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06화
기사 아수라.
아수라 유튜브 채널에 단 하나의 영상만 올라온 스타일.
이젤도 기사 아수라라는 걸 모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사 아수라를 만만하게 본 것도 아니었다. 단 하나의 영상 만으로도 그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스타일.
그런데 이젤이 기사 아수라의 스타 일을 연구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사냥꾼 아수라를 연구할 시간도 부족했는데 어떻게 저걸 연구해!’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기사 아수라의 스타일은 연구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정석적인 스타일의 극의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사 아수라였으니.
움직임과 회피, 공격은 뻔하다. 그 냥 본다 해도 읽힐 정도로 뻔하다. 그야말로 정석적인 스타일. 딱 기사 와 같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변칙적인 사냥꾼 아수라보 다 난해하다.
뻔한 공격인 만큼 검술이 뛰어나서 검술로 상대를 현혹시킨다. 그 덕에 뻔해 보이는 공격들도 모두 성공시 키는 것. 다르게 말한다면 그냥 컨 트롤이 미친 것이다.
‘이럴 때 꺼내면 그런 미친 검술이 아니라도 반응하기 어려워……
지금까지 아수라가 보여준 모습은 사냥꾼 아수라밖에 없다.
당연히 선수고 관객이고 모두 사냥 꾼 아수라가 눈에 익은 상태.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처 럼 사냥꾼 아수라의 모습이 아른거 릴 정도다.
그런 상황에 기사 아수라를 꺼낸 다?
저 공격도 변칙적으로 움직일 것이 다. 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정 석적인 공격임에도 생각이 많아져 움직임이 굼떠진다.
극과 극에 다란 스타일이었기에 이 런 결과를 낳은 것.
‘어,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나올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술.
상대의 심리를 읽고 어떻게 하면 가장 괴로울지를 알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전술이다.
패닉 상태에 빠진 상대를 보며 현 성은 가면 뒤로 미소를 지었다.
악동 같은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역시 통할 줄 알았어.’
사실 현성 본인조차 기사 아수라를 까먹고 있던 차다.
그러다 어떻게 상대를 해야 관객들 이 좋아할지 생각을 하던 중 기사 아수라가 떠오른 것이다.
현성이 여태껏 착용해 온 검은 가 면이 아닌 하얀 가면을 쓰면 관객이 좋아할 것은 당연하고, 상대는 패닉 에 휩싸이리라.
그 생각이 딱 맞아떨어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진짜!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여기서 기사 아수라라니! 너무 가혹합니다. 이거, 이젤 선수한테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겁니다. 불쌍하네 요.
대놓고 중계진이 불쌍하다 할 정 도.
현성은 그런 이젤을 보며 미안한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한들 상대는 프로다. 그런 프로를 향해 전력을 다하는 것 은 당연하다.
‘직접 싸워보고 싶긴 했지만, 영상 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이미 경기장에 오르면서 현성은 촬 영을 시작했다.
생방송 때문에 대회 일정이 모두 끝나야 올릴 수 있지만, 편집은 미 리 할 수 있었기에.
이미 신청 시험과 예선전을 편집하 고 있는 재환이다. 대회가 끝나는 즉시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할 재 환을 위해 그럴싸한 영상 하나 더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기사 아수라는 영상도 하나밖에 없으니 더 일할 거리를 주는 게 인 지상정이지.’
그 생각을 하며 현성은 그대로 검 을 경기장 바닥에 꽂은 뒤 한쪽 무 릎을 꿇었다.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기사의 모습처럼 성스러운 모습.
기사 아수라가 나오기 전 퍼포먼스 중 하나다.
그걸 본 이젤은 정신을 차리고 자 신이 장착한 마나건을 장전한 뒤 현 성을 노려봤다. 그 순간 현성의 고 개가 떨궈지면서 현성이 중얼거렸 다.
“달콤한 꿈.”
현성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지고, 그 짧은 순간 총격 소리가 들려왔 다.
그 순간 현성의 두 눈이 보라색으 로 물들었다.
타- 앙!
MP를 소모해 공격하는 무기 마나 건.
그런 만큼 검과 같은 근접 계열 무기보다 데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 었다.
그러나 몽유병이 발동된 지금. 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앗.
총탄이 발사되는 순간, 몽유병이 발동되면서 기사 아수라는 총알들을 모두 피했다.
눈이 현혹될 만한 유려한 움직임. 거기에 이젤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름 자신하고 쏜 총알인데 한 발 도 맞추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젤은 알지 못했다. 지금 맞추더라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걸.
