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61화
리베우스를 본 뒤 다른 쪽을 보자 벌벌 떨며 뒤에 숨어 있는 주교를 볼 수 있었다.
하긴 현성이 봐도 무서운 모습이긴 하다.
머리가 찢어질 때까지 땅에 머리를 박으며 절을 하곤 자기소개한 뒤 현 성을 보며 씨익 웃는다. 피가 흐르 는 상태로 말이다.
이걸 보고 ‘그럴 수 있지’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 으리라.
도무지 할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때 리베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주인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여기엔 쓸모 있는 것이 없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 말에 반사적으로 주교가 사과한 다.
진짜 따라가도 되는 걸까.
하나 일단 리베우스를 봤을 때 이 름이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걸 발견 했다.
다른 NPC들은 이름도 보이지 않 는다. 그러나 이렇게 초록색으로 빛 나는 이름이 보인다면 직업과 관련 있는 NPC라는 걸 알려주는 부분.
그러니 타나노스의 사제라는 건 맞 을 것이다. 아니, 맞아서 문제였다.
‘진짜 따라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리베우스가 흐르는 피를 닦으며 빙 그레 웃었다.
“타나노스 님의 제단으로 가면 새 로운 능력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 다.”
“갑시다.”
현성은 생각보다 쉬운 남자였다.
리베우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상당 히 커 보이는 제단이었다.
성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을 둘러 봤다.
다른 신들을 모시는 성전들은 이렇 게까지 크지 않았는데 타나노스의 성전은 신전의 어느 성전보다 거대 했다.
그런 것에 비해 신도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이곳이 타나노스 님을 모시는 성 전입니다.”
“……그렇군요.”
“!”
현성의 말에 리베우스는 두 눈이 찢어질 듯 뜨며 현성을 봤다.
금발에 상당히 미남자의 모습을 한 리베우스가 저러니 진짜 섬뜩했다.
이번엔 또 왜 저러는 것일까.
그때 갑자기 리베우스는 광기 어린 눈을 하며 다시 현성을 보며 오체투 지의 자세로 땅에 머리를 박으며 말 했다.
“어찌! 이 미천한 종에게 높임말이 란 말입니까! 주인님, 부디 저를 굽 어살피시어! 저를 낮추어 주십시오! 저를 낮추어야! 비로소 주인님께서 위를 향하실 수 있나이다!”
꿀꺽.
웬만히 미쳐선 저럴 수 없다.
리 베우스.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다.
그래도 충직해 보이니 다행 아닌 가. 만일 저런 광기가 적에게 보였 다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현성은 포기하고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거라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 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 아니, 알겠다.”
그제야 만족한 것인지 다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빙그레 웃는 리베우스.
진짜 이런 NPC는 처음 봤다.
물론 NPC를 많이 본 건 아니었지 만, 이런 NPC는 진짜 앞으로도 보 기 힘들 거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해서 무심코 따라왔으나 현성의 원 래 목적은 정보였다.
타나노스에 대한 정보.
타나노스의 후예인 현성의 퀘스트 는 앞으로도 타나노스의 이야기와 관련 있을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그럼, 제가, 아니, 내가 후예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데 타나노스에 대해 알 수 있을까?”
“물론이옵니다! 어떤 것을 알고 싶 으신지.”
“알고 있는 대로 말해줬으면 좋겠 어.”
리베우스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 다.
“알겠나이다! 그럼 이야기가 길어 질 터이니 이곳에 앉으십시오.”
그가 말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서 어둠이 몰려와 그 자리에 의자와 테이블이 생겨났다.
놀라운 모습.
사제라면 다 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리베우스가 특이한 것이리라.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는 않았 지만, 진짜 신기하네.’
하기야 타나노스 자체가 정상적인 신은 아니니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리베우스를 봤다.
리베우스는 그런 현성을 보며 자리 에 앉아 홍차를 꺼내 현성의 앞에 놓고는 웃으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2”
“혹, 입맛에 안 맞으시는 겁니까? 제가 당장 다른 걸로 대령 하겠나이 다!”
“아니, 아니. 잠깐.”
“예?”
당장에라도 일어서서 다른 차를 구 해 오려던 리베우스를 멈춰 세웠다.
금방이라도 타나노스에 대해 말할 거 같이 굴다 가만히 있기에 본 것 인데 홍차가 입에 안 맞는 줄 알고 다른 차를 가져오려 할 줄이야.
역시 정상은 아니다.
현성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타나노스에 대한 알고 있는 걸 얘 기해줬으면 해. 지금.”
“아. 홍차 때문에 그러신 게 아니 었군요. 알겠습니다.”
그 말에 리베우스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무게를 잡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한 행동과 너무 상반된 모습이라 좀 당황하긴 했으나 현성 은 리베우스에게 집중했다. 무슨 말 을 해도 다 들을 심정으로.
“타나노스 님은 신 중 가장 강력하 신 분입니다.”
“응, 그건 나도 알아.”
“오오! 역시 저의 주인이십니다!”
