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35화
처음 천 명도 넘던 조사단은 어느 새 300명까지로 줄어들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강행군도 이런 강 행군도 없었다.
게임 시간이 아닌 현실 시간으로 무려 7시간 넘게 걷기만 한 것. 게 임 시간으로는 무려 35시간 동안 걸은 것이다.
물론 걷기만 하지 않았다.
쉬는 타임도 있긴 했으나 게임 시 간으로 고작 1시간만 쉬었다. 그것 도 많으면 그렇다 치는데 정말 가끔 만 쉬었다.
게다가 이곳은 필드다.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 그런 곳을 수백이 넘는 유저들이 몰려다니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상당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초인 길드는 무리해서라 도 행군을 이어나갔다.
‘어지간히 무서웠나 보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강제로그아웃.
다른 유저들이 강제로그아웃 당하 는 건 지켜만 봤으나 다른 초인 길 드원까지 내버려 둘리가 없지 않은 가.
게다가 현실 시간으론 이제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이들도 어느 정도 휴식을 해야 밤 샘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
‘대충 현실 시간으로 2시간 쉬면
되겠네.’
강제로그아웃만 당하지 않으면 휴 식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로그아웃하려는 순간 누군 가 자신을 감시하는 걸 발견했다.
처음에는 너무 대놓고 감시하는 통 에 감시가 아닌 줄 알았다. 그냥 자 신을 보는구나 싶어서 가만히 있었 는데 그게 벌써 10분 째다.
10분째 자신을 보고 있다?
이상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왜 자신을 보겠는가.
‘왜 날 감시하지? 지금 이 타이밍 에?’
행군이 이어지며 현성은 별다른 음 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유저들과 말도 섞지 않았고, 그저 푸념들을 듣기만 했다. 전투에 도 참석하지 않고 눈에 띌 만한 행 동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감시라니.
‘뭐지? 설마 목격자가 나왔나?’ 게임 시간으로는 무려 35시간이나 지난 일이다.
그런데 그걸 기억하고 지금 아돌의 죽음에 현성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는 건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어쨌 든 간에 저들이 자신을 노려보며 대 놓고 감시하는 건 사실이다.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성을 감시한 시점부터 아돌의 죽 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 다는 것이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를 감시할 이유 가 전혀 없었다.
‘그게 왜 이 타이밍인지는 잘 모르 겠지만.’
현성은 몰랐으나 여태 행군을 이어 나가면서 라이너의 감시를 쭉 받았 다.
워낙 은밀하고 티가 나지 않아 알 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라이너는 강제로그아 웃 때문에 잠시 로그아웃 한 상태 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현성을 감시하라고 길드원에게 지시했다.
그런데 저렇게 대놓고 할 줄은 라 이너도 몰랐을 거다.
아마 알았다면 저들에게 맡기지 않 았을 테니.
현성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 다.
물론 감시하는 초인 길드원들은 가 면에 가려진 그 미소를 볼 수 없었 다.
‘유인되면 진짜 멍청이들이니까 신 경 쓰지 말고 로그아웃하자.’
현성은 그리 생각하고 그대로 자연 스럽게 일어나 단검을 꺼내 숲으로
향했다.
아돌 때와 똑같은 상황.
어떻게 아돌의 죽음과 현성을 알아 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면 목격자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놈이 나를 따라간 뒤에 보이지 않았으니 죽었다고 생각할 만하지.’
그런 목격자의 말을 들었는데도 저 들이 따라온다?
별거 없는 놈들이라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야, 저 새끼, 쫓아!”
“도망간다!”
소리를 지르면서 추격해 온다.
수는 다섯.
멍청한 건지 아니면 함정인지 의심 스러울 정도다.
설마 함정일까?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함정이겠
어.’
솔직히 함정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 에 가깝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하는 것은 좋았 으니 숲을 빙빙 돌았다.
