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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05화 (105/472)

잠만 자도 랭커 105화

경기 일정이 아닌 시간에도 대회 일정 동안은 한국 서버 시간 비율이 1 대 1로 바뀌어버렸다.

그 덕에 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경 기를 관전했으나 불만은 없었다.

그만큼 아수라와 레벨 300 이상 경기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

그러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상당히 불만 어린 표정으로 캡슐에서 나오 는 이가 있었다.

“으혹.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바로 현성이었다.

평소에는 시간 비율이 1 대 5였던 지라 게임 안에서 시간이 부족하다 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든 적이 없 었거 늘.

하필 대회 때 이러니 아쉬울 수밖 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 아무리 잘해봐야 아 슬아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다.

이미 이번에 얻은 전설 스킬이 대 회에서 적용되는지도 확인했다. 리 스크가 있는 스킬의 경우 모두 적용 되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준비가 덜 되서 사용하지 못하면 아쉽지 않은 가.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야 겠다.’

그렇게 현성이 밖으로 나오자 현아 가 상당히 흥분한 채로 TV를 보고 있었다.

하기야 현성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4경기를 봤는데 대박이긴 했었다.

비공식 랭커들.

몇몇만 봤음에도 실력이 엄청났다.

스킬은 봉인되어 제대로 된 실력이 라 할 순 없었으나 그래도 전투 센 스나 컨트롤들이 모두 뛰어난 사람 들이었다. 더군다나.

‘서아 님이 비공식 랭커일 줄은 상 상도 못 했네.’

강하다고는 알고 있었으나 설마 비 공식 랭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친구추가까지 해놓은 상태 다.

혹시 두 번째 흔적에 필요할 거 같으면 연락을 해봐도 나쁠 거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2등을 할 줄은 몰랐지.’ 비공식 랭커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 력.

게다가 30분대를 혼자 돌파하는 것도 인상적이긴 했다.

3위를 한 린도 인상적이긴 마찬가 지였다.

두 여자의 실력에 다른 비공식 랭 커들도 밀렸다.

그런데 그런 두 여자보다 순위가 높은 현성.

‘근데 난 진짜 뭐냐.’

그간 게임을 잘한다는 인식은 있었 으나 이 정도일지 어떻게 알았겠는 가.

프로 제의를 받았다고 해도 그때는 정말 어렸을 때지 않은가.

그나마 아수라 건 때 이후로 자각 하기 시작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 은 몰랐다.

‘자만하진 말자.’

스킬을 봉인한 경기다.

그러다 보니 스킬을 사용하는 응용 력이나 타이밍, 캐스팅 시간 계산까 지 한다면 현성보다 뛰어날 수도 있 지 않은가.

결코 이번 순위로 자만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현아의 근처에 갔다.

“오빠! 어떻게 됐어? 나는 종합순 위밖에 안 봐서 제3경기 순위는 못 봐가지고.”

기대 어린 눈빛이다.

다만 그 눈에 다소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하기야 제3경기에 나간다고 말했으 니 그럴 만도 하다. 프로들도 많았 고 아수라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 떨어졌지. 프로가 그렇게 많은 데 본선에 갈 수나 있었겠냐.”

“으음, 그래도 아쉽다. 오빠 실력도 좋은 편인데.”

현아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보다 종합순위 3위 한 사람이 리나 님이지?”

“웅웅! 짱이지? 뭐 아쉽게도 그 여 자는 못 이겼지만, 그래도 본선 경 기가 있으니까.”

“응? 서…… 아니, 2위랑 아는 사 이야?”

“응, 좀 악연이 있지. 뭐 큰 건 아 니긴 한데 한 번 우리 길드에 영입 하려 하다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 만 모인 길드엔 안 들어간다고 하곤 나 빼고 길드 언니 오빠들이랑 다 한 판씩 떴거든. 그때 올킬 당한 이 후로 린 언니가 그 여자 이기려고 엄청 수련하더라.”

그 말을 듣곤 현성은 피식 웃으면 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지낸 건 아니지만 서아의 성 격이라면 분명 그럴 만하다고 생각 했다.

그보다.

“너희 길드 사람들도 순위권 안이 야‘?”

“웅, 일단 3위인 언니랑 4위 베른 오빠도 어떻게 보면 우리 길드고, 5 위 카이저 오빠랑 7위 스티 언니, 10위 아이 언니, 마지막으로 13위에 탱구리 아저씨!

“……그, 그 사람들이 다 너희 길 드라고?”

“응. 대단하지?”

마치 자랑한다는 듯 가슴을 내밀며 두 손을 허리에 집는 현아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현아를 봤다.

진짜 뭐 하는 길드일까.

“뭐 진짜배기들은 대부분 참여 안 한 거 같긴 한데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비공식 랭커 중에서 그 여자랑 린 언니랑 제일 세긴 해.”

“그렇구먼.”