‘어떻게 진지한 분위기가 10초를 못 가냐.’
호들갑을 떠는 리베우스를 보곤 고 개를 저었다.
어떻게 된 게 제대로 된 분위기가 10초를 못 가는가.
그래도 정보를 알고 있을 리베우스 였기에 말로 하진 않고 계속해서 리 베우스를 봤다.
그런데 말을 잇지 않는 리베우스.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리베우스를 봤고, 리베우스는 자신을 보는 이상 하다는 듯 보는 현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2”
≪......2”
둘 다 어리둥절하다는 듯 서로를 보다 리베우스가 물었다.
“혹 제 얼굴에 뭐가 묻은 것입니 까? 이런 실례가!” 리베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얼굴을 미친 듯이 손바닥으로 쓸어 내렸다.
그냥 보기에도 쓰라릴 것 같은 그 모습에 현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타나노스에 대 한 아는 걸 다 말하기로 하지 않았 어?”
“예? 다 말했는데요?”
≪ C브
여태 말한 것이라곤 타나노스가 제 일 강한 신이라는 것 말곤 없는 데…… 설마?
“혹시 타나노스가 신 중에서 가장
센 것 말고 아는 게 없는 거야?”
“예! 주인님!”
현성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어떻게 된 사제가 자기가 모 시는 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단 말 인가.
부르르 몸이 떨려왔으나 그렇다고 죽일 순 없는 노릇 아니던가.
‘아니, 도대체 사제는 어떻게 된 거야?’
그것부터 의문이었으나 현성은 아 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떠나려는 현성을 본 리베우스는 자 연스레 자신의 짐을 챙기더니 활발 한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봤다.
“……뭐 하는 거야?”
“예? 당연히 주인님을 모시기 위해 따라가려는 겁니다.”
마치 왜 그런 걸 묻냐는 태도다.
그 말을 들은 현성은 어이가 없다 는 듯 리베우스를 봤다.
왜 자기가 같이 가게 해줄 거라 믿고 있는 것일까?
그것부터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왜 쫓아오겠다는 거야?”
“주인이 가는데 종이 모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사 도님이 명령을 내리신 것도 있기도 해서……
“뭐? 사도?”
“예, 사도님이요.”
사도라는 말에 바로 반응하는 현 성.
현성은 그 말을 듣곤 다시 의자에 앉아 리베우스를 보며 물었다.
“사도가 너한테 명령을 내렸다고?”
“예! 그렇습니다!”
“무슨 명령?” “사도께서는 ‘이 땅 동쪽에 언제고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 올 것 이다. 그때면 우리의 주인께서 오시 니 그때 네가 잘 보좌하도록 하거 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현성은 생각에 빠졌다.
사도가 현성이 이곳에 올 것을 예 상했다는 것.
하기야 사룡 아퀼레오르의 부활도 막아야 했고, 권능도 얻었어야 했으 니 베네아에 온 것은 당연했다. 그 리고 타나노스의 후예라면 만신전에 서 타나노스의 사제를 만나러 올 것 이라는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그렇다는 것은.
‘이놈이 다음 흔적에서 필요한 것 이라는 건가?’
그도 아니면 첫 번째 흔적 퀘스트 에서 이놈을 데리고 갔어야 하는 것 일까?
근데 타나노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걸 봐선 그건 아닌 듯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니 현성은 리베우스에게 물었다.
“사도는 내가 언제 을 거라고 했 지? 그냥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면 온다고 했어?” “분명 동쪽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 껴지고 난 뒤에 오실 거라 하였나이 다! 그리고 그 전에 온다면 흔적을 찾으신 뒤 다시 저를 찾아오게끔 인 도하라 하셨나이다.”
“확실하지?”
“오래전 일이라도 어제처럼 생생했 기에 정확하옵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확실한 모양.
말을 들어보니 다음 퀘스트에 이 리베우스가 필요한 게 확실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으나 어쩌겠는가.
이번 첫 번째 흔적에서는 정말 운 이 좋게 깰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운이 다음에도 나오리라 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는 것은 두 번째 흔적 퀘스트, 즉 레벨 100에 해금되는 퀘스트를 위해서는 그동안 리베우스와 다녀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끔찍이도 싫었다.
‘진짜 데려가야 하나?’
그러던 그때 아주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얘는 그냥 여기다 두고 레벨 100 이 되었을 때 데리고 가면 되는 거 아니야?’
현성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리베 우스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참, 사도께서는 주인님께서 처음 왔을 때 쫓아가지 못하면 다시는 이 만신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저주 를 거셨나이다.”
이놈 생각을 읽을 줄 아는 것 아 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나 고개를 저었다.
이 빌어먹게도 철저한 사도 놈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하기야 첫 번째 흔적 퀘스트에서 한 것을 봐라.
마지막에 고성을 폭파하는 것까지 철저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던 그때.
