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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62화 (62/472)

잠만 자도 랭커 062화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과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잘 어울리 는 여자.

진한 다크서클은 피곤해 보이기보 단 그로 인해 더 섹시해 보이게 만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며 적잖이 한숨을 쉬었다.

“겨우 다 했다.”

이제야 일이 끝났다.

개발팀 팀장 민유라.

인페르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데아의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장본 인이자, 게임 이데아의 대부분을 창 조한 사람.

그게 바로 민유라 팀장이었다.

“설마 사룡 때문에 몬스터 웨이브 가 일어날 줄이야.”

그로 인해서 피해를 좀 볼 수 있 겠지만, 저런 대규모 공성전에서 활 약할 수 있는 유저는 극히 드물었기 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제국격투대회 때문에 바쁜 와 중에 이것까지 처리해야 해서 짜증 이 났을 뿐이다.

‘이게 다 타나노스의 후예 때문이 야.’

미리 타나노스의 사도에 대한 것을 숙지했다면 금방 알아차렸을 사안이 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타나노스라는 신을 만들긴 했어도 타나노스의 후예를 유저가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괜히 만들었어.’

애초에 얻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는데 그걸 떡하니 차지 해 버렸으니.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판타지 기반 게임들이 그렇겠 지만, 이데아 또한 메인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관에만 넣어둘 심산으 로 만든 타나노스의 후예를 얻은 유 저 덕에 그 메인 에피소드들이 어떻 게 흘러갈지 예측이 1도 되지 않았 다.

가뜩이나 메인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타나노스와 관련된 전설 직업 이 둘이나 존재한다.

그런데 그 둘 다 타나노스의 후예 로 인해 차후 퀘스트들이 바뀔 수밖 에 없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스 토리가 도무지 어떻게 흘러갈지 민 유라도 예상할 수 없었다.

‘이데아에게 예측을 하게 해도 저 현성이라는 유저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거니까’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한들 사람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순 없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 러가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

‘지금 챕터 1도 못 깼는데…… 설 마 저 현성이라는 유저가 깨는 건 아니겠지?’ 무려 출시 1년이나 넘었음에도 챕 터 1의 실마리도 얻지 못한 상황이 다.

그나마 근접했다고 할법한 유저는 비공식 랭커 중 하나이자 타나노스 와 관련된 전설 직업 유저인 한서 아.

그런 그녀도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나 굳이 따지자면 그녀 가 가장 근접했다.

‘레벨 400이 넘은 서아 님도 아직 실마리도 못 얻었는데 현성 유저가 깨는 건 비약이 너무 심하지.’

그렇다 한들 현성의 성장도가 엄청 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 얻은 타나노스의 자 각몽.

권능 스킬 중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권능이 하필 지금 떠버 린 것이다. 그로 인해 성장이 잠시 주춤거리긴 하고 있었으나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할 거 같다.

이대로 가다가 레벨 200은 금방 찍을 기세.

‘하아, 게다가 저 히든 NPC 리베 우스도 데리고 있으니까.’

유저관리팀과 다르게 개인적으로 현성을 보는 민유라는 결국 현성이 리베우스를 동료로 맞이하는 시스템 창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예정된 일이긴 했으나 실제로 보니 암담했다.

저 둘이 힘을 합치면 성장은 금방 할 것이다.

벌써 레벨 85에 도달한 현성이었 으니 공성전에 참가하면 족히 100 레벨에 근접하리라.

‘잠깐? 레벨 100 때 개방되는 스 킬이 뭐였지?’

알다시피 모든 직업은 레벨 100 때 그 직업 스킬 중 강력한 것을 얻게 되어 있다.

타나노스의 후예도 마찬가지.

그걸 설정한 것도 민유라였으나 잊 은 지 오래다.

보통 직업이 100레벨 때 개방되는 스킬은 2개. 하나는 패시브와 궁극 기라고 불릴 만한 강력한 스킬 하 나.

그러나 타나노스의 후예는 둘 다 액티브였다.

“헐.”

타나노스의 후예라는 직업을 짤 때 의 자신을 원망하고 싶은 민유라였 으나 어쩌겠는가. 이미 일어난 것을.

‘저 스킬 두 개면 웬만한 유저들은 현성 유저를 못 건들겠네. 그래도 당장 찍을 순 없겠지. 아무리 저 유 저라도 공선전에서 경험치를 그렇게 먹을 순 없으니까. 좋게 봐줘야 10 업 정도 하려나?’