그리고 녀석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아주 잘 쫓아왔다. 이쯤 되면 불쌍 할 정도다. 게다가 저렇게 잘 쫓고 있는데 아직 현성을 잡지 못했다는 건 그들의 순발력이 현성보다 낮다 1_ TE ? =?
연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 개새끼! 잡히면 죽여 버린다!”
“엄청 빠르네!”
“더 빨리 뛰어봐!”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분통을 터뜨리는 게 연기라면 저들 은 게임이 아닌 배우를 했어야 한 다.
진짜 저게 연기라면 천만배우 못지 않은 연기다.
거짓말 안 하고 이래놓고 함정이면 순순히 죽어줄 용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함정은 없었고, 현 성이 멈추자 저들의 얼굴엔 미소가 만개했다.
마치 이미 잡은 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아하아. 이 새끼 드디어 잡았 다.”
“후우. 진짜 도망 잘 치네.”
“진작 이럴 걸 그랬어. 이 새끼 동 료가 누군지 캐기나 하자고.”
그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 다.
동료라니?
그 여자를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저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마음만 먹는 다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으 리라. 그런데 저들이 알았다는 건.
‘죽은 놈한테 들었나?’
그게 가능한가?
그러던 중 게임에서 죽어도 현실에 서 연락하면 알 수 있다는 걸 깨닫 고 자신이 멍청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길드가 없으니까 몰랐네.’
길드끼리 단체톡을 만들 거라고 상 상도 못 했다.
현성이 단체톡을 만들어봐야 언제 해봤겠는가.
기껏해야 회사 팀카톡이 다였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하는데 연락처 를 주고받는다는 개념이 없었기에 바로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하아, 멍청했네.”
현성의 말을 들은 초인 길드원들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마치 포기한 듯한 혼잣말로 들렸기 때문.
“자, 네 동료들이 누군지 말해.”
“아돌 님 죽인 게 누구야?”
그렇게 말할 때 현성은 피식 웃으 며 검을 뽑으며 오른손에는 장검을 쥐었고, 왼손에는 단검을 역수로 쥐 었다.
요즘 연습하는 스타일.
드디어 시험해 볼 때가 왔다며 좋 아하곤 말없이 제일 선두에 선 녀석 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
갑자기 달려들 것이란 생각을 못 했는지 당황한 녀석을 스쳐 지나가 며 목에 단검을 박았다.
푸욱!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타나노스의 악몽이 발동했습니다.]
[상대가 상태이상 악몽에 걸렸습니 다. 5초간 환각과 고통을 느낍니다.]
“으아아악!”
운이 좋게도 상태이상에 걸렸다. 이내 상황을 인지한 것인지 다른 넷이 각자 무기를 뽑았으나 이미 늦 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성은 이미 무기를 쥐고 공격할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이제야 무기를 뽑는다?
준비도 안 된 놈들에게 질 현성이 아니다.
서걱, 서걱!
현성이 검을 두 번 휘둘러 근처에 있던 녀석 둘을 공격하곤 뒤로 빠지 면서 뭔 악몽을 꾸는 것인지 괴로워 하는 선두의 목에 다시 단검을 박았
다.
푸욱! 푹!
빠르게 두 번 공격하자 연거푸 터 지는 치명타.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그걸 보고 뒤로 물러났다.
역시 레벨이 레벨인지 아직 죽지 않은 녀석들.
게다가 아직 둘은 공격도 당하지 않았다.
“다들 조심해.”
그때 악몽이 풀린 선두에 선 녀석 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저놈한테 치명타 뜨면 상태 이상 같은 거 걸리니까 급소는 최대한 피
해.”
그래도 저기까지 운으로 레벨을 올 린 건 아닌지 금세 자세들을 잡았 다.
현성이 처음 달려든 것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나 아직도 형세를 봤 을 때 불리한 것은 현성이긴 했다.
혼자인 데다 이젠 다들 경계하고 있었으니 기습도 통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현성이 불리한 게 맞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후우우욱.”
생각보다 움직임이 덜했다.
