바로 라이너였다.

“내 자네를 믿긴 하지만 황제 폐하 께서 시킨 일이니 빨리 조사단을 꾸 리도록 하게.”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제 곧 원하 던 수를 맞출 수 있으니 오늘 안에 출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좋군. 그럼 자네만 믿겠네.”

도르놈은 그렇게 말하며 라이너에 게 한 휘장을 건네주었다.

원래라면 기사단장들이나 가질 수 있는 조사단 단장을 상징하는 휘장 이었다.

이것이 있으면 조사단 퀘스트를 쥐 락펴락할 수 있다.

라이너는 도르놈이 주는 휘장을 벌 벌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들었다.

‘이것만 있으면……

유저들도 자신의 명령에 따라야 한 다.

공을 세우기엔 이만한 기회가 없 다.

꿀꺽.

라이너가 그렇게 침을 삼켰을 때 도르놈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부디 나나 황제 폐하를 실망시키지 않았 으면 좋겠군.”

도르놈의 말을 들은 라이너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주 잘 알았다.

잘하면 어느 정도 공을 인정해 주 겠지만, 못하면 모든 것은 네놈의 잘못이다.

도르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돼지 새끼.’

역시 대상인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님을 보여줬다.

아무리 NPC에 불과하더라도 능력 있는 존재다. 그걸 알고 있기에 라 이너가 여태 섣불리 나서지 않은 것 아니겠는가.

“맡겨만 주십시오.”

믿음직스럽게 말하는 라이너를 보 며 도르놈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만 나가보라는 뜻.

라이너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나 터 내지 않으며 밖으로 나갔다.

굴욕적이긴 해도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르놈이 이번 기회에 황제에게 잘 보인다면 시장에서 물러나 귀족의 작위를 받는다 했다. 그리고 그 공 석인 시장의 자리는 라이너가 맡는 다.

그게 라이너의 계획이었다.

‘조사단을 빨리 꾸려 출발해야겠 군.’

늦어도 오늘 안엔 출발해야 한다.

카린 제국의 황제는 그 유명한 철 혈의 군주니 기다리게 하는 건 좋지 못하다.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보이는 것이 좋았다.

‘대규모 인원이니 가는데 족히 열 홀은 걸리겠군.’

현실 시간으로는 이틀 정도 되는 시간.

가는 중간에 쉬기도 하는 걸 생각 한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흐흐,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어주 마.’

동쪽 광장은 평소에는 그리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적당히 많았다.

강의 도시인 베네아는 관광 명소는 다름 아닌 강을 따라 서쪽 광장부터 중앙광장, 북쪽 광장까지였으니.

그냥 적당히 많았다. 사냥터를 찾 기 위해 몰려든 유저들만 많던 곳.

그러나 지금은 장난이 아니었다.

“거, 밀지 맙시다!”

“줄 서요! 줄!”

그 악명 높은 초인 길드와 베네아 의 경비병들이 통제를 하고 있음에 도 질서가 유지되지 않을 수준의 인 파!

그야말로 엄청났다.

다 정리하기도 하지만 줄은 생각보 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다음!”

퀘스트를 나눠주는 초인 길드원이 외쳤다.

퀘스트를 받은 사람은 줄에서 빠지 고 그 뒤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 왔다.

“레벨.”

“95 입니다!”

“여기 퀘스트 받으쇼.”

상당히 불친절한 말투였으나 사람 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퀘스트를 받았다는 기쁨에 초인 길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제국 퀘스트 다.

공적치를 일부 얻을 수 있는 제국 퀘스트.

당연한 말이지만 조사단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공적치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데는 다 이 유가 있었다.

“다음!” 더군다나 악명이 자자한 초인 길드 가 순순히 퀘스트를 넘기고 있다는 것도 상당히 의외였다.

“초인 길드가 웬일이지?”

“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 야‘?”

“그러니까.”

몇몇 의심하는 유저들이 있긴 했으 나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자신들도 퀘스트를 받 았으니.

물론 시장에게 직접 받은 초인 길 드는 다른 유저들 보다 공적치를 많 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퀘스트만 신경 썼다.

[제국 퀘스트-베네아의 인근 고성 을 조사해라!]

-등급: 제국 퀘스트.

-설명: 최근 베네아 동쪽에 나타 난 고성에 대해 조사하라는 황제의 명령이 떨어졌다. 당신은 조사단에 포함되어 그 고성을 조사하라.

-제한 시간 없음. 사망 시 퀘스트 실패

-보상: 제국 공적치 100, 소정의 골드.

-실패 시 제국 공적치 -10.

사실 조사랄 게 뭐 별거 있는가.

가서 뭐가 있는지 살피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다.

어려울 것 없는 퀘스트. 그런데 공 적치는 무려 100이나 준다. 거기다 가 소정의 골드까지 준다고 한다.

소정의 골드라는 걸 보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거저먹는 퀘스트였기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초인 길드에서는 웬만 하면 사람들을 그냥 받고 있었다.

조사단이 많아 봐야 자신들의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닌 시장인 도르놈의 돈이 나가는 것이니까.