역시 자만은 금물이다.

아직도 올라야 할 산이 이렇게나 많은데 자만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아, 근데 오빠는 제3경기라서 아 수라 님 경기 못 봤겠네?”

“아아, 웅 뭐 그렇지.”

“진짜, 솔직히 이런 말 하면 린 언 니한테 미안하긴 한데 린 언니나 그 여자나 아수라 님보다는 못했어. 진 짜로. 물론 레벨이나 스킬들도 무시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컨트롤에서 는 아수라 님이 이데아 최강이 맞는 거 같아.” “크흠. 그렇구나. 다음에 재방송 봐 야겠다.”

“헤헤 꼭 봐! 두 번 봐!”

“그래 알았어.”

활기찬 현아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자 현아는 TV를 끄 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일어나는 폼이 상당히 자연스 럽다.

“그럼 나는 자러 갈게.”

“응? 벌써 잔다고?”

지금 고작 해봐야 12시밖에 안 된 시간이다.

평소에는 1시나 3시가 넘어야 잠 을 자는 현아였기에 다소 의외였다.

“응, 지금 자야 일찍 일어나서 경 기 보지. 제1경기나 제2경기도 나름 재밌더라.”

“아, 그래?”

“어! 오빠 떨어졌으면 나랑 같이 보자!”

“어, 어?”

그 순간 현성은 멍하니 현아를 봤 다.

이런 경우는 생각해 놓지 않았는데 순간적으로 물으니 당황한 현성.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는 현성을 보며 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 었다.

“내일 약속 있어?”

“어…… 미안. 이데아 안에서 재환 이 녀석이랑 같이 보기로 했거든.”

“에이, 그럼 진작 말하지. 나도 그 러면 써니 언니랑 같이 봐야겠다. 그럼 오빠도 잘 자?”

“그래, 너도 잘 자라.”

다행히 눈치는 못 챈 듯싶었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간 현아를 보곤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혹시 모르니까 연락해 두자.’

나중에 입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알리는 게 좋 지 않은가.

신청시험 영상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을 재환에게 문자를 넣곤 현성도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스킬 준비나 해야겠네.’

게다가 32강전과 16강전도 준비해 야 한다.

평소대로 전력으로 싸우면 되는 일 이긴 하나 그래도 대회이지 않은가. 나름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진 않을까?

‘유튜버인데 그냥 밋밋하게 전투만 하는 건 별론데…… 그렇다고 뭔가 를 컨셉 잡고 하는 건 내가 어색할 거 같고.’

굳이 꾸며내는 것은 현성의 성미 상 맞지 않다.

현성, 그러니까 아수라라면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더라도 사람들은 환 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만족할 순 없다.

일단 현성도 유튜버이지 않은가. 스트리머라고도 하고, 혹은 크리에 이터라고 불리는 직업. 영상을 찍기 로 마음먹었으니 이런 고민은 당연 한 수순이었다.

어떤 걸 해야 더 사람들이 좋아할 지. 혹은 영상으로서 더 재미있고, 신선한 영상일지.

그러던 중 재미있을 만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호, 그거 좀 재미있겠네. 내 이 미지랑도 꽤 어울리고.’

악동과도 같은 미소.

당하는 상대가 본다면 악마와도 같 은 미소가 현성의 입가에 피어났다.

린이 생각하는 현성의 강함. 호기 심과 장난기가 발동되는 순간이었 다.

‘그럼 자자.’

고민도 다 했겠다. 일찍 자고 일어 나 그 스킬을 준비해야 한다.

그 스킬만 준비된다면 대회에서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 라.

그렇게 침대에 눕자 언제 고민을 했냐는 듯이 바로 코 고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드르렁? 쿠울. 드르렁! 쿠울!”

역시 죽음과 잠의 신, 타나노스의 후예다운 수면 속도였다.

다음 날 오후 8시.

제3경기가 열리는 시간.

중계 콜로세움의 표를 산 사람들은 캡슐 안으로 들어갔고, 표를 사지 못한 사람들은 치킨을 시킨 뒤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했다.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캐스터 배송재입니다.

-해설위원 홍진오입니다.

■어제 경기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데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 에 없죠?

-물론입니다. 어제 그런 이변을 불 고 왔는데 오늘 시청률이 낮을 리가 있겠나요? 저도 지금이라도 중계 때 려치우고 집에서 치킨을 뜯고 맥주 마시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 지만…… 크홈. 저도 생계가 있다 보니.

-동감합니다.

시청자들은 다들 두 사람이 불쌍하 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야근을 하면서 이 경기를 생방송으 로 못 보는 이들도 있는 와중에 그 누구보다 뚜렷하고 거대한 화면으로 보는 게 어디인가.

그나마 그것을 알고 있기에 위안을 삼는 두 사람이었다.

