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41화 (41/472)

잠만 자도 랭커 041화

탁!

땅을 차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단 검과 장검을 쥔 현성이 관장, 화인 에게 달려들었다.

관장은 현성을 보며 눈을 찌푸리며 창을 들고 뒤로 물러났다.

창과 검의 길이는 차이가 꽤 난다.

하나 그만큼 창은 거리가 좁혀지면 상당히 불리해진다.

물론 뛰어난 창수일수록 거리를 내 주지 않았으나 현성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허미, 눈깔 좀 봐라. 뭐 저리 살벌 하냐.’

마치 사람도 죽여본 거 같은 독기 가득한 눈.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눈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놀라웠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보진 않았을

거 아닌가.

휘익!

날이 서 있진 않다고 하지만 가검 은 가검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어 잘못 맞았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다. 가 검이 검이 아니라고 해서 둔기의 용 도가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창으로 막았지만 거친 충격이 손바 닥을 헤집어 놓았다.

만일 관장이 막지 못하고 실수라도 맞기라도 했으면 진짜 죽을 뻔한 공 격.

그리고 현성의 눈을 봤다.

살벌하고 독기 가득한 눈. 진짜 사 람을 죽인 놈의 눈도 저러진 않을 거다.

‘아니, 저 괴물 새X는 진짜 죽였을 수도 있어.’

처음엔 괜찮은 녀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6시간 가르친 결과 관장은 한가지 결론을 냈다.

현성은 괴물이라고.

‘아이고 죽겠네.’

가르쳐 주면 무슨 스펀지처럼 제 것으로 흡수한다. 거기까지면 괴물 이라 하지도 않았다. 그걸 100% 자 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놀라웠다.

기술을 알려준다면 그걸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그걸 자신의 것 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성은 그 과정이 없다.

그냥 기술을 알려주면 그게 제 것 인 양 바로 사용한다.

거기다 체력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늘고 점점 관장이 창으로 상대하기 힘들어져 갔다.

‘이렇게 빨?리 창을 넘긴 놈이 누가 있었더라.’

관장은 생각해 봤으나 아무도 없었

다.

압도적.

재능도 재능이지만 저 눈을 봐라.

진짜 제대로 안 하면 죽일 기세다.

‘그 말은 하는 게 아니었어.’

첫날 6시간을 가르치기 전 그러니 까 교육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배 우는 것은 실전무술이니 죽일 생각 으로 덤비라고 했다.

진심을 담아 죽일 기세로 하면 모 든 공격이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상대가 다칠까 조심스럽게 검을 휘 두르는 게 무술이라 할 수 있겠는 가.

본디 무술이라는 것은 상대를 최대 한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다칠까 조심스럽게 하는 게 어디 무술이겠 는가.

그래서 한 말이건만.

‘이놈에겐 말해선 안 됐다.’ 진짜 죽을 판이다.

관장이 창으로 빠르게 찌르기를 구 사했다.

순간 여러 갈래로 보이는 창날이었 으나 현성은 매우 여유롭게 왼손에 쥔 단검으로 모든 찌르기를 튕겨내 곤 바로 몸을 돌려 거리를 당김과 동시에 오른손에 쥔 장검을 휘두른 다.

채앵

부 e see 그래도 관장은 관장이다.

아무리 현성이 괴물 같더라도 그간 경험과 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나 마 다행인 것은 현성은 아직 경험이 적었다.

어리숙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주르륵.

관장은 손잡이를 타고 흐르는 현성 의 피를 봤다.

손아귀가 찢어진 것.

현성에게 경험이 적다는 것은 바로

저걸 말했다.

굳은살.

그게 적다 보니 강력한 충돌엔 손 아귀가 저렇게 찢어질 수밖에 없었 다.

진짜 맞았다간 죽을 뻔했다.

“후우, 아귀도 찢어졌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후욱, 후욱. 감사합니다!”

가르침을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의 인사.

그걸 받은 관장은 허허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으나 속은 그렇지 못했 다.

‘후우, 골로 갈 뻔했다.’

실전무술이긴 했으나 관장에겐 늘 여유로움이 남아 있었다.

어떤 학생을 상대하건 관장에게 여 유를 뺏을 인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온 학생들과의 대련에 는 그나마 관장이 못 쓰는 창을 사 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현성을 상대로 창은 좀 힘들 거 같았다.

‘다음부터 무기를 바꾸자. 한동안 은 여유가 나겠네. 그동안 나도 수 련이나 좀 해야겠어. 이러다 금세 따라잡히겠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렇게 손바닥이 찢어졌으니 당분간은 쉬어 야 할 터. 그간 수련을 해야겠다 다 짐 했다.

비겁하다고 할 현성도 아니었기에 티 나지 않게 바꾸면 되리라.

이대로 가다 지는 것보단 낫지 않

겠는가.

학생에게 지는 관장이라니.

그런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일단 관장실로 가서 상처 좀 보 지.”

