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03화
아수라.
그 석 자가 가져온 파장은 작지 않았다.
그동안 아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 았다고 헐뜯던 사람들은 태도를 싹 바꿔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중 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욕을 할 순 없었다.
그럴 시간에 아수라의 경기를 보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어떻게 5분도 안 돼서 잡을 수 있는 거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 다.
-아무리 강약조절을 했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데미지긴 합니다. 정말 쉴 틈 없이 공격을 하지 않고 서야 불가능한데 말이죠.
-아쉽게도 생방송으로 진행하기에 돌려 볼 수 없는 점 죄송합니다.
-하하, 그 덕에 아수라의 유튜브가 난리가 나게 생겼네요. 다들 궁금해 하는 1단계 보스 클리어 영상도 올 릴 테니 말이죠.
-아아, 그러고 보니 아수라 선수! 지금 영상 촬영 중입니다. 이번 경 기에 제약이 걸려 있어 바로는 못 올리겠지만, 볼거리가 더 늘어나겠 군요.
-정말 기대되네요.
아수라가 등장한 순간부터 다른 선 수들은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4분 31초라는 역대급 기록. 몬스터 와 선수 간의 밸런스는 완벽하기에 다른 경기에서도 난이도는 같다고 이데아 개발자들이 말했다.
그렇다는 건 제일 빠르던 23분 34 초라는 기록보다 약 5배 더 바르다 는 거다.
근데 다른 영상을 틀 이유가 어디 있는가.
아수라의 영상만으로 대박인데 말 이다.
-그동안 편집빨이니, 레벨빨이니, 혹은 아이템, 직업빨이니 뭐니 말들 이 많았던 아수라 선수입니다. 하지 만 이번 경기로 확실히 자신의 실력 을 보여준 아수라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이 경기의 아이 템들은 모두 같은 등급의 같은 옵션 들이고, 능력치도 모두 같은 상황에 서 정말 대단한 걸 보여주네요.
-경기 시작 전 아크 선수의 인터 뷰가 생각납니다.
-하하하, 아크 선수 말대로 진짜 위대한 선수가 맞습니다.
중계진들의 말을 거부해놓은 현성 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지금 난리가 났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앞선 경기의 최고기록이 23분이었 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나도 내가 놀랍다니까.’
최고기록이 23분인 걸 보고 적당 히 10분 이내로 끊자고 전력을 다 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그 덕에 5분 안에 끊을 수 있었으나 그리 어렵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현성이 상대해오던 보스에 비해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에.
늘 불리한 보스들만 상대해 오다 보니 이런 놈들은 성에 차지도 않았 다.
부디 2단계는 더 어렵길 바라며 들어가자 이번에는 몬스터의 종류가 달랐다.
‘ 뱀‘?’
거대한 백사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혹사는 잡아본 적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정말 싱겁게 끝났었다. 현성 이 그때 부활시켰던 이볼크 때문이 었으나 이번에는 과연 어떨지.
‘꽤 크네. 아니, 길다고 해야 하나.’
몸의 두께는 보아하니 어림잡아 1.5m 정도는 되어 보이고 놈의 대 가리는 족히 3m는 되어 보인다.
게다가 길이만 봤을 때 최소 10m 는 넘는다.
저런 기다란 놈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까. 현성의 두 눈이 포식자 의 눈 마냥 번들거리면서 놈을 노려 봤다.
-샤아아아아아악! 그게 불쾌했는지 위협적이게 포효 를 내지르는 백사를 보며 현성은 놈 이 뿜어내는 독을 피했다.
정말이지 불리하기 짝이 없다.
유저는 스킬을 쓸 수 없는데 저놈 들은 마음껏 스킬을 사용하니.
하나 그러니 더 재미있는 것 아니 겠는가.
현성은 가래침과 같은 더러운 독을 피하며 놈에게 다가간다.
거리가 좁혀지니 놈은 독을 뱉는 것은 포기하고 그대로 현성에게 아 가리를 벌리며 삼키려 했다.
파앗!
돌진하는 와중에 땅을 발로 차 공 중으로 뛰어오른 현성.
백사는 현성이 피한지도 모르고 그 자리를 덮친다.
콰강!
그리고 놈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현성은 그대로 단검을 허리에 찬 단 검집에 꽂은 뒤 두 손으로 장검을 쥐어 놈의 머리에 그대로 검을 꽂으 며 낙하했다.
생명체라면 응당 죽을 법한 모습. 그러나 예상과 다른 장면으로 이어 졌다.
타앙!
단단한 비늘에 튕겨 나간 장검.
그걸 확인하자마자 현성은 그대로 단검을 뽑으며 빠르게 놈의 정수리 에 찔러 넣었다.
탱! 탱! 탱!