현실에서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다소 어색했으나 그것도 시 간문제다.
‘조금씩 적응된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 따로 논다.
그것만으로 남들이 보기엔 대단하 다 할 수 있으나 현성의 마음엔 들 지 않았다.
머리를 더 차분하게 하고 잡생각을 버렸다.
오직 단검과 장검을 사용하는 것에 만 신경 썼다.
“다 같이 달려들어!”
누군가의 말에 다섯이 동시에 달려 든다.
선두를 제치고 빠르게 달려오는 단 검을 쥔 유저.
보아하니 도적 계열 직업인 모양이 다.
단검이 녹색으로 물든 것을 보니 독도 사용하는 모양. 게다가 왼손이 다소 부자연스럽다. 암기까지 다루 는 모양이다.
그걸 한눈에 파악한 현성은 도적 유저의 단검을 장검으로 막곤 왼손 을 움직이려 할 때 역수로 쥔 단검 을 제대로 잡고는 복부를 사정없이 찔렀다.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크허어 억.” 빠른 공격에 당황한 도적 유저는 암기를 던진다는 것도 잊은 체 뒤로 물러나려 했다.
이대로 가다 죽는다.
그러나 현성은 가면 뒤로 씨익 웃 었다.
녀석이 뒤로 물러나자 현성은 자세 를 잡고 빠르게 오른손으로 장검을 휘두른다.
단검의 영역에서 벗어나려고 장검 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서걱!
현성의 검이 유려하게 놈의 목을 베었다.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유저 ‘탱탱볼’을 죽였습니다.]
[퀘스트에 의해 카르마 수치가 쌓 이지 않습니다.]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3DP를 획 득하셨습니다.]
‘오!’
몬스터와 같이 DP를 얻을 수 있다 는 건 알았는데 설마 수치가 다르다 니.
가끔 유저를 사냥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생각하며 뒤로 물러났다.
안 그래도 달려들던 녀석들인데 동 료가 잿빛으로 물드는 걸 보고 더 꼭지가 들어 달려들고 있었으니.
챙! 선두에 도끼를 쥔 녀석이 현성에게 휘둘렀으나 현성은 물 흐르듯 자연 스럽게 단검을 역수로 다시 바꾸고 단검으로 도끼를 흘렸다.
휘청.
무리하게 공격한 것인지 무게중심 이 흔들린 도끼 전사.
녀석을 보며 현성은 차분하게 단검 으로 목을 찔렀다.
푹, 푹. 이번엔 아쉽게도 두 방.
그러나 혈색이 좋지 못한 걸 보니 아까 당한 것들도 그렇고 생명력이 많이 빠진 모양이다.
그걸 노리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쉐에에에엑!
바람을 가르는 화살.
현성은 그 화살을 그대로 쭉 바람 을 가르게 피해주곤 그대로 단검을
화살을 쏜 유저에게 던졌다.
“으아아으]'!”
투척술도 뛰어나 그대로 눈에 박힌 단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눈에 단검이 박히는 것은 끔찍하다.
게다가 통증도 아예 없는 것도 아 니니 상상하기도 싫다.
현성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다른 단 검을 꺼내 다시 도끼를 휘두르려는 녀석의 팔을 그어주곤 가볍게 피했 다.
그러곤 저 뒤에서 화살을 쏘는 녀 석과 함께 마법을 영창 중인 놈에게 달려들었다.
“막아!”
도끼를 쥔 녀석이 소리 지르자 마 지막으로 남은 검을 쥔 놈이 현성을 막으려 했다.
챙! 현성은 검은 장검으로 막으며 손목 을 돌렸다.
그러자 마법처럼 현성의 검이 녀석 의 검에 휘감기듯 감기며 검을 튕겨 냈다.
팅!
그러곤.
JI XI H H 51 이어지는 단검이 박히는 소리.
그걸 보자 녀석들은 깨달을 수 있 었다.
현성이 괴물이라는 것을.
