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00화
한참을 기다린 끝에 현성의 차례가 왔다.
이번에 얻은 스킬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긴 했지만.
NPC가 안내해 준 문 앞에 또 줄 을 서는가 하더니 문이 열리고 한 번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 갔다.
신청 시험이라는 게 서바이벌이었 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현성도 문
에 들어가자.
‘어라?’
문에 들어가는 순간 이동스크롤을 사용한 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넓은 방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그곳엔 현성 외에는 그 무 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래서 줄이 빨리 빠졌구나.’
옛날 PC게임 시절 온라인 게임에 채널이라는 개념이 있는 방 같은 곳 인가보다.
그래야 100명 이상을 수용해도 아 무도 없는 게 말이 된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활용을 하면 줄도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데다가 신청을 받을 NPC의 수가 줄어드니 통제도 더 쉬워지리라.
‘신경 좀 쓴 티가 나네.’
넓은 방 안을 둘러보며 잘 만들었 다 생각하던 그때.
[대회신청시험장에 오신 걸 환영합 니다.]
[시험에서 통과할 시 자동으로 신 청하게 됩니다.]
[시험장 안에서는 패시브 스킬을 포함한 모든 스킬이 봉인되며 자신 과 똑같은 능력치의 몬스터가 나오 게 됩니다.] [마 법계열 스킬은 봉인되며 커맨 드를 이용한 마법은 사용이 가능합 니다.]
[그 몬스터로부터 10분간 생존 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는 사살이 가능합니다.]
“O 으”
----- TZ1 ?
그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잘 만들긴 했으나 진부한 감이 없 지 않아 있었다.
‘너무 흔해 빠진 클리셰 아닌가? 뭔 자신과의 싸움도 아니고. 뭐 그 래도 이걸로 어중이떠중이는 확실히 거를 수 있겠네.’
소설, 만화, 영화에서 이제는 진부 하기 짝이 없는 자신과의 싸움.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긴 했다.
컨트롤이 같은 상대가 아닌 능력치 가 같은 상대다.
잘은 몰라도 여기서 컨트롤은 그렇 게 뛰어나진 않을 거다. 하나 어중 이떠중이는 걸러낼 정도의 컨트롤은 되리라.
더군다나 스킬도 봉인된다지 않은 가.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스킬이 봉인되면 검술 스킬같이 패시브도 사라지니 오로지 컨트롤만 확인하겠다는 뜻이네.’
이데아에서 검술 스킬은 검술을 접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잘 이용할 수 있게 위력을 담은 스킬이다.
하나 그게 봉인된 지금 어떻게든 컨트롤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능력치가 똑같은 상대다 보니 어쩔 수 있겠는가.
‘이것도 촬영이나 흐}자.’ 현성이 단검과 장검을 착용한 뒤 가면까지 쓴 뒤 적당히 준비가 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작하시겠습니까?]
친절한 메시지.
그걸 보며 현성이 말했다.
“영상 촬영, 시작.”
그 말과 동시에 영상이 찍히기 시 작했고, 메시지가 사라지면서 현성 밖에 없는 넓은 방 안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마치 흰색 배경으로 만들어진 마네 킹 같은 모습.
키는 현성과 똑같았고, 무기는 현 성과 달리 검 한 자루만 쥐고 있었 다.
아무래도 컨트롤이 힘든 단검과 장 검을 동시에 쓸 순 없는 모양이다.
‘그동안 연습한 걸 보여주자.’
열심히 수련해 온 검술 및 강약조 절을 보여줄 차례다.
빠르게 거리를 주파하는 현성을 보 며 마네킹 몬스터도 마찬가지로 검 을 쥐며 반응했다. 움직이기보다는 검으로 방어를 하 려는 모양.
현성은 그걸 보곤 바로 장검을 휘 둘렀다.
마네킹 몬스터는 당연히 검으로 그 걸 막으려 했고, 현성은 검과 검이 부딪히는 그 순간 손목과 팔을 이용 해 움직였다.
그러자 현성의 검이 마치 뱀처럼 놈의 검을 휘감는 것처럼 보였고, 그 순간 현성은 빠르게 검을 치켜 올렸다.
촤앙!
엄청난 반발력.
