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68화
자신과 같이 파티를 했던 예은.
미안한 감정도 있긴 했으나 이곳에 서 갑작스레 마주하니 당황스러웠 다.
그보다 예은이 이곳에 있다는 것 은?
‘언니인 리나 님도 온 건가?’
리나가 있다면 현아도 있을 확률이 높다오 그 생각에 주위를 살폈으나 다행히 예은 혼자였다.
현성이 리나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 는 것을 보자 예은은 조금 서운했지 만 그 감정을 티내지는 않았다. 언 니가 자기보다 예쁘다는 건 진작 알 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며 현성에게 말했다.
“지금은 저 혼자 왔습니다. 그때 언니는 부캐로 저 도우려고 했던 거 라서 같이 있었던 거고, 언니도 본 캐를 키워야 해서 요즘은 저 혼자서 사냥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딱딱한 말투. 예은 이 티를 내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말 투까지는 어쩌지 못했나 보다.
하나 현성은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물론 그의 표정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기에 예은이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그런데 저를 왜 찾아오셨습니까?”
현아를 통해 아이템을 전하고 싶다 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런데 동생 인 예은이 이렇게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말에 현성의 옆에 있던 리베우 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천공의 신 따위를 모시는 성 기사가 여길 왜 왔겠습니까? 주인님 에게 뭘 따지려고 온 거 아닐까요?”
“예, 예?”
그 말에 여태까지 무표정으로 일관 하던 예은조차 두 눈이 똥그래지며 놀랐다.
어떻게 자신이 천공의 신을 모시는 성기사라는 걸 알았을까.
천공의 성기사.
그것이 바로 예은의 유일 등급 직 업명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리베우스를 현성이 좀 닥치라는 듯이 노려봤다. 그제야 리베우스는 앗 하는 표정으로 고개 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워낙 방정맞은 NPC라…… 죄송 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보다 이곳에 온 건 뭘 따지려고 온 게 아니라 아이 템을 전해 주려고……
“어?”
이미 리베우스의 말에 다소 소심해 진 말투.
게다가 무표정을 일관하던 모습까 지 깨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소 눈치를 보며 현성에게 말했고,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예은 을 쳐다봤다.
‘리나 님이 주시기로 한 걸 예은 님이 가지고 있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그럴 수도 있 겠다 싶었다.
‘고렙인 리나 님이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나랑 비슷한 레벨인 예은 님이 가지고 있는 게 나한테 전해질 확률 이 크지.’
애초에 아이템은 리나가 아닌 예은 이 가지고 있었나 보다.
현아의 말에 따르면 계속해서 현성 을 찾으며 아이템을 전해주려고 했 던 거 같다. 그럴 경우 본캐가 있는 리나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예은이 가지고 있는 게 현성에게 전해질 확 률이 높지 않겠는가.
현성이 리나의 말을 수락했다면 아 마 예은도 그 자리에 나왔을 것이 다.
그러나 아직 현성은 현아에게 대답 을 하지 않았고, 예은은 리나에게 아직 아무런 말을 듣지 못한 것이리 라.
그런데 대답하기도 전에 이렇게 자 신을 찾을 줄이야.
‘아까 말을 한 걸 생각해 보면 아 직 리나 님에게 알리진 않은 거 같 고, 아마도 독자적으로 찾은 거 같 은데…… 어떻게 날 찾은 거지?’
현성이 다소 의심 어린 눈으로 예 은을 보자, 예은도 그걸 눈치챘는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 다.
“죄송합니다. 일단 무례인 줄은 알 았지만 현성 님, 아니 아수라 님의 영상을 보고 현성 님이라는 걸 알았 습니다. 그래서 영상의 배경인 베네 아 근처에서 현성 님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긴급 퀘스트를 보곤 현성 님 이 계실 거 같아서…… ‘아아, 그렇게 된 거군.’ 처음으로 올린 영상.
그것이 베네아의 배경이라는 것을 알고 이곳을 헤맸다니, 조금 미안해 졌다.
‘아무리 그래도 긴급 퀘스트만 보 고 내가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 니…… 날 너무 잘 아는 거 아닌 가?’
보통 사람은 생각도 못할 방법이라 생각했건만, 이렇게 온 걸 보니 그 때 파티사냥 하던 때를 기억했나 보 다.
그때 였다.
?크르르르르.
-크워어어억!
-취이익! 죽이자! 복수한다!
?샤아아아아악!
점점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걸 본 현성은 예은을 보며 말했 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죠.”
“예, 그래야 될 거 같네요.”
현성이야 몬스터들을 잡지 않고 다 른 이들의 퀘스트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으나 예은은 그렇지 못한 모 양이다. 도도해 보이는 얼굴에 두 눈이 낮게 가라앉은 걸 보니 다소 긴장한 모양.
하기야 이만한 수의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긴장할 법도 하다. 현성이야 예외였지만.
파팟!
현성의 속도도 빨랐으나 예은의 속 도도 꽤 빨랐다.
천공의 성기사인 예은은 순발력을 중시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근 력을 다소 포기하고 신성력과 순발 력에 대부분을 투자하는 편이었다.
