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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52화 (52/472)

잠만 자도 랭커 052화

베네아의 수중동굴은 동쪽 문으로 나가 숲을 가로지르다 보면 거대한 호수가 나온다.

그리고 그 호수에 잠수해 안에 있 는 동굴이 바로 수중동굴의 입구.

원래라면 알려지기 힘든 위치였으 나 처음 발견한 유저가 이데아 홈페 이지에 당당하게 올려 이제는 국민 사냥터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늘었 다.

이제는 유저뿐만이 아닌 NPC들까 지 수중동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출시 1년이란 그 정도로 긴 기간 이었다.

그 덕에 사람들도 많이 오게 되었 다. 사냥 때문이 아닌 관광 때문에.

수중동굴은 말 그대로 수중에 있는 동굴이다.

마치 아쿠아리움과 같은 풍경.

물로 이뤄진 동굴이 바로 이 수중 동굴이었다.

바닥을 제외하곤 모든 벽이 물로 이뤄진 동굴. 아름답기도 아름다워 서 이데아 데이트 명소 중 하나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그런 그곳도 초입만 아름다웠지 깊 어질수록 마치 심해에 들어온 듯 어 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조심!”

후웅.

뒤에서 외친 말에 아미르가 고개를 숙이며 몬스터가 휘두른 할버드를 피했다.

매섭게 허공을 가른 할버드.

비전투직인 아미르가 전방에 서 있 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파티는 탱커가 없었기 때문.

그래서 비전투직인 아미르가 어그 로를 끈 것.

상인이라고 한들 능력치가 없는 것 은 아니니 이 정도 회피는 가능하 다.

게다가 용병을 고용할 돈이 없다면 자신의 물건을 지킬 힘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아미르는 순발력을 높여 회 피에 치중한 모양.

아미르는 뒤로 물러나면서 외쳤다.

“지금!”

아미르의 외침에 현성이 그와 교대 하며 거북 어인의 가슴을 베었다.

그러나.

태앵!

베이는 소리가 아닌 튕겨내는 소 리.

거북 어인이다 보니 갑각의 방어력 이 뛰어났던 터.

그때 현성이 물러나자마자 번개로 만들어진 화살이 거북 어인의 가슴 에 틀어박혔다.

“꼬오오오북!”

괴로워하는 녀석의 목에 현성이 검 을 휘둘렀고, 나와 있는 부분에 구 마가 화살을 쏴서 공격했다. 그때 거북 어인이 눈을 빛내며 가장 근처 에 있는 아미르를 공격하려 했다. 아미르가 피하기에는 너무 뜻밖의 공격.

묵직한 할버드가 아미르에게 꽂히 려는 순간 그 앞에 현성이 검을 들 고 막았다.

콰- 앙!

"큭

검으로 분명 막았음에도 데미지가 들어왔다.

할버드 같은 묵직한 무기를 검으로 막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성스러운 빛이 현성에게 깃들었다.

“감사합니다.”

“ 뭘요!”

현성은 후방에 있는 루이나에게 감 사 인사를 하며 다시 거북 어인에게 검을 휘둘렀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갑각 위를 난도질하는 현성.

제아무리 방어력이 높다 한들 이렇 게까지 공격하는데 데미지가 없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거북 어인이 현성의 공격에 괴로워한다.

“꼬오오오오오부우우욱!”

다시 할버드를 휘둘렀으나 현성은 뒤로 물러나며 할버드를 피했다.

그러곤 피앙이 캐스팅한 필살의 마 법!

“라이트닝 스피어!”

콰지지지직!

피앙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이자, 이곳 수중동굴에서는 위 력이 2배로 높아지는 마법!

그게 거북 어인의 가슴에 꽂혔다.

감전된 거북 어인은 그대로 쓰러지 며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 남은 것은 거북 어 인이 남긴 아이템들.

그걸 보며 다들 해냈다는 듯 환호 성을 내질렀다.

“후우! 이겼다!”

고작 몬스터 한 마리 가지고 유난 을 떤다 할 수도 있으나 수중동굴에 서 거북 어인은 상위에 속하는 몬스 터다.

그런 몬스터를 탱커도 없는 파티가 잡았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루이나: 오빠 봤죠? 저 현성이라 는 유저 강해요.]

[구마: 응, 생각보다 움직임도 빠 르고 손발도 잘 맞춰주는 걸 보니까 컨트롤이 상당해.]

[피앙: 칫, 진짜 조심해야겠네.]

[구마: 그래도 상인은 예상대로니 작전은 그대로다.]

셋은 그런 얘기를 몰래 채팅으로 나누곤 현성을 봤다.

아까 아미르가 외치자마자 달려든 것 하며 아미르가 위험해지자 바로 달려들어 검으로 막은 것도 컨트롤 이 상당해 보인다.

