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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75화 (75/472)

잠만 자도 랭커 075화

순간 내가 아수라다! 하고 밝히고 싶을 만큼 억울함이 몰려왔으나 현 성은 간신히 참아냈다. 그저 부들부 들 몸을 떨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 았다.

‘차라리 원래 스타일대로 묵사발을 내줄걸.’

그렇게 살짝 후회를 하고 있을 때 현아가 말했다.

“아무튼 오빠 진짜 대단하긴 하다. 나도 어디 가서 꿀린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어찌 되었건 방금 현성의 플레이는 대단하긴 대단했다.

현아의 눈에는 아수라와는 천지 차 이로 보였을지는 몰라도 자신이 그 렇게 당한 건 의외였다. 자신도 어 딜 가서 당하는 컨트롤은 아니었는 데 말이다.

“뭐, 현실에서도 운동을 하니까. 아 무래도 컨트롤도 늘게 되더라.”

“오, 진짜?”

마치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눈빛이다.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으며 현 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젠가 너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듯이.

저런 희망 찬 눈을 하고 있는데 다리가 낫지 않을 리가 없다. 현성 은 그렇게 믿었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지만.

“아씨! 머리 망치잖아!”

“누가 신경 쓴다고 그러냐.”

“으으, 그러니까 모솔이지!”

“훗. 별로 데미지 없는데?”

그렇게 웃고 떠들며 있을 때 어느 새 입장할 시간이 되었는지 상영관 입구 위에 있는 스크린에 입장 안내 가 떴다.

그리 인기 있는 영화는 아니었는지 앞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현성은 스크린을 기준으로 왼쪽 끝에 있는 맨 앞좌석을 전부 구매했다. 그곳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가장 멀었고, 사 람들의 눈에 제일 띄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휠체어를 둬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영화관에 들어갈 때 작은 소리로 뒤에서 떠드는 말들이 들려 왔다.

“와, 세상 좋아졌네. 장애인 새끼도 영화를 보러 다 오네.”

“킥킥킥. 병신 새끼도 문화생활은 못 잊어?”

혹시나 싶어 현성은 현아를 봤으나 다행히 못 들은 모양이다. 청력이 뛰어난지라 현성만 들은 것 같았다.

현성은 슬며시 뒤를 돌아보며 위치 를 확인했다.

“야, 들린 거 같은데?”

“꼬우면 쳐 오라고 그래. 씨X, 저 새끼도 쌍으로 병신 만들어주게.” “응, 베스트 커플 지리고?” 자기들끼리 숙덕거리고 있는 다섯

명.

의기양양한 태도다.

운동을 하며 현성의 체력이 좋아지 긴 했으나 근육이 붙어있다고 보기 에는 상당히 날렵한 몸매다. 키가 크긴 하지만 덩치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체격.

그래서인지 만만하게 보인 모양이 다.

‘현아도 있으니 그냥 무시하자.’

현아만 못 들었으면 됐다.

그가 무시하고 현아를 데리고 좌석 으로 가자, 그걸 본 다섯이 키득거 리며 중얼거렸다.

“쫄았네.”

“하긴 병신 데리고 있는데 시비 붙 으면 눈 깔고 다녀야지. 존재 자체 가 민폐 아니냐?”

“와, 말넘심 아니냐? 근데 인정

“크크크크, 미친 새끼들.”

“닥치고 좀 자리로 가자.”

그나마 한 명이 중제를 하긴 했으 나 그 녀석의 얼굴도 비웃음이 가득 했다.

까드득. 순간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현성의 손이 허옇게 물들었다.

그만큼 세게 잡고 있다는 증거.

만일 맨 주먹이었다면 피가 났을 정도로 강하게 쥐었으리라.

저런 원색적인 모욕은 처음이다.

‘참자! 현성아, 참아.’

동생 앞에서 추태를 부릴 순 없다.

현성은 그동안 회사에서 갈고 닦은 심호흡으로 간신히 화를 참아내며 좌석으로 갔다. 그리고 현아를 휠체 어에서 안아 극장 의자에 앉혀주었 다.

“히히, 얼마 만에 영화관이냐.”

밝게 웃는 현아의 얼굴을 보니 그 나마 남아 있던 응어리도 모두 내려 갔다.

이렇게 밝게 웃는 현아 앞에서 어 찌 그런 마음을 두고 있겠는가.

“좋나 보네.”

“당연하지! 오랜만에 오니 좋네.”

“이젠 더 자주오자.”

미안함이 가득 담긴 음성이다.

현아는 오빠의 말에 그간 힘든 게 떠올랐는지 순간 울적해졌으나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젠 진짜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밥 먹을 때 반드시 말하리라.

‘더 이상 오빠를 불편하게 할 수 없어.’

