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33화
사신의 사슬 스킬을 쓰는 여자.
현성은 그걸 보고 솔직히 많이 당 황했다.
사신의 사슬은 자신만의 스킬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설 등 급 스킬 아니던가. 유일부터는 이데 아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아이템 혹 은 스킬이다. 그런데 다른 이가 사 신의 사슬을 사용하니 놀라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하나 그 놀람은 이내 잦아들었다.
‘내가 사기긴 하네.’
DP 상점에서 뽑는 스킬은 다른 직 업의 스킬을 복제하는 모양.
아이템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킬은 복제인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여자가 현성과 같은 사신의 사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으니.
그렇다는 것은.
‘저 여자는 전설 등급 직업이겠네.’
그것도 사신과 관련되어 있는.
참 공교롭다.
현성의 직업은 타나노스의 후예. 그리고 타나노스는 죽음과 잠의 신 이다.
사신은 타나노스를 의미한다.
다르게 말한다면 저 여자 또한 타 나노스와 관련된 직업이다. 그것도 전설 등급.
이제 문제는 그거다.
‘적이냐, 아군이냐인데.’
섣부르게 판단해선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한서 아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예. 공격당하진 않아서 멀쩡합니 다.”
왠지 모르게 딱딱한 말투다.
하기야 방금 공격당했는데 그럴 만 도 하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 으리라. 한서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누가 봐도 현성은 아돌보다 레벨이 낮아 보였으니.
“혹시 모르니 사람들 있는 곳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그 기분 나쁜 녀석도 해치웠겠다, 현성에게 말했으나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와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그러 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 다.
저 여자와 길게 대화를 나눠봐야 좋을 건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약하다고 생각 하고 있다.
하나 현성은 그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타나노스와 관련된 전설 직업을 가 진 여자.
그 여자가 지금 타나노스의 사도가 남긴 흔적을 향하고 있다.
철저한 현성이 대화를 하다 실수로 자기 정보를 흘리는 일이야 없겠지 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저 여자에게 타나노스의 후예를 찾 는 스킬이 있다면?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는 인물에게 내 정보를 흘릴 수 있는 가능성은 차단하는 게 좋지.’
솔직히 막말로 저 여자가 타나노스 의 권능 스킬을 떼앗을 수 있는 가 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걸 생각하다 보니 현성은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혼자 남은 한서아.
뭐지?”
보통 남자들은 자신을 보면 대부분 친절하게 대하거나 음흉한 시선을 보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현성은 다른 남자들과는 다 르게 한껏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본 뒤 빠르게 떠났다.
처음에는 바로 앞에서 자신이 다른 유저를 죽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죽인 상대 는 현성을 죽이려던 놈 아니던가.
그런데 보통 그런 상황에 구해준 사람을 의심을 하나?
이 진 것 같은 기분은 뭐지?”
상당히 찝찝한 기분.
하지만 찾아가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구해줬는데도 찝찝한 이 기분.
‘보통 이름이라도 물어보지 않나?’
보상은 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이라도 묻지 않 는가.
그런데 현성은 그냥 훌러덩 떠나 버렸다.
고맙다고는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괜히 쫓아가서 따졌다가는 속이 좁아 보일 게 분명하다.
심하면 이 미친X은 왜 지랄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 바에 그냥 고맙단 인사로 만 족하는 게 이롭다.
딱히 보상을 바라고 구해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후우, 참자. 그래, 참아. 고맙단 인 사를 들었으면 됐지. 그래.’
적어도 고성에 도착할 때까지만 참 자며 진정하는 그녀였다.
한편 그 시각 유저관리실에서는 현 성과 한서아가 만난 것을 보며 조민 우 팀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대로라면 절대 사룡 아퀼레오르 는 부활하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했건만 현성이 한서아를 경계하며 자리를 뜨자 조민우 팀장 은 고구마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화 면을 응시했다.
“저, 저!” 너무 기가 막혀 말조차 나오지 않 은 상황.
최대한 진정하며 상황을 인지했다.
그리고 현성이 어쩔 수 없다는 것 을 바로 인지했다.
현재 한서아는 현성의 직업을 모르 는 상태고 현성은 우연히 한서아의 직업을 눈치챘다. DP상점에서 나온 사신의 사슬 때문에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현성의 생각이 맞았 다.
그러나
“아니! 자기 직업과 관련이 있는데 왜 협조를 안 하는 거지?”
조민우 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 다.
이대로 가다가 사룡 아퀼레오르가 부활이라도 한다면 고작 시말서로 끝나지 않을 테니.
“후우.” 한숨을 쉬었으나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하지만 현성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 에 없었다.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타나노스와 관련된 직업을 만났으 니.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아직 눈치채지 못 했다면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도 옳 은 판단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아는 조민우 팀장이 보기에는 그저 고구마에 불 과했다.
“후우.”
다시 한숨을 쉬며 화면을 응시했 다.
어쩌겠는가.
조민우 팀장이 직접 나서서 너희 둘이 팀이야. 라고 개입할 수도 없 는 문제 아니던가. 무엇보다 현성의 퀘스트창에 한서아의 직업에 대해 일절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도 문제 였다. 사실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이 라는 생각도 못 했다.
‘한서아 유저의 퀘스트랑 현성 유 저의 퀘스트는 달랐지?’