마네킹 몬스터는 검을 두 손으로 쥐고 있었으나 현성은 온몸의 무게 를 이용하여 휘둘렀기에 그저 두 손 으로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검을 반쯤 놓친 상태로 두 손이 올라갔고, 그대로 무방비하게 상체 가 드러났다.
휘익! 스윽!
현성은 그걸 확인하자마자 단검을 역수로 쥔 뒤 놈의 가슴을 길게 베 었다.
단검이라 한들 공격이 얕은 것이 아니다. 단검을 이용할 줄 모르기에 깊게 벨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 성은 달랐다.
고작 단검이었으나 허리와 어깨를 이용하고 심지어 발의 움직임까지 틀어가며 위력을 선보였다.
강약조절의 끝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모습. 거기에 현성은 땅을 차 며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장검을 휘 둘러 다시 한번 놈의 가슴을 베었 다.
서걱!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나 는 자세에서 힘들다시피 했으나 기 어코 허리를 돌리며 위력을 증대했 다.
두 번의 공격을 당한 마네킹 몬스 터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그대로 검을 다시 쥔 뒤 뒤로 물러 나는 현성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상대는 현성.
퍼억!
그대로 상처 입은 가슴을 발로 차 며 놈은 뒤로 물러났고, 현성은 그 반발력으로 뒤로 더 물러났다.
그러면서 장검으로 놈의 손목을 베 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마네킹 몬스터의 손.
그걸 확인한 현성은 다시 거리를 좁혀들어갔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뒤로 물러서는 마네킹 몬스터를 보며 현성은 그대 로 단검을 던졌다.
휘익! 챙!
아무리 그래도 현성과 같은 능력치 를 지닌 몬스터다.
그 정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검을 들어 단검을 막았다.
그리고 다시 검을 제자리로 돌렸을 때. 튕겨져 나가는 단검을 쥐고 현 성이 놈의 옆에서 빠르게 단검을 휘 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목이 베였다.
발버둥 치려고 거리를 벌리려고 뒤 로 물러나자 이번엔 장검이 휘둘러 진다.
채앵!
검으로 막으려 했으나 이번에도 장 검으로 놈의 검을 휘감아 검을 튕겨 낸다.
다시 무방비해진 가슴.
현성은 그런 놈의 심장에 빠르게 단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단검을 다시 회수하고는 놈의 공격 을 단검으로 흘리며 옆에 이동한 현 성은 장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베었 다.
서걱!
압도적인 컨트롤. 장검이 목을 벤 순간 마네킹 몬스터는 그대로 허물 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리 현성의 체력과 같더라도 강 약조절을 하며 공격한 현성의 데미 지를 버틸 순 없었다.
그 덕에 시시하게 끝난 마네킹 몬 스터를 보며 현성이 말했다.
“촬영 종료.”
촬영이 끝난 걸 확인하자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38초! 신기록입니다!]
[대회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불참러의 효과로 닉네임을 익 명으로, 혹은 지정한 닉네임으로 등 록이 가능합니다.]
[익명] [닉네임 지정] [원래 닉네 임]
[10초 안에 선택하지 않으시면 원 래 닉네임으로 등록됩니다.] 현성은 감탄하면서 닉네임 지정을 선택했다.
설마 익명뿐만이 아닌 닉네임 지정 까지 될 줄이야.
“아수라로 지정한다.”
[‘아수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그 메시지가 사라지곤 축하의 메시 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대회신청이 완료되었 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십시오.]
형식적인 메시지들을 치우고 현성 은 38초라는 신기록을 보곤 미소 지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졌다.
시험을 완료했는데 계속 있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그렇게 나온 순간.
“야! 미친! 홈페이지 신청 순위표 봤냐?”
“신청 순위표? 그게 뭐냐?”
“그그, 신청 시험 있잖아. 그거 빠 르게 통과한 순위가 나오는데 미친 아수라 봐.”
“어? 아수라 순위 등록됐어?”
“어! 지금 1위야!”
“크흐! 아수라 진짜 대박이다.”
그렇게 떠드는 유저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순위표가 있다고?’
신기록이라는 말은 들었으나 1위라 는 메시지는 없었기에 현성도 궁금 하다는 듯 인터넷창을 열어서 홈페 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홈에 있는 신청 순위표를 클릭해봤다.
