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55화
[수중동굴 내부에 있는 비밀 던전 을 클리어하셨습니다.]
[10초 후 베네아 호수 입구로 전이 됩니다.]
삼인조가 정신을 차린 것은 메시지 를 본 직후였다.
그러나 이미 행동을 취하기엔 늦은 상황.
보스를 잡고 나온 아이템은 모두 아미르가 회수한 상태다. 그 전에 스크린샷을 찍은 것을 보아 증거도 남긴 모양.
분배에 있어서 철저했던 아미르였 던지라 현성도 딱히 태클을 걸지 않 았다.
그들은 그렇게 전이 되었다.
슈슉.
붕 뜨는 감각과 함께 눈을 떠보니 호수 입구로 이동되어 있었다.
다시 수중동굴에 들어가기 위해선 처음에 했던 것처럼 호수에 잠수를 한 뒤 바닥까지 가야 한다.
하나 그러기에는 삼인조는 너무 지 친 상태.
무려 1시간이나 이어진 보스 레이 드는 현성을 제외한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후우, 진짜 현성 님과 세 분이 없 었으면 보스를 어떻게 잡았을지. 정 말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보스에게 나온 골드를 포함해 모든 아이템을 포기하겠습니다. 하하.”
“괜찮으시 겠어요?”
거절보단 현성은 괜찮냐고 물었다.
아미르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이번 파티사냥으로 인해서 얻은 게 많거든요.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마침 아이템도 4개밖에 안 나오기도 했고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스크린샷과 함 께 아이템들을 꺼냈다.
아이템 4개 모두 희귀 등급이었고, 검 하나와 스킬북 하나, 가죽갑옷과 가죽장갑. 이렇게 총 4개였다.
그것을 보며 삼인방은 아직도 얼떨 떨한 표정.
그러나 챙길 것은 챙겨야겠다고 생 각을 했는지 먼저 구마가 가죽갑옷 을 골랐고, 피앙이 검을 골랐다.
그 후 루이나가 아무런 말 없이 가죽장갑을 들었다.
그걸 본 아미르는 순간 표정이 일 그러 졌다.
그래도 현성이 없었더라면 깨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셋이 먼저 아무런 말 없이 고르다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성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아미르도 가만히 있었다.
‘스킬북인가?’
현성은 마지막 남은 스킬북을 보며 정보를 확인했다.
[교아탄 스킬북(희귀)]
-종류: 스킬북
-설명: [교아탄(희귀)] 스킬이 담 겨있는 스킬북이다.
-제한: 마법 계열 희귀 등급 직업 이상 사용 가능.(사용 가능)
-옵션: 사용 시 [교아탄(희귀)] 스 킬을 획득할 수 있다.
그걸 보며 현성은 마음에 들었다.
현성은 인벤토리에 넣는 척을 하며 다른 이들 몰래 스킬북을 사용했다.
그렇게 나온 마법스킬 교아탄.
[교아탄(희귀)]
〈액티브〉
-Lv.l (초급)
-설명: 바다의 제왕 상어를 쏘아 내는 마법이다.
-효과: MP 500을 소모해 물로 만 들어진 상어를 만들어 상대에게 발 사한다.
-쿨타임: 1시간.
위력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진 않 았으나 쿨타임과 MP 소모를 보니 상당히 강력한 마법인 것은 틀림없 었다.
게다가 현성은 용언이라는 마법에 한해서 희대의 사기 스킬이 있지 않 은가.
즉 1시간짜리 쿨타임을 무시하고 미친 듯이 날릴 수 있다.
게다가 현성의 마력은 무려 700에 가까워졌다.
용언으로 데미지가 반감되고 MP 의 소모가 2배로 늘어난다고는 하나 현성의 MP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법한 위력이 나오리라.
‘운이 좋았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할 때 아미르가 씨익 웃으며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친구신청 해 도 될까요?”
“저야 영광이죠.”
아미르의 말에 현성은 먼저 손을 뻗었고 아미르는 기쁜 마음으로 현 성과 친구를 맺었다.
친구창에 또 한 명 는 것을 보자 현성은 뿌듯함을 느꼈다.
벌써 두 명이나 채우다니.
별거 아닐 수 있었으나 현성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좋네.’
그러던 때 삼인조는 그 둘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저희는 급한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렇게만 말하고 파티를 끊고 셋 다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끝에는 다소 무례해 보이는 모습에 아미르는 표 정을 잔뜩 구기며 그들이 사라지는 방향을 봤다.
