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63화
동쪽으로 향할수록 도망치는 유저 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대부분 다 도망친 모양이다.
도망치는 와중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현성이 조심히 잘 다녀서인 지는 몰라도 도망치는 이들 중 현성 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쪽이 맞는 모양이네.’
몬스터 군단.
평상시라면 아무리 현성이라 한들 베네아의 성벽에 의지하며 전투했을 지도 모른다.
하나 지금은 리베우스가 있지 않은 가.
레벨 560인 사제가 주는 버프. 잘 은 몰라도 엄청나지 않겠는가.
그런 버프가 있는데 성벽에 의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몬스터 군단이라. 다음 영상으로 딱인데?’
요즘 안 그래도 재환에게서 연락이 많이 오는 참이다.
사냥꾼 아수라도 좋지만 기사 아수 라도 찍을 수는 없냐고 한다. 기면증 때 몽유병으로 움직이는 AI를 기사 아수라라고 부르는 모양.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이야기인가.
괜찮은 전투 상황에서 기면증을 발 동할 확률이 사실 얼마나 되겠는가.
그동안 그런 타이밍에 발동한 게 신기한 일이다.
‘일부러 자야 하나?’
전투 도중에 잠이 든다면 적들에게 공격을 당할 테니 분명히 몽유병은 발동되리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자는 건 아니지 않은가.
현성도 직접 움직이며 전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영상을 위해서 일부러 잔다는 건 내키지 않는다.
하나 재환의 말도 일리가 있다.
사실 지금 편집 중인 영상도 너무 오래전 영상이다.
레벨이 오른 지금 몽유병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현성도 모른다. 하나 현 성의 컨트롤이 더 늘었으니 더 좋은 영상이 나오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 지가 없다.
‘그래도 이지를 상실한 카락 영상 을 올리긴 한다고 했으니까. 그 뒤 에 올릴 몽유병 영상도 빨리 찍어달 라고 하긴 했지.’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
오늘도 사냥꾼 아수라의 영상.
물론 사룡 아퀼레오르의 영상도 있 긴 했지만 이런 몬스터 군단과 싸우 는 영상도 좋지 않겠는가.
1대 1 보스 레이드를 찍었다면 1 대 군단이라는 컨텐츠도 찍어야 하 는 법!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기사 아수라 얘기는 나오지도 않 을 정도로 끝내주는 영상을 찍어보 자. 게다가 새로운 스킬도 얻었으니 까. 후후.’ 리베우스가 알려준 방법으로 제단 에서 얻은 스킬.
능력을 본다면 사기라고 할법한 스 킬을 얻었다.
이것과 리베우스의 버프만 있다면 군단의 수가 몇이나 된다 한들 문제 없다.
‘짐이 될 거 같지도 않네.’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뒤에서 싱글벙글 따라오는 리베우스를 봤 다.
레벨 560이라 한들 사제는 사제다.
육체적인 능력치보다는 마력이나 지력, 그리고 신성력에 능력치가 쏠 릴 수밖에 없는 직업. 그런데도 현 성을 곧잘 따라온다. 현성은 지금도 거의 전력을 내면서 달리고 있는 중 인데 저리도 잘 따라오니 솔직히 놀 랐다.
앞으로 사냥은 문제없을 거 같다.
‘슬슬 도착한 모양이네.’
저 멀리서 보이는 나무들이 쓰러지 는 것을 봤다.
그 외에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 스터들이 몇몇 보이는 것으로 봐선 저들이 몬스터 군단이리라.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
현성은 집중을 위해 몸을 풀며 검 은 무광의 가면을 착용했다.
이것이 현성만의 루틴.
영상을 촬영하기 직전 집중력을 고 도로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오오!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너무 멋있으십니다!”
그걸 본 리베우스는 감탄한 얼굴로 현성을 보며 쌍 엄지를 세워주었다.
이게 왜 멋있는진 이해할 수 없었 지만.
현성은 아무렴 어떻느냐는 듯 몬스 터 군단을 살폈다.
