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37화
[하만전사: 그 녀석 엄청 셉니다.]
[탱탱볼: 저 지금 폰으로 인벤토리 보고 있는데 지급받은 지도 드랍 된 거 같습니다;;;] [야스오: 아! 저도 지도 떨궜습니 다. 어쩌죠?] 단체카톡방을 보며 라이너, 김희준 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감시하라고 했더니 유인을 당해 죽 었다는 5인조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 가. 거기다 지도까지 떨어뜨렸다고 한다.
“어쩌긴 뭘 어째! 야스오 저 새끼 는 뭘 제대로 하는 걸 못 봤어!”
그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는 김희준.
그렇게 몇 분.
김희준은 이성을 찾은 뒤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강제로그아웃 때문에 나와 있는 것이니 조금 더 있어도 된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건 지도를 주운 그 가면 을 쓴 유저도 마찬가지일 거다.
‘일행이 아니라 그 녀석 자체도 셀 줄이야.’
복장을 보고 방심했다고는 하나 저 5인조가 약한 이들은 아니다. 평균 레벨도 120쯤이고, 협공도 잘 하는 편이었는데 당했다면 그건 저 들이 유인당하지 않았어도 아마 어 떻게든 가면을 쓴 유저가 죽였을 수 도 있다.
물론 유인당한 것이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된 걸 수도 있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일단 그 가면을 쓴 자가 강하다는 걸 알았다.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도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저들도 여태까지 쫓아왔다 는 거면 로그아웃을 여태 하지 않았 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저 5인조가 죽은 것은 바로 방금.
그렇다는 건 로그아웃을 했다 하더 라도 현실 시간으로 최소 2시간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
김희준이 먼저 접속해서 자신을 포 함해 별동대를 꾸려 고성으로 향한 다면 자신이 먼저 도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발이 빠른 놈들로만 별동대를 꾸 려야겠네.’
여기까지 현성의 예상대로였다.
그렇다 한들 현성보다 빠를 순 없 겠지만 확실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누가 현성처럼 빠르게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겠는가.
‘5인조를 그렇게 할 정도라면 적어 도 레벨 150 이상에서 200 사이다. 별동대도 그런 기준으로 꾸려야겠 어.’
혹시 전투를 할 수도 있으니 최대 한 전투를 잘하는 놈들만 골라갈 생 각이다.
‘후우. 꼬여도 너무 꼬였다.’
원래 계획과는 너무 달라졌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사단이 웬 미꾸라지 하나 때문에 상당히 어 려워졌다.
‘이승호 그 새끼가 죽지만 않았어 도.
지금 생각해도 이가 갈린다.
일을 이렇게 만들고 아까 카톡에 잔다는 메시지를 봤을 땐 진심으로 죽여 버리고 싶었으나 간신히 참았 다.
그래도 놈에게 동료가 있는 걸 알 았으니 됐다고 생각했다.
‘적은 최소 둘에서 몇인지는 모르 지만 그리 많진 않다.’ 생각하는 대로 별동대를 꾸린다면 전면전을 한다 하더라도 쉽게 밀리 진 않을 거다.
반드시 찾아서 척살하리라 다짐하 며 김희준은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 게임에 서도 컨디션이 좋았으니.
‘길이 나 있는 쪽이 아닌 최단 루 트로 향해야겠어.’
숲을 가로질러간다면 예상한 것보 다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으리라. 레벨을 대략 150에서 200 사이로 맞춘다면 그렇게 가더라도 상관없으 리라.
몬스터들이 나오면 잡으면 그만이 니.
그렇게 별동대를 꾸리면 레벨 100 대 몬스터들은 몇 마리가 되었든 간 에 10초도 안 돼서 잡을 수 있을 거다.
‘그놈들의 수가 열을 넘지 않길 빌 어야겠군.’ 열 이상이면 그가 생각하는 별동대 의 수와 엇비슷해진다.