현야는 자신이 아직 완전히 나은 게 아니니 불편한 건 감수할 만하 다. 그래도 이제 근력만 붙으면 나 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나 같이 있는 현성은 무슨 잘 못이겠는가. 자신과 같은 시선을 받 으며 살아갈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 가.

하루라도 빨리 말하고, 재활치료에 전념해서 하루라도 빨리 낫는 게 좋 지 않겠는가.

그러자 현성의 반응이 궁금한 게 아니라 치료에 전념하자는 생각이 더 커졌다.

‘지금도 매일 가긴 하지만 시간을 더 늘리자.’

근력도 꾸준히 붙고 있다고 하니 재활치료의 시간을 늘리면 더 빨리 낫지 않을까 싶었다. 당연한 말이지 만 담당 의사인 이미나가 안 된다고 하면 참을 생각이지만.

‘빨리 낫고 싶다.’ 더 이상 휠체어를 타고 싶지 않았 고, 현성과 같이 걸으며 마음껏 놀 러 다니고 싶다.

그 생각에 깊이 빠져든 현아는 영 화가 시작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현성은 피식 웃더니 현아의 볼을 찌르며 말했다.

“영화 시작했어.”

소곤거리는 말을 듣자 현아는 ‘아.’ 하면서 히히 웃고는 영화에 집중했 다.

아직 초반부여서 놓친 장면은 없는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스토리는 솔직히 별건 없었다. 흔 한 판타지 배경 영화가 대체로 그렇 듯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액션은 꽤 볼만 했다.

‘저건 스킬인가?’

이데아 안에서 영화를 찍을 경우 방송 촬영장과 마찬가지로 세트장이 따로 있다고 한다. 인페르노 측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게 마련해 준 것이다.

물론 그곳을 빌리는데 드는 돈은 어마어마했지만.

‘영화를 위해 전용 스킬도 만들어 주는 건가?’

액션만 봤을 때 큰 문제가 없고, 화려한 전투들이 많았다.

하나 현성이 보기엔 상당히 시시했 다.

스킬들의 쿨타임들도 제대로 맞추 지 못한 거 같고, 딜레이나 캐스팅 시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장면들 이 너무 많았다.

‘저기서는 상대의 캐스팅 시간에 맞춰서 검을 찔러 넣고 스킬을 발동 했어야지.’ 영화를 보니 자신의 실력을 더 객 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영화로 촬영하는 장면이 이럴 텐데 실제로는 어떻겠는가. 그나마 저것 도 잘 편집해서 그럴싸하게 보이게 한 것이지 실제였다면 현성에게 10 초도 버티지 못했으리라.

그래도 보고 배울 점은 있었다.

‘캐스팅 시간을 저리 두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네.’

현성도 몬스터들이 스킬을 사용할 때 호기심 때문에 내버려 두는 편이 긴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게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

그걸 이용하면 당하지 않을 스킬도 있는데, 그러지 못해 당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호기심이 모여 방심 이 되는 것이고 사람을 안일하게 만 드는 법이다.

현성은 그걸 보며 느낀 점이 많아 서 나름 만족했다.

나름 반면교사고 깨달음이지 않은 가.

‘앞으로는 철저하게 하자. 철저하 게.’

기사 아수라의 영상.

보류 판정을 해둔 카락의 영상을 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캐스 팅 시간을 노려 상대의 숨을 빼앗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숙지 하기만 하고 처음에만 그랬지, 그 뒤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PVP 때 5인조를 사냥할 때는 유용하게 써먹긴 했다.

몬스터와 유저는 확연히 다르니 스 킬을 보는 것보단 보지 않고 죽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니까.

이젠 몬스터들의 스킬도 강력해질 게 분명하다. 거대오크족장 파이락 도 그러지 않았는가.

‘레벨 150이 넘어가면 이제 스킬들 도 다양해지는 거 같으니 주의하 자.’

현성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게 있는 만큼 현아도 보고 느낀 게 많은 모 양이다.

‘저기서는 빠르게 힐을 넣고, 상대 캐스팅 시간에 맞춰서 디버프나 방 해하는 마법을 사용하면 좋겠네. 게 다가 다른 마법계열 직업보다 내 직 업이 캐스팅 시간이 빠른 편이니까. 헤헤, 아까 오빠가 한 것처럼 상대 의 심리를 이용해 공격을 할 땐 테 크닉도 중요하겠다.’

아까 현성과 게임을 한 덕에 깨달 은 게 더 많은 모양이다. 남매가 쌍으로 영화를 보며 감상이 아닌 분석을 하고 있는 모양세가 우 습기는 했으나 둘 다 만족스러워 하 니 다행 아닌가.

영화의 스토리는 점차 끝을 향해 달려갔고, 마지막에는 역시 해피앤 딩으로 막을 내렸다.

‘스토리는 별로였다.’

한국 영화라서 그런가? 한국 영화 특유 감성과 판타지 세계가 어울리 지 않아 이질적인 느낌이 강했다.

