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92화
이건 아니라며 그냥 가버리고 싶은 심경이 엄청났으나 들뜬 현아에겐 그건 몹쓸 짓이다.
그걸 잘 아는 현성이기에 다시 긴 장한 현아를 데리고 그들 앞에 갔 다.
남자 둘과 여자 둘.
현성과 현아를 끼면 3 대 3인 비 율이다. 그리 나쁘지 않은 비율이라 생각했다.
그들 앞에 서자 그제야 현아와 현 성을 보는 이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시선이 달 랐다.
동정, 연민의 눈빛이 아니다. 그저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 이들.
게다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현아를 볼 때 얼굴이나 몸을 보는 게 아닌 휠체어에 먼저 시선이 간다. 그러나 이들은 좀 달랐다.
휠체어가 아닌 현아의 얼굴 먼저 본다.
‘음, 나쁘진 않네.’
첫인상으로는 별로였다.
아 물론 스터디라고 해도 공부 얘 기만 하자는 건 아니다.
현성도 그건 싫다. 그러나 너무 열 정적이게 게임 얘기를 하는 모습이 다소 불안했을 뿐이다. 방금 반응들 을 보곤 평가가 수정되었다.
“아아! 혹시 아까 연락하신 현아 씨‘?”
“앗, 네! 맞어요.”
다소 긴장한 듯 말이 꼬인 현아.
그리고 스터디장으로 보이는 남자 가 뒤에 서 있는 현성을 봤다.
“저는 현성이라고 합니다. 현아 오 빠고요.” “아! 두 분이라고 연락받았는데 오 빠 분이신 줄은 몰랐네요. 하하, 되 게 잘생기고 예쁘셔서 저는 또 커플 인 줄 알았네요, 하하. 저는 김정민 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하며 악수를 건네는 정민의 손을 잡곤 현성도 악수하며 인사했 다.
다소 수다스러운 사람이다. 그래도 나빠 보이진 않는다.
현성과 현아도 끼니 다들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현아와 현성을 봤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은 잘생긴 데 다가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는 덕에 탄탄한 몸까지 소유했다. 이제 막 20살이 된 두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눈 호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두 남자도 마찬가지.
다리를 쓰지 못해 가뜩이나 하얗던 피부가 더 하얘져서 뽀얀 피부와 고 운 이목구비까지 누가 봐도 예쁘다 고 할 법한 현아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중 정민과 다른 남자는 잠깐 넋 을 놓고 현아를 보다 부끄러웠는지 이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현성이 보기에도 상당히 예쁜 편인 현아였으니.
그러나 오빠인 현성은 그리 탐탁지 않았다.
오빠가 된 이상 남자들이 자기 여 동생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데 마냥 좋아할 순 없지 않은가.
“흠흠.”
“아앗, 죄송합니다. 하하.”
“저, 저도 죄송합니다.”
너스레를 떨며 웃는 정민과는 달리 소심해 보이는 남자도 사과했다.
그때.
짝! 짝!
정민이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 나 말했다.
“이왕 새로 스터디원들도 오셨으니 까 각자 자기소개 하죠.”
으레 첫 만남엔 자기소개 아니겠는 가.
게다가 저들은 이미 친해 보이는 상태여서인지 현아가 잘 낄 수 있을 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들의 태 도를 보면 문제없을 듯싶다.
“그럼 저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아까도 말했듯이 김정민이라고 하 고, 나이는 21살입니다! 하하. 이데 아 캐릭터 레벨은 126이고, 직업은 희귀 등급 성기사입니다! 탱킹이랑 힐링 기가 막히니까 걱정하지 마시 고! 잘 부탁합니다!”
익살스럽게 자길 소개하는 정민을 보며 현성은 다소 이상하다는 듯 정 민을 봤다.
아니, 스터디인데 무슨 공부에 대 한 얘기는 일절 없이 캐릭터 레벨과 직업을 말하다니. 하다 못 해 스터 디에 임하는 각오조차 게임에 관련 된 거다.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거 같다. 공부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든.
그 뒤에 정민이 앉곤 옆에 앉은 소심해 보이는 남자를 찌르며 말했 다.
“이제 너 차례야.”
“왜 하필. 으.”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 남자.
20살인가 싶을 정도로 왜소해 보 이는 체격. 게다가 키도 작고 얼굴 도 동안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20살 로 보이진 않았다.
기껏해야 고1? 그것도 잘 봐줘서 고1이지, 그냥 보면 중학생 같은 앳 된 느낌이 강했다.
“아아, 저, 저는 박상문이라고 하고 요, 나이는 스무 살이에요. 레벨은 어…… 어제 레벨 업해서 135고, 직 업은 도적이에요. 등급은 일반 등급 입니다.”