초인 길드는 그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수 로 압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 각하며 휴식에 취했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현
성.
하나 아직도 고성은커녕 건축물 자 체가 보이지 않았다.
‘있기는 하나?’
지도를 보아하니 아직도 멀긴 했는 데 이쯤이면 보일 때도 되었는데 신 기하게 보이지 않았다.
접속하고 뛰면서 사냥을 한 지도 게임 시간으로 하루하고도 반나절째 다. 현실 시간으로는 7시간. 이 정 도라면 어느 정도 보일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는 게 좀 믿기지 않았 다.
이대로 가다간 현실 시간으로 내일 쯤이나 보일 거 같았다.
‘레벨도 못 을리면서 시간은 계속 가네.’
오며 가며 레벨 2를 올리긴 했으 나 사냥에 치중한 것이 아니기에 느 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성이 마음만 먹고 사냥만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60은 찍었을 시간.
하나 그것보단 권능 스킬이 중요하 다.
레벨은 언제든 올릴 수 있지만 권 능 스킬은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퀘스트에 실패하면 레벨 1로 떨어진다.
그것만큼은 피해야지 않겠는가.
‘어라?’
그렇게 향하던 중 현성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냥한 흔적을 발 견할 수 있었다.
‘근처에서 사냥하던 유저?’ 순진한 생각.
현성이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할 만 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별동대인가 보네.”
하기야 지도를 잃어버렸는데 도로 를 이용할 순 없는 노릇이다.
현성과 같은 생각으로 고성 쪽으로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중인가 보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중에 만날 수도 있는 상황.
하나 현성은 겁내지 않았다.
‘레벨 차이야 어디 하루 이틀인가. 게다가 사람을 상대하는 거라면 자 신 있지.’
아직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광전사의 노래도 있지 않은가.
거기다 타나노스의 야상곡과 사신 의 사슬도 있는데 겁날 이유가 없었 다.
상대도 자신과 같은 높은 등급의 직업이라면 또 몰라도 그런 게 아닌 이상에야 레벨 200까진 자신 있다.
물론 수가 둘 이상이면 얘기가 또 달라지겠지만.
‘흔적을 봐서는 잘 모르겠네. 그래 도 최소 다섯 명 이상이라는 건 알 겠다.’
겹치지 않은 발자국이나 전투의 흔 적들을 본다면 최소 다섯 이상.
중복된 것들을 꽤 자세히 살피니 발견한 흔적들을 생각하면 어쩌면 열 명 이상일 수도 있다. 물론 별동대는 소수로 움직여야 효 과적이다 보니 열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 봐야 기동성만 떨어지니까.
상대가 지도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런데도 기동성을 버릴 이유 가 하나도 없었다.
‘그것보다 나보다 먼저 출발했다 해도 내가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는 게 신기하긴 하네.’
현성이 접속한 지 현실 시간으로 대략 7시간이었으니 잘은 몰라도 녀 석들은 그것보다 조금 더 길 수도 있다.
아무래도 현성이 5시간이나 쉬고 접속을 했었으니까.
‘운이 좋으면 휴식시간일 때 발견 할 수도 있겠어.’
얼핏 계산하면 휴식을 취할 시간대 일 수 있다.
현성이 쉰 5시간과 접속한 이후 시간이 딱 12시간이었으니.
초인 길드 길드장인 라이너의 휴식 패턴은 대충 10시간에서 11시간 사 이. 전에 아돌이 죽었을 때 바로 출 발한 이후 대략 10시간 뒤에 로그 아웃을 할 법한 긴 휴식시간을 가졌 으니. 대충 맞을 거다.
‘절반은 로그아웃하고 있으면 좋겠 네.’
지금 수를 보아하니 최소 다섯에서 열 명사이다.
열 명이라면 제아무리 현성이라도 조금 무리다. 그러나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퀘스트 때문에 카르마 수 치가 안 늘어나니까 지금이 적기 다.’