혹시나 해서 정보를 열람해 보니 역시 현성과 서아의 퀘스트는 전혀 달랐다.
현성은 흔적을 찾는 것이 퀘스트.
서아는 사룡 아퀼레오르의 부활을 막는 퀘스트다.
‘……불길한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협 력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음에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왜인지 꼬여도 한창 꼬일 거 같은 예감이.
‘에이 설마.’
그래도 현성은 서아가 타나노스와 관련된 직업이라는 걸 알았는데 설 마 꼬이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불 길한 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민우 팀장은 이번에도 그저 기도
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꼬이는 일이 없기를.’
이러다 정말 종교 생활을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간절히 기도했 다.
현성은 다시 조사단의 베이스캠프 로 와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현성〉
레벨: 53
직업: 타나노스의 후예(신)
칭호: 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외 7개)
[HP: 7480/7480] [MP: 6900/6900]
[DP: 5,674P]
[근력: 109] [순발력: 150] [체력: 109]
[마력: 109] [지력: 16이
잔여 능력치: 90 잔여 능력치 90.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수치.
현성은 망설임 없이 순발력에 50, 근력에는 40을 분배했다.
이제 순발력은 200이었고, 근력은 149 였다.
하나 현성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였 다.
‘이걸로 그 여자를 이길 수 있으려 나?’
현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 사슬이 나타났을 때. 그다음 아돌의 목을 베었을 때. 현성은 그 둘 다 서아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 다.
그런 차이라면 고작 순발력 50으 로 메꿔질 리가 없다.
‘후우. 대놓고 물어봐?’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라면 바로 죽인다.’ 대뜸 방금 처음 본 사람에게 ‘님 타나노스와 관련된 전설 직업이죠? 다 압니다!’라고 해봐라. 잘은 몰라 도 대부분 죽이지 않을까?
적어도 현성이라면 죽였다.
“하아.”
싸우자니 지금 상태로는 절대 이기 지 못할 상대다.
물론 죽음의 안식을 사용하면 할 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레벨 차이 가 너무 나서 죽음의 안식을 사용할 수 없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치고 사용했는데 죽지 않는다면?
그런 가정을 떠올리면 암담하기 짝 이 없다.
‘절대 먼저 나서면 안 돼.’
먼저 나섰다가 죽을 수도 있었으 니.
일단 틈을 노리다 초인 길드의 간 부 중 하나를 죽인 걸 보면 현성과 비슷한 목적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목적인지 모르 니 답답했다.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이러지도 저러지는 못하는 상황.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여자가 눈치채기 전에 먼저 흔 적을 가지고 튄다.’
지금으로선 최고이자 최선의 방법.
그러려면 고성이 보이기 전 먼저 고성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강한 여자가 이런 조사단에 끼어 있는 것만 봐도 고성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조사단이 이렇게 쉴 때 몰래 정찰 을 하면서 위치를 파악하는 게 좋겠 네.’
조사단이 쉬는 시간은 이번처럼 게 임 시간으로 15시간 이상일 거다. 그때를 노리고 정찰을 한다면 고성 을 먼저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그때.
“휴식은 끝이다! 출발한다!”
초인 길드 길드장 라이너의 말에 다들 당황했다.
분명 15시간을 쉰다더니 지금 불 과 1시간밖에 지나지 않는데 출발이 라니.
그 말에 다들 어리둥절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몇몇은 동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 은 것인지 불만을 토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길을 아는 것은 오직 초인 길드였 으니.
“아니, 왜 갑자기 출발이래?”
“그러니까. 로그아웃 한 사람들 다 두고 갈 생각인가?”
“하, 역시 초인 길드네. 존X 약은 새끼들. 애초에 많이 받질 말던가.”
이상하다.
처음에는 분명 사람들을 떨어뜨릴 거라고 생각하던 현성이긴 하다.
하지만 이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길드장 자체도 휴식을 취해야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지 않을 텐데 어떻 게 된 일일까. 그리고 현성은 예상 가는 바가 있었다.
‘그놈이 죽어서 경계하는 모양이 군.’
서아에게 죽은 아돌.
간부로 보이던 놈이 죽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급하게 출발 할 리가 없다.
‘죽인 유저를 떨구려고 하는 건가? 아니면 찾으려고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누군가 초인 길드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만으로 좋았다.
‘엄청 경계하겠지.’
이런 조사단에서 어떤 자가 자신들 을 노리려고 한다?
길드장인 라이너에겐 짜증 날 수밖 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 짐작할 수 있는 자도 찾을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선택한 행동이 바로 이것이 다.
간부를 죽인 이가 로그아웃 중이라 면 그자를 떨굴 수 있어 좋았고, 그 게 아니더라도 용의자 범위를 좁힐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걸로 알 수 있는 것은 라이너가 그리 강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쫄았나 보네.’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아니다 차라리 간부를 죽인 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리라.
그러나 그게 아닌 용의자를 찾거나 떨어뜨리기 위해 움직인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실력에 자신 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좋네. 녀석이 다시 살아나기 전까 지 나를 쫓다가 죽었다는 건 알 수
없을 테니까.’
만일 그걸 안다면 골치 아파질 수 도 있었으나 이미 죽은 놈이 어떻게 알리겠는가.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현성인지라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보통 길드는 단체 톡방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무엇보다 죽은 아돌과 초인 길드 길드장 라이너가 현실에서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