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43화
타나노스 관련 전설 직업이라니.
그 말에 서아는 솔직히 놀랄 수밖 에 없었다.
왜냐 자신도 타나노스 관련 전설 직업이었으니까.
‘ 가능한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으나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아가 알기엔 타나노스는 이데아 세계관 최강의 신이다.
그런 신과 관련된 전설 직업이 두 개 정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고성에 관련한 퀘스트라니.
그때 현성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퀘스트 중이라는 증거 를 대자면 이 지도입니다.”
“네? 그 지도가 왜?”
말을 하며 갑자기 지도를 꺼내든 현성.
이건 현성의 노림수였다.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 꽤 조마조 마한 상황이다.
‘뺏기면 큰일 난다.’ 지도의 내용이라면 머릿속에 이미 있다.
현재 위치를 알고 있으니 고성까지 가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도를 서아가 가졌을 때 문제가 된다.
서아가 지도를 갖고 뛴다면 현성은 절대 먼저 고성에 도착할 수 없다. 그리고 권능은 서아가 갖게 되리라.
물론 서아는 권능을 얻을 수 없었 지만.
현성은 그걸 모르기에.
“이 지도는 초인 길드가 가지고 있 던 퀘스트 아이템입니다.”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서아에게 선 뜻 지도를 넘겼다.
확인해 보라는 의미로.
하지만 서아는 그런 걸 확인하지 않아도 초인 길드원에게 얻은 것이 라는 걸 알고 있기에 멀뚱히 지도를 봤고, 그다음 현성을 봤다.
현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지도를 받 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초인 길드원을 죽이고 얻은 것입 니다. 사실 처음 그쪽이 저를 도와 주셨을 때도 그 간부를 유인해서 죽 이려 했는데 그쪽이 도와주신 겁니 다. 물론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요.”
다행히 지도를 자연스레 받았으나 서아의 표정은 ‘그래서 뭐?’라는 표 정이었다.
‘안 먹히는 건가?’
안 먹히는 것이 아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기에 그런 반응이 었으나 지금은 현성이 을도 아닌 병 이나 정이었기에 반응 하나하나에 떨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잘 풀리고 있는 거 같았는데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좀 더 조심하자.’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서아가 멀뚱 히 현성을 보며 말했다.
“네, 알아요.”
“ 예‘?”
“그 유저 유인한 거요. 그리고 감 시하던 5인조 죽이고 여기 와서 간 부 별동대 죽인 거까지 아는데?”
“......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쫓아왔다는 말.
그 말을 듣고 현성은 잠시 당황했 다.
현성을 미행했다는 말을 저리 대놓 고 할 줄이야.
이 여자. 고단수다.
현성만의 착각이긴 했으나 틀린 생 각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말했지만 뭐, 어때.’
이미 서아는 당당했다.
그리고 현성도 지금 솔직하게 말하 고 있는 거 같았기에 순순히 말한 것이다.
“미행해서 죄송해요. 일단 사과드 릴게요. 그래도 지도 얻은 걸 봐서 쫓아온 거예요.” 굳이 오해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더 오해할 것 같았으니 까.
그보다 서아는 왠지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것도 그럴 게 같은 직장(?)이라 지 않은가.
안 그래도 타나노스라는 신이 한 괴행들을 보며 힘들었던 참이다. 퀘 스트도 불친절하지 않나, 스킬은 또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그래도 강하긴 해.’
그래도 몇 없는 공격 스킬이 진짜 강력하긴 했다.
그것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면 그쪽도 저랑 퀘스트가 같 겠네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타 나노스의 관련된 직업이라고는 해도 각자 역할이 다를 테니까요.”
“아, 그렇겠네요. 일단 저는 부활을 막으라는 퀘스트를 받았어요. 근데 진짜 퀘스트 너무 불친절하지 않아 요? 뭐를 하라는 지문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아……. 그, 그렇죠.” 어정쩡하게 대답한 현성은 그 말에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퀘스트창을 열어봤으나 되게 꼼꼼하고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그런데 서아는 그렇지 않은 모양.
게다가 자신과 달리 흔적을 찾으라 는 퀘스트가 아니다.
부활을 막으라는 퀘스트라니.
‘나랑 퀘스트가 다르다고?’
지금 저 여자가 자신을 속인다고 하기에는 말이 너무 빨랐다.
순간적으로 지어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그리고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치 쌓인 게 많은 사람처럼.
