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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36화 (36/472)

잠만 자도 랭커 036화

보통 이런 지도는 길드장만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런 일개 길드원이 지도를 가지고 있다니.

게다가 하나가 아닌 두 개였다.

‘길드원들에게도 나눠준 모양이네.’

딱히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모이라고 찾아오라고 준 것일 수도 있고, 다 른 의미일 수도 있다.

하나 지금 현성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지도가 들어왔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지도를 얻었으니 이제 조사 단에 낄 필요가 없었다.

[퀘스트를 포기하시겠습니까?]

퀘스트 포기 메시지.

현성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포기한다 해서 리스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유저가 판단하기에 정말 힘 들어 보이는 퀘스트는 포기할 수 있 게 해준 게임사 측의 배려였다.

능력이 안 되는데 갑자기 생긴 퀘 스트 때문에 리스크를 받으면 억울 하지 않은가.

다만 직업 전용 퀘스트와 같은 중 요 퀘스트는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이제 마음 놓고 로그아웃해도 되

겠네.’

조사단의 일정에 따르다 보면 짜증 나기도 하고 사냥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로그아웃까지 힘들었다.

언제 조사단이 떠날지 모르니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고.

그런데 이 지도가 있으면 마음껏 로그아웃할 수 있었다.

‘나가서 적당히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와야겠네.’ 아침에 운동을 했다지만 저녁에도 헬스는 뛸 생각이다.

체력을 키우는 데 운동을 오래 하 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어디에 도 없었으니.

또 오랜만에 운동하니 힘들기는 해 도 재미도 있어서 빨리 하고 싶었 다.

‘점심도 못 먹어서 그런가. 배고픈 거 같기도 하고.’ 가상현실에서의 공복은 쉽게 느껴 지지 않았으나 정신력이라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씩 밥을 먹는 이 들도 있었다.

현성이야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 만.

‘그럼 다녀오자.’

[이데아를 종료하시겠습니까?]

그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그러겠다 고 대답하자 현성의 캐릭터는 그대 로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장소에 누군가 나타났다.

“방금 그게 뭐였지?”

얼떨떨한 표정.

마치 믿기지 않는 걸 본 사람의 표정이었다.

현성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사람 은 다름 아닌 서아였다.

“엄청 잘 싸우잖아? 설마 그때도?” 서아는 처음 아돌이 현성을 노렸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돌은 현성을 노렸고, 그를 따라 숲으로 따라왔다. 유인당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으나 이제와 생각해 보니 분명히 유인이었다.

보통 먹을 걸 찾으러 숲에 가기보 다 다른 유저에게 사거나 굶는 편인 데 숲에 가서 사냥감을 사냥해서 먹 는다.

그럴 수는 있으나 흔치는 않다.

‘그리고 이번에도 숲으로 유인해서 유저들을 죽였고.’

아돌 때를 보지 못했다면 현성은 감시당하던 중 숲으로 왔는데 초인 길드원들에게 쫓겨 정당방위로 죽인 걸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비슷한 일이 두 번이 나 있었다면 그걸 우연으로 생각할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아이템들을 수거할 때 지도가 있 었어.’

초인 길드가 떨어뜨린 아이템 중 지도로 보이는 것도 섞여 있었다.

그걸 본 현성의 눈이 커지는 것까 지 보지 않았던가.

지도가 틀림없었다.

노린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지 도를 얻은 것은 확실했다.

조사단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로 그아웃한 것만 봐도 뻔하지 않은가.

지도를 얻은 게 확실했다.

‘목적이 뭘까?’

자기를 보고도 별 반응이 없던 남 자.

공주병이나 도끼병이 아닌 객관적 으로 봐도 예쁜 편에 속한다고 자부 했다. 여태 자신을 대하던 남자들의 태도나 그 음흉한 눈빛들을 생각하 면 뻔히 알지 않은가.

그런 자신이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덤덤했던 현성.

게다가 약한 줄 알고 봤는데 아까 그 전투를 떠올려봐라.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 은가.

특히 마지막의 화살을 베는 모습은 솔직히 멋있었다.

‘엄청났지.’

