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60화
제국격투대회가 8일 남았을 때다.
이데아 홈페이지에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보스가 자기 구역 이탈하기 도 함?]
작성자: 비앵기
제곧내긴 한데 보스가 자기 구역 이탈하기도 함?
나 베네아 조사단 때 너무 멀리 나와서 나온 김에 사냥하자고 그 인 근에서 파티원들이랑 사냥하던 중에 달빛늑대 봤다.
달빛늑대 구역까지 일주일은 더 가 야 볼 수 있는 구역이었는데 갑자기 날 공격하더라.
전에 달빛늑대 잡아본 적 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강하더라.
근데 일반 몹만 있는 줄 알았는데 보스인 달빛늑대의 우두머리도 나오 더니 파티원들 전멸했다. 이게 가능 하냐? 버그 아니냐?
-가능은 한데 웬만하면 보스는 구
역 안 떠나는데???
-인증 없음 주작이지.
-스샷 없음?
-응, 주작 보스가 구역을 왜 떠나 냐?
-이런 걸로 어그로를 끄네;;;
-이게 다 초인길드 때문이다! 라 이너를 잡아야 한다!
그 게시글은 대부분 신경 쓰지 않 았다.
터무니없고 증거가 없었으니. 그러나 며칠 뒤 베네아 동쪽 인근 에서 오우거를 봤다는 게시글과 탈 피한 흑사들을 봤다는 게시글, 거대 오크를 봤다는 게시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증까지 한 게시글들도 나타났고,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100레벨 때 사냥터이 긴 했으나 이슈가 될 만한 일은 아 니었으니.
게다가 인페르노사에서도 제국격투 대회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것들 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유저관리팀은 제국, 그것도 대회를 준비하는 상황을 살피느라 바빴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이들도 제국격 투대회에 대한 홍보를 준비하느라 바빴기에 아무도 그것에 신경 쓸 수 가 없었다.
한편 베네아의 동쪽으로 말을 타고 사흘 정도 가야 하는 곳에선.
“미, 미친 이, 이게 뭐야.”
“도, 도망쳐!”
“이길 수 없어! 튀어!” 유저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몬스터들이 한데 모여 움직이는 모 습.
장관이라 해도 될 법한 모습이었으 나 그 앞에 있던 유저들에겐 끔찍하 기 짝이 없었다.
오우거, 흑사, 거대오크, 달빛늑대.
공통점이라고는 몬스터라는 것 외 에는 아무것도 없는 몬스터들이 한 데 모여 있다. 서로 공격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합쳐 유저들을 학살했 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여러 비명이 들려왔으나 그들을 돕 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유저들을 학살한 몬스터들은 그대 로 조용히 베네아로 향했다.
?샤아아아아악!
-아우우우우우우!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취이익! 주인의 명을! 따른다!
보스 네 마리가 동시에 포효를 내 지른다.
그러자 네 마리의 휘하 몬스터들도 따라 포효를 내질렀다.
몬스터들로 이뤄진 파도.
그 파도의 시작은 고성이었다.
봉인되었다 한들 사룡 아퀼레오르 의 기운을 저항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네 보스조차 말이다.
그리고 그 기운에 물든 몬스터들은 모두 눈이 검게 물들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몬스터 모두가 그랬다.
그것이 몬스터라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
모두 사룡의 기운에 물든 것이다.
봉인되었다 한들 대륙을 피로 물들 었던 악룡이다. 고성이 지상 위로 나온 것만으로 이 정도의 힘은 발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룡 아퀼레오르는 몬스터 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렸다.
〈타나노스의 후예를 죽여라!〉
사룡 아퀼레오르의 힘을 받아들인 몬스터들은 타나노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사룡 아퀼레오르의 힘으로 강력해진 몬스터들을 막을 자는 존 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타나노스의 기운을 느 끼며 진군할 뿐이었다.
진군하는 몬스터들은 하나의 파도 와 같았다.
베네아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해 일과도 같은 파도였다.
직업 전용 퀘스트 이후로 현성은 베네아에서 여러 퀘스트를 클리어했 다.
중간에 삼인조를 3일간 쫓아다닌 일도 있었으나 퀘스트를 아주 성실 히 수행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바로 베네 아에 있는 신전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제야 명성이 100이네.’
그간 업적들을 완료해서 얻은 명성 이 전혀 없었기에 현성은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얻는 명성들을 모았다.
그렇게 며칠을 한 결과 드디어 명 성을 100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간 사냥보다 퀘스트에 더 집중해 서였는지 레벨은 많이 못 올렸으나 그럼에도 85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경험치도 반감이 되어 일반 등급보다 10배나 어려웠는데도 그 며칠 사이에 10이나 더 올린 것이 다.
‘사냥만 했으면 지금쯤 100은 넘었 겠지?’
잠시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이내 고 개를 저었다.
이런 큰 도시에 있는 신전이라면 분명 타나노스와 관련된 정보가 있 으리라.