그리고 부끄러웠는지 바로 앉고는 고개를 푹하고 숙였다.
그게 이미 익숙한지 여자 둘은 킥 킥거리며 웃었고, 그 옆에 앉은 정 민도 피식 웃으며 넘어갔다. 아무래 도 저런 게 하루 이틀은 아닌 모양 이다.
그리고 상문의 앞에 앉은 여자가 일어나서 현성과 현아를 보며 소개 했다.
“은하연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 무 살이고, 직업은 화염마법人H 킬 각 엄청 잘 봐요! 레벨은 딱 130이 고, 등급은 상문이처럼 일반 등급이 에요! 잘 부탁해요!”
그렇게 인사를 하며 현성에게 윙크 를 하는 하연.
예쁜 편인 데다 육감적인 몸매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그렇다 한들 현성은 별 관심 없었 다. 예쁘긴 해도 여태까지 봐온 미 녀들이 많아서인지 별 감흥이 없기 도 했고.
다음은 하연의 옆에 앉은 단정해 보이는 여자였다.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은 하연과 달리 아직 여름임에도 단정한 치마 와 블라우스를 입은 게 딱 상반된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여우림이 고요. 레벨은 132에 일반 등급 궁수 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싱긋 웃으며 인사하는 우림.
단정해 보이는 게 딱 하연과는 정 반대의 스타일이었다.
기존 스터디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정민이 현성과 현아를 보며 말했다.
“이미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 는 게 저희끼리 친하다고 스터디 내 에서 두 분이 소외될 걱정은 안 하 셔도 됩니다. 다들 친화력이 좋아서 요, 하하.”
“상문이만 빼고요. 아하하하.”
“왜, 왜 그래!”
정민의 말에 하연이 덧붙이자 상문 이 작게 투덜거렸다.
그걸 보며 현성도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다.
방금 하연이 한 것도 현성이나 현 아가 혹시라도 긴장했을까 풀어주려 고 농담을 한 거다.
그때 현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어어, 제 소개를 하자면 이름은 이현아라고 하고요. 나이는 여러분 들과 같은 스무 살이에요, 헤헤. 레 벨 154에 희귀 등급 탱커입니다. 그 리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오오!”
“물론이죠.”
“네, 네에!”
“반가워요.”
짝짝짝짝!
다들 환영해 주자 현아는 부끄럽다 는 듯 다소 얼굴을 붉혔다.
현아가 좋아하니 현성도 만족스러 웠다.
공부를 좀 못하면 어떤가. 이미 친 구라는 목적은 이룬 것이나 다름없 지 않은가.
공부야 집에서 따로 하면 되니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보다 부캐도 희귀 등급인가 보 네.’
방금 현아가 소개한 캐릭터는 부캐 인 모양이다.
하기야 현아의 본캐 레벨이 이젠 340대라고 했다.
이젠 거의 200위권 안에 드는 랭 커인데 그걸 말할 순 없는 노릇 아 닌가. 그런데 부캐의 레벨도 심상치 않았다.
‘본캐도 유일 등급 이상일 텐데 본 캐도 희귀 등급이라니. 하긴 본캐가 랭커니까 이런저런 정보를 알고 있 어서 직업 얻긴 쉬운 건가?’
그리 생각하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현아의 소개가 끝나고 다들 현성을 보자 현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을 보며 말했다.
“이현성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여 러분들보다 조금 많은 25살이긴 해 도 편하게 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 다. 그리고 이데아 레벨은 99에
순간, 등급을 뭐라 말해야 할까 고 민했다.
현아를 제외하곤 평균적인 레벨이 130대 초반이다. 그런데 99라고 하 면 어떻게 보겠는가.
‘현아한테는 이미 영웅 등급 이상 이라고 말했으니 딱 그렇게 말해야 겠다.’
영웅 등급도 엄청나게 높은 것이지 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직업은 검사고, 등급은 영웅 등급 입니다.”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현아의 눈치 를 살피니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좀 걱 정이 되는 건지 그걸 말해도 괜찮냐 는 듯 본다.
현성은 그 반응에 피식 웃으며 고 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현아 때와는 달리 박수도 환호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
‘다들 놀랐네.’
그도 그럴 것이 영웅 등급 직업이 다.
놀라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다들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정신 을 차리고 다들 흥분한 채 현성을 보며 물었다.
“여, 영웅 등급은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허얼, 무기나 장비는 무슨 등급이 에요?”
“그, 그 스킬들은 어떤가요?”
“역시 특수 퀘스트를 깨야 얻을 수 있는 건가요?”
한 사람씩만 질문을 해도 질문이 4개인데 동시에 그것도 이것저것 묻 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을 보며 현성이 손을 들어 제 지하자 다들 ‘아’ 하며 정신을 차렸 다.
