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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59화 (59/472)

잠만 자도 랭커 059화

현아가 자고 일어났을 땐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잠들었었나?’

어제 캡슐에서 현성을 기다리다 그 만 깜빡 잠이 든 거.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오래 잤다.

그런데 일어난 장소는 캡슐이 아닌 침대 위인 걸 보니 현성이 옮겨주었 나 보다.

‘오빠 왔나 보네?’ 현아는 신이 나서 간병인 아주머니 를 불렀다.

“옥순 여사님? 저 좀 옮겨주실 수 있어요?”

간드러진 목소리.

누가 들어도 현성을 의식하고 한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그 목소리를 듣 곤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갔단다.”

“에이 씨. 아침부터 어딜 나간 거 야!”

말을 듣자마자 신경질을 내며 스스 로 침대를 내려온 현아.

이제는 잡을 게 없어도 혼자 일어 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소 비틀거리 며 휠체어에 앉았다. 이미나 의사의 말대로 이제 2주 정도만 더 적응하 면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거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간 현아가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젠 정말 근육만 키우면 다른 사 람처럼 생활할 수 있었다.

“아침에 바로 일어나서 운동을 가 더라. 우리 아들도 현성 총각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 매일 게임만 하고 말이야. 현성 총각 좀 봐 게임해도 늘 운동은 꼬박꼬박 나가잖아.”

“에이 그래도 아줌마 아들도 게임 좀 잘해서 돈 잘 번다면서요. 그럼 됐죠.”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뭐.”

너스레를 떨며 웃는 간병인 아주머 니를 보며 현아는 좀 울적한 표정으 로 아주머니를 봤다.

이제 그녀가 걸을 수 있으면 더 이상 간병인은 필요 없다.

현아의 생각을 읽었는지 간병인 아 주머니가 말했다.

“현아, 너 다 나으면 나 가정부로 고용하면 되겠다. 그치?”

“오! 좋아요! 월급 따블로 드릴게 요!”

“조오옿지이. 그래도 지금만큼만 받아도 돼.”

“에이 그래도 정이 있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안 그래 도 돼. 현아, 네 말대로 우리 아들 도 좀 벌긴 버니까, 호호호.”

끝은 아들 자랑으로 끝난 아주머니 를 봤다.

미주알고주알 아들 불평을 하기는 해도 저리 아들을 아끼신다.

그걸 보며 현아는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쓰게 웃었다.

그때 아침이 다 차려지고 아주머니 가 자리에 앉자 현아가 다시 신난다 는 표정을 지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진짜 아줌마 요리 때문이라도 가 정부로 꼭 계셔야 해요!”

“물론이지!”

화기애애한 식사가 끝나고 현아는 간병인 아주머니와 같이 거실에서 TV를 시청했다.

주로 드라마를 봤다. 둘 다 드라마 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취향이 비슷해서 자주 이렇게 보는 편이었 다.

아주머니와 같이 악역을 욕하고 있 었을 때.

“다녀왔습니다.”

현성이 왔다.

“오빠!”

“응?”

현관을 열고 바로 보이는 현아를 보곤 현성이 피식 웃었다.

같이 드라마를 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빠오빠! 그보다 아수라 님하고 연락 해봤어?”

“어? 아직 안 했어. 걔 좀 바쁘거 든 하하.”

바쁘긴 바빴다.

지금도 이렇게 운동을 다녀오지 않 았는가.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현아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현 성을 보며 물었다.

“아 근데 길드 가입도 가입인데 또 다른 말도 전해주면 안 돼?”

“응? 무슨 말?”

“길드 가입은 아수라 님이 선택하 는 거지만, 우리 린 언니 좀 만나달 라고.”

“그건 무슨 말이야?”

“그게, 우리 길드장, 린 언니가 전 에 아수라 님하고 사냥을 같이 했었 대.”

“뭐? 정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설마 거짓말인 건가?

그 말에 현성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나 현아가 눈치채지 못하 게 최대한 억누르며 생각했다.