마치 금속을 때린 듯 얼얼한 손을 뒤로 한 채 그곳에서 빠져나온 현성 은 백사의 반응을 봤다.
-키:o}o}o]?악!
고통스러워하기보단 머리에 충격을 받아 어지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홍진오가 말했다.
-아아, 역시 단단합니다. 앞선 경 기에서도 2단계인 백사한테 다들 고 전했었죠.
-저런 강도라면 그럴 법도 합니 다!
-타격으로 때려잡아야 하는 걸 알 아도 난감하기 짝이 없죠. 게다가 저 상황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무게를 싣고 검을 찌르려 했는데도 먹히지 않았으니까요.
백사의 비늘은 단단하기 짝이 없었 다.
현성의 공격에도 베이기는커녕 타 박상밖에 입지 않는 걸 보자 현성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베는 건 힘들다는 거네.’
그러나 자기가 공격한 데미지는 그 대로 적용이 되는 중이다.
미비하기는 해도 타격 데미지가 들 어가 놈의 체력을 깎은 모양.
그걸 보자 현성은 확신했다.
지금 여기서는 검술은 그다지 필요 없다는 것을.
‘평소대로 가야겠네.’
평소대로.
능력치를 앞세워서 타격과 베는 효 과를 동시에 주는 검술.
정확히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검술 이었으나 지금만큼 이게 잘 어울리 는 것도 없으리라.
현성은 마음을 먹자마자 놈에게 달 려들었다.
백사는 상당히 기고만장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공격이 먹히 진 않았으나 반대로 현성의 공격도 자신에겐 일절 통하지 않았으니.
현성이 지치길 기다리고 지쳐 떨어 지면 그때 삼키기만 하면 자신의 승 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현성이 거리를 좁혀도 그저 독을 뱉으며 공격을 맞아줄 심산이 었다.
콰앙!
- 키에에에에엑!
고통이 목에서 느껴졌다.
여태까지 놈이 자신에게 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 그것이 백사의 뇌리에 꽂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별 고통 을 주지 못하던 인간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 인가.
어리둥절한 놈을 향해 다시 한번 현성이 다가가 장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때 현성의 검이 놈의 비 늘을 공격하는 순간.
콰앙!
현성의 검은 비늘에 닿는 순간 힘 을 뗐고, 그대로 현성이 검을 통해 휘두른 힘이 그대로 타격으로 놈에 게 고통을 준 것이었다.
-키에에에에엑!
그걸 지켜보고 있는 배송재와 홍진 오는 중계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그것을 넋 놓고 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2번의 예선을 지켜봐 오 면서 저리 고통스러워한 백사는 둔 기를 쥔 선수들에게서만 볼 수 있었 는데, 그마저도 몇 없었다. 그런데 검을 쥔 아수라가 백사를 저리 요리 하고 있다니. 그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 니다.
-대단합니다. 진짜 대단해요.
홍진오의 말에 배송재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저런 식의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보고 있었으니.
-사실 검으로 저런 타격을 준다는 거 자체가 비효율적인 전투 방법입 니다. 그런데 그걸 천부적인 센스와 압도적인 컨트롤로 백사를 압도하고 있네요. 아까도 말했습니다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설을 하고 있는 저보다 훨씬 윗선, 아니 올려다보지도 못할 곳에 있는 실력 을 제가 어찌 해설을 하겠습니까.
엄청난 인기와 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홍진오다.
그런 홍진오의 찬사에 사람들은 모 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공격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계속해서 공격을 넣고 있 다. 그것도 타격의 효과로 말이다. 그걸 본 배송재가 홍진오를 보며 물었다.
-제가 보기엔 저렇게 아슬아슬하 게 피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저러는 이 유를 알 수 있을까요?
-다른 선수가 저랬다면 겉멋이 들 었다며 비판을 했을 텐데 피하는 도 중에 아수라 선수의 왼손을 보십시 오.
그 말에 모든 관객이 현성이 백사 의 공격을 피하는 순간 왼손을 주목 해서 봤다.
그리고 꼬리를 피하는 와중에 왼손 에 쥔 단검으로 꼬리를 빠르게 강타 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유심히 본 결과 저렇게 피하는 때는 모두 단검으로 반격을 넣었습니다. 찌르기인지라 타격의 효과를 크게 주지는 못하지만 저러 면서 쌓이는 데미지도 만만치 않습 니다. 너무 철저합니다.
-와, 저는 그걸 발견한 홍진오 해 설위원도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하하, 이 정도도 못하면 해설위원 때려치워야죠. 그래서 한껏 긴장한 채로 보고 있습니다. 하하하.
홍진오의 말에 배송재도 따라 웃으 며 현성의 플레이를 봤다.
솔직한 심정으론 중계고 뭐고 그냥 감상하고 싶었으나 프로라는 의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했 다.