“예.”

현성은 그렇게 대답하곤 찢어진 손 바닥을 봤다.

충격에 터진 손바닥.

하지만 그다지 아프다는 생각은 들 지 않았다.

오히려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 뿐.

‘재미있네.’

게임도 재밌었지만 무술도 재밌었 다.

특히 게임과 달리 이곳에서 다치면 진짜 아프고 잘못하다간 뼈도 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늘 긴장을 해야 했고, 자칫 실수하다간 몸이 상할 수 있기 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런 압박감과 스릴이 꽤 재미있었 다.

그건 관장도 마찬가지. 하지만 하 루가 다르게 느는 현성이 무섭기도 했다.

“대충 지혈은 다 됐고, 붕대도 감 았으니 됐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 다.”

“??????뭐?” “예?” 현성의 인사에 관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성을 봤다.

분명 내일 보자고 한 거 같았는데 틀림없이 잘못 들은 것이리라.

“뭐라고 했나?”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 니다.”

“아니! 이놈 보게?! 누굴 잡으려 고!”

현성은 깜짝 놀라 버럭 소리를 지 르는 관장을 봤다.

그리고 관장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 랐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본심이 나와 버린 것이다.

“흠흠, 손아귀가 찢어졌을 때는 한 동안 쉬는 게 좋아.”

“하지만, 이럴 때 해야 더 빨리 굳 은살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

“그럼 내일 나와야겠네요. 안 그래 도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어서 꽤 아 팠거든요.”

“허허허허.”

현성의 말에 관장은 그저 웃었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그렇게 웃는 관장을 보며 자신이 대견하다 생각하나 보다 하 고 다시 인사를 하곤 관장실에서 나 왔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현성은 샤워실로 향 했다.

관장실에 혼자 남은 관장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어쩔 수 없다는 듯 가검을 쥐곤 밖으로 나와 휘두르기 시작했 다.

그 동작은 깔끔하기 그지없었으나 관장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절대 질 수 없다아아아!’ 집으로 가는 길에 정육점에 들려 삼겹살 세 근을 샀다.

자신이야 잘 먹긴 해도 운동 후라 많이 못 먹을 것이고, 현아나 간병 인 아주머니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 니 세 근이면 충분하리라.

겸사겸사 근처 마트에서 마늘과 쌈 도 샀다.

역시 삼겹살 하면 쌈 아니겠는가.

‘그보다 유튜브 닉네임은 뭘로 하

지?’

운동을 하면서 고민했지만 쉽게 떠 오르지 않았다.

정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재환과 같이 짤 생각이었다.

‘지킬 엔 하이드는 너무 유명하기 도 하고 일단 길다.’

자고로 닉네임이란 두 글자에서 세 글자가 제일 예쁜 법 아니겠는가.

현성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름을 생 각했다.

그의 컨셉은 일단 가면이다.

신비주의.

그러나 영상 자체의 컨셉은 컨트롤 이 완전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밥 먹으면서 생각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현아나 간병인 아주머 니에게도 말을 꺼내봐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집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애당초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지 만.

“다녀왔습니다.”

“오오! 오빠, 뭐 사 왔어?”

마침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현아 가 눈을 빛내며 현성이 사 온 봉지 에 눈이 쏠렸다.

그 모습에 흐흐 웃으며 대답했다.

“삼겹살!”

“오오오오! 삼겹살! 아줌마! 오빠 가 삼겹살 사 왔대요!”

“어머, 삼겹살 좋죠.”

간병인 아주머니도 좋다는 듯 말했 다.

좀 요리를 하긴 했으나 냄새를 맡 아보니 된장의 냄새가 나는 것이 된 장찌개인 모양이다. 삼겹살과는 궁 합이 아주 좋은.

절로 침이 삼켜지는 조합에 현성은 웃으면서 들어와 장본 것들을 테이 블에 올려놨다.

그리고 찬장 높이 있던 불판과 버 너를 꺼냈다.

“저 옷 좀 갈아입고 제가 굽겠습니 다.”

그 말에 아주머니가 됐다는 듯 말 했다.

“에이! 월급 받는 내가 할게요. 그 리고 고기는 구워본 사람이 굽는 겨.”

“하하, 그거는 그렇죠. 그럼 옷 갈

아입고 오겠습니다.”

굳이 자기가 굽겠다는데 말리진 않 았다.

게다가 아주머니의 말도 맞았다.

고기는 구워본 사람이 구워야 맛있 다.

어수룩했다가 고기를 태우거나 육 즙이 다 날아가 퍽퍽한 삼겹살을 먹 을 수도 있다.

퍽퍽한 삼겹살이라니. 상상하기도 싫었다.

이럴 때는 못 이기는 척 넘겨주는

게 신상에 좋았다.

현성도 잘 굽는 편은 아니었으니.

‘빨리 갈아입고 가자.’

삼겹살에 마음이 급해진 현성이 빠 르게 옷을 갈아입고 테이블로 나왔 다.