저들은 타나노스의 후예인 현성의 기운를 느낀다.
그렇다는 것은 현성이 이 근처에 왔다는 것도 알아차렸을 터.
그걸 보며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리베우스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 타나노스의 기운을 넣 을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러면 이것도 가능해? ……
그 말에 현성은 아주 좋은 작전을 떠올렸는지 리베우스를 보며 말했 다.
현성의 말이 이어질수록 리베우스 는 감탄을 하며 이윽고 눈물을 홀릴 듯 감동한 표정으로 박수를 쳐주었 다.
“대단하십니다! 이 미천한 리베우 스! 주인님 덕에 견문이 넓어진 기 분입니다!”
과도한 칭찬이긴 했으나 막상 들으 니 기분은 좋았다.
“자, 그러면 작전 시작이다.”
현성의 말에 리베우스는 고개를 끄 덕이곤 둘 다 흩어졌다.
현성은 군단의 기준으로 오른쪽으 로, 리베우스는 왼쪽으로 흘어졌다.
몬스터 군단은 현성의 기운을 느끼 곤 멈칫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앞에서 느껴진 기 운이 우회하고 있었으니.
몬스터들은 보스들의 명령을 기다 리기 위해 진군을 멈췄다. 그러던 그때.
자신들이 느끼던 기운이 반대편에 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느껴지는 기운이 둘이나 있 다니. 지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몬스터들이었기에 혼란은 가중되었 다. 그러던 그때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 다.
타나노스의 후예가 무슨 수를 쓰는 것이 틀림이 없었다.
움직이는 기운과 고정되어 있지만 수가 점차 늘어나는 기운. 이윽고 시간이 흐르자 모든 기운들이 일제 히 사라졌다.
움직이지 않던 기운들과 움직이던 기운 모두가.
-샤아악?
- 아우우울?
-크워억?
-취이익? 기운이 사라졌다!
당황한 것은 일반 몬스터들뿐만이 아니다.
네 마리의 보스들도 마찬가지.
한 번에 사라진 기운을 감지하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룡 아퀼레오르가 준 힘으로 감지 할 수 있던 것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당황할 수밖에. 아무리 지능이 떨어 지는 몬스터들이라고 해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취이이익! 뿔뿔이 흩어져 수색하 자!
-아우우우우!
_ 캬아아악!
-크위어어어어억!
쿵쿵쿵쿵!
거대오크가 의견을 제시하자 다들 동의하듯 외쳤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리라.
꽤 떨어진 곳이었으나 베네아에 비 하면 상당히 인접한 곳에서 그들을 에워싸듯 기운들이 생겨났다 사라졌 다.
지능이 낮더라도 타나노스의 후예 가 이 주변에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그걸 각자 흩어져 수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함정이라는 걸 알 수 있으련만 아쉽게도 그 정 도의 지능은 없는 모양이다.
이럴 때일수록 뿔뿔이 흩어지는 것 보다 뭉쳐서 수색하는 것이 훨씬 안 전했으나 이들은 지금 사룡의 힘을 얻고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
그런 때이다 보니 각자 자기 종족 들만 대동하더라도 타나노스의 후예 를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 나 보다.
물론 그것이 현성의 작전이었지만.
‘ 예상대로다.’
현성의 작전 대로다.
멀리서 보더라도 사룡의 힘을 받은 몬스터들은 평상시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조금의 여지만 준다면 각자 흩어질 것이란 생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걸 같이 지켜보는 리베우 스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감탄하 고 있는 게 좀 거슬리긴 했지만, 애 써 무시했다.
애당초 리베우스가 없었다면 불가 능한 작전이었다.
‘기운을 심는 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숨기는 것도 가능할 줄 이야.’
숨기는 게 불가능했다면 현성이 움 직이는 데 제약이 심했으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도 있었 으나 아무래도 이게 더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대략 보스 한 마리당 천 마리 정 도의 수하를 데리고 있네.’
