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56화
유튜브.
세계 최고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그 명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 도로 자자했다.
그리고 그런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 영상은 하루에도 엄청나다. 그중 살 아남는 동영상은 매우 극소수의 영 상들뿐.
그나마도 이름을 알린 채널의 영상 들이라든가, 유명 연예인이 올리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신인 채널이 살아남기란 정말 어려 운 세계.
그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신 생 채널이 하나 있었다.
아수라.
단출하고 어감도 괜찮은 세 글자 닉네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올라온 영상은 0개.
아직 영상 하나 없는 채널.
그걸 보는 재환은 씨익 미소를 지 었다.
‘곧 시작이다.’ 얼마나 유명해질지도 가늠이 안 된 다.
결과를 봐야지 않겠는가.
재환은 영상을 업로드했고, 워낙 짧은 영상인지라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상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재환은 피식 웃었다.
제목도 심플했다.
[사냥꾼 아수라.]
그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보통은 제목에 어그로를 끌기 마련 이다.
예를 들어 [보스 레이드 중 라면을 끓여 먹어봤다]라든가 이런 누가 봐 도 호기심이 갈법한 제목이거나 아 니면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제목에 넣곤 했다.
그러나 재환은 그럴 생각이 1도 없었다.
‘이놈 영상은 영상이면 충분해.’
솔직히 편집 실력을 자부하는 재환 조차 영상은 건들지도 못하고 시점 편집만 해놓은 영상이다.
그런 것에 어그로성 제목 따윈 필 요 없다.
하나 그렇다 한들 홍보는 안 할 수 없는 노릇.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는지 재 환은 영상이 올라간 것을 확인하자 마자 미리 연락해둔 스트리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님. 접니다.”
-어어, 그래 재화이. 아까 말했던 영상 올린 거가?
사투리 억양이 조금 나는 목소리.
웃기게도 전화를 받은 스트리머는 토종 서울사람이라는 거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머인 앙마라는 스트리머였다.
예전에 재환이 편집자로 일하기도 한 스트리머. 성격도 좋고 매너도 좋은 걸로 유명하고, 코믹한 일들이 많아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머 중 하나였다.
“예, 형님. 링크는 카톡으로 보냈습 니다. 보시고 마음에 드셨으면 홍보 해 주세요.”
-마! 이거 홍보비 주는 거가?
“하하, 물론이죠 형님.”
-킥킥, 내가 누구 돈을 떼먹겠냐. 그럼 보고 연락 주마!
“예, 형님! 감사합니다!”
역시 성격 좋은 사람이다.
예전에 재환이 편집자를 관두고 제 대로 공부하겠다니까 월급을 2배나 올려주곤 공부 열심히 하라던 사람 이다.
현성 다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연이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도 앙마라면 무조건 홍보를 해주리라.
유튜브의 특성상 신생 채널은 홍보 가 없으면 몇 개월을 해도 발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재환이 먼저 연락했는데 흔쾌히 허락한 것 이다.
‘뭐 마음에 안 들 수가 없겠지만. 흐흐흐. 그럼 좀 자봐야겠다.’
그간 밤을 새운 피로가 몰려온 것 인지 재환은 영상을 올린 뒤 사무실 에 있는 소파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 워 잠이 들었다.
홍보를 앙마에게만 맡긴 것도 아니 었다.
다른 직원들도 자신들과 연이 닿는 스트리머들에게 연락을 해서 홍보를 부탁하고 있었다. 잠들기 전 단체 톡방에 영상이 올라갔다는 걸 알렸 으니 아마 다들 연락을 넣고 있는
중이리라.
한편 재환의 연락을 받은 앙마는.
‘녀석 많이 컸네.’
통화를 끊고 잠이든 재환과 달리 앙마는 재환과 달리 통화를 끊자마 자 재환이 보낸 링크를 타고 들어가 면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행님, 행님. 하면서 편집자 시켜달 라는 게 엊그제 같았는데.’
처음에는 팬과 스트리머의 사이었 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나 재환이 영상편집을 하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면서 둘의 인연이 깊 어 졌다.
지금은 가끔 술도 한잔할 정도로 친한 사이.
얼마 전 회사를 차렸다는 말 뒤로 는 좀 바쁠 거 같아서 연락하기 힘 들 거 같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 게 담당하는 영상까지 만들게 될 줄 이야.