게다가 이데아는 특이하게도 여러 신을 모셨으나 신전은 하나로 통합 되어있었다. 다른 신을 모시더라도 만신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종교 사제나 신관들이 모여 있는 게 보통 이었기에 꼭 신전에 들어가고 싶었 다. 혹시 타나노스의 신관도 있을지 도 몰랐으니.
없더라도 타나노스에 대한 정보라 도 얻을 수 있으리라.
‘이 인근에 고성이 나타났으니까 사도도 이 근방에 어떤 정보를 남겼 다든가 무슨 정보가 있을 수밖에 없 겠지.’
그 생각 때문에 현성은 아직까지 베네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충분히 합당한 생각이다.
물론 친구창에 있는 또 다른 타나 노스와 관련된 직업인 한서아에게 물을 수도 있었으나 굳이 그러지 않 았다.
이런 것은 자신이 찾아야 더 뿌듯 하고 재미있지 않은가.
공략본을 보고 하는 것보단 자신이 스스로 공략하는 게 취향인 현성인 지라 직접 몸으로 뛰는 수밖에 없었 다.
어쨌든 이제 신전에 들어갈 수 있 지 않은가.
앞으로는 타나노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저번 같은 상황은 사양이었으니.
‘타나노스의 사도가 또라이라서 또 그런 문제 낼 수도 있어.’
게임에서 진짜 시험을 볼 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으나 어쩌겠는가. 다음에 나오지 않아도 일단 알아봐야 하거늘.
‘다음에 시험을 보지 않아도 나한 테 유익한 정보가 되니까 절대 시간 낭비는 아니다.’ 타나노스의 후예가 바로 현성이다. 신의 후예.
다르게 말하면 차기 타나노스라 봐 도 무방하지 않은가.
게다가 타나노스의 정보를 듣다 보 면 다음 스킬도 유추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무엇보다도 현성은 그게 제일 기대 되었다.
“여기가 만신전이구나.”
신전에 입장할 수 있는 조건은 명 성 100.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힘들다면 힘 들 만한 수치였으나 현성은 드디어 해내고 말았다.
당당하게 들어가려던 현성은 이상 함을 느꼈다.
‘보통 검사라도 하지 않나?’
명성이 100 이하면 신전의 성기사 들이 출입을 저지한다.
명성이 100이 넘더라도 카르마 수 치가 있다든가 뭔가 이상해 보인다 싶으면 검사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그런 검사를 받은 후에야 들어갈 수 있는 만신전이거만.
현성이 들어가려고 하자 성기사들 은 모두 현성을 보곤 고개를 돌렸 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모습.
‘뭐지?’
현성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 다.
지금도 봐라. 현성은 신전에 들어 왔으나 다른 유저들은 다 검사를 하 고 들어간다.
다른 유저들도 현성을 보며 숙덕거 렸다.
“저 사람은 뭔데 검사를 안 받지?”
“직업이 고위 신관인가?”
“근데 그러면 보통 앞에서 성기사 들이 인사하고 극진히 대하는데 방 금 성기사들 봤냐?”
“응, 막 눈 안 마주치려고 고개를 돌리던데?”
현성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다른 유저들이 저러니 더 이상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신관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이상한 상황을 다시 경 험했다.
“히 익!”
“피, 피해.”
신관들은 조용히 말한다고 자기들 끼리 말하고 떠난다고 한 거 같으나 안타깝게도 현성의 귀에 모두 들렸 다.
그제야 심각성을 느낀 현성이 고개 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왜 자기를 피하는 것일까.
이러다간 타나노스의 관한 정보는 커녕 쫓겨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 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다른 신관들은 그러지 않 을까 싶어 돌아다녔으나 현성을 본 신관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고 도망 쳤다.
“저어??????
“으아아악!”
딱히 뭔가 하지도 않았는데 말만 걸어도 저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 친다.
이건 좀 상처였다.
시무룩한 현성은 최대한 이성적이 게 생각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타나노스의 후예라는 걸 뭔 기운으로 알아차리는 건가?’
이게 현재로서 가장 타당한 생각이 었다.
현성이 가진 타나노스의 스킬만 몇 개던가. 거기다 권능까지 지녔는데 신을 모시는 저들이 현성에게서 느 껴지는 타나노스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타나노스는 죽음과 잠의 신.
인간이라면 죽음의 신을 좋아할 리 가 있겠는가.
아무리 강한 신이라고 해도 죽음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긴 껄끄러울 터.
그걸 생각하니 신관들의 반응도 이 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어쩌겠는가.
“하아. 그렇다고 신전의 높은 분을 만날 수 있을 리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상당히 고위 신관으로 보이는 노인이 다른 고위 신관들과 입구에 있던 성기사와 달 리 매우 강해 보이는 성기사들을 대 동하고 현성의 앞에 천천히 걸어왔 다.
그걸 본 현성은 걱정부터 했다.
‘쫓겨나는 건가?’
그도 그럴 게 여태까지 신관들의 반응을 떠올리면 쫓겨나는 것도 무 리는 아니지 않은가.
신전에 들어와 있던 유저들도 슬금 슬금 피하던 차였다.