타- 앙! 탕! 탕! 탕! 탕!
파팟!
계속해서 총을 쏘아대지만 현성의 캐릭터, 그러니까 기사 아수라는 마 치 그걸 다 예상이라도 한 듯 모두 피해낸다.
그리고 맞는다 해도 상관없다.
지금은 달콤한 꿈이 발동 중인 상 태기 때문.
달콤한 꿈의 효과로 체력이 초당 1%씩 차오른다. 다시 말해 10초만 공격을 피하면 10%가 차오르는 거 다. 이 대회에서는 그야말로 사기적 인 스킬.
제재를 받을 법도 싶었으나 다행히 그러진 않은 모양이다.
‘깊은 잠에 빠진다는 리스크 때문 에 초당 1%씩 체력이 회복하는 것 은 그대로네. 그리고 몽유병의 스킬 도 그 자체만으로는 사실 문제가 되 지 않으니까. 제재가 없군.’
하기야 잠을 자면서도 전투하게 해 주는 스킬이 몽유병이다.
그런데 그걸 왜 제재하겠는가.
굳이 제재할 이유도 없는 스킬이 다. 자는 걸 컨트롤 그대로 움직이 게 해주는 스킬이니 말이다. 또 몽 유병을 제재한 뒤에 기면증으로 쓰 러지면 어떻겠는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기에 몽 유병은 제재하지 않은 모양이다.
현성에게 정말 좋았다.
‘오호 역시 프로는 다르네.’
연속으로 공격을 피했음에도 별 동 요가 없다.
패닉에 휩싸였는데도 저런 행동력 이라니. 프로는 프로다. 하나 그렇다 한들 기사 아수라에게 상대가 될 리 는 만무하다.
‘총은 버린다.’
이젤도 그걸 느꼈는지 더 이상 원 거리에서 총을 쏘지 않았다.
애당초 이젤이 기사 아수라에게 달 려들며 총을 쏜 이유도 그거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 한들 근거리 에서 발사한 총을 예측하고 피하기 란 쉽지 않은 일. 그걸 노리고 접근 을 하며 총을 쐈으나 쉽게 거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 덕에 이젤도 아직까지 공격을 당하지 않았지만. 그러던 그때.
스
빠른 검격이 휘둘러지고 뒤이어 무 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젤이 그걸 느꼈을 때는 이미 늦 은 상환 피할 순 없다. 그리고 실드 를 발동했다.
기사 아수라의 영상을 봤을 때 저 건 그 폭발하는 검격일 터. 방패로 막지 않으면 큰 손실이 된다. 그러 나
탕탕탕탕탕!
실드에 부딪힌 귀여운 소리.
그걸 듣자마자 이젤은 당황했다.
이런 위력일 줄이야. 그리고 그 순 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사 아수라 를 발견했다.
‘워우. 기사 같은 움직임이라 늘 까먹긴 하는데 이런 야비한 구석도 있단 말이야.’
야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 한 견제와 뛰어난 움직임일 뿐이다.
기사끼리의 결투에서도 시야를 흐 리게 하는 건 당연한 기술이다. 그 렇다고 모래를 뿌리거나 이런 것은 하지 않는다 한들 공격으로 시야를 분산시키는 일은 기사들 또한 하는 행동. 더군다나 몽유병 AI라고 해도 현성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 었기에. 오히려 당연했다.
반면 이젤은 그런 기사 아수라의 움직임에 당황하긴 했으나 오히려 기회라 생각했다.
방금 그 귀여운 공격으로 인해 거 리를 내주긴 했으나 아직 실드는 건 재하다. 두 번이면 몰라도 한 번까 지는 공격을 막을 수 있을 터.
‘그때를 노리고 쏜다.’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기사 아수라 의 휘둘러지는 검을 노려본다.
검을 휘두른 직후. 그것도 공격이 막힌 후에 빈틈이 날 수밖에 없을 터.
그때라면 아무리 기사 아수라라 한 들 총알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
이젤은 그걸 대비하기 위해 마비총 탄으로 바꿨다.
이번 공격으로 상태이상을 노리고 그 뒤에 공격으로 상처를 입힐 생 각. 이걸로 이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챙강!
‘이게 한 번에 깨진다고?!’ 너무 놀라 총을 발사하는 게 늦어 졌다. 그리고 실드를 깬 검이 그대 로 이젤을 베었다.
서- 걱!
“크혹.”
탕탕탕! 챙챙챙!