희귀 등급 직업은 달라도 뭐가 다 르다는 것인가.

‘그만큼 아이템도 좋은 거겠지만.’

구마는 탐욕 어린 눈으로 현성의 신발을 노려봤다.

아까 순간 빨라진 것도 저 신발의 효과이리라.

저런 아이템이라면 최소 수백, 아 니 천만 원도 받을 수 있으리라.

‘이크, 조심해야지. 눈치채게 하면 안 된다.’

전문 PK 범.

셋은 유저들의 아이템을 노리고 유 저들을 죽이는 이들이다.

하나 그들의 머리엔 닉네임이 떠오 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놓고 죽이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렇다.

그들은 늘 전위에 서는 직업들을 골라 파티를 했고, 그들에게 앞에 서서 싸우게 하며 정말 아쉽게 죽게 하면서 아이템을 얻어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들이 PK 를 했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것.

또 루이나와 피앙 이 둘이 여자인 데다 연기도 곧 잘해서 절대 이들이 PK를 했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 것.

그래서 얻은 아이템도 바로 처리하 지 못하고 묵혀두었다 처리하는 편 이었다.

들키지 않게 말이다.

그리고 이번 대상이 현성과 아미르 가 된 것이다.

다만 현성의 실력이 생각보다 높았 다.

‘컨트롤이 좋고 희귀 등급이라고는 해도 능력치가 좀 부족해 보이네.’

순발력은 좋았으나 데미지가 약했 다.

대부분의 공격들이 전부 미약하다 할법했으나 공격 속도와 이동속도가 그것을 커버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공략법은 매우 간단 하다.

‘발만 묶으면 별거 아니다.’

그 기동성을 없애면 금세 당할 수 밖에 없다.

아주 교묘하게 보스에게 죽게 할 방법이 있기에 구마와 피앙, 루이나 는 걱정하지 않았다.

한편 그들이 그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을 때 현성은 피식 웃으며 그들 을 봤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현성의 공격력이 정말 약했기에 거 북 어인에게 데미지가 별로 안 들어 간 것일까?

그럴 리가.

현성은 지금 시험 중이었다.

‘조금 어렵긴 해도 할 만해.’

몸을 최대한 이용해서 공격력을 강 화할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 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게임들에서는 그런 섬세한 것 은 구현되지 않았으나 이 이데아는 다르다.

그냥 공격한다 해서 능력치대로 적 용되는 것이 아닌 강약 조절이 가능 하다.

실제로 현성이 진심으로 거북 어인 을 공격했다면 강력한 일격 판정으 로 치명타가 뜰 게 분명하다. 그리 고 두 번 더 공격하면 그대로 죽으 리라.

현성의 능력치라면 충분히 가능하 다.

하나 그렇게 보이면 파티원들이 의

심하게 된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파티를 맺 고 사냥해도 되겠어.’

정체를 숨기기엔 딱이지 않은가.

답답하긴 했으나 이것도 나름의 재 미가 있었다.

그리고 소득도 있었다.

[뛰어난 강약 조절로 근력의 이해 도가 상승합니다! 근력이 +1 상승 합니다.] 이걸로 벌써 근력이 6이나 상승했 다.

그 덕에 현성의 근력은 290.

곧 있으면 순수 근력과 순발력이 같아진다.

‘순발력을 늘리는 건 다음에 찾고 오늘은 근력에 집중하자.’

그렇게 연구를 하다 보니 자신의 아이템을 탐욕적인 시선으로 보던 구마를 보지 못했다.

구마에겐 천만다행이었다.

‘휘두를 때 아예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벨 때 얕게 베는 것도 효과가 좋네.’

아까의 난도질은 빠르게 하려다 보 면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갈 수밖 에 없다.

그래서 현성이 시도한 것은 공격을 하다 마는 식으로 얕게 공격했다.

예상대로 데미지는 확실히 줄어든 다. 대부분의 컨트롤이 좋지 못한 유저들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데미 지를 쉽게 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타당한 생각.

‘강약 조절을 하면서 상대를 괴롭 힐 수도 있겠네.’

처음 공격으로 방심을 한 상대에게 치명타를 먹여 기절시킨 후 난도질 을 한다면?

이것도 충분히 재미있으리라.

이런 연구 덕에 원래 현성의 스타 일과는 달리 거북처럼 느린 파티사 냥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또 풍경도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곳을 빨리 깨고 나가는 건 아무래도 아쉽지.’

파티사냥도 좋은 거 같다.

이렇게 여유를 갖고 연구도 할 수 있고, 풍경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 으니까.