“그리고 스킬들도 너무 짜증 나지 않아요? 죽음과 잠의 신이라는 건 알겠는데 죽음에 관련된 스킬보다 잠에 관련된 스킬이 더 많고 스킬도 액티브 스킬보다 패시브랑 버프가 더 많고. 하아. 전투직이 아닌 건 아는데도 좀 짜증 나더라고요. 그쪽 은 전투직이에요?”
“예, 예. 일단은……
속사포 같은 말.
그간 참아온 게 많았는지 어디 하 소연할 곳도 없어서인지 현성의 얘 기를 듣자 바로 속사정을 털어놓고 있었다.
하기야 전설 직업이면 다른 사람에 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닐 수 있다.
말해야 믿지 못할 수도 있고.
지금 혼자 있는 걸 보면 혼자 사 냥하는 걸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 다.
“그래도 강하기는 해서 좋긴 하지 만, 후우. 그쪽도 고생이 많으시겠어 요.”
“하아. 그렇죠. 잠 관련된 스킬이 특히 짜증 나긴 하죠.” 그리고 속에 쌓인 게 많은 것은 서아뿐만이 아니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현성도 쌓인 게 있었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기면증 스킬만 해 도 보스방에서 기절하듯 잠든 게 도 대체 몇 번째인가. 그것들을 생각하 니 갑자기 울분이 터졌다.
“솔직히 거슬리는 게 너무 많죠. 게다가 저 사냥하는 거 보셨죠? 공 격 스킬이 진짜 몇 개 없는 데다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쿨타임 길고. 틈만 나면 잠 관련 스킬이 나오지 않나. 신이면 좀, 일 좀 할 것이지 맨날 날 잠이나 쳐 잤다는 설명만 가득하고. 그래서 공격 스킬이 없는 걸 겁니다.”
“역시 통하는 게 있네요.”
“그러게요.”
갑자기 공감대를 형성한 둘은 서로 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고통 나도 안다.
뭐 그런 의미 정도로 해석되리라.
처음 부활을 막으라는 퀘스트라는 말 믿어도 된다.
‘고단수나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지금 저 사 람 진실을 말하고 있어.’
원래라면 저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을 현성이나, 서아의 행동이나 말
투, 그리고 표정들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여자. 허당이야.’
머리가 나쁜 것 같진 않다.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걸 보면 처음엔 백치인가 싶었으나 백치라기 보단 허당에 가까웠다.
조금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 는.
처음에 너무 긴장하고 속이려던 게 갑자기 허무해졌다.
하지만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 니 된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신 등급이라는 건 숨기자.’ 일단 이 여자가 자신보다 하위 직 업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잘은 몰라도 현성이 타나노스의 후 예이니 그 부하 정도 되는 직업이리 라.
하기야 현성은 신 직업이고, 서아 는 전설 직업.
척 보아도 상하관계 같지 않은가.
‘처음 본 여자를 너무 믿는 것도 좀 아니지.’
다른 남자였다면 서아의 외모에 넘 어가 헬렐레했을 텐데 현성에겐 씨 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단 본인인 현성 자체도 잘생긴 편이다. 더군다나 여동생인 현아가 엄청나게 예쁜 편이다. 서아도 그 정도로 예쁘긴 했으나 오랜 시간 현 아를 보고 자라온 게 있다 보니 예 쁜 얼굴엔 무감각한 편이었다.
‘틈 봐서 내가 먼저 권능 얻으려는 계획은 필요 없겠네.’
지금 상황을 보면 서아는 신이 나 서 타나노스에 대한 욕을 하고 있 다.
생각해 보면 지금 현성은 서아에게 앞 담화를 당하고 있는 거다. 현성이 타나노스의 후예니까. 타나 노스를 욕하는 것은 즉 현성을 욕하 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소한의 경 계는 하자.’
저게 다 연기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잘한다.
연기는 아니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 가 저 여자도 권능을 얻을 수 있을 지도.
지금 하는 얘기를 듣자면 보상도 직업 스킬을 얻는다고 나와 있다고 떠드는 중이다. 권능이라는 얘기는 일절 없었다.
‘나라도 저렇게 빠르게 말하면서 권능이라는 걸 숨기는 건 힘들 거 야.’
처음엔 공감이 되어 떠들었지만 뒤 로 갈수록 서아의 콘서트나 다름없 었다.
불평불만 콘서트.
도대체 불만을 얼마나 가지고 있기 에 이렇게 떠드는 것일까.
그때 현성이 말을 자르고 웃으며 말했다.
“아, 신나게 얘기하면서 제 소개를 못 했네요. 현성이라고 합니다.”
“이제 말 하시네요. 저는 한서아라 고 해요. 그쪽도 본명이신가 봐요?”