‘잘 따라오네.’
물론 현성이 전력을 낸다면 따라오 지 못했겠지만, 이 정도만 따라오는 것도 상당히 대단했다. 전에 파티사 냥을 했을 때보다 훨씬 나았다. 레 벨도 올랐을 테니 당연한 것이겠지 만.
그곳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전투 상태가 풀린 것을 확인하곤 현성이 말했다.
“그러면 베네아로 가서 마저 얘기 하시죠.”
“좋습니다.”
“리베우스, 여기.”
“오오! 감사하나이다!”
리베우스에게도 베네아 이동 스크 롤을 주고는 셋이 동시에 스크롤을 찢었다.
예전과 달리 한산해진 중앙 광장으 로 이동한 셋.
하긴 긴급 퀘스트에 중앙 광장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상인들도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가 지 한산한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평소보 다 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럼 카페라도 갈까요?”
“저는 좋습니다.”
“저도 좋나이다!” 현성은 크게 외치는 리베우스를 보 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녀석하고 있으면 사냥할 때는 좋지만, 시도 때도 없이 크게 말한 다든가, 자신을 칭송하는 것 때문에 성가셨다.
‘이놈은 잠깐 다른 곳으로 보내자.’
이놈을 데리고 카페로 간다면 다른 이들의 이목을 사게 되리라.
현성은 가면을 벗으며 리베우스에 게 말했다.
“리베우스, 너는 만신전에 가서 내 가 전에 말한 두 번째 흔적이 어디 서 나올지 분석 좀 하고 있어 줘.” “오오! 저에게 그런 막중한 임무 를! 크혹, 이 리베우스 주인님의 신 뢰에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당장 알아보도록 하겠나이다!”
슉.
그 말을 끝으로 리베우스는 순식간 에 사라졌다.
순간이동으로 만신전으로 향했으리 라. 정말이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그래도 순순히 믿고 가준 게 다행 이네.’
현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예은은 무표정한 얼굴에 다소 홍 조를 띠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현성의 의도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 예은.
하나 그녀는 그것을 가급적 터내지 않으려고 현성과 눈을 마주치지 않 으려 했다.
그처럼 어색해 보이는 예은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그럼 가시죠.”
“??????네에.”
만일 예은을 아는 사람이 봤다면 놀라 까무러칠 만한 모습. 도도한 예은이 저런 표정과 말투라니.
놀랍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으나 현 성은 별 신경 쓰지 않은 채 중앙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로 향했 다.
사실 솔직히 놀라긴 했다. 아까 현 아의 말을 들었을 때는 현아가 같이 온다는 것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는 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자신에 게 아이템을 주려고 여태껏 사용하 지 않고 자신을 찾아다닌 게 아닌 가.
‘얼마나 착한 거야.’
현성이었다면 개이득이네 하면서 그냥 써버렸을 것이다. 그가 아니더 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지 않겠 는가?
그런데 그때부터 시간이 상당히 홀 렀음에도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 니. 현아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 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진짜 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다.
‘길드에 들어가면 꼭 거기에 들어 가야겠네.’
혹여나 다른 길드를 생각하던 마음 이 완전히 없어졌다. 이 정도로 좋 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 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나중에 같이 사냥하게 되 었을 때 내가 기면중으로 쓰러지게 되면 이렇게 또 아이템을 챙겨줄 거 같으니.’
다른 길드에 들어가면 누가 그렇게 해주겠는가.
그때 현성과 같이 카페에 들어온 예은은 현성의 눈치를 봤다. 혹시라 도 이렇게 찾아온 걸 불쾌하게 생각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가득 한 는■이었다.
‘나라도 기분 나쁠 거 같아.’
영상을 보고 찾아왔다니, 아무리 아이템을 주려고 왔다고 하지만 꼭 스토커 같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 예은은 착잡하기만 했 다. 이러다 친구 신청도 못하고 헤 어지는 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바로 드리자.’
지금 바로 아이템을 준다면 혹시 다르게 생각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에 예은은 인벤토리에서 현성에게 줄 아이템들을 모두 꺼내 내밀며 말했다.
“여기 현성 님 아이템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아이템을 드리려고 찾아온 거니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예은은 그 말을 뱉곤 멍해졌다.
도도해도 너무 도도했다. 마치 현 성이 오해를 했다는 듯이 말하는 말 투가 아닌가. 상대가 기분 나빠해도 할 말이 없었다.
왜 이런 말을 한 거지?
누가 들어도 예의 없고, 무례해 보 이는 말투가 아닌가. 평소 남자들에 게 하는 말투 그대로 나갔다. 이래 서 습관이 무서운 거다.
‘망했다.’ 예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 말을 듣곤 예은은 안도했지만 마음 한편에 섭섭함이 생기는 건 어 쩔 수 없었다.
진짜 별 오해도 안했다는 말이 아 닌가. 카페에 들어오기 전 리베우스 를 보내는 걸 보며 다소 기대했건 만, 진짜 아무 오해도 하지 않았다 니.