그저 레벨이나 능력치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 템들은 모두 그리 높은 레벨이 착용 하는 아이템은 아니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런 전투를 보일 수 있 다는 것은 컨트롤이 뛰어났기에 가 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컨트롤이 뛰어난 사 람이 무슨 목적으로 고성을 가는 것 일까?

현성 정도의 컨트롤이라면 조사단 퀘스트가 아닌 다른 퀘스트를 하더 라도 공적치를 쉽게 얻을 수 있을 터.

서아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나?’ 서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 는 아니었다.

저 정도 컨트롤이라면 시작한 지 한 달이면 레벨 100은 충분히 찍을 테니.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공적치가 좋은 것은 아는데 어떻게 얻는 것인지 알 수 없을 테니.

하기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면 뭘 알겠는가.

‘단순히 공적치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네.’

생각을 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돌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현성이 먼저 시비를 걸거나 한 적은 없다.

지켜본 서아이기에 잘 알았다.

그저 저들이 먼저 덤빈 것이지 현 성은 그걸 받아준 것 말곤 없었다.

‘일단 쫓아가 보자.’ 초인 길드를 유인할 때의 속도를 보면 접속을 늦게 하더라도 조사단 보다는 빠를 거다. 조사단에 아쉬운 대로 있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으리 라.

‘나도 일단 잠깐 로그아웃하자.’

혹시 현성을 쫓다 강제로그아웃 당 하면 안 되니.

‘여태 로그아웃을 안 했으니 꽤 오 래 걸리겠지? 밥도 먹고 하다 보면. 그럼 나도 1~2시간은 여유롭게 다 녀와도 되겠다.’ 방금 그 생각이 다소 스토커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서아는 현성이 로그아웃한 자리 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현성과 마찬가지로 로그아웃을 했다.

현성이 다시 접속한 것은 게임 시 간으로 하루가 흐른 후였다. 정확히 는 26시간쯤.

대략 현실 시간으론 5시간 15분쯤 된다.

밥도 먹고 운동도 다녀오고 개운하 게 샤워까지 했다.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상.

게다가 지도까지 있지 않은가.

“으으으으! 미친 듯이 달려볼까?”

조사단은 길이 나 있는 큰길 쪽으 로 다니고 있었으나 현성은 숲을 지 나면서 갈 생각이었다.

그래야 몬스터도 만날 수도 있으면 서 거리상으로도 더 짧았으니.

이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의 레벨은 대략 100에서 110.

당장 110도 무난하게 잡는 현성이 었기에 딱 좋은 사냥터라고 봐도 무 방했다.

가볍게 몸을 푼 뒤 현성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지도를 펼쳤다.

‘이쪽 방향으로 쭉 가면 되겠네.’ 미친 듯이 달리는 중에 왠지 모를 시선이 느껴졌다.

홱, 홱.

주변을 살폈으나 보이는 것이라고 는 나무들과 간간이 보이는 산짐승 들.

그중 사람은 없었다.

‘착각했나 보네.’ 하기야 누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더 빠르게 속도 를 냈다.

순발력 200.

단순 계산으로만 레벨 40이 모든 능력치를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는 능력치다.

레벨 100대 애들 중에서도 상당히 빠른 축에 속할 것이다.

물론 현성은 그 절반인 53이었지 만.

‘몬스터네.’ 저 멀리 보이는 몬스터 무리.

수는 셋. 그리 많지 않았다.

형태는 짐승형 몬스터였다. 현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탄 사격으로 셋을 골고루 타격한 뒤 빠르게 장검 을 뽑고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쥐어 순식간에 셋을 타격했다.

달리던 속도와 함께 타격한 것이라 처음 공격당한 녀석에게 치명타가 터졌고, 그 뒤에 두 녀석에게는 터 지지 않았다.

‘두 방 더!’

현성은 치명타가 터지지 않은 녀석 들에게 두 대를 더 때린 후 다시 고성이 있는 방향 쪽으로 달리며 조 용히 읊조렸다.

“타나노스의 야상곡.”

몬스터들의 머리 위에서는 각각 검 은 구가 나타나더니 벼락으로 변해 몬스터들을 관통했다.

여지까지 타나노스의 야상곡에 당 한 몬스터들 마냥 아무런 소리를 내 지 못하고 잿빛으로 물들어 갔다.

DP는 얻을 수 없었으나 아쉬워하 진 않았다.