아무리 현성이 강하다 한들 저 몬 스터를 혼자 감당하긴 힘들다.

그건 현성도 알고 있을 터.

아무리 히든 NPC 리베우스를 동 료로 데리고 있다 한들 저건 힘들 다. 그러나 민유라는 한 가지를 간 과했다.

“어?”

?가즈아!

-오우!

현성이 그녀의 상상 이상의 또라이 라는 것을.

만신전에서 나온 현성이 바로 동쪽 으로 나가 달려가는 것을 본 민유라 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데아를 호 출했다.

“이데아 현성 유저가 지금 사룡에 게 현혹된 몬스터를 대부분 잡으면 경험치와 보상이 어떻게 되는지 알 려줄래?”

-예, 알겠습니다.

민유라의 말에 대답한 이데아가 계 산을 했고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 았다.

-현성 유저가 모든 몬스터를 처치 했을 시 예측 레벨은 101. 홀로 보 스를 독식했을 때에는 퀘스트 보상 으로 얻을 유일 등급 스킬과 아이템 은 총 5개가 지급됩니다. 또한 사룡 아퀼레오르의 힘으로 강화된 보스 몬스터들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 중 가장 좋은 아이템을 떨어뜨립니 다.

손해밖에 없는 상황.

만일이라도 현성이 활약하게 된다 면 이번 일을 계기로 현성은 크게 성장하게 되리라.

리베우스가 있다고 한들 혼자 몬스 터를 다 잡을 리는 없으니 레벨 100은 달성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유일 등급 스킬 5개와 유 일 등급 아이템이 5개나 지급이 된 다면?

거기다 보스들이 가진 유일 등급 아이템들을 얻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거기다.

‘……두 번째 흔적 퀘스트는 기간 도 없었지?’ 그렇다는 것은 흔적을 클리어하기 전에 현성은 리베우스라는 사기 NPC와 사냥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막을 수…… 없지.”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설정해 둔 퀘스트였기에 보상 이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기야 현성이 저렇게 무식하게 나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으나 어쩌겠는가.

막을 수 없었는데.

‘대회 준비나 해야겠다.’ 이렇게 속 쓰려 할 바에 현성의 모니터를 끄고 제국격투대회 일이나 마무리하는 것이 이로웠다.

신경 쓰지 말자며 제국격투대회 일 을 하려던 중 결국.

“꺄아아아악! 왜! 왜! 저길 들어가 냐고! 왜에!”

팀게임을 하던 중 멋모르고 들어간 트롤을 본 것과도 같은 반응.

그 속은 그보다 더 심했으나 어쩌 겠는가.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다시 진정하고 일을 했으나 짜증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아, 오늘도 야근이네.’

조민우 팀장의 심정이 이제 이해가 되는 민유라 팀장이었다.

베네아 인근 한적한 필드.

그곳을 둘러보던 예은은 실망에 고 개를 숙였다.

‘역시 없는 건가?’

이미 떠났을 확률이 높다고는 생각 했으나 막상 진짜로 보이지 않자 실 망감이 몸을 덮었다.

어떻게 얻은 단서인데 이곳에서 끊 기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대로 못 찾는 것은 아닌가?

아직 린에게 소식을 듣지 못한 예 은이었기에 실망감이 더욱 클 수밖 에 없었다.

현재 예은에게는 직접 찾는 것 외 엔 전달할 방법이 없었으니. 거기다 친구 신청까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사냥도 뒤로한 채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흔적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이젠 포기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스쳐 지나갔을 때 예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다.

그런데 왜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예은도 그런 의문이 순간 들었다 이내 합리화를 했다.

‘내가 친구신청을 걸면 언니네 길 드에 초대할 수도 있고, 그래서 열 심히 찾는 거야. 그래. 그런 거야.’ 게다가 뛰어난 유저와 친분을 쌓아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 덕인 예은이 베네아 이동스크롤을 꺼냈다.

당장 이곳에는 보이지 않았으니 다 른 곳을 둘러보는 게 낫다.

부욱.

스크롤을 찢자 예은은 베네아로 이 동했다.

그리고 혼란 그 자체인 광장과 마 주할 수 있었다.