그때 현성은 예은이 건덴 아이템을 살펴보고 있었다. 희귀 아이템은 모 두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들이라 바 로 넣어두었고, 유일 등급 아이템이 무려 두 개였다.
‘이건 스킬북하고 검! 대박이다!’
그로선 예은의 말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저 도도한 말보 다는 이걸 건네주었다는 게 더 중요 하다.
‘자기도 검을 쓰면서 무려 유일 등 급 검을 주다니. 게다가 스킬북이 라……
꿀꺽.
현성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 다.
솔직히 이 아이템을 그녀가 쓰고 다른 걸 바꿔서 준다고 해도 현성은 알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좋은 아이템들이 있 다는 건.
‘그때 나왔던 아이템 그대로라는 거 겠지.’
리나가 본캐가 있다는 것과 상당한 길드의 주인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 더라도 이건 좀 대단하다.
원래 있는 것들이 더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순수하게 그대로 전해주다니.
‘마음에 드네. 확인해보자.’ 현성은 먼저 검을 확인했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다름 아 닌 스킬이다.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기본적인 스킬이 너무 부족하다. 강력한 스킬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리스크가 있거나 쿨타임이 긴 스킬 들뿐이다.
그것보단 전투에 도움이 되는 공격 스킬. 그것도 아니라면 전투에 활용 을 할 수 있는 스킬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검을 먼저 확인했 다.
‘원래 맛있는 건 늦게 먹는 법이 지.’
현성은 공격 속도를 높여주는 검만 착용하기에 검을 먼저 확인했다.
“오!”
그 순간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현 성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싱클레어 (유일)]
-종류: 검
-설명: 뛰어난 명장이 만든 정령 검. 주인의 속도를 높여주는 가호를 항시 걸어주며, 정령이 봉인되어 있 어 어지간해서는 부러지지 않는다.
-제한: 근력 100, 순발력 300.
-옵션: 검 공격력 50% 하락. 이동 속도 20% 상승, 공격 속도 30% 상 승, 순발력 +10, MP 100을 소모해 검에 바람을 덧씌울 수 있다. 유지 시 초당 MP 10씩 소모. 바람을 덧 씌울 경우 상대의 방어력을 10% 무시한다.
유일 등급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오 버스팩이 다.
유일 +등급이라 해도 믿을 거 같 은 능력치.
공격력이 50%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었으나 여기에 아이라스의 실패작 1을 착용시킨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공격 속도를 중요시하는 현성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검은 없었 다. 게다가 뒤에 스킬도 붙어있지 않은가.
‘방어력 10%를 무시한다라……. 공격력이 깎이는 것보다 훨씬 데미 지가 높게 나오겠어.
방어력을 일정 정도 무시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 게 무기 옵션에 달려있다니.
‘대박이다.’ 그보다도 이런 무기를 선뜻 건네준 게 더 놀라웠다.
예은도 빠른 몸놀림에 빠른 공격을 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쌍검이니 현성보다 공격 속도가 더 중요했다.
그런데도 이런 검을 주다니.
‘다시 달라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럴까 싶으면서도 그런 의심 이 들 정도로 좋은 검이었다.
검이 이렇게 좋은데 스킬북은 어떨 까?
그런 생각을 하며 스킬북을 확인한 현성은 멍하니 정보창을 봤다.
[깜짝이동 스킬북(유일)]
-종류: 스킬북
-설명: [깜짝이동(유일)] 스킬이 담겨 있는 스킬북이다.
-제한: 마법계열 직업.(사용가능)
-옵션: 사용 시 [깜짝이동(유일)]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이동기 다.’
스킬북의 정보로는 스킬의 이름밖 에 나오지 않았으나 현성은 이동기 라고 확신했다.
이름에 이동이라고 붙어 있지 않은 가.
안 그래도 회피기나 이동기가 필요 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운이 상당히 좋았다.
만일 예은을 안 만났다면 퀘스트에 서 스킬을 노려야 하는데, 거기서 현성이 원하는 스킬이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기에 더욱 값 진 스킬북이었다.
‘사용한다.’
현성이 속으로 외치자마자 스킬북 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깜짝이동(유일)] 스킬을 획득하셨 습니다.]
[깜짝이동(유일)]
〈액티브〉
-Lv.l (초급)
-설명: “놀랐냐? 나도 놀랐다.”-마 술사 아리온
-효과: 시전자 주위 10m 반경으 로 순간이동 한다. 이동 장소는 랜 덤이다. MP 소모 없음.
-쿨타임: 1분.
쿨타임도 적당한데다 무엇보다
MP 소모가 없다.
그런데 랜덤으로 이동한다니, 스킬 이름 그대로 깜짝이동이었다.
이름 한 번 잘 지었다고 생각하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딱 내 스킬이네.’
특히 변칙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현성에게 아주 걸맞은 이동기다.
앞으로 자기 자신조차 어디로 이동 할지 모르는 순간이동.
이것만큼 변칙적인 게 어디 있겠는 가.
‘ 최고네.’ 현성을 상대할 적들이 한층 더 불 쌍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