물론 적당히 조절은 해야겠지만 이 미 도르놈에게 답을 들어놓은 상태 다.

‘최대한 거창하게 보이려면 많이 모으는 게 좋지.’

게다가 이렇게 많이 모으더라도 경 비병들이나 기사들을 동원하는 것보 다 값이 쌌기에 아무리 많아도 도르 놈에겐 전혀 부담되는 수가 아니었 다.

대상인이지 않은가.

돈이 썩어 넘칠 정도로 많은 자다. 이정도야 큰 부담도 되지 않았다.

다만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지루하네.’

일단 형식상으로 레벨을 묻긴 했으 나 그마저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간혹가다 60레벨짜리도 그냥 받고 있었으니.

거기다 진짜 그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니.

‘어차피 고성엔 우리 길드원들만 들어가고 얘들은 그 인근만 조사하 게 한다면서 왜 이리 많이 뽑는 거 야. 귀찮게.’

초인 길드 간부 아돌은 불만이 많 은 듯 투덜거렸으나 정작 길드장인 라이너에게 불만을 표출하진 않았 다.

그 덕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간부인 아돌이 받는 수입은 일반 길드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럴 만한

능력도 있었다.

레벨 213에 희귀 등급 직업.

초인 길드에서도 전투력으론 한 손 에 꼽는 인물이었다.

‘그 형은 진짜 그냥 사냥이나 하게 해주지 이런 걸 시키고 지랄이냐.’

속으로 투덜거렸으나 어쩔 수 없다 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기야 라이너 녀석이 간부 중에 자신 빼곤 믿을 만한 녀석이 없지 않은가. 아돌과는 어릴 적부터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

그래서 라이너가 아돌을 믿고 이 일을 맡긴 것이었다.

혹시나 다른 의도로 조사단에 참여 하는 사람은 없나 하고 감시를 하라 며.

‘아니, 이딴 퀘스트를 어떤 길드가 와서 먹으려 하겠어. 그 시간에 던 전 돌면 더 이득인데.’

물론 아돌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하라면 해야지.

게다가 이거를 하는 대신 수당으로 받기로 한 돈이 짭짤하지 않았는가.

그걸 생각하면 이것도 참고할 만했 다.

속으로 온갖 걸로 투덜거리면서 하 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음!”

아돌이 외치자 앞에 있던 사람이 빠지고 뒤에 있는 여자 유저가 들어 왔다.

‘오!’

지루하던 아돌조차 눈이 번쩍 떠질 만큼의 아름다운 외모.

이데아에서 고작 10%만 외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 실에서도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말에 여성 유저는 눈살을 찌푸 렸다.

아까 앞에 유저는 레벨만 묻더니 자신에겐 캐릭터 명을 묻는다.

보지 않아도 의도가 뻔했기에 기분 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나 퀘스트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참자.’

성질대로 했다간 이도 저도 안 된 다.

자신에겐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은 가. 최대한 참자며 생각했다.

여성 유저는 싸늘한 눈으로 아돌을 보며 대답해 줬다.

“한서아예요.”

“오, 이름도 예쁘시군요. 그러면 직 업과 레벨은 어떻게 되시나요?”

“……마법사에 110입니다.”

순간 망설인 대답이었으나 아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 고 좋은 자리 맡아주도록 하겠습니 다.”

“……감사해요.”

서아는 잘 참았다고 생각하며 그대 로 빠졌다.

상대가 외모에 홀려 눈치채지 못한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줄에서 빠졌 다.

서아는 반드시 고성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기에 불쾌한 시선을 참아가며 아돌의 질문에 대답해 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서아를 보 며 아돌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 다.

‘대박이다 진짜. 내가 옆에 끼고 돌아야겠어.’ 상당히 불순한 의도였으나 그를 말 릴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길드장인 라이너의 눈에 띄어 야 좋을 건 없다.

최대한 조용히 자신의 근처에 배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사람을 불렀다.

“다음!”

검은 가면을 쓴 채로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 유저.

특이할 것이라곤 가면을 쓴 것 외 에 없는 평범해 보이는 유저였다.

“ 레벨.”

“53.”

그 말에 아돌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유저를 봤다.

레벨이 거슬려서가 아닌 말이 짧은 게 짜증 났기 때문.

하지만 라이너에게 주의를 받은 게 있었기에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퀘스트를 공유하고 꺼지라는 듯 고 갯짓을 하는 아돌.

가면을 쓴 유저는 퀘스트를 받고는 앞에서 빠져 다른 곳으로 갔다.

‘싸가지 없는 새X.’

평상시였다면 PK를 했을 텐데 지 금은 참았다.

그리 남지 않았다 생각하며.

‘조사단 출발하면 저 새X 먼저 찾 아서 조진다.’ 아돌은 그렇게 생각하며 밀린 사람 들을 보며 외쳤다.

“다음!”

가면을 쓴 유저는 아돌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퀘스트를 보며 중얼거 렸다.

“길만 안 잃었으면 조사단엔 끼지 도 않았을 텐데.”

남몰래 한숨을 쉬며 광장 한편으로 빠지는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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