베네아로 가는 방향도 아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현성 님도 혹시 베네아에 가시면 같이 가실래요?”
“아, 저도 잠깐 볼일이 있어서 하 하. 다음에 또 기회 되면 같이 사냥 하시죠.”
“당연하죠!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 오! 달려가겠습니다! 헤헤. 이번처럼 소모품들 할인해서 판매해 드리고 잡템 높이 쳐드릴게요, 후후.”
“저야 좋죠.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 다.”
현성이 그렇게 인사한 뒤 삼인조와 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걸 보며 아미르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요즘 저런 유저는 흔치 않은데 좋 은 경험했다며 기분 좋게 베네아로 떠났다.
현성이었다면 그저 이동 스크롤을 찢었을 테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그 렇지 않다.
이동 스크롤은 가격이 상당한 덕에 그리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의 유저들은 너무 먼 거리가 아니라면 걸어가는 것을 선 호한다. 상인인 아미르는 유독 그랬 다.
한 푼이라도 이윤을 남기는 것이 상인 아닌가.
고작 이런 거리에 이동 스크롤 같 은 비싼 아이템을 사용할 리가 없었 다.
그리고 그런 아미르를 노려보는 세 쌍의 눈동자.
[루이나: 진짜 그 유저 간 거 맞 아?]
[피앙: 우리가 간 쪽 반대쪽으로 갔으니까 확실해. 그보다 뭐였을까?
진짜 우연인가?]
[구마: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우연이야. 그런 짓을 컨트롤로 가능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보스를 그런 식으로 어떻게 움직이게 해. 공교로운 우연이었던 거지.]
구마의 말에 피앙과 루이나가 고개 를 끄덕였다.
확실히 컨트롤이 아무리 좋아도 어 떻게 번번이 보스가 맞게끔 컨트롤 할 수 있겠는가. 삼인방의 생각으론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우연이라 치부 했다.
피앙은 찝찝하긴 했으나 아무리 생 각해도 불가능했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앙: 그보다 어떻게 할 거야?]
[루이나: 일단 저 상인이라도 잡아 야지 않을까? 어차피 마지막 한탕이 었으니까 이번엔 한번 습격하고 끝 내자.]
[피앙: 그건 그렇긴 하지.]
루이나의 말에 피앙도 수긍했으나 구마를 봤다.
실질적인 리더는 구마였기에.
[구마: 후우. 어쩔 수 없지.]
한번 노린 대상은 어떻게든 죽이는 게 그들이었다.
아무리 들키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 다 해서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포기 하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게다가 저 아미르라는 상인은 꽤 유명하기까지 했다.
‘레벨 100대 상인 주제에 엄청나다 했다.’
아미르를 털면 못해도 천은 벌 수 있으리라.
현성이 없는 게 아쉽긴 하나 현성 과 아미르 둘을 이길 자신은 없었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현성이 아미르 와 같이 있지 않다는 것.
그들에게는 정말 천운이 따른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
보스를 잡고 아이템도 나왔겠다, 마지막으로 아미르만 털면 완벽하 다.
그러던 그때.
“뒤통수를 털 새X들은 늘 지들 뒤 통수 털릴 생각은 못 해요.”
그 말에 셋은 오싹거리는 느낌에 뒤를 돌아본 순간.
퍽! 퍽! 퍽!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셋의 머리를 터뜨렸다.
셋을 잡고 한 번에 20DP를 획득 한 현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 다.
“맨날 뒤통수 털 생각만 하다 털리 니까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고 싶었 는데 안됐네.”
씨익 웃으며 현성은 셋이 떨어뜨린 아이템들을 주웠다.
아까 보스에게서 나온 아이템 중 가죽갑옷과 가죽장갑이 나왔다.
애당초 현성이 그들이 마음대로 가 져가는 것을 뭐라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죽이고 뺏을 생각이었으니.
다만
[유저를 죽이셨습니다. 카르마 수 치가 상승합니다.]
녀석들이 아주 교묘하게 사람들을 죽인 모양에 카르마 수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 덕에 현성의 카르마 수치가 올 랐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신전에 가서 충분히 풀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처음이라 그리 많은 돈은 내지 않아도 될 터다. 그러던 그때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DP상점에 새로운 능력이 추가됩 니다.]
[DP를 소모해 카르마 수치를 없앨 수 있습니다.]