“다들 동쪽 성문으로!”

“공성전이다!”

“유일 등급 스킬 가즈아!”

“개혜자 인정이요!”

대부분의 유저들이 흥분한 채로 동 쪽 광장으로 향했다.

그걸 보며 예은은 어리둥절하며 보 다 이내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이해 할 수 있었다.

[긴급 퀘스트 - 베네아를 수호하 라!]

-등급: A+

-설명: 베네아를 향해 쳐들어오는 몬스터 군단. 게임 시간으로 3일 이 내 베네아를 습격할 몬스터 군단을 막아 베네아를 수호하라!

-제한: 레벨 100 이상 150레벨 이 하(참여 가능), 베네아 함락 시 실 패, 퀘스트 도중 사망 시 실패.

-보상: 공헌도에 따라서 스킬북(랜 덤), 아이템 종류 선택권 지급. 최대 유일 등급까지 지급.(보스 처치 시 보상의 수 증가)

-실패 시 제국 공적치 몰수.

베네아에 있는 모든 유저에게 나타 난 퀘스트인가 보다.

방금 도착한 예은에게도 나타난 퀘 스트다.

긴급 퀘스트이기는 하나 밸런스를 생각해 100 이상 150 이하로 레벨 대를 맞춘 모양이다.

하기야 이런 지역에서 레벨 200이 넘는 유저가 와 퀘스트를 수행하면 다른 이들은 공헌도가 낮아 고작해 야 일반 등급 보상밖에 받지 못할 게 분명하다.

물론 희귀 등급과 유일 등급을 얻 을 수 있는 유저들은 극히 드물겠지 만.

‘긴급 퀘스트네.’

예은의 레벨은 현재 92이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퀘스트가 떴다. 게다가 참여 가능하다는 표시도 떠 있었다.

시스템상 등급이 높을수록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희귀 등급은 자기 보다 10레벨 높은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고, 유일은 20레벨, 영웅은 30 레벨, 전설은 40레벨 높은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유일 등급인 예은은 레벨 112 때 퀘스트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하나 예은에겐 퀘스트는 큰 관심사 가 아니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 지 현성뿐이었다.

‘현성 님이 이 퀘스트에 참여하실 까?’

베네아에 없다면 모르지만 있는 이 상 현성이라면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현성과 오래 지내지 못한 예은은 확신할 수 없었다.

‘전투를 좋아하시긴 했으니까 하실 거 같기는 한데. 만일 사냥터에 계 시면 이 퀘스트를 못 보실 텐데.’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아는 것은 현성이 사냥터에서 꽤 오랜 시간 사 냥한다는 것.

베네아에 와야 보이는 퀘스트인 것 같은데 게임 시간으로 3일 안에 베 네아에 올지가 의문이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 아닌가.

게다가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 이 공성전에 참여하는 것은 그나마 확률을 높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찾지 못했다는 것은.

‘베네아에 없으신 거야.’

베네아에 없다는 뜻이다.

현성이 사냥하기 좋은 이런 상황에 나오지 않을 거 같진 않았다.

그러던 그때.

‘그런데 공성전?’ 긴급 퀘스트에는 공성전이라는 말 은 한마디도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 공성전이라 생 각하고 있다.

당연한 생각이다.

어느 누가 몬스터 군대 앞에 당당 히 나서서 싸울 이가 몇이나 있겠는 가.

‘현성 님이라면……

자신과 사냥을 할 때도 매우 무식 하게 휴식도 없다시피 사냥하던 현 성이다.

그랬던 현성이 과연 성벽을 끼고 안전한 사냥을 택할까?

예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본 현성은 스릴과 사냥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굳건한 성벽이 지켜주는 상황을 즐길 리가 없다.

확신하며 예은은 다른 유저들은 모 르게 성벽을 빠져나가 몬스터가 몰 려오고 있다던 장소로 향했다.

파지지직!

몸에 번개를 둘러 더욱 발라진 예 은은 그대로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향했다.

이대로 가서 현성이 없고 몬스터들

만 있다 해도 자기 혼자 몸을 뺄 수 있다는 여유가 있었기에 과감하 게 달렸다.

‘분명 베네아에 계신다면 몬스터들 을 미리 공격하러 가셨을 거야.’

확신어린 눈동자.

분명 현성이라면 올 것이라 믿고 몬스터 대군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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