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87화
작전을 모두 들은 카이저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우리의 목적은 신화 길드 백 업 및 아수라라는 사람의 실력을 참 관하러 가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겸사겸사 신화 길드의 이미지를 더 높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물론 왜 이제 왔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대형 길드는 올 생각도 안하는 판국이다. 그러니 지 금 참가하는 것도 늦은 건 아니다.
“이미 몇몇 길드원들은 베네아로 향했고, 늦어도 1시간 이내에 모두 집결할 거 같습니다. 150 이하의 길 드원들은 이미 베네아에 도착한 상 황이고요.”
이덴의 말 그대로였다.
확인하니 지금 막 이데아 홈페이지 에 신화 길드가 베네아에 왔다는 글 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었다.
모두 빨리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 다.
하기야 아수라의 영상을 본 사람들 이라면 그 전투를 실물로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매사 투덜대던 카이저조차 이번엔 눈에 이채를 띠고 있을 정도였고, 그건 이덴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수라라는 사람이 길드에 가 입하면 좋겠네요. 만일 그러면 나중 에 대련 좀 해달라고 졸라야겠습니 다. 하하.”
“으, 이덴 오빠. 그거는 좀 아니지 않나? 오빠 한 번 지면 이길 때까 지 하자고 조르잖아.”
“크흠흠.”
써니의 말에 머쓱해졌는지 이덴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매일같이 신화 길드의 길드장 을 하기 싫다며 투덜거리는 주제에 승부욕은 엄청났다. 한 번 지면 자 신이 뭘 실수했는지 파악할 때까지 해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그걸 보완 한 뒤에 이길 때까지 승부를 보는 게 바로 이덴이었다.
그 바람에 그는 영웅 길드원들 사 이에서 전투광으로 통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가 상당히 많은 길드장이 란 직책을 힘들어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연합길드이자 신하 길드를 한국 1위의 길드로 만들어 줬으니 대단하지. 그치 스티?” “그건 인정. 솔직히 우리들 중 이 덴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걸 맡았으 면 듣보 길드가 됐을지도 몰라.”
아이와 스티가 주고받는 말에 다들 동의했다.
감각이나 센스가 누구보다 뛰어난 이덴이었기에 린이 길드장을 맡아달 라고 부탁한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수익을 린보다 이 덴이 더 받긴 했으나 그런 거 필요 없으니 제발 바꿔달라는 이덴이다.
하지만 이젠 바꿀 수도 없다는 걸 그 자신이 더 잘 알았다.
“하아, 하긴 제가 너무 나서는 바 람에 신화 길드의 길드장이자 공식 랭킹 1위로 낙인 찍혀서…… 바꿀 수도 없죠. 이젠.” “쿡쿡, 이덴 오빠 힘내. 가서 아수 라 님이나 영입하자고.”
“아, 저는 린하고 할 얘기가 있어 요. 그러니 먼저들 가세요.”
거의 체념한 듯한 이덴을 두고 길 드원들이 미리 준비한 이동스크롤을 찢어 베네아로 갔다.
이제 길드하우스에 남은 사람은 오 직 린과 이덴뿐.
린은 무슨 말이냐고 물으며 이덴을 봤다.
그러나 아까까지만 해도 장난을 치 던 이덴의 표정은 지금 더없이 진지 해져 있었다.
“그 아수라라는 유저랑 한 번 같이 사냥한 적이 있다고 했지? 게다가 막둥이, 그니까 현아 님 오빠의 지 인이라고도 했고.”
“응, 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아. 게다가 이번에 예은이도 도와 주고, 다른 유저들도 많이 구해줬다 고 들었어.”
린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덴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린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이다 보니 다른 길드원들보다 그는 더 린을 믿 었다.
“그렇다면 좀 서둘러야 할지도 몰 라.”
“응?”
“블랙 길드가 수를 쓰기 시작했 어.”
블랙 길드라는 말에 린은 인상을 썼다.
블랙 길드는 블랙연합이라고도 불 리는 한국 2위의 길드다.
단일 길드로 1위를 찍은 신화 길 드이긴 하지만 전력으로 따진다면 블랙연합을 이길 수 없다. 애당초 길드의 순위는 힘이 아닌 인지도와 각 길드가 속한 나라의 공헌도나 공 적치로 순위를 집계한다.
다시 말해 NPC들의 인지도와 그 만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무려 5개의 연합인지라 신화길드로 서도 전면전을 한다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는 길드였다.
“무슨 수를 쓰기 시작했어?”
“다른 대형 길드들을 상대로 아수 라에게 관심을 끄라는 투로 협박을 하기 시작했어. 마치 자신들의 길드 에 들어올, 아니 들어온 사람처럼 말이야.”
“……골치 아프네.”
“게다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자금력이 있는 놈들이 지.”
린도 그 말에 동의했다.
블랙연합의 각 길드장들은 현실에 서도 재벌이라고 소문난 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력에서부터 다른 길드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었 다.