[현재 쌓인 카르마 수치 150. 카르 마 수치 10당 1DP를 소모합니다.]
현성은 그걸 보고 눈을 끔뻑거렸 다.
다름 아닌 카르마 수치를 없앨 수 있는 능력.
게다가 쿨타임은 게임 시간으로 5 일. 즉 현실 시간으로 하루. 거기에 자각몽의 효과가 더해지니 12시간 에 한 번 카르마 수치를 초기화할 수 있었다.
‘……이거 마음에 드는데?’
씨익.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를 건들고도 무사할 줄 알았다 면 착각이지. 미친 듯이 죽여주마. 흐흐흐.”
구마가 들었다면
건들지도 않았는데 무슨 개소리야!
라고 할법한 말이었으나 아쉽게도 구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일단 그들이 다시 접속하려면 현실 시간으로 24시간이나 있어야 한다.
시간에 여유가 많은 현성은 수중동 굴을 1시간 동안 더 사냥하면서 레 벨 80을 달성하곤 기면증으로 강제 로그아웃 당했다고 한다.
이데아에서 죽으면 부활 장소를 2 가지 중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죽은 자리에서 부활.
둘은 미리 지정한 부활 장소에서 부활.
이렇게 두 가지.
부활 장소에서 죽치고 무한 척살을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구마를 비롯해 삼인조는 모두 첫 번째를 부활을 선택했다.
‘설마 아직까지 있는 건 아니겠 지?’
게임 시간으로는 무려 5일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 는 없다고 생각했다.
구마가 먼저 부활하고 주변을 살폈 으나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 후 피앙과 루이나도 부활해 주 변을 살폈다.
“없는 모양이다. 제길.”
“우리 근데 도대체 뭐에 죽은 거 야?”
“……마법인 거 같았는데 일단 현 성이란 새X는 아니었어.”
마법사인 피앙이 확신했다.
현성이 그런 강력한 마법이 있었다 면 왜 쓰지 않고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런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마법사라는 게 더 믿기지 않았다. 하물며 레벨 80도 안 된 유 저가 그런 위력을 낼 리가 없지 않 은가.
“현성의 동료인가?”
“그럴지도.”
“그래도 다행인 게 이데아 커뮤니 티나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PK범이 라는 게 떠돌지 않아서 다행이야.”
구마의 말에 루이나와 피앙도 고개 를 끄덕였다.
돈도 돈이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유저들을 보는 재미도 만 만치 않았기에 끊을 수가 없었다.
“구마 오빠, 일단 도망쳐요.”
지금 당장 보이지는 않는다고는 하 나 혹시 모르는 일.
루이나의 말에 구마도 수긍하며 고 개를 끄덕였다.
“일단 안전한 곳까지 간 후에 얘기 하자. 그 상인도 일단 잡아야 하잖 아.”
“응응. 그러자.”
“아무래도 그게 좋겠어.” 피앙과 루이나도 수긍하고 같이 뛰 기 시작했다.
아마르는 잘은 몰라도 아직도 베네 아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전에 들었을 때 아마르가 맡은 퀘 스트는 하루 이틀로 끝날 퀘스트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그들이 한참 베 네아를 향해 달리고 있었을 때 죽기 전 오싹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안녕?”
퍽! 퍽! 퍽!
결과는 같았다.
셋의 머리는 동시에 터졌고, 그대 로 아이템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걸 보며 현성은 낄낄거리며 웃었 다.
“그러게 누가 나를 건들래? 어디 보자. 좋은 아이템들 가지고 있네. 으음, 다 팔아야겠네.”
쓸 만한 것은 없었으나 다 팔만했 다.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
[유저 ‘구마’를 죽였습니다.]
[카르마 수치 100이 쌓입니다.] 저번에는 처음이라 별로 안 쌓인 것인지 이번에는 한 사람당 100씩 쌓였다. 그러나 이미 수중동굴에서 DP를 많이 충당한 현성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30DP를 소모하고 얻은 희귀 아이 템 3개.
완전 DP상점에서 사는 것과 같은 수치였다.
“이거 중독되겠는데? 그래도 죄 없 는 사람은 죽이면 안 되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짐하듯 말했 다.
“딱 3번만 더 죽이고 그만하자.” 3명이 들었다면 기겁할 만한 말이 었으나 안타깝게도 들을 수 없었다.
현성은 이 말을 전해주기 위해서라 도 다음에 꼭 찾아서 죽이리라 다짐 하며 베네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