반찬들은 거의 준비가 되었는지 이 미 차려져 있었고, 아주머니가 불판 과 버너를 닦고는 불을 틀었다.

촤르르르. 버너가 켜지며 불판을 달구기 시작 한다.

그걸 보며 현성은 기대하는 눈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얼마만의 삼겹살이던가.

빨리 먹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현 아도 마찬가지였는지 두 눈이 초롱 초롱했다.

그 덕에 아직 현성의 붕대가 감긴 손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먼저 발견한 것은 바 로

“어머? 총각 손이 왜 그래요?”

“예? 아 운동하다 물집이 터져서 요. 별거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

현아의 눈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런 현아를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물론이지.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데 건강 해칠 만한 건 안 해.”

“알았어. 그럼 먹자!”

현아의 말에 간병인 아주머니는 호 호호 웃으며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 다.

더 뭐라 말해봐야 잔소리만 될 뿐 이라는 걸 알고 한 말이었다.

물론 삼겹살을 빨리 먹고 싶은 마 음도 있었을 거다.

치이이익-

진짜 환상적인 소리가 들리며 절로 군침을 삼켰다.

다른 반찬도 있고, 밥도 있었으나 현성과 현아는 오직 삼겹살에만 눈 이 쏠려 있었다.

그렇게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지자 아주머니가 먹어도 된다고 하자마자 현성과 현아가 젓가락을 놀려 삼겹 살을 집었다.

현성은 상추 위에 깻잎을 올리고 또 그 위에 쌈무를 올렸다.

연초록색을 띤 쌈무. 와사비 맛 쌈 무였다.

현성은 이 쌈무에 고기를 싸 먹는 것을 좋아했다.

“여기에 고기 두 점. 그리고 그 위 에 초장을 조금 찍어서 올리고 마늘 을……

중얼거리며 쌈을 싸는 현성.

마늘까지 올린 뒤 그 위에 현성은 고추를 잘라 놓은 걸 쌈장에 찍어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걸 한데 모아 싸서는 입 안 가득하게 쌈을 집어넣었다.

오물오물. 볼이 빵빵해지며 쌈을 씹자, 고추 와 마늘의 알싸한 맛이 퍼지면서 깻 잎과 마늘의 향이 고기와 어우러진 다.

마지막으로는 씹을 때마다 느껴지 는 삼겹살의 육즙이 목을 타고 넘어 가면서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크흐, 이때 딱 소주를 마셔줘야 하는데. 아쉽네.”

곧 게임에 접속해야 해서 소주는 사 오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까웠다.

현아는 올해 막 20살이 된 터라 그건 이해할 수 없었으나 아주머니 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화목한 식사.

어느 정도 배가 차자 현성은 그제 야 유튜브에 대한 걸 떠올리곤 말했 다.

“나 유튜브 닉네임을 고민 중이 야.” “유튜브? 오빠 유튜브 하게?” 그 말에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대로 말할지 아니면 나중에 말 해서 놀라게 해줄지.

그래도 전자보단 후자가 재미있지 않겠는가.

“아니, 나 말고 재환이 녀석 있잖 아. 재환이가 영상편집회사를 차렸 는데 거기 아는 애를 전담으로 해주 기로 했나 봐. 그래서 닉네임 좋은 거 없냐 묻는데 도통 떠올라야지.”

결국 나중에 알리기로 했다. 자연스러운 현성의 연기에 현아도 알아차리지 못하며 재미있을 거 같 다는 듯 물었다.

“오올, 그래? 컨셉은 어떤 건데?”

“으음, 대충 두 가지 스타일을 구 사하는 식의 영상이 많이 올라올 거 같다더라.”

“두 가지 스타일?”

“응,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거 있잖 아. 두 글자에서 세 글자로. 그런 느낌으로 간다는데 도통 감이 잡혀 야지.”

두 개의 다른 스타일.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현아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지 고 민하는 표정.

그때 간병인 아주머니가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그거면 아수라 어때요?”

“아수라?”

“예, 나 어릴 때 부모님이 보시던 만화영화에 아수라 남작이라는 캐릭 터가 나오는데 반은 여자고 반은 남 자인 캐릭터라고요. 또 아수라라는 신이 팔이 여러 개인 데다가 얼굴도 세 개잖아요? 딱 맞을 거 같은데?”

“오오! 좋다 오빠! 아수라! 어감도 좋고 뭔가 포스도 느껴지잖아!”

현성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AI가 아닌 현성의 기본 스타일도 딱 그런 느낌 아니던가.

“진짜 괜찮네요. 감사합니다, 아주 머니! 제가 다음에 크게 쏘겠습니 다!”

“호호호, 나야 좋지?”

“헤헤, 재환 오빠한테도 한턱내라 고 해 이름 진짜 괜찮네.”

“흐흐, 그래야겠다.”

아수라.

유튜브를 휩쓸 전설의 유튜버의 이 름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