그리고
-진짜 믿을 수 없습니다. 레벨 300 이상 경기에서도 이런 기록을 볼 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2단계를 9분 13초로 통과하는 아수라 선수!
-1 단계와 2단계를 합쳐도 20분을 넘지 않습니다! 지금 기록 13분 44 초!
-참고로 2단계 1위의 기록이 35분 50초였습니다. 그걸 고작 9분 만에 클리어하는 아수라 선수!
-정말 위대합니다! 게임강국에서도 그 실력을 당당히 뽐냅니다!
관중들이 모두가 환호했다.
아수라의 실력이 정말로 입증된 순 간이었으니.
그의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대부분 압도적인 컨트롤과 강함에 매료가 되었으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으 니.
앞서서 배송재가 말했듯 무슨 발이 니 무슨 무슨 발이니 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하나 더 이상 그런 글을 달 수 없 게 되었다.
이렇게 모든 스킬, 모든 아이템, 심지어 능력치조차 평균이 된 와중 에도 절정의 실력을 보이고 있었는 데 생각이 있으면 더 이상 달 수 없을 것이다.
-3단계에 진입합니다!
-아직 프로들도 1단계인데 진짜 대단합니다. 루시퍼 선수와 아크 선 수만 2단계인데 다들 고전하고 있습 니다.
-아아, 솔직히 아수라 선수의 경기 를 보고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홍진오의 발언에 관객석이 웃음바 다가 되었다.
다들 공감하고 있었기에 저렇게 웃 는 것이리라.
솔직히 말하면 배송재도 큐 사인이 아니었다면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 었으리라.
-아아, 3단계에서도 폭풍과도 같습 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3단계도 고전은커녕 저 움직임을 보십시오! 여유롭습니다!
-저건 연기를 한다 해서 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지금 아수라 선수는 진짜 여유롭다는 얘깁니다.
중계진의 말대로 현성은 상당히 여 유로운 상태였다.
기록은 알지 못했으나 보스들이 너 무 무난했으니.
전력을 다해 싸우기는 했으나 솔직 히 말해 시시한 감이 없지 않아 있 었다.
‘그 프로라는 놈은 잘하고 있으려 나?’ 남의 걱정을 해줄 만큼 여유로운 현성.
하지만 그렇다고 봐줄 생각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이놈도 빨리 처리하자.’
그래도 프로니까 혹시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서둘러 잡자고 마음을 먹으며 마지막 보스인 인간형 몬스 터 뱀파이어를 상대했다.
-아아, 뱀파이어도 아수라의 앞에 맥을 못 추립니다!
-박쥐나 안개로 변할 수도 있고, 석화나 여러 CC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선 경기들에서는 이 보스 를 상당히 고전하면서 잡았습니다 만, 아수라 선수는 너무 여유롭습니 다.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네요.
그렇게 목이 쉬어라 중계를 하는 와중에 이윽고 아수라가 뱀파이어의 목을 베어내는 순간 탄성을 내질렀 다.
-와아아! 잡았습니다!
-대단해요! 3단계에서 걸린 시간 은 불과 15분 32초!
-모두 합쳐 29분 16초로 당당히 모든 기록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합니
“와아아아아아아아!” -미쳤다. 원래 1위 기록이 1시간 20분 아니야? 거의 3배 빠르게 클 리어하네.
L정확히는 1시간 27분 30초다. 진짜 대박이다.
-이거 세계대회 없나요? 상 좀 휩 쓸어오게.
L=i 거 거 크 긔 거 거 거, 그건 좀 너무 하지 않냐?
-그보다 나는 프로들 너무 불쌍하 다. 거의 25분 동안 방송 출연 1초 도 못함.
L엌, 거 거거거 . 진짜네.
관중석이고 인터넷이고 난리가 났 다.
프로의 압도적인 경기는커녕 그저 아수라 특집 방송밖에 되지 않았으 니.
하지만 시청자들은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수라의 영상이 끝나고 난 뒤 프로들의 영상을 중계하자 시청 률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중계진 역시 감출 수 없었다.
-아아, 이런 말씀 드려도 될까 싶 습니다만, 아수라 선수의 경기를 보 고 나니 너무 밋밋합니다.
-하아,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루시퍼 선수와 아크 선수의 플레이 도 대단합니다.
배송재가 애써 말했으나 그걸 곧이 곧대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애써 포장하는 것을 알고 있 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그 모든 중계를 듣 던 루시퍼는 분노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으드득.
아직도 자신의 실력이 위라고 믿고 있는 루시퍼.
아수라, 그러니까 현성이 자신보다 강약조절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 지만 스킬의 배합이나 스킬을 사용 하는 타이밍은 자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부분에서 루시퍼의 평 가는 상당하긴 했다.
그러니 오만한 것이기도 했다.
‘본선에서 이 치욕을 갚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