현성은 그렇게 연구에 빠져 있었을 때 아미르는 아이템들을 분배한 뒤 세 명이 말한 퀘스트 아이템인 거북 어인의 등껍질을 건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아미르가 건네는 등껍질을 받으며 구마가 인사를 했다. 나머지 아이템 들은 아미르가 가격을 측정해 현성 을 포함한 네 명에게 나눠주었고, 그 가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렇게 분배가 끝나자 다들 근처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휴식을 취하려는 것이다. 현성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지금은 혼자 사냥하는 것이 아닌 파 티사냥이지 않은가. 개인행동이 아 닌 파티장인 아미르의 말에 따라야 한다.

그 덕에 예전에 리나와 예린과 사 냥했을 때는 자신이 얼마나 배려가 없었는지 깨닫게 해줬다.

무엇보다 상인인 아미르의 체력은 약했다.

“다음에는 어느 쪽으로 향할까요?” 휴식 겸 의견도 물을 겸 아미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대로 오른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긴 하나 사냥하기엔 무 리가 없다. 더군다나 위험한 상황도 일어나지 않을 터.

그러나 왼쪽으로 가면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이 가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 가 있었다.

“오른쪽은 아시겠지만 사람들이 많 아 안전합니다. 근데 왼쪽은 사람들 이 없죠. 이유는 이곳부터 난이도가

대폭 상승하거든요.”

아미르의 말에 다들 고민하는 듯 표정을 굳혔다.

지금도 손발이 잘 맞기는 하나 여 기서 난이도가 높아진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탱커가 없었기 때문에.

아미르가 보조 탱커처럼 회피로 어 그로를 끌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 었다.

세 명의 계획대로 흘러가려면 왼쪽 으로 가야 한다.

서로 사인을 보낸 후 구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왼쪽으로 가고 싶네요. 솔직 히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안전하기는 하나 모험하는 맛이 안 나지 않습니 까? 그럴 바에 차라리 죽더라도 아 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는 게 좋 죠!”

정말 끝내주는 연기.

현성도 그 말에 조금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구마는 그걸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대로 흘러가면 그들이 전 문 PK범이라 할 수 없었다.

그때 피앙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 다.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지금 도 안전하게 사냥하는데 그냥 오른 쪽으로 가면 안 될까요?”

피앙이 그렇게 말하며 아미르와 현 성을 봤다.

마치 그렇지 않느냐는 눈빛.

이걸로 셋이 짠다는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을 터.

그러던 그때 루이나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파티장인 아미르 님의 의견 에 따를게요.”

남자라면 살살 녹을 법한 미소.

그 미소에 아미르도 씰룩이며 웃음 을 억지로 참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던 그때 현성이 나섰다.

“저도 왼쪽으로 가보고 싶네요.”

셋은 모르겠지만 현성에게 어차피 이곳에서 위협이 될 몬스터는 기껏 해야 보스 정도. 아니, 보스라도 여 유롭게 잡을 수 있었기에 나온 자신 감.

하나 세 명은 그걸 보며 걸려들었 다는 듯 방긋 미소 지었다.

이미 아미르의 표정을 보면 거의 다 넘어왔다. 그렇게 다들 아미르를 주목하자 아미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네요. 민주주의를 사랑 하는 저이니 다수결에 따라서 왼쪽 으로 갑시다.”

그 말에 피앙은 얼굴을 찌푸렸으나 속으론 아미르를 비웃었다.

이렇게 사냥한 유저가 벌써 몇이든 가.

이들 역시 순진해 빠진 놈들이었 다.

[루이나: 이래서 남자들이란. 실실 웃어주면서 저렇게 말하면 잘 보이

려고 센척한다니까.]

[피앙: 그럴 땐 그냥 맛있게 잘 먹 겠습니다 하면 되는 거야.]

[구마: 역시 이 작전은 백발백중이 라니까? 너희 덕에 내가 산다, 흐흐 흐.]

[루이나: 빨리 던전 데려가서 죽이 자.]

[구마: 피앙, 티 안 나게 감전시키 는 거 잊지 마라.]

[피앙: 물론이지. 내가 이게 몇 번 짼데.]

그 말에 구마와 루이나도 인정했 다.

솔직히 피앙이 아니라면 이 계획도 오래 하진 못했을 터.

얼마 가지 못해 걸렸겠지만, 피앙 덕에 이곳에서 무려 한 달가량 뜯어 낼 수 있었다.

[구마: 아무튼 오늘이 마지막이니 까 더 신중하게 움직이자.]

[피앙: 오케이!]

[루이나: 물론이죠.] 셋이 그런 작당 모의를 할 때 구 석에 앉아 있던 현성은 슬며시 미소 를 지으며 허리춤의 단검을 만지작 거렸다.

마치 빨리 쓰고 싶다는 듯이.

당연하지만 셋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아미르와 현성을 털어먹을 생 각만 가득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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