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82화
정말 극적으로 등장한 현성.
그가 이렇게 등장한 이유는 캡슐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한 재환의 문자 때문이었다.
‘기사 아수라를 쓰기 정말 좋은 상 황이다.’
마음대로 몽유병 스킬을 발동할 수 있게 된 지금이야말로 딱 어울리는 상황 아닌가. 게다가 기사라면 모름 지기 누군가를 지키는 순간이 아니 겠는가.
그래서 마땅한 때를 노리고 기다리 고 있다가 예은이 위기인 상황에 처 하자, 리베우스에게 그곳에 텔레포 트 시켜 달라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처럼 나타난 것 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 있었 다.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달콤한 꿈이 발동되는 중에 캐릭터의 움직임을 눈을 뜨고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이다.
그 덕에 이렇게 눈이 보라색이 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 다.
[타나노스의 몽유병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움직임이 더 뛰어나집니다.]
저것만 봐서는 사실 크게 감이 잡 히지 않았다.
컨트롤은 같은데 움직임이 더 뛰어 나지다니?
하지만 현성은 뒤이어 나온 모습을 보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파앗!
앞에 있는 오우거를 무시하곤, AI 는 다른 이를 공격하려던 달빛늑대 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목을 베어 버렸다.
“어억! 고, 고맙습니다.”
그야말로 기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움직임.
그걸 보고 현성은 깨달을 수 있었 다.
‘움직임이 더 뛰어나진다는 게 이 건가?’
이번엔 이지를 상실한 카락 때의 움직임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자신 의 컨트롤에는 영향을 받지만 스타 일엔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과 같은 스타 일로 했다간 캐릭터가 사망할 확률 이 매우 높다. 상대의 스킬을 맞아 가면서도 싸우는 현성과 달리 몽유 병 AI는 상대의 공격은 가급적 피 하고, 정직하게 공격하는 스타일이 다.
그 이유는 바로 캐릭터를 죽게 할 수 없기에 몸을 안정적으로 움직였 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벨이 올랐을 때 내가 예 은 님을 구한 걸로 인지하고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구나.’
그건 현성이 기사라는 상황을 연출 하기 위해 그냥 한 행동이었는데, AI는 그걸 확고하게 각인한 모양인 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구해주고 있 었다.
현성의 생각이 맞았다. 그리고 그 간 현성이 파티 플레이를 한 것도 조금은 AI에게 각인이 되어 이렇게 변한 것이다.
‘괜찮네.’
원래 조금은 흡사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몽유병이 레벨 업 하면서 현성 자신이 보더라도 비 슷한 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AI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 해 움직이면서 몇몇 몬스터들을 놓 치고 있었다. 아마 현성이었다면 상 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쿠워어어어억!
그때 오우거들이 사람들을 향해 달 려드는 것을 발견하고 AI는 바로 사신의 사슬을 사용했다.
촤르르르륵!
푹! 푹! 푹! 푹!
순식간에 100마리가 넘는 몬스터 가 학살되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몬스터들이 사라 지며 현성의 캐릭터가 환한 빛으로 휘감기는 걸 보며 유저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스킬을 보자 유저들은 그제야 인지했다는 듯 외쳤다.
“지, 진짜 아수라야!”
“저 스킬 아수라가 사용하는 거 봤 어!”
“그, 그보다 그가 여기 왔다는 건 레벨 150 이하라는 거 아니냐?”
“와 미친, 진짜였어……
“150 이하가 저렇게 강한 게 말이 돼‘?”
그렇게 다들 경악에 물들어 있을 때, 몇몇 눈썰미가 좋은 유저들은 다소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근데 좀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단검도 안 쓰고, 스타일 도 뭔가 다른 느낌인데?”
“게다가 공격하는 모습하고 움직임 도 좀 다른 거 같아.”
“몬스터들이 많아서 몸을 사리는 거 같지는 않은데 되게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
말 그대로다.
그 모습은 여태까지 보여준 사냥꾼 아수라의 영상과는 판이하게 달랐 다. 사냥꾼 아수라가 거친 짐승과도 같은 진짜 사냥꾼의 움직임이라면, 지금의 아수라는 매우 달랐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은 같 다.
하나 유려하게 검을 휘두르며 우직 하게 사람을 구하는 모습은 그야말 로 기사 같았다.