그러나 벗어나기엔 이미 늦었다.
하나 무력하게 당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이야야야얍!”
현성은 뒤에서 달려오는 도끼를 쥔 녀석을 무시하곤 영창이 거의 다 끝 나가던 마법사를 향해 단검을 던졌
다.
푹!
“크아아악!”
캐스팅 중이던 마법이 풀리며 고통 스러워하는 마법사.
그리고 현성은 자신의 단검을 뽑고 다시 활을 쏘려는 궁사에게 마탄사 격을 날렸다.
파파파파팍.
“크혹. 악마 같은 놈.”
다시 눈을 노리고 쏜 마탄사격은 궁사에게 끔찍한 기억을 되돌려 주 곤 현성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단검 을 꺼냈다.
이럴 줄 알고 많이 사둔 게 신의 한 수였다.
파앙!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며 도끼 를 막은 현성은 그대로 단검을 역수 로 쥐며 도끼를 쥔 전사에게 단검을 목에 선물로 찔러주곤 도끼 전사 뒤 에서 달려오던 검사에게 장검을 휘 둘렀다.
서걱.
“커헉.”
[강력한 일격! 치명타가 터집니다.] 온몸을 이용해 휘두른 공격이다.
치명타가 터지지 않는 게 이상하 다. 그리고 현성은 다시 단검을 쥐 고 웃으며 도끼 전사를 봤다.
입은 보이지 않지만 초승달처럼 휘 어진 두 눈.
그걸 보며 도끼 전사는 현성이 웃 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악마 새끼.’
푸욱 푸욱. 다시 섬뜩한 소리를 들리고 도끼 전사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
그리고 세 번째 소리가 울리자.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유저 ‘하만전사’를 죽였습니다.]
[퀘스트에 의해 카르마 수치가 쌓 이지 않습니다.]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5DP를 획 득하셨습니다.]
“오 얘가 제일 센 놈이었나 보네.”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남은 근거리인 검을 쥔 녀석에게 단검과 장검의 지옥을 선사해 주었다.
장검은 장검으로 막고 복부와 여러 곳을 찌르는 단검.
검사도 불과 몇 초도 버티지 못하 고 잿빛으로 물들었다.
[유저 ‘야스오’를 죽였습니다.]
[퀘스트에 의해 카르마 수치가 쌓 이지 않습니다.]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2DP를 획
득하셨습니다.]
쉐에에에엑!
그때 날아오는 화살.
이번엔 피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날아오는 화살을 단검으로 정확히 두 동강을 내주었다.
그것도 화살촉부터 화살 깃까지를.
로빈후드가 화살로 화살을 가를 때 현성은 단검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두 동강 내었다.
“미, 미친.”
그걸 보고 마법사나 궁사나 두 눈 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저게 인간이 할 수 있는 플레이란 말인가.
그 둘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그럼 잘 가.”
그렇게 다시 끔찍한 소리가 숲에 울렸다.
푸욱.
둘을 죽이고 각각 3DP씩 얻은 현 성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바닥에 깔린 아이템들을 봐라.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
日卜도 벌고, 아이템도 얻고, 영상까 지 찍었다.
게다가 영상도 꽤 괜찮게 나올 거 같았다. 특히 화살을 두 동강 내는 장면은 현성이 보기에도 멋있었다.
‘그보다 앞으로가 문제네.’
촬영을 종료하며 고민하는 듯 턱을 쓸었다.
이대로 현성이 베이스캠프로 돌아 가면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다.
‘가면을 벗자.’
차라리 가면을 벗으면 아무도 못 알아보리라.
이곳에 와서 한 번도 가면을 벗은 적이 없었으니.
아이템을 챙겨 빨리 가자고 생각했 을 때 현성은 땅에 떨어진 아이템 중 스크롤과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그걸 주웠다.
그리고.
[베네아의 지형지도]
-종류: 지도.
-설명: 새로 나타난 고성의 위치 를 표시한 지도이다.
-옵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