물론 신화 길드의 길드장 이덴도 만만치 않은 재벌로 유명하긴 했으 나 상대는 무려 5명이다. 그러니 생 대가 될 리가 없다.
“만약 아수라라는 사람이 블랙 길 드에 넘어가면……
“큰일이지.”
녀석들의 자금력은 대단하다.
유명한 유저들을 모두 돈으로 현혹 해 자신들의 길드에 끌어드리는 걸 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그 아수라라는 사람, 돈에 굴복할 거 같은 사람이야?”
“그건 아니긴 한데 거절하면 블랙 길드가 척살령을 내리겠지?”
“그렇지.”
“우리가 막을 순 없겠지?”
“아쉽게도 좀 힘들 거 같아. 놈들 이 본격적으로 나선 이상 신화 길드 로서도 좀 힘들지.”
린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제국격투대회 때 블랙 길드 가 수를 쓰겠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돈으 로……
“내가 그건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건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린의 신념이다. 그러니 사람은 돈으로 부 르는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린이 다.
그 말이 맞기도 하다.
아무리 유능한 부하직원을 돈으로 고용한다 해도 마음까지 따르게 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사람 대 사람으로 그 사람을 얻어야지, 비로 소 신뢰가 생긴다고 린은 생각했다.
“그런 거 보면 대단하긴 하다. 후 우. 그럼 너도 대회에 나가는 거 어 때?”
“ 나도?”
“응, 너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참가하게끔 하면 어떨까?”
“??????으음.”
지금 이덴의 말은 영웅 길드의 진 정한 실력을 전면적으로 공개하자는 얘기였다.
이데아가 출시된 지도 1년이나 지 났다.
그럼에도 아직 비공식 랭커들 중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실마리를 얻 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린은 그것을 동료들과 함께 얻은 뒤 세상에 공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덴의 말에도 나름 흥미가 갔다.
그때 이덴이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 다.
“그 여자도 참가하려고 하나봐.”
“뭐?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하, 뭐 주영이 형이 알려줬지. 아, 여기선 베른 형이라고 해야 하 나? 암튼 최근에 그 여자랑 만났는 데, 제국대회에 대해 언급했다고 하 더라고.”
그럼 무조건 나가야지.”
린의 말에 이덴은 슬며시 웃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항상 여려 보이고 소심해 보이는 린이다.
그래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고글을 착용하고 있지 않은가. 맨 얼굴로 남들에게 오더를 내리는 게 부끄럽다고.
그런 린에게도 승부욕은 있었다.
특히 그 여자에게는 질 수 없다는 마음이 강했다.
‘이걸로 영웅 길드원들도 모두 참 가하겠군. 난 빠져야겠네. 아쉽다.’
나가봐야 공식 랭킹 1위라는 최강 자 타이틀에 홈이 생길게 분명한데 이덴이 나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비공식 랭커들이 득실거릴 곳에 나 가서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비록 싸우고 싶기는 하나 손실 계 산에 능한 이덴이었기에 고개를 저 었다.
‘그보다 유저 하나 때문에 비공식 랭커들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베 른 형도 나갈 거 같고 말이야.’
자신은 나갈 수 없지만 신화 길드 의 실질적인 최강자 베른은 보낼 수
있다. 그가 이덴을 대신해 신화 길 드 대표로 나간다면, 신화 길드가 최강 길드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심 어줄 수 있으리라.
그 여자가 나선다면 아무리 베른이 라 한들 힘들겠지만, 무난히 준결승 까지는 오를 수 있으리라.
“그럼 우리도 슬슬 가자.”
이번에야말로 이기겠노라고 다짐하 는 린을 보며 이덴이 말했다. 그러 자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공성전을 끝낼 시간이다.
“그래 가자.”
대회 이전에 아수라의 전투를 참관 할 수 있다니, 몹시 기대가 되었다.
아직 예은에게 아수라는 오지 않는 다는 말을 듣지 못한 린이다. 그녀 는 베네아에 가서 예은에게 그 얘기 를 듣고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운동을 가볍게 끝낸 뒤 현아를 데 리고 집으로 온 현성은 불만족스러 운 표정으로 어깨를 풀고 있었다.
‘운동을 너무 조금 했나?’
그렇다고 현아를 두고 다시 나가긴 좀 걸렸다.
게다가 지금은 기면증 상태인지라 최소 저녁 10시까지는 이데아에 접 속할 수도 없었다. 강제 로그아웃으 로 인한 휴식까지 생각한다면 적어 도 새벽 1시까지는 접속하지 못하리 라.
즉 내일이나 되어야 접속할 수 있 단 얘기다.
이미 영상을 받아본 재환이 의욕적 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기에 현성은 더 이상 할 것도 없었다. 자료를 보 내는 김에 사룡의 분신 레이드도 함 께 보냈기에 진짜 할 게 없었다. 현아는 병원에 다녀온 뒤 카톡을 보곤 길드에서 일이 생겼다면서 접 속한 지 오래다.
그 덕에 현성은 심심해서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정보나 찾아볼까?’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공성 전은 끝나가고 있을 것이다.