뛰어난 검술로 사람들을 구하는 영 화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사!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아수라를
보며 말했다.
“……멋있다.” 수백의 몬스터 군단 앞이다.
그런 곳에서 모두를 지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 아수라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 다.
멋있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아우우우우우우!
?샤아아아아아아악!
-크와아아아아아아악!
-취이익! 우리들의 원수! 죽여라! 몬스터들이 분개하며 아수라를 노 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은 저들의 보 스를 죽인 원흉이자 타나노스의 후 예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몬스터 들이 다른 인간들은 놔두고 모두 아 수라에게 달려들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전율했다.
자신들을 위해 저 몬스터 군단을 홀로 대적하다니!
오우거들과 혹사, 달빛늑대들이 스 킬을 사용해 공격해왔으나 아수라의 몸에 닿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 수라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놈들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와! 저런 스킬이 있었나?”
“그러니까. 대박이다.”
“당신은 도덕책!”
그렇게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현성조차 다소 감탄하고 있었다.
아수라, 즉 몽유병 AI의 실력이 아 닌 움직임에 말이다.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마탄 사격을 쏘는 게 아주 일품이잖아?’
현성의 스타일이 아주 반영되지 않 은 건 아닌 모양이다.
그 안전한 플레이에는 군데군데 현 성이 할법한 교묘한 수법들이 섞여 있었다.
하긴, 현성의 캐릭터인데 현성의 스타일이 모두 배제될 순 없지 않은 가. 게다가 다른 점도 상당히 많았 다.
저 유려한 검술을 보라.
현성이라면 절대 쓰지 않을 검술. 저것부터 현성의 스타일이 아니었 다.
‘검으로 공격하는 게 저렇게 부드 러워서야 타격 데미지랑 베는 데미 지를 동시에 줄 수 없을 텐데? 굳 이 베는 것에만 극대화시키는 것보 다는 타격 데미지랑 섞는 게 경직도 나오고 좋은데 말이야. 이놈은 출혈 만 노리네.’
현성도 마음을 먹으면 저렇게 할 수는 있다.
하나 그건 그의 취향도 아니거니와 저런 검술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저 컨트롤에 의해 안전하고 확실 한 플레이를 하는 AI이기에 검술 중 가장 무난하다고 할 수 있는 검 술을 펼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럼에도 현성의 눈엔 그게 보기 싫었 다.
‘그래도 잘하긴 하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으로만 봤을 때는 완전히 느껴 지지 않았으나 이렇게 움직이는 걸 실제로 겪어보니 확실히 뛰어나긴 뛰어났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스 타일이지만, 실력만 놓고 본다면 거 의 비슷하다. 싸워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쉽네. 뭐, 근데 나랑 내 캐릭터 가 싸우는 그런 진부한 퀘스트가 있 을 리가 없지.’
그렇게 AI의 전투에 빠져 있는 동 안 현성이 보지 못한 것이 하나 있 었다.
그건 다름 아닌 예은이었다.
오우거에게 당해 상태이상이 풀린 지 오래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말이다.
‘나, 나를 구해주셨어.’
죽었다고 생각하곤 그녀는 체념하 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현성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었다. 그것 때 문에 영상촬영에 얼떨결에 동의를 해버린 상태.
아직까지 상념에 젖어 있는 예은은 알 수 없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도 도와야 해.’
한 번 당하기는 했으나 가만히 있 을 순 없다.
예은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문자 그대로 질풍처럼 몬스터를 휩 쓸고 다니는 현성을 봤다.
영상과는 달리 뛰어난 검술로 몬스 터들을 베고 있는 현성.
게다가 중간 중간 검을 휘두르며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용하는 스킬은 많지 않아 보였으나 그것만 으로 몬스터 군단을 압도하고 있었 다.
‘잘은 몰라도 MP를 최대한 아끼시 는 모양이네.’
저 몬스터 군단을 홀로 처리하는 건 아무리 현성이라도 힘들 터.
그렇기에 예은은 현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제가 달빛늑대와 흑사들을 막겠습 니다.”
기껏해야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라곤 달빛늑대들과 혹사들을 막는 일 뿐.
하나 그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리 라.