지금은 DP보다 고성에 더 빨리 도 착하는 게 중요했으니.

‘슬슬 길드장도 알았겠지.’

현성이 지도를 얻었다는 것을.

그걸 알고 별동대를 꾸려 출발했을 수도 있다.

사냥도 좋긴 하지만 그걸로 인해

늦춰지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와.”

근처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아 주변을 돌아봤으나 여전히 없었다.

‘환청인가? 뭐 잘못 들은 거겠지.’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달리는 중이 아니던 가.

현성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면서 근 처에 있었다면 현성이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건 현성의 생각일 뿐이었 다.

현성의 뒤를 쫓던 서아는 방금 현 성의 전투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대박. 저게 무슨 스킬이지?’

보통 레벨 100대 유저들이 적정레 벨의 몬스터를 사냥할 때 걸리는 시 간은 대략 1분에서 5분 사이.

한 마리라면 그랬지만 혼자서 세 마리를 상대한다면 최소 10분은 걸 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현성은 고작해야 3초가 걸 리지 않았다.

비슷한 레벨대의 몬스터 세 마리를 상대하는데.

컨트롤도 컨트롤이었으나 스킬도 엄청났다.

‘그 검은 번개 엄청 강해 보였지?’ 검은 기운이 담겨 불길해 보이기는 했으나 오히려 번개 자체는 잔잔했 다.

번개가 잔잔하다?

모순적인 말이나 실제로 그랬다.

저런 엄청나 보이는 스킬이 고작 희귀 등급이나 유일 둥급일 리는 없 지 않은가. 최소 영웅 등급, 아니, 전설 등급일 수도 있다.

‘컨트롤도 좋은데 직업 등급도 높 다는 거네.’ 다른 유저가 들었다면 억울해 미칠 법한 말이었으나 서아는 크게 이상 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이데아에서 높은 등급 직업이란 운 도 따라야 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없으면 얻지 못하는 직업이 다.

실력이 좋다면 얼마든 높은 등급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게 이데아였 다.

서아도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반 등급 직업이지 않았던가.

그녀가 전설 직업으로 전직하게 된 것은 불과 2개월 전이었다.

특수한 경우였다고는 해도 아예 없 는 일은 아니었다.

‘하긴 저 정도 컨트롤이면 시작부 터 좋은 직업 얻고 시작할 수 있겠 네. 근데 힘들긴 하겠다.’

처음 일반 등급으로 시작했던 그녀 는 지금 엄청난 고레벨이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갈수록 일반 등급 직업의 한 계는 명확하다.

높은 등급 직업일수록 스킬들도 강 력하고,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기 회가 많았으니.

서아는 그걸 최초 칭호들과 업적들 로 커버를 했기에 비공식 랭커가 될 수 있었다.

그 후 전직을 했기에 어떻게 본다 면 편법이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그 녀의 실력을 아는 이들은 당연한 결 과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나중에라도 길드를 만들게 되면 꼭 영입하고 싶네.’ 다른 누구와 같이 현성을 영입하고 싶었는지 눈을 빛냈다.

물론 아직 길드는 없긴 하나 서아 라면 당장 만든다 해도 웬만한 중형 길드보다 나으리라.

‘이번에는 25초.’

마찬가지로 세 마리였는데 아까 그 스킬이 쿨타임인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잡았다. 그런데도 25초가 나온 것이다.

순간적인 컨트롤과 능력치와 데미 지 자체도 뛰어나지 않다면 불가능 한 사냥속도.

그야말로 엄청났다.

‘와 저기서 저렇게도 피할 수 있구 나?’

‘검을 저렇게 이용하네?’

‘몸을 틀면서 공격하니까 데미지가 더 들어가네. 사슬로 활용할 수 있 는 방법은 없나?’

현성의 전투를 지켜보며 배우는 게 많았다.

더군다나.

미친 듯이 달리는 와중에 사냥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끝내고 아이템 수 거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

그것들을 보며 서아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진짜 대박이다.’

자신이라면 저 능력치에 저게 가능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성의 움직임을 머리에 새겨 넣었다.

점점 현성의 스토커 같아졌으나 그 걸 인지하지 못하는 서아였다.

‘헐, 허공에서 저런 식으로도 공격 을 피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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