내일 접속하면 퀘스트 보상으로 유 일 등급 스킬 5개와 아이템 5개를 얻을 수 있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흐흐흐, 그럼 스킬 구경이나 할 까?” 아이템들은 2개 정도만 자기 아이 템으로 뽑을 거고, 3개는 검으로 뽑 을 거라 금방 팔릴 것이다. 그에 비 해 스킬들은 생각보다 잘 나가지 않 았다.
현성에겐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대부분 유일 등급 스킬북들은 제한 이 까다로운 스킬들이 많다. 이를테 면 어떤 계열 직업 한정이라던가, 레벨 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도 있 다. 이 경우는 그나마 양호하다. 다 만 제한이 높을수록 좋은 스킬인 것 을 감안하면 저런 스킬들은 유일 등 급에서도 순위가 낮은 스킬들일 확 률이 높았다. 진짜 강한 스킬북들은 특정계열 유 일 등급 이상이라는 등급 제한이 걸 려 있었다. 그런 스킬들은 높은 제 한 때문에 가격은 높았지만, 그렇다 고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제한들은 모두 현성에겐 통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신 등급이 이렇게 사기랍니다, 여 러분들.’
절로 웃음이 나오는 현성은 스킬북 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 는 것들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웅 등급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현성이 올린 아이템들은 월 랑의 털가죽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 린 상태였다.
그 덕에 벌어들인 돈은 무려 8,200만 원!
경매로 판매해서 예상보다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월랑의 털 가죽만 판매된다면 8,700만 원 정도 를 받을 수 있으리라.
‘당장은 스킬북들 중에 마음에 드 는 건 없지만, 며칠 사이에 쓸 만한 게 나올 수도 있지. 그때 되면 검도 다 팔고 난 뒤라서 최소 1억 6천은 들어오겠지? 그 정도면 스킬북 3개 도 살 수 있겠다.’
강력한 유일 등급 스킬도 대략 5 천이 넘었으니 어쩔 수 없으리라.
하지만 스킬북이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스킬북인지라 스킬 정보를 볼 수 없어서 좀 신중해야겠다.’
이게 바로 단점이다.
제한 등급이 높을수록 강력한 스킬 인 것은 맞다.
하지만 현성에게 쓸모없는 패시브 스킬이 걸리게 되면 그야말로 돈만 날리는 셈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신중하게 살필 생각이었다.
일단 다 둘러봤기에 경매장에서 나 온 현성은 이데아 홈페이지에 접속 했다.
‘공성전은 어떻게 되고 있으려나.’
글들을 읽어보니 엄청난 승승장구 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미 몬스터들의 6차 공격 을 매우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이게 모두 만신전의 도움으로 인해 이룬 결과라는 글들까지 보였다. 거기에 는 아수라가 만신전을 부른 것이라 는 사실까지도 적시돼 있었다.
심지어 주교까지 와서 극찬하는 바 람에 아수라에 대한 평가가 더욱 높 아지고 있었다.
매우 흡족한 결과.
“또라이를 봤다는 글은 없는 거 보 니 리베우스가 내 말대로 모습을 잘 숨겼나 보네.”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평가가 높아질 일은 절대 없었을 테니까.
그러던 중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곧 있으면 퀘스트가 클리어될 게 분명하다.
그러고 나면 현성은 이제 게임에서 조차 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이제 레벨 업도 하면 안 되니 사 냥도 할 수 없는데, 좀 쉴까?’
회사를 그만둔 이후 제대로 쉰 적 이 없었다. 바로 게임을 하면서 운 동을 겸하게 되었으니까.
그걸 생각하니 좀 쉬는 것도 나쁘 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간병인 아주머니의 부재로 현성이 현아를 돌봐야 했으니 차라리 그 시간에 현 아를 잘 돌보는 게 나았다.
‘영상도 어차피 두 개 다 보냈으니 까 그걸로 버티라고 하고, 난 쉬어 야겠다.’
마침 재환도 직원들을 뽑고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요즘 바쁘다는 말 을 들었다.
재환도 좀 휴식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상 두 개를 일주일에 걸쳐서 올 려달라고 하면 충분하리라. 2일에 1 편씩 올리는 건 대회전까지 무리일 테니.
‘흐음, 편안하게 있자. 편안하게.’
정말이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자 며 의자에 앉은 현성. 그는 곧 나른 해지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1분도 지나지 않아 불편 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집에서 운동이라도 좀 하자.”
그렇게 말하며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인 버피 테스트를 시작 하는 현성.
너무 성실해도 탈이다.
한시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한 현성 은 그제야 좀 마음에 들었는지 개운 한 몸으로 중얼거 렸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 좀 찾아볼까?”
인터넷에 들어가서 보니 여러 기구 들이 있기에 집에서도 턱걸이를 할 수 있는 풀업머신이라든가, 여러 물 품들을 산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 었다.
“후우, 이제 집에서도 운동할 수 있겠다.”
그는 헬스장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 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