당연하게도 아수라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현성이 아닌 AI였으니까. 말 을 한다면 좀 무서울지도 몰랐으나 결코 말하진 않았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AI는 예은 이 달빛늑대와 혹사들에게 공격하는 걸 막지도 않았다. 여기서 아군이라 는 것만 안다면 AI는 별다른 행동 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은이 달빛늑대와 흑사를 잡고 있 자, AI는 굳이 달빛늑대와 혹사를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 가 예은이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AI가 택한 행동은 남은 오 우거와 거대오크를 잡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마치 예은의 말을 듣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쁘지 않네.’
현성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몽유병 스킬이 발동 중일 때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레벨 2가 된 덕분에 판단 도 하게 되었으니, 이게 나쁠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이러다 레벨 100을 찍는 거 아니 야?’ 아까 사신의 사슬을 사용했을 때 레벨이 올랐다. 그 덕분에 지금 랩 이 95였다.
그러나 문제는 레벨 100을 넘겨선 안 된다는 것.
‘프로게이머들이랑 싸워 보고 싶은 데…… 더 랩이 오르면 안 되는데.’
달콤한 꿈이 발동된 지 고작해야 3분이 지났다.
그 3분 동안 AI가 죽인 몬스터의 수는 여태 예은과 경비대가 죽인 몬 스터의 수보다 많았다. 그것도 엄청 나게 많았다.
과연 저들을 다 잡게 되면?
그럴 경우 100 이상 200 미만이라 는 랩 제한이 걸려 있는 대회에는 나갈 수가 없게 된다. 그밖에 베네 아 보스들을 빠르게 잡는 보스 레이 스 영상도 찍을 수 없게 된다.
그거야 못 찍어도 그다지 상관없긴 하지만 대회에는 꼭 참가하고 싶었 다.
‘프로들은 무조건 100 미만이라고 했는데. 하아, 제발 레벨 오르지 마 라.’ 남들은 레벨이 올리기가 힘들어 빨 리 오르고 싶다고 아우성인데, 이런 기도를 하다니.
그때 거대오크 한 마리가 아수라에 게 덤벼 들었다.
‘아, 이 녀석 경험치 엄청날 거 같 은데……
AI가 질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저들의 족장인 파이락도 죽였는데, 고작 일반 몬스터가 무서울 리가 있 겠는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놈은 일반 몬 스터가 아니었다.
‘정예?’ 그러고 보니 아랍과 파이락만 신경 쓰느라 오우거와 거대오크 정예 몬 스터는 처리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다른 놈들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놈들이 한둘 있는 걸 확 인했다.
누가 봐도 경험치 두둑이 줄 것같 이 생긴 놈들.
그걸 보며 현성은 다소 불안해했 다.
설마 저들을 다 잡을 수 없을 거 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먼저 현성 의 본능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취익! 죽어라! 그렇게 거대오크가 방망이를 휘두 르자 아수라는 그대로 그걸 피하더 니 팔을 타고 거대오크에게로 달려 들었다.
거대오크전사.
거대오크의 정예 몬스터이자 덩치 만큼은 파이락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소유한 녀석 이었다.
아수라는 녀석을 향해 교아탄과 검 을 휘둘렀고, 마탄사격을 발사하며 시야를 가렸다.
서걱!
아수라는 목을 베는 순간 타나노스 의 야상곡을 발동시켰다. 검은 벼락 이 아수라의 검의 궤적을 따라 놈의 목을 노리고 내리쳤다.
그걸 본 현성은 솔직히 놀랄 수밖 에 없었다.
저 스킬을 저런 식으로 방향을 조 종할 수도 있다니!
그대로 목이 베인 거대오크전사를 보며 아수라가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거대오크전사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수라의 손에서 검은 구슬 이 빠져나왔다.
‘아, 안 돼!’
그 순간 나타나는 메시지.
[거대오크전사의 시체로 타나노스 의 영혼놀이를 발동시켰습니다.]
[타나노스의 영혼놀이의 효과로 거 대오크족장 파이락이 소환됩니다.]
[육체를 통해 부활하였습니다. 거 대오크족장 파이락의 능력이 30% 상승합니다.]
[거대오크족장 파이락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수집한 보스의 혼 1개를 소모합니 다.]
레벨을 올리는 것을 막아야 하는 현성에게는 끔찍하고, 아군에게는 든든하기 짝이 없는 스킬.
그때 부활한 파이락이 괴성을 내질 렀다.
-크워어어어어억! 모두 죽인다!
그걸 보며 현성은 절규했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