신관들과 사제들이 모두 현성을 피 하는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리 가 있겠는가. 그러던 중 굉장히 높 아 보이는 노인이 오는 걸 보자 다 들 좋게 생각하진 않았다.
분명 끌려가거나 쫓겨날 것이라고 생각한 묘양.
현성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높아 보이는 노인이 현성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귀하신 분을 진작 모시지 못해 죄 송합니다. 이 신전에 있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숙하다 보니 실례를 범했 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그렇게 말하는 노인을 보자 현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노인을 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그러나 현성은 볼 수 있었다.
저 고위 신관으로 보이는 노인조차 현성을 보곤 두 손을 벌벌 떠는 것 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일단 자리를 옮길 수 있을까요? 여긴 너무 시선이 많은 거 같아서 요.” 시선을 끌어봐야 좋을 거 없다. 지금도 유저들이 이렇게 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 말에 노인은 무슨 큰 실수라도 한 듯 벌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그럼 모시겠습니 다.”
왕을 모시는 신하도 저러진 않을 거 같았으나 타나노스의 기운 때문 이라면 이해해야겠다 생각하며 조용 히 따랐다.
“저 유저 뭐지?”
“저런 저 할아버지 이곳 신전을 책 임지는 주교 아니었어?”
“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대박이다! 일단 찍어!”
그러나 현성은 이미 촬영 거부 설 정을 해놨기 때문에 얼굴뿐만이 아 닌 모든 게 모자이크로 나와 건질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방금 스쳐 지나가듯 본 현 성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 고.
단지 하나만 기억이 났다.
“얼굴 기억한 사람!”
“잘생겼다는 거 말고는 모르겠다.”
“제길, 나도!” 인터넷에 정보를 뿌리면 그나마 재 미 좀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찍 었는데 건진 건 별로 없었다.
그런 아쉬워하는 유저들을 뒤로하 고 신전 깊은 곳으로 이동한 현성은 주교실이라고 써진 방 앞에 도착했 다.
“우선 이곳에서 얘기하시죠. 자네 들은 물러나 있게.”
노인의 말에 다른 고위 신관들과 성기사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뒤 마치 도망치기라도 하듯 그 자리 에서 벗어났다.
노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 현성은 내심 놀란 편이었다.
‘주교가 직접 나오다니.’
도시가 클수록 신전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베네아는 다른 도시들 보다 훨씬 규모가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의 신전을 책임지는 주교라 니. 그것도 그런 주교가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것을 봐라. 솔직히 우쭐 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권위적인 상황이 싫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부족하다만 이 신관을 책임지고 있는 천공의 신을 모시고 있는 바올 리온이라고 합니다.”
“예.”
현성은 짧게 대답하며 자각몽에 붙 은 설명에 적힌 게 천공의 신이 한 말인 걸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현성을 보자 불안했는 지 바올리온이 벌벌 떨며 현성을 봤 다.
마치 양아치 앞에 선 학생을 보고 있는 듯한 모습에 현성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예. 무, 물론입니다.”
“하, 하하.”
오히려 더 긴장하는 주교의 모습을 보자 이젠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데아의 NPC들은 모두 사람과 같다. 즉 저 주교도 완전 노인으로 보이고 행동도 모두 사람과 다를 게 없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저리 떠는 모습이 어찌 즐 겁겠는가.
이건 권위적인 것보다는 좀 패륜적 인 상황이 아니던가.
권위적인 것도 상대가 진심으로 존 경하고 떠받드는 것이나 계속 즐겁 지 이런 건 처음에만 좀 좋고 불편 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우쭐거린 게 죄송해지네.’
그런 생각을 할 때 갑작스레 문이 열렸다.
콰앙!
습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소 리.
현성은 뭔가 싶어 빠르게 검을 뽑 으려 했으나 검은 신관복을 입은 사 내를 보자 의문 어린 표정으로 주교 를 봤다.
이게 무슨 일이냐 물으려고 했지 만.
“히 익!”
주교는 겁에 질려 검은 신관복을 입은 사내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적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사내 는 현성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응?”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
그러던 그때 사내는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그대로 오체투지를 하며 소 리를 지르며 현성에게 절하기 시작 했다.
“오! 나의 신이시여!”
쾅! 쾅! 쾅! 쾅!
머리가 찢어졌는지 피가 흐르는데 도 바닥에 머리를 박는 신관.
그 피가 사방에 튀면서 섬뜩하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종이 위대하신 신의 후 예를 뵙나이다!”
정말 아파 보였으나 검은 옷을 입 은 신관은 멈추지 않고 그리 외치며 계속해서 절을 했다.
그런 무서운 광경을 본 현성도 자 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마른 침 을 삼켰다.
“타나노스의 사제! 주인님의 종! 리베우스가 인사드립니다!”
그 말에 현성은 그간 자신을 보고 피한 신관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들 신전에 이런 또라이가 타나 노스의 사제니 비슷한 타나노스의 기운을 뿜던 현성이 어떻게 보였겠 는가.
‘……정보고 뭐고, 그냥 가고 싶 다.’
진심으로 로그아웃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