“참! 곧 이곳으로 몬스터들이 몰려 올 것이라는 말씀을 하기도 했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나이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별것은 아니옵고, 주인님의 빠른 성장을 위해 사악한 악룡의 힘을 이 용해서 인근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란 말씀도 하셨지요. 잘 은 모르겠지만, 악룡의 힘으로 현혹 한 몬스터들은 주인님의 기운을 느 끼고 쫓아온다고 하셨나이다.” 현성은 그 말에 솔직히 어이가 없 다 못해 어리둥절했다.
저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도 않았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 았다.
‘그러니까 내가 첫 번째 흔적을 얻 고 난 뒤에 그 주변 몬스터들에게 현혹을 걸어서 나를 공격하게 했다 는 건가?’
그 말에 현성은 전에 얼핏 본 기 억이 있는 게시글을 떠올리곤 빠르 게 이데아 홈페이지를 열람했다.
그리고 기억에 게시글들을 찾아본 결과 모두 베네아 인근에 한참이나 떨어진 보스 몬스터들을 발견했다는 글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뒤 베네아 쪽으로 엄 청난 수의 몬스터들과 보스 몬스터 네 마리가 몰려온다는 게시글을 봤 다.
‘스크린샷도 있군.’
거대한 늑대와 검은 비늘을 한 뱀, 그리고 오우거와 거대오크까지 있는 사진.
그걸 본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긴급 퀘스트 - 베네아를 수호하 라!]
-등급: A+
-설명: 베네아를 향해 쳐들어오는 몬스터 군단. 게임 시간으로 3일 이 내 베네아를 습격할 몬스터 군단을 막아 베네아를 수호하라!
-제한: 레벨 100 이상 150레벨 이 흐}(참여 가능), 베네아 함락 시 실 패, 퀘스트 도중 사망 시 실패.
-보상: 공헌도에 따라서 스킬북(랜 덤), 아이템 종류 선택권 지급. 최대 유일 등급까지 지급.(보스 처치 시 보상의 수 증가)
-실패 시 제국 공적치 몰수.
긴급 퀘스트가 떴다.
긴급 퀘스트는 말 그대로 급한 퀘 스트다.
이건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주는 것 이 아닌 개발자들이 다급한 불을 끄 기 위해 만들어낸 퀘스트 같은 것이 다.
베네아가 함락되면 개발자들에게도 큰 손해였으니 이런 퀘스트를 띄운 것이리라.
그걸 본 현성이 미소를 지었다.
‘공성전이라. 재미있겠네.’
현성이 그렇게 일어나자 리베우스 도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어쩔 수 없 다.
다음 흔적 퀘스트 때 무조건 리베 우스의 도움이 필요한 게 분명했으 니.
‘짐만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그러던 그때 현성의 눈앞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나노스의 사제 ‘리베우스’가 동 료로 합류합니다.]
[레벨 차이가 상당합니다. 리베우 스는 실질적인 공격을 할 수 없습니 다.]
[그 외에 버프와 치유와 같은 스킬 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읽은 현성은 고개를 갸웃 했다.
레벨 차이가 상당하다니.
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리베우스다. 그런데 겉보기와 달리 레벨이 높았 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동료의 상태창을 열었 다.
“허억.”
“왜 그러십니까!?”
호흡곤란이 오기라도 한 듯 숨을 멈춘 현성.
그리고 그런 현성을 보며 리베우스 는 무슨 일인지 몰라 놀라 현성을
봤다.
현성은 그것을 신경 쓰지도 못한 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상태창을 봤다.
[리 베우스-Lv.560]
-레벨이 너무 낮아 다른 능력치는 확인하실 수 없습니다.
‘미친 이게 말이 되나?’
레벨 560.
현재 공식 랭킹 1위가 360쯤이다.
거의 370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그런 랭킹 1위보다 200이나 더 높 다니.
‘얘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얼빵해 보이고 타나노스에 대해 아 는 것도 없는 사제.
그런 사제가 레벨이 무려 560이다.
그러나 그런 의문보다는 현성은 절 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흐흐.”
“주인님이 기뻐하시니 저도 기쁩니 다! 하하하핫!” 그걸 보곤 따라 웃는 리베우스.
이리 노답처럼 보였지만 레벨이 무 려 560이다.
그런 고레벨 사제가 주는 버프 스 킬을 레벨 100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레벨에 연연하지 말자 했으나 기회 가 떡하니 온 걸 버리는 건 어리석 은 짓! 그리고 현성은 어리석지 않 았다.
“그럼 가볼까?”
“예! 그런데 어디로 가실 겁니까?”
“당연히 선빵 치러 가는 거지.”
“오오!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몬스터 대군.
보통이라면 베네아의 성벽으로 방 어하며 공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선빵을 치러 간다고 당당하게 말하다니.
아무리 리베우스가 있다고 하더라 도 몬스터 대군을 혼자 상대하는 것 은 무모한 행동이다. 그러나 현성은 이미 결정했다는 듯 몸을 가볍게 풀 며 말했다.
“가즈아!”
“오우!”
현성의 옆에서 신이 난 듯 환호성 을 터뜨리는 리베우스.
분명한 건 현성도 정상은 아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