‘만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아수라, 현성의 이데아 닉네임은 본명인 현성이다. 그런데 아수라를 만나봤다니.

명백한 거짓말 아니겠는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실망하 려던 찰나.

“그, 뭐지? 라이칸의 동굴에서 만 난 사람이라고 하면 알 거래. 그때 는 동생 도와준다고 부캐로 갔다가 만났나 봐. 그리고 길드 가입은 괜 찮은데 혹시 친구추가 할 수 없냐고 묻더라. 그때 아수라 님이 보스 템 못 줍고 간 게 있어서 전해주고 싶 다고 하던데?”

“아.”

“어머머, 그런 우연이 다 있네. 현 성 총각 지인이랑 현아네 길드장이 랑 만났던 사이라니. 드라마는 안 봐도 되겠는데?”

현아의 이어진 말에 현성은 내심 놀랐다.

그때 만난 사람이 현아의 길드장이 었다니.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좁은가.

아주머니가 한 말대로 드라마도 이 런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이데아 한국 서버는 한반도보다 넓 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라니.

‘그때 리나 님이 린 언니라는 사람 이겠네. 척 봐도 부캐네.’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생각하던 중 현아가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헤헤, 근데 오빠 나도 같이 가서 만나도 되지? 아! 오빠도 아수라 님 데리고 나와서 넷이 한 번에 보면 좋겠다!”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걸 알면 서도 저리 설레발이라니.

그 말에 현성은 아차 싶었다.

아수라는 현성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넷이 모이겠는가.

‘지금 상태를 보면 어떻게든 데려 가 달라고 떼를 쓸 게 분명한데 현아의 두 눈을 봐라.

예전에 걸그룹 아이돌에게 빠졌던 재환의 눈빛과 같았다.

미친 듯이 열망하던 재환을 기억하 던 현성이었던지라 어떻게 나올지 뻔히 보였다.

자신이 아수라인 걸 비밀인 상황에 동생을 부른다?

말도 안 되는 일.

무엇보다 현아의 길드장이 리나, 그러니까 린은 현성의 이데아 닉네 임을 알지 않던가.

‘내가 안 간다고 하고 아수라라 하 면서 가면 쓰고 만나도 내 닉을 아 니까 현성 님이라 부를 수도 있겠 지. 그럼 현아도 눈치챌 테고.’

아이템은 받고 싶었다.

그러나 현아를 떼어놓기는 불가능 해 보인다.

아무리 뭐라 해도 굴하지 않을 고 집이 있었다.

현성도 그러니 아주 잘 안다. “일단 물어는 볼게. 싫다고 할 수 도 있어서. 너무 기대는 하지 마. 되게 낯을 가리는 사람이거든. 하 하.”

“아, 그래?”

말을 듣자마자 시무룩해진 현아를 보니 좀 마음이 아팠으나 어쩌겠는 가.

당장은 아수라라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좀 미안하긴 하네.’

현아가 아수라의 팬처럼 보였으니 아무래도 당장 알리기는 좀 미안했 다.

왜 어릴 때 산타할아버지가 사실은 부모님이었던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던가. 그런 것과 같다 생각했 는지 현성은 당장 알리고 싶지 않았 다.

언젠가는 말해야 된다 생각하긴 하 나 굳이 바로 알릴 이유는 없지 않 은가.

또 나중에 놀랄 모습이 기대되기도 해서 나중에 말하고 싶었다.

이럴 때 보면 둘이 똑 닮았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일단 좋게 물어볼게.”

“웅! 고마워.”

그래도 오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는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현성도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 곤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현성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채널을 봤 다.

[구독 295만]

보통 스트리머들은 구독자를 모으 기 위해 이벤트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구 독자를 모으기 위해 컴퓨터를 준다 든가, 문화상품권을 준다든가 그런 이벤트들을 하며 구독자들을 모으는 편이다.

그 방법이 확실히 빠르기도 했고.