아끼는 동생이 이제 시작한다는데 형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접 도와주겠다고 했다.
‘으디 얼마나 괜찮은 영상인지 봐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의 제목을 봤다.
[사냥꾼 아수라.]
‘녀석, 어그로 넣어야 하는 거 알 텐데 제목을 이렇게 지었네?’
뭔가 생각이 있으니 한 것일 터.
앙마의 편집자 중 제일 실력 있는 재환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렇게 지 을 리가 없다.
“오호 PVP네.”
1 대 5의 PVP.
흔하기는 하지만 항상 인기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앙마도 컨트롤이 괜찮아 가끔 하기 도 하는 소재.
그렇게 영상이 시작하자 앙마는 기 분 좋은 미소를 짓던 표정이 금세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경악과 경외.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숨도 제대로 쉬었나 싶을 정도로 몰입한 영상.
그리고 마지막.
[채앵!]
날아오는 화살을 두 동강 내는 장 면에서는 그저 두 눈을 번쩍 뜨며 입을 벌릴 뿐.
그리고 영상이 끝나며 자막이 흘러 갔다.
[이 영상은 저희 편집진도 차마 건 들 수 있는 것이 없어 시점편집만 한 영상입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구독 부탁하겠습니다.] 그 자막과 함께 영상은 끝났다.
BGM도 없이 그저 영상만 있었다.
그러나 밋밋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 었다. 오히려 전투의 소리만 나와서 일까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처났고, 그로 인해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렇게 자막까지 흘러가고 영상이 끝나서야 앙마는 숨을 몰아쉬며 침 을 삼켰다.
“미쳤다.”
그 말을 하며 앙마는 다시 영상을 돌려봤다.
무언가 참고할 만한 것은 또 없을 까 하며.
그러나 참고는커녕 또 감탄만 하며 멍하니 영상만 봤다.
그리고 앙마는 정신을 차렸는지 터 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왜 제목에 어그로를 넣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그런 것 따위 넣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영상만으로 완벽했으니.
“하하하하하핫! 진짜 대박이다! 아 니 재환이 이 녀석! 이런 사람을 어 디서 구한 거야! 진짜 대박이다!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자신이 말한 홍보는 이미 까맣게 잊은 뒤다.
하나 앙마의 머릿속에는 이런 영상 은 혼자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여러분, 제가 개쩌는 영상을 발견 했습니다. 진짜 대박입니다. 긴말 안 하겠습니다.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앙마는 자신의 공식 영상 계정 커 유니터에 링크를 첨부한 글을 올렸 다.
그걸로 모자랐는지 다른 SNS에도 자신의 계정으로 링크와 글을 첨부 했다.
그걸 본 앙마의 팬들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앙마는 이런 글을 잘 안 을 렸기 때문.
그런데 앙마가 저리 추천하니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링크를 타고 들어 갔다. 그리고 나온 영상을 그 자리 에서 다 본 후 멍할 수밖에 없었다.
앙마가 왜 글을 썼는지 이해하면 서.
처음 보고 한 번만 본 사람은 아 무도 없었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영상 을 틀어봤고, 그 뒤 두 번, 혹은 세 번째 영상을 본 사람들이 정신을 차 리며 댓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건 미쳤다!
- 대박이다!
-이미 두 번 보셨겠지만 세 번 봐 라! 아니, 계속 봐라!
영상은 그렇게 퍼져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가장 흔한 영상은 다름 아닌 이데아 플레이 영상이었다.
유튜브에서 이데아의 영상은 포화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쏟아져 나 오는 상태.
근 1년간 가장 인기가 많은 컨텐 츠였고, 인기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으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은 이상할 것들은 없었다.
실시간 영상 순위에 대부분이 이데 아와 관련 있는 영상이었으니 말 다 한 셈.
그런데 그런 실시간 영상 순위 1
위에 이상한 영상이 하나 있었다.
[사냥꾼 아수라.]
채널을 들어가 보니 영상은 오직 [사냥꾼 아수라.]라는 제목의 영상뿐 이었다.
거기다 영상을 올린 지는 고작 1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순위를 본 사람들은 그 영상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거 조작은 아닐까 하고.