정민이 쑥스럽다는 듯이 볼을 긁적 였다.
“하하, 죄송합니다. 다들 영웅 등급 직업을 가지신 분은 처음이라서.”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원래 등 급을 낮춰서 말하려고 했다가, 아무 래도 제가 레벨이 제일 낮다 보니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정민이 대표로 사과하자 다들 자신 들의 추태를 깨닫고 저마다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걸 보곤 확신했다.
이들은 정말 순진무구한 이들이라 는 것을.
‘보통 이걸 말하면 바로 믿나?’
현성 같아도 안 믿을 거 같다.
일단 알겠다고 한 뒤에 인증을 하 라고 하던가 사냥을 하는 걸 보고 믿을 거 같은데 저들은 그저 현성의 말만 듣고 그 말을 믿고 있다.
눈을 보면 속이는 것이 아닌 진심 이다.
‘어려서 그런가?’
아직 때 묻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도 아니면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 한 현성이 특이한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본적으 로 심성이 고운 사람들이다. 비록 공부와 거리가 멀어 보일지라도 그 게 어디인가.
요즘 시대에 믿을 만한 사람을 보 기가 별 보는 것보다 힘들어진 시기 다 보니 현성에겐 환영할 만했다.
그만큼 현아에게 좋은 친구가 생기 는 것이었으니.
‘그럼 이제 바로 공부하는 건가? 너무 오랜만이라 머리가 굳을 대로 굳었을 텐데 괜찮으려나?’
다소 걱정하고 있었을 때.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러면 더 모집은 안 될 거 같으 니 여기서 모집 완료를 하고 스터디 가 결성된 기념으로 캡슐방에 가시 죠!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
“오오! 역시 정민 오빠! 화끈해!”
“나, 나는 찬성.”
“저도 좋아요.”
정민의 말에 기존 스터디원들은 환 영했고, 현성은 그걸 보며 이상하다 는 듯 봤다.
보통 자기소개하면서 앞으로 공부 를 어떻게 해갈지 상의하는 게 스터 디 아닌가? 스터디를 해본 적이 없 으니 잘은 모르지만 보통 그렇게 시 작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캡슐방은 웬 말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었을 때 현아도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재밌겠네요!”
아니, 믿었던 현아마저.
그보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터디인데 공부를 좀 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민이 현성을 보며 말했 다.
“형님, 뭘 걱정하시는진 알겠지만, 저희는 가상현실게임학과를 지원하 는 스터디 아닙니까? 게다가 만난 첫날부터 공부하면 언제 친해지겠습 니까? 오히려 그러다 보면 더 서먹 해지는 법입니다. 가상현실게임학과 는 실기도 있으니 실기 연습한다는 겸 좀 하고 나면 단합은 물론이고 실기 연습도 된다 아닙니까, 게다가 단합엔 파티사냥만큼 좋은 게 없 죠!”
정민의 말에 현성도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부모에게 했다면 처맞을 말.
그러나 저리 좋아하고 눈빛으로 조 르는 현아를 보니 차마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그래요, 가죠.”
“아잇! 저보다 4살 형님이신데 말 편하게 하세요.”
“마, 맞아요.”
“현성 오빠가 편한 대로 하세요.”
“맞아요! 여기서 현성 오빠가 말 놔도 틀딱이라고 할 애들 없어요! 아하하항. 그리고 현아도! 우리 다 친군데 말 놔!”
다들 그렇게 말하자 현성도 계속 높일 순 없었다.
“그, 그래.”
“응! 좋아!”
현성도 현아도 좋다고 말하니 다들 화목한 분위기로 근처에 있는 캡슐 방을 갔다.
여전히 이 스터디가 괜찮을지 걱정 되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따를 수밖에.
‘진짜 공부 안 하는 건 아니겠지?’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캡 슐에 들어가 접속한 현성은 이내 고 개를 저었다.
‘저래도 할 때는 하겠지.’
너무 신경 쓰지는 말자며 접속한 뒤 카린 제국 지도를 펼쳤다.
다들 카린 제국에 있었기에 수도에 서 사냥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 냥터로 위치를 잡았다. 미리 장소는 들었기에 이동스크롤 을 사면되리라.
그렇게 접속을 하면서 한숨을 쉬었 다.
‘정말 걱정이긴 해도 현아가 좋아 했으니까. 그보다 장비아이템 모두 갈아 끼자.’
아수라의 영상으로 나온 장비들은 모두 인벤토리에 넣어야 한다. 혹시 라도 현아나 다른 이가 눈치채면 큰 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장비들을 벗고 일반 아이템 들로 교체하고 있었을 때 그 모습을 뻔히 보며 헤헤 웃는 리베우스를 발 견했다.
“헤헤헤, 주인님 오셨습니까?”
“아……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