“하하, 네. 닉네임 짓기 귀찮아서 성 빼고 했는데 서아 님은 성까지 붙이셨군요.”
그 말에 서아는 피식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본명이 심플하고 좋지 않은가.
다른 걸 짓자니 솔직히 오글거려서 싫은 것도 있었다. 일단 가상현실게 임이었으니 현실 같은 곳에서 누가 자신을 닉네임으로 부른다고 생각해 봐라.
서아는 그게 싫어서 본명으로 지었 다.
“그런데 가면은 왜 쓰시고 계신 거 예요?”
“아, 이거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 하려 하는데 가면을 쓰고 사냥하는 컨셉으로 하려고요.”
“아하.”
서아는 그렇게 대답하곤 그러려니 했다.
얼굴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신비주 의로 가는 이들이 많았으니.
솔직히 현성 정도의 실력이라면 얼 굴쯤 안 나와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그런 컨트롤인데 얼굴은 안 나와 도 충분히 멋있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현성은 아차 하며 서아를 봤다.
보통 소개를 할 땐 모자나 마스크 를 벗는 게 예의이다.
그것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는. 그런데 가면에 익숙해져서 쓰고 있 다는 것을 까먹고 그냥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줄도 몰랐네요.” 영상을 찍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 이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기에 현성 은 가면을 벗었다.
“아??????
“ 응‘?”
그리고 그걸 본 서아는 현성의 얼 굴을 보곤 멍한 표정이 되었다.
못생겨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생각했는데…….
‘바, 반칙이잖아!’
엄청나게 잘생겼다.
그런 컨트롤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멋있었기에 딱히 못생겨도 괜찮 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미남이라니.
남자에게 비유한다면 소개팅 전 카 톡으로 성격이 괜찮다 생각해서 얼 굴은 평균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 는데 김태희가 나타난 격.
반칙이다.
“……왜 그러시죠?”
“네, 네? 아! 아니에요!”
서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 다.
현성은 그걸 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일단 같이 고성으로 가죠. 퀘스트도 비슷하니까요.”
“네, 네에.”
처음과 달리 많이 얌전해진 서아였 다.
그렇게 대답하며 현성을 뒤따라갔 다.
그리고 힐끔 현성의 얼굴을 봤다.
자기가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그녀의 눈은 정확했다.
‘진짜 존잘이네. 하, 하긴 저 정도 생겼으니까 나를 봐도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컨트롤도 끝내주니까.’
컨트롤도 좋고 높은 직업에 거기다 잘생기기까지?
이건 반칙이어도 치트 수준의 반칙 아닌가.
이데아의 외형 변경은 고작 10% 밖에 할 수 없다.
고작해야 홍채의 색을 바꾼다든가 머리카락의 색, 혹은 헤어스타일 정 도 바꿀 수 있는 수치다.
‘정신 차리자, 한서아. 퀘스트나 깨 자고.’
그렇게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차렸 고, 현성은 자신은 미친 듯이 뛰고 있는데도 저렇게 한숨을 쉬곤 다른 곳도 보는 여유까지.
‘……전력을 다한다!’
괜한 부분에서 승부욕이 발동한 현 성.
그렇게 전력을 다해 달렸으나 여전 히 서아는 여유로워 보인다.
‘……레벨이 몇이나 차이 나길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아는 심히 고민 중이었다.
‘친구신청 하고 싶은데 무슨 핑계 를 대지?’ 현성이 전력으로 달리거나 말거나 대중 따라가면서 하는 고민.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에게 물 었다.
“저기 친구추가 해요.”
“??????예?”
노골적으로 싫다는 반응.
그나마 남아 있던 경계와 현성의 고유 철벽으로 이뤄진 환상의 방어!
근처에 있던 솔로들이 봤다면 엄지 를 들어줬을 최고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서아도 만만치 않았다.
“저, 저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 세요!? 옹!? 그, 그냥! 현성 님이 도중에 튈 수도 있으니까! 지도를 가진 건 현성 님이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파티는 경험치 때문에 좀 그렇고요!”
굉장히 흥분해서 말하는 서아를 보 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 상했나 보네.’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친구신청.”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뛰는 와중에 서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서아는 그 걸 또 잡곤 악수했다.
그리고.
[현성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싸!’
서아는 속으로는 좋아했지만 겉으 로는 툴툴거렸다.
“홍!”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앞서 나가는 서아.
그걸 본 현성은 생각했다.
‘진짜 더럽게 빠르네.’
별생각이 없는 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