그런데 현성은 그런 것 없이 그저 입소문만으로 이틀 만에 3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모았다. 거기다 인 페르노에서 이데아 홈페이지에 올려 둔 덕도 많이 보기도 했다.

단 하나의 영상으로 인해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부담을 느낄 법도 하나 현성은 그 저 무표정한 얼굴로 그걸 봤다.

‘이틀 만에 300만.’

유튜브를 모르더라도 엄청나다 할 만한 기록이다.

그의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이 300만이 넘는다는 소리다. 그것 도 이틀 만에.

앞으로 얼마나 늘지는 아무도 모른 다.

현아도 그렇고, 팬들도 엄청나게 생겨나는 중.

그걸 보며 현성은 깊게 숨을 내뱉 었다.

‘후우우. 이게 앞으로 내 영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속으로 되뇌며 현성은 웃었다.

기대하라는 듯이.

‘실망하는 일은 없게 해야겠네. 현 아 때문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며 현성은 캡슐 안 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새로운 영상을 찍기 위해.

카린 제국.

검의 제국이라 불리면서 철혈의 군 주가 다스리는 중앙 대륙 모든 나라 가 인정하는 최강의 제국!

그 알현실에 늘 따분한 듯 팔을 궤고 앉아 있는 카론 황제가 앞에 오체투지를 한 신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대한다는 눈빛으로 말이 다.

신하의 입장에선 그저 두려울 뿐이 었다.

하나 그런 것과는 달리 떨지 않고 잘 말했다.

“폐하! 폐하가 명하신 대회의 준비 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약 한 달 정도 걸릴 듯싶사옵니다!”

“오호, 한 달이라. 그렇다면 한 달 뒤에 시작하는 것인가?”

“주, 준비가 끝나는 것이 한 달이 옵고, 신청 기간과 예선전을 생각하 신다면, 족히 40일은 걸리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폐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늦어진다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정도라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으 리라.

현실 시간으로는 대략 8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NPC인 황제에겐 한 달하고 열흘 이라는 시간이었으나. 무릇 군주가 그 정도 시간도 못 기다리면 안 되 지 않겠는가.

“그럼 대회는 내 말대로 되는 것인 가?”

“그 누가 황제 폐하의 황명에 반기 를 들겠사옵니까? 제국민들의 대회 와 여행자들의 대회를 구분하는 것 이 정말로 현명하신 판단이라 생각 하옵니다!”

“흐음, 그중에서도 강함에 따라 네 분류로 나누도록 해라.”

“예!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황제는 몰랐으나 이건 황제의 뜻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이데아를 개발한 인페르 노의 개발자들이 황제의 마음을 살 짝 변형시킨 것.

원래 황제가 원하는 것은 제국민, 즉 NPC와 유저가 함께하는 대회를 원했다. 그러나 개발사의 입장에선 최악도 그런 최악이 없었다.

NPC 중 아직도 유저들보다 강한 존재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 이들을 마구잡이로 참가하게 하면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인페르노는 한국 기업이지 않은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한국 서버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NPC와 유저의 대회를 구분하게 하는 것. 거기다 거기서도 힘에 따라 구분하 게 한 것이다.

레벨이 낮은 유저들도 즐길 수 있 게 말이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으나 유저 관리팀에서 빨리 발견했기에 망정이 지 발견하지 못하고 대회가 만들어 졌다면 얼마나 큰 소동이 났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 덕에 조민우 팀장이 시말서를 쓰지 않았으나 야근을 했다는 것은 관리팀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해라.”

“예!”

신하는 머리를 조아리며 알현실에 서 나갔다.

혼자 남은 황제는 희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격투대회라…… 재미있겠군.”

제국민의 경기라고 해봐야 뻔했다. 그러나 다른 세상에서 온 걸로 알려 진 여행자들끼리의 경기.

참으로 재미있지 않겠는가.

황제는 오래간만의 유희거리에 즐 거워하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제국 격투대회까지 현실 시 간으로 8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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