“이게 뭐야.”
[신청시험 순위]
1위: 아수라-38초
2위: 루시퍼-2분 39초
3위: 베라-5분 15초 거의 압도적인 순위였다.
이미 1위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자신이 1위라는 것에 놀라진 않았 다.
다만 2위와의 차이가 무려 2분이 나 차이 난다는 게 놀라웠다.
비공식 랭커들도 참가한다고 들었 는데 실력을 숨긴 거 같았다. 현성 도 이런 순위표가 있단 걸 미리 알 았다면 이렇게 순위에 들지 않게 했 으리라.
하나 어쩌겠는가. 이미 저질러 버 린 것을.
‘영상 하나 건졌으니 신경 쓰지 말 자.’
이번 영상은 다소 밋밋하다는 생각 이 들긴 했으나 그래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대회의 신청시험 영상 아 니겠는가.
게다가 1위까지 먹었으니 홍보는 톡톡히 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영상이 짧지 않은가.
‘재환이가 좋아하겠네.’
편집하기 좋은 짧은 영상.
그걸 건졌으니 좋은 것 아니겠는 가.
‘그래도 할 일은 끝내고 주자. 영 상도 짧으니까. 그보다 기면증이 좀 늦게 발동되면 좋을 텐데. 뭐 그 전 까지 하면 되지.’
이번에 얻은 전설 등급 스킬.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 간이 필요했다.
‘강약조절도 중요하지만, 이게 우 선이야.’
강약조절은 그래도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아직 이 스킬에 대해 준 비는 전무하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대회 중에 사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 이다.
그래도 이왕 얻은 거 시도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재환 그 녀석 엄청 놀라겠지? 흐 흐.’
신청시험 순위표.
아수라가 1위로 등록되자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워졌다.
이곳저곳에 퍼지며 댓글들도 엄청 났다.
-n天! 38초가 가능한가? 나는 그 냥 10분 버티는 것도 못해서 입구 컷 당했는데 엌 개쩔자너.
-진짜 38초 인간이냐?;;; 버그 없 는 거 알지만 버그라고 생각하고 싶 다.
1-20.
-야, 긔 거 거 거 거 그보다 프로 중 1 위라는 루시퍼는 아수라한테 개발림 차이 2분 실화냐?
느루시퍼도 대충한 거겠죠.
L 루시퍼 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흐.
느근데 솔직히 아수라랑 루시퍼랑 뜨면 아수라가 개바를 거 같은데?
1■?야, 프로가 괜히 프로겠냐? 적당 히 발리겠지.
L엌긔 거 그 난 또 루빠인 줄.
*-=! 그 거 거 긔 긔 거 =1=1.
댓글들을 보던 한 남자가 손을 부 들부들 떨었다.
다름 아닌 프로게이머 인지도와 실 력 1위라고 알려진 루시퍼.
그가 시험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나 그렇다 한들 그 시험에서 38 초라는 기록을 깰 거 같진 않았다.
“어디 버러지 같은 놈이 어디 아마추어가 자신보다 높은 순 위에 들다니.
루시퍼는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아수라가 올린 영상도 본 루시퍼 다.
루시퍼도 이데아를 플레이했다면 저 정도는 할 자신이 있다, 아니, 저것보다 더 뛰어난 영상을 찍을 자 신이 있었다.
그런데 꼴랑 이데아에서 유명한 주 제에 자신의 위에 서다니.
그 사실에 분노하는 루시퍼.
“고작 이데아나 하는 주제에 자기 가 뭐라도 되는 듯 설치는군.”
항상 실력은 좋다. 대회에 나가는 족족 우승은 루시퍼가 차지했으니. 그러나 매너나 인성으로 대중들 사 이에서는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 다.
그럼에도 오만한 컨셉으로 밀고 나 가다 보니 팬층도 꽤 두터웠다.
“예선도 저런 타임어택 순위가 있 다고 했지?”
프로의 장점은 철저한 시간 계산과 데미지 계산.
그걸 생각했을 때 컨트롤은 자신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런 종합적인 걸 따진다면 루시퍼는 절대 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선에서 쪽팔리게 해주마.”
기필코 저 아마추어 놈의 면상을 구겨주겠노라고 다짐하는 루시퍼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