몬스터와 달리 유저는 레벨이 높으 면 높을수록 DP를 더 획득할 수 있 다.
레벨이 30 높으나 50 높으나 일반 몬스터를 잡을 때 얻는 DP는 고작 1.
그러나 50레벨 높은 유저를 잡으 면 못해도 3~5 사이로 얻을 수 있 다. 경험치는 얻지 못하지만 DP와 아이템, 거기다 영상까지 건질 수 있다.
이데아 영상 중 인기 있는 영상은 레이드 영상이 제일 인기가 많았지 만 PVP 영상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 다.
심리전이라든가 화려한 기술들. 게 다가 보스전에서는 보지 못하는 박 진감까지.
이러다 중독이 되는 건 아닌가 싶 을 정도로 좋았다.
‘그럼 조금 속도를 높이자.’ 지도로 고성이 있는 방향이 아닌 흔적이 이어지는 곳을 향해 달렸다.
여태 흔적들을 보면 아직까지 휴식 을 취한 흔적은 없다.
그렇다는 건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찾았다.’
씨익. 현성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것인지.
누가 본다면 현성도 초인 길드인 줄 알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거리로 친다면 대략 500m.
붉은 장작불이 보인다. 거기다 그 앞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섯 명의 그림자.
‘교대로 로그아웃을 하는 중인가 보네.’ 혹시라도 현성이 이곳을 지나지는 않을까 싶어 저러는 모양이다.
그걸 본 현성은 조용히 단검과 장 검을 뽑아 쥐었다.
텐트는 없고, 다른 곳에 정찰을 나 간 것 같은 모습도 없다.
그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뿐.
확실히 다섯 명뿐이라는 것을 인지 한 후 현성은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 다.
지금 무턱대고 달려 들어봐야 500m나 떨어져 있다.
현성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한 번에 좁힐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게다 가 그 정도 시간이라면 녀석들도 다 준비를 끝내 기습의 효과는 사라지 고 만다. 그래서 매우 은밀하게 조 용히 다가갔다.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을 거다. 몰라도 200대 레벨도 있겠지.’
레벨 30과 같이 60때 능력치에 변 화가 생긴다. 그리고 30때처럼 스킬 도 생기게 된다.
60레벨 다음에는 100레벨이다.
4차라고도 불리는 100레벨. 이제 여기서부터 레벨을 올리기 힘 들어 진다.
그런 고난을 견디고 200레벨을 달 성하면 100레벨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현성이 아무리 강해도 200레벨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명까지는 어떻게 해볼 순 있다.
그것도 일반 등급이라면.
하지만 희귀 등급이거나 둘 이상이 라면 힘들다.
‘ 흐흐흐.’ 저놈들이 200레벨을 넘기지 않았 을 거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무장 상태를 보면 상당히 좋아 보 이기는 하나 정확히 레벨 몇 때 착 용하는 아이템들인지는 지식이 부족 해 몰랐다.
하지만 모두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때 그 다섯 명보다 무조건 강하 다.’
다들 보니 길드장인 라이너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다.
그 근처에 있던 걸 생각하면 간부 라는 얘기다.
혹시나 싶어 거리를 좁혀가며 초인 길드 간부에 대해 검색해봤다.
초상권 때문에 사진은 없었으나 대 략의 레벨은 알 수 있었다.
‘최소 150 이상이다.’
하기야 명색이 한 길드의 간부들인 데 레벨 150 이하일 리가 있겠는가. 저기에 200레벨도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전투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 다.
스킬들을 어떻게 쓸지는 이미 다 정했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빌드는 이미 다 짰다. 변수만 없 다면 내 승리가 확실하다.’
현성은 이것을 전투라 생각하지 않 았다.
유저 다섯을 집어삼키는 사냥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긴다.’
검은 가면 뒤로 사냥꾼의 눈동자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사냥꾼은 거리를 좁혔고, 이윽고 거리가 되자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