간혹 영상을 사재기하듯 여러 계정 으로 영상을 돌려 영상 사재기를 해 서 순위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기 때 문에.
그러나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아 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 미쳤다.
다른 댓글들도 있었으나 영상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댓 글이었다.
신생 채널의 이름은 다름 아닌 아 수라.
영상을 올린 지 불과 1시간도 되 지 않아 실시간 1위에 오른 영상.
그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1 대 5의 PVP를 하는 영상이었다.
흔하디흔한 영상.
그러나 그 질은 결코 흔하지 않았 다.
채앵!
영상 끝부분에 나온 화살을 두 동 강 내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숨을 쉬 는 걸 잊었다.
그 정도로 멋있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마법사와 궁수를 죽이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 다.
몰입도이며 컨트롤이며 하나같이 빠지는 구석이 없는 플레이.
게임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컨트롤이었다.
-대박이다.
_이거 합성 아님?;;;;
L이데아에 합성이 어디 있음;;;
'■아는데 그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냐?
Loa, m ox.
-eo 이거 합성일 리가 없고, 마 지막에 나온 자막도 봐라, 영상도 손을 볼 게 없어서 시점 전환하는 것만 편집했다고 나오잖아. 그니까 대박이다.
-영상편집을 배우는 학생입니다. 보통은 그럴듯한 장면들만 넣어서 편집을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건 그런 게 없고 영상이 시작부터 끝까 지 자연스러운 걸 봐서는 자막의 말 이 맞는 거 같습니다.
이데아의 영상은 절대 합성할 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름 아닌 인페르노의 보안 때문이 다.
영상 자체에도 락이 걸려 있어 편 집도 인페르노에서 판매하는 프로그 램으로 써야 한다.
불만도 없는 것이 그 프로그램이 다른 편집프로그램보다 월등히 좋기 도 좋았다.
즉 합성은 불가능하다는 소리.
그런데 이런 영상이 나온 것이다.
-진짜 멋있다…… 나도 검사나 키 워야지.
'■웅, 넌 안 돼.
-저게 가능한가?
-프로게이머인가?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저렇게 움 직일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전투 자체가 너무 일방적 이다.
-스킬도 딱히 안 쓰는 거 같아. 견 제용 짤짤이 빼고 스킬을 아예 안 쓰는 거 같은데?
-뭐 약점이 없어 보이냐?
-so 감탄만 하고 계속 보게 되 자너? 이런 영상만 나왔으면 영화 계 다 망했겠다.
Lo o x~
폭발적인 반응.
그리고 그 반응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영상을 올린 지 고작 2시간도 안 되어 세계에 퍼지고 있었다.
다양한 반응들도 있고, 아수라를 질투해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많았 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일관되었다.
개쩐다!
딱 이랬다.
세계 모든 이들이 그런 반응을 하 며 놀란다.
저마다 친구에게 소개하며 영상은 점점 퍼져갔다.
영상을 올린 10시간 만에 영상의 조회 수는 천만을 넘기고 있었다.
하루도 아닌 고작 10시간. 그 짧은 시간 만에 한국 인구 5분의 1이 그 영상을 본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을 때는 이미 2천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아수라의 구독자는 단 하루 만에 100만을 넘기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채널 아수라의 주인 이자, 영상의 주인공인 현성은.
“씨X! 도대체 우리를 왜 죽이는 거냐!”
“……제발 그만 좀.”
“우리 접을 거다 이 개……
퍽! 퍽! 퍽!
구마의 마지막 말은 이어지지 못한 채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걸 본 현성은 아쉽다는 듯 중얼 거렸다.
“접는다니 아쉽네. 그동안 정들었 는데, 뭐 이제 카르마가 한 명당 500씩 오르니까 그만두긴 해야겠 다.”
4일 내내 삼인방을 죽이랴 바빠서 자신이 하루아침에 인기 스타가 된 것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 며 중얼거렸다.
“으으, 그러면 슬슬 운동이나 갔다 와서 자야겠다.”
게다가 유튜브라는 것을 하지를 않 았으니.
자기 영상이 올라온 것을 알 리가 있겠는가.
그나마 그걸 알려줄 재환도 피곤해 잠들어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현성이 알 방도가 없었다.
‘뭔가 까먹은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별로 중요하게도 생각하지 않는 현 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