뒤늦게 마비총탄을 쐈으나 이미 뒤 로 물러난 기사 아수라는 검으로 막 아냈다.
이젤은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애당 초 기사 아수라가 실드를 깨고 자신 을 공격했을 때부터 맞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데미지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스킬인가? 아니, 스킬의 모션은 없었는데 어떻게 실드를 깰 수 있 지? 일반 공격으로는 절대 깰 수 없었을 텐데.’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다.
총알을 막은 기사 아수라가 다시 이젤에게 덤벼들고 있었으니.
그걸 본 홍진오가 감탄을 하며 말 했다.
-아아, 역시 강약조절이 완벽합니 다! 사실 저 실드는 일반 공격으로 깰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거든 요! 그런데 실드를 깬 걸로 모자라 이젤 선수를 공격했습니다!
홍진오의 설명에 배송재는 다소 이 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 다.
-진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프로 선수들도 저거에 당하면 아무것도 못 하겠네요.
-말씀처럼 이젤 선수 아무것도 못 하죠?
홍진오의 말대로 이젤은 그 이후로 도 계속해서 밀리기 시작했다.
실드를 깨고 받은 데미지는 그리 높진 않았으나, 방어 수단이 사라져 버린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는 거리를 두며 공격하는 것 외에는 없었는데 기사 아수라는 이상할 정 도로 빨랐다. 능력치는 같을 텐데 이젤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유려한 검술.
허공에 부드러운 수를 놓으며 이젤 을 압박해나갔다.
서걱, 서걱.
총으로 방어를 하려 해도 쉽지 않 은 탓에 계속해서 공격을 당하고 만 다.
-아아, 이젤 선수 피하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수라 선수 빠릅니다! 너무 빠 릅니다!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 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저 렇게 빠를 수가 있죠?
-저것도 강약조절의 일종입니다. 우리 몸이 근육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원래 가지고 있던 힘으로 얼마 나 빨라지거나 얼마나 강해지거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아수라 선 수는 이젤 선수와 같은 능력치라 한 들 그걸 한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거고, 이젤 선수는 못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위력이나 속도 차이에 서 저렇게 갈리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의 선수들도 저 런 강약조절을 하지 못하는 한 아수 라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말씀인가 요?
-예, 바로 그렇습니다.
중계진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압도적인 실력.
압도적인 경기.
그런 경기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관객들이 어디 있겠는가. 비싼 값을 내고 입장한 콜로세움이건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기랄!’ 마지막까지 발악을 했으나 실력 차 이가 너무나도 컸다.
더군다나 거리를 좁히면 불리한 총 이 거리를 벌릴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아, 이젤 선수 결국 버티지 못하 고 쓰러졌습니다. 제3경기 32강전 첫 번째 승자는! 아수라 선수입니 다!
-안타깝네요. 그리고 앞으로의 선 수들도 아쉽겠습니다.
-예? 어째서죠?
-이런 경기를 봤는데 다른 선수들 의 경기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요?
-하하하, 그도 그렇습니다.
모두가 홍진오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을 때.
대기실에서 그 영상을 보고 있던 루시퍼가 이를 갈며 그 화면을 노려 봤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눈빛.
‘저놈은 내가 죽이고 만다.’
그때 루시퍼에게 연락이 왔다.
그 오만하고 사람을 밑으로 보던 루시퍼조차 흠칫 떨었다.
‘제길.’
하지만 안 받을 수는 없는 연락.
루시퍼는 심호흡을 하며 진정한 뒤 귓속말을 받았다.
[루시퍼: 예, 루시펍니다.]
[제라블: 이젤의 경기는 봤겠지.]
[루시퍼: 예…….]
연락을 해온 상대는 다름 아닌 블 랙연합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블랙 헌터의 길드장 제라블이었다.
[제라블: 이젤처럼 된다면 계약은 파기될 줄 알아라.]
[루시퍼: ……예, 물론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제라블: 결과를 보면 알겠지.]
그렇게 연락은 끊어졌다.
마지막 말을 들은 루시퍼는 표정이 잔뜩 구겨졌으나 할 수 있는 건 없 었다.
방금 자신에게 연락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있 었으니.
게임에서의 힘이 아니다.
재력.
그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재력.
루시퍼는 거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 었다.
‘??????씨 X.’
고작 이젤 따위 때문에 자신의 신 용도까지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게 다 저 가면을 쓴 새끼 때문 이다.
당연히 아니었으나 적어도 루시퍼 는 그렇게 생각했다.
‘반드시 받은 만큼 복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