정예 몬스터의 수까지는 정확히 파 악할 수 없지만, 일반 몬스터든 대 략 천 마리 정도.
보스가 총 네 마리니 못해도 4천, 아니, 5천 정도 되리라.
이대로 몬스터가 베네아에 몰렸다 면 어떻게 됐을까.
‘좀 힘들었겠네.’
보스의 힘뿐만이 아닌 모든 몬스터 의 힘이 증폭되어 있는 상태다.
검은 오라와 검은 눈만 보더라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수도 상당하다.
현성이 나오기 전 동쪽에 몰린 인 원을 생각한다면 베네아는 필히 함 락되리라.
‘여기서 수를 좀 줄여 줘야겠네.’
솔직한 심정으로는 리베우스의 버 프를 받는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몬 스터를 혼자 감당할 수 있으리라.
오만이나 만용이 아닌 사실이었다.
방금만 보더라도 리베우스의 능력 은 인정해 줄 만하다.
기운을 저리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버프는 얼마나 끝내주겠는가.
게다가 현성에게는 제단에서 얻은 스킬도 있지 않은가.
지속시간이 좀 아쉽긴 하더라도 스 킬 하나로 못해도 수백의 몬스터를 휩쓸 수 있으리라. 그만한 위력을 가진 스킬이었다.
그러나 현성은 모든 몬스터를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번 조사단 퀘스트도 사실 나 때 문에 사라진 거잖아. 이런 대규모 퀘스트를 홀라당 먹을 수는 없지.’
영상을 만들 생각인데 아수라가 모 두 처치했다고 알려지면 어떻게 되 겠는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릴 수 있을 것 이다.
홀로 수천이 넘는 몬스터 군단을 쓸어버렸으니.
그러나 엄청난 비방도 받을 것이 다.
그도 그럴 것이 대규모 긴급 퀘스 트를 혼자 모두 처리한 것이니 질타 를 받는 건 당연하다. 열등감을 가 진 사람들은 틈을 노리고 더 물어뜯 을 것이 뻔하다.
현성은 그런 여지를 주고 싶지 않 았다.
모든 몬스터를 잡으면 이득은 있겠 지만, 잃을 것도 많다.
촬영을 하지 않을 거면 또 몰라도 이런 좋은 기회를 촬영하지 않는 건 손해지 않은가.
‘이 정도의 수는 던전을 몇 번 돌 면 되지. 게다가 지금은 나한테 리 베우스도 있고.’
자동 버프 셔틀이 있는데 몬스터를 양보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 보스와 그 근처에 있는 정예 몬스터들은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 다.
‘흐흐, 저놈들만 먹어도 상당하겠 지.’
오히려 몬스터들을 잡는 것보다 보 스 네 마리를 모두 처리하는 것이 공헌도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그것도 그럴 것이 몬스터들의 지휘 관을 물리치지 않았는가.
무려 네 마리나.
그런데 공헌도가 낮을 리가 있겠는 가.
네 마리의 보스와 정예 몬스터, 그 리고 어느 정도의 몬스터들.
이들을 처리하고 나면 공헌도 1위 는 당연히 현성의 차지이리라.
지금 현성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현성은 아쉬운지 계속해서 정 면을 응시했으나 원하던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보다 퀘스트는 안 뜨는 건가?’
베네아를 수호하는 긴급 퀘스트 외 에 또 다른 퀘스트가 뜨진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 다.
몬스터들을 만났음에도 나오지 않 는다는 것은 없다는 뜻이었다.
사룡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전용 퀘스트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 가 있었건만.
아무래도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긴급 퀘스트만 하더라도 유 일 등급 스킬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니 충분하다.
“그럼 늑대 녀석부터 잡으러 갈 까?”
“현명하신 선택이옵니다!”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리베 우스를 보곤 현성은 이제 서로 거리 가 상당해진 보스들의 위치를 파악 하곤 외쳤다.
“영상촬영.”
적들을 섬멸하는 자신만의 마법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