-그보다 어제 제3경기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이 골머리를 앓는 소리 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하하,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 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해 도 일단은 일반인이죠. 아니 크리에 이터라고 해야 하나요? 명색의 프로 가 유튜버에게 진다면 사실 꼴이 말 이 아니긴 하죠. 물론 제가 보기엔 이번에는 지더라도 영광인 경기겠지 만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아수라 선수 의 경기는 컨트롤이 뛰어난 것도 있 지만, 그 흡입력이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그런 몰입도 있는 전투는 흔치 않거든요.

배송재의 말에 홍진오도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니 더 고민일 겁니다, 어떻게 해야 어느 정도 공략을 할 수 있을 지 머리를 짜야 하거든요. 더군다나 어제 보여준 영상은 2단계부터였고, 그나마도 스킬이 봉인된 체 싸우다 보니 아무래도 유튜브에 올라온 아 수라 선수의 영상을 보고 참고해야 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홍보도 된 셈이군 요?

-그렇죠. 물론 이데아를 하는 사람 치고 아수라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아! 그것도 그렇네요.

-중요한 건 프로들이 무려 20명이 나 참전한 제3경기에서 아수라라는 선수를 어떻게 공략할까가 문젭니 다. 단검과 장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아주 난해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공 략법도 찾기 힘듭니다. 게다가 아수 라 선수의 컨트롤. 뭐 입 아프게 말 해야 합니까?

홍진오의 말에 관객들이 대부분 웃 음을 터뜨렸다.

단검과 장검을 동시에 다룬다는 것 만으로 다루기 힘든 상대임이 틀림 없다. 거기다 변칙적인 움직임과 사 냥꾼의 기질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 다.

그런데 그런 상대가 컨트롤까지 넘 사벽이다.

사실상 지는 게 확정이라 생각하고 싸운다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슬슬, 경기에 앞서 본선부터는 어 떻게 진행되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본선은 다른 대회들과 같습니다. 일단 토너먼트로 진행이 되며 32강 으로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32강전 과 16강전이 치러지니 32강전에서 승리한 선수는 총 2번의 경기를 펼 치게 됩니다.

-예선과 같이 능력치는 고정인 건 가요?

-예, 제3경기의 경우 능력치는 모 두 50으로 고정되며 스킬들의 데미 지도 광역 스킬, 패시브 스킬 등등 모두 종류별로 데미지가 고정되게 되어 있습니다. 일부 뛰어난 효과들 도 대부분 제거가 된다고 합니다.

친절한 설명에 배송재는 고개를 끄 덕였다.

하기야 제1경기와 제2경기에서도 한 설명이었으니 할수록 느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리스크가 담겨있는 스킬들 은 그대로 발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제한을 덜 둔다는 뜻이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리스크가 있는데 도 거기서 더 제한을 두는 것은 어 떻게 보면 밸런스가 어긋난다고 판 단한 모양입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 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배송재의 말에 홍진오는 가볍게 고 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곧 경기가 시작되는 데요. 혹시 홍진오 해설위원은 제3경기 대진표 보셨는지요?

-사실 스포일러라 생각해서 보지 않으려 했지만 담당 작가님이 꼭 읽 으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봤습니 다. 하하.

-아 그럼 제 심정과 같겠군요.

-예, 그렇죠. 흐}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중계진의 말에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자 배송 재가 그들에게 말했다.

-저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첫 번째 선수들이 나오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3경기 첫 번째 시합의 두 주인공이 무대 위로 오릅니다.

배송재의 말과 함께 커다란 화면이 떠올랐고, 그 화면에는 황제가 구경 하고 있는 진짜 콜로세움 안에 있는 경기장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기장 한가운데로 걸어 나오는 두 사람.

-프로게이머 이젤 선수와 아수라 선수입니다!

“아아아아아?!”

함성보다는 탄식에 가까운 소리.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기대하던 아 수라가 첫 시합에 나왔으니 다소 기 가 빠진 느낌이었다.

보통 가장 기대하는 건 나중에 나 올수록 기대가 부푸는 법 아니겠는 가.

그러는 그때.

‘저, 저게 뭐야.’

경기장에 오른 프로게이머 이젤은 자신의 앞에선 아수라를 보곤 넋을 놓았다.

밤을 꼬박 새우며 아수라의 플레이 를 연구했다. 어떨 때 단검을 쓰고, 거리를 좁혔을 때 장검은 어떻게 쓰 는지 말이다.

그걸 연구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걸 견뎌내며 한 이유는 아수라가 그만한 실력자이기 때문이 다. 하다못해 치명타라도 날리자는 생각에 연구를 했건만.

-어? 어제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아수라 선수! 아, 설마!

-와! 아수라 선수 진짜 대단합니 다! 정말 악랄합니다! 이젤 선수의 곡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거 같네 요!

이젤의 앞에 선 아수라는 단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새하얀 가면을 쓴 아수라.

기사 아수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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