특히 한국 영화가 버리지 못하는 로맨스. 중간 중간 액션의 틈을 비 집고 나온 로맨스 때문에 눈살을 찌 푸린 게 몇 번이던가.

물론 로맨스가 없으면 영화가 아니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모 든 한국 영화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 영화는 그게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한국 영화도 잘 만든 게 많은데, 이건 좀 별로였다.’

그래도 배운 게 많으니 그게 어디 인가.

현성이 휠체어를 펴서 준비하려 할 때였다.

현아가 현성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 했다.

“오빠, 앤딩크레딧 다 보고 가자.”

주변을 둘러보니 남아 있는 사람이 꽤 많긴 했다.

게다가 영화가 막 끝난 터라 사람 들이 줄을 서서 나가고 있었기에 현 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휠 체어이다 보니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었기에.

다시 자리에 앉아 앤딩크레딧을 봤 다. 현성에겐 별 의미 없었으나 현 아는 아니었는지 제작자들을 알리는 글까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저게 재미있나?’

도통 이해할 순 없었으나 오랜만에 나온 것 아닌가.

이런 것 또한 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기에 현성은 천천히 기다려주었 다. 기다리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 었으니.

둑.

앤딩크레딧이 끝나자 상영관 안에 모든 불이 켜졌다.

완전히 끝났다.

“에이, 쿠키 영상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없네.” “아, 그거 보려고 남은 거였어? 보 통 없지, 한국 영화에는. 외국 영화 에는 종종 있는 거 같긴 한데…… 뭐 이제 갈까?”

“응!”

아까 다 펴지 못한 휠체어를 다시 펴곤 현아를 앉혀주었다.

그렇게 가려고 할 때였다.

“오, 병신이 예쁘긴 겁나 예쁘네?”

“아깐 못 봤는데 리얼이자너. x되 네.”

“야, 근데 저렇게 예뻐도 난 씨x 하라면 못할 거 같은데?”

“먹버는 할 수 있지 않냐? 크크크 “다리가 병신이라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여자가 반응이 있어야 좀 재미라도 있지, 안 그러냐?”

이건 참을 수 없다.

감히!

그렇게 뒤를 돌아 녀석들에게 가려 는 순간.

“……오빠, 잠깐.”

현아가 현성의 손을 꼭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봐.”

무엇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건지 는 몰랐으나 생각이 있으니 그러는 것이리라.

현성도 무언가 생각이 있는지 주머 니에서 스마트폰을 조용히 꺼냈다.

혹시 몰랐으니.

그걸 눈치채지도 못하고 그저 겁에 질린 줄 알았는지 양아치들이 비웃 으며 욕하기 시작했다.

“와! 나였음 욕이라도 했을 텐데 쫄았어? 오빠라는 놈이 동생 욕 듣 고도 가만히 있네?”

“와 찐득, 분노조절 잘함.”

“큭큭큭, 아 존나 웃기네.”

“야, 그냥 두자. 존나 인생 불쌍하 지도 않냐? 저러고 평생 살아야 하 자너? 나 같았으면 자살했겠지만, 뭐 살겠다는데 그냥 둬.”

“야, 야. 그만하고 가자.”

도중에 다른 관객들의 시선을 눈치 챈 한 명이 그리 말했으나 다들 들 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머? 그러는 니들은 약자만 골라 서 덤비나봐?”

“뭐, 뭐?”

“이게 미쳤나?”

현아는 양아치들의 반응을 보며 비 웃었다.

“발끈하는 거 보니 진짠가 보네. 어딜 가나 꼭 있지. 너희처럼 주제 도 모르고 지들끼리 같이 다니면서 센 척하고 다니는 양아치들이. 근데 꼭 보면 다들 알고 있더라. 지금 자 기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말이야. 너 희도 아니까 부들부들 거리는 거 아 니야?”

“이 썅X이!”

“뒤지려고!”

“또 정곡을 찔렀나 보지? 하긴 그 얼굴들 보니까 여자 만나본 적도 없 는 거 같은데 그런 열등감, 다 이해 해. 그럴 수 있지. 안 그래? 뭐 이 렇게라도 안 하면 여자랑 대화를 못 하는 그 수준도 알 만하다.” 싱긋 웃으며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하는 현아.

현성도 그런 현아의 모습에 좀 놀 랍다는 듯 현아를 봤다. 이런 현아 의 모습은 처음이다.

현성은 나설까 하다가 일단 두고 보자는 식으로 상황을 살폈다.

워낙 현아의 입담이 장난 아니었기 에. 굳이 자신까지 나설 필요가 없 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이 씨XX이!” 한 놈이 참다못해 덤벼들었고, 현 아도 맞을 것을 각오했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턱!

“지금 뭐하냐?”

현성이 현아를 때리려던 놈의 주먹 을 잡곤 싸늘하게 놈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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