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08화
현성의 16강 경기는 시시하게 끝 이 났다.
일반 유저가 상대인 데다가 나름 기사 아수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은 사냥꾼 아수라가 나와서인지 본 실력을 보이지도 못한 채 현성에 게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이걸 보니 확실히 프로와 일반인의 차이가 느껴지긴 했다.
‘아무래도 프로들은 게임을 하는 게 직업이니. 프로보다 컨트롤이 좋 은 일반인이라 해도 상황대처 능력 이 다소 떨어지네.’
방금 상대한 사람의 컨트롤이 프로 보다 좋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 한들 일반인이 프로보다 대 처능력이 다소 느리고 어수룩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두 사람도 그러려나?’
예선 순위에 2위와 3위를 기록한 지인.
사실 둘 다 딱 한 번 보고 만 것 이라 지인이라하기 다소 애매하긴 했으나 아는 사이이니 지인이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단 그 두 사람도 일반인이긴 하 다.
그러나 순위는 2위와 3위 아니겠 는가. 프로게이머들이 예선에서 실 력을 숨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력을 숨겼다 한들 순위가 보이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전력을 다 하지 않는다?
인기와 실력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 프로게이머가 그런 때 실력을 숨길 리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을 비롯해 16위까지 모두 프로가 아니다.
이걸 생각한다면 프로보단 컨트롤 이 좋다는 뜻.
‘그래도 16위까지 든 사람들은 또 다르겠지?’
일반인이 프로에 비해 상황대처 능 력이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 러나 그것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 우다.
이데아의 실질적인 강자들인 비공 식 랭커들이 일반인이라고 보긴 좀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르리 라.
‘오늘 제4경기는 관람해야겠네.’ 원래라면 오늘도 ‘그 스킬’을 준비 하려 했다. 아직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지 않았기에 스킬을 효과적이 게 사용하려면 더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지 사 실 지금 당장 사용하라 하더라도 사 용은 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목표로 할 사람들의 전력을 확인하는 건 당연하지.’
비공식 랭커.
그것도 공식 랭커들보다 레벨이 훨 씬 높은 15명이다.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이리라. 게다가 앞으로 같은 길드에 속하게 될 사람들이 여 섯 명이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 사람들의 실력을 확인하 는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또 보고 배울 점이 있을 터.
그런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 다.
‘또 인터뷰 요청 오기전에 튀자.’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은 모두 개인 관람실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해놨기에 대기실에서 원하기만 하면 전이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경기들도 모두 끝났겠다. 다른 경기들도 보자는 생각으로 관 람실로 이동하자 눈에 보이는 두 사 람.
현성의 경기 바로 다음 경기.
여기서 승자가 8강전에서 현성과 붙게 되는 거다. 그런데 두 선수다 낯이 익었다.
“어?”
혹시나 싶은 생각에 자세히 보던 중 중계진인 배송재와 홍진오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제3경기 16강전! 두 번째 경기. 우승 후보 중 하나죠? 아크 선수와 이제 아수라 선수를 제외하곤 혼자 남은 일반인 선수! 예은 선수입니 -닉네임이 본명 같네요. 거기다 외 모도 출중하십니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죠. 32강전 에서 슈체 선수를 확실하게 이겨내 는 실력까지 겸비했습니다.
-확실히 슈체 선수는 이번에 참가 한 선수 중에서도 상위권인데 생각 보다 쉽게 당한 감이 없지 않아 있 습니다.
-그만큼 예은 선수의 실력이 출중 하다는 얘기겠죠?
-물론입니다.
두 중계진의 말에 현성은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싶었는데 진짜였다.
하기야 예은도 상당한 실력자이긴 하다. 컨트롤도 준수하고 센스나 능 력들도 뛰어나다. 하나 상대는 프로 랭킹 2위인 아크.
‘이길 수 있으려나?’
현성도 아크의 경기는 보지 않았기 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진 알 수 없 다. 다만 자신보고 현존하는 게이머 중 가장 위대한 유저라고 한 것은 알고 있다.
‘저런 녀석 이겼음 좋겠네.’
좋은 의미로 말한 것은 알고는 있 으나 솔직히 너무 쪽팔리지 않는가.
그래서 마음속으로 예은을 응원했 다. 부디 이겨달라고.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크와 반대로 많은 남성 관람객들 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예은은 아 크를 봤다.
게임방송에 흥미가 있고, 프로게이 머들이 나오는 방송도 즐겨보는 예 은이었기에 아크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
루시퍼에 비해 항상 조금씩 밀리기 는 하지만 그의 실력이 낮은 건 결 코 아니다. 오히려 루시퍼를 제외한 다면 대적할 자가 그 누구도 없는 사람.
그러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현성 님보다는 훨씬 약해. 그리고 이 사람을 이기고 현성 님과 싸운다.’
각오를 다졌다.
아크를 이기고 기필코 현성과 싸우 겠노라고.
처음 현성이 100 이상 200 이하 경기에 참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하던 예은이다. 다만 이젠 다 르다.
이렇게 현성과 싸울 수 있는 기회 가 코앞까지 왔다.
여기까지 와서 좌절할 수 없다.
그리 다짐한 순간 아크가 예은을 보며 말했다.
“아수라 님과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제가 잡을 겁니다.”
아크도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
그걸 보며 예은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쌍검을 뽑았다.
생각보다 멋을 위해 쌍검을 드는 자들은 많다.
게다가 아수라의 영상 이후에 단검 과 장검을 쥐면서 쌍검을 쓰는 사람 들이 생각보다 많아졌으나 제대로 다루는 이는 몇 없다.
예은은 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 다.
어떻게 보더라도 예쁜 예은 앞에 아크는 당연하다는 듯 장창을 쥐었 다. 여자고 뭐고 인정사정 볼 것 없 다는 태도에 남자들은 야유를 보냈 으나 아크의 팬들도 동시에 야유를 보냈다.
어찌 되었건 예은에겐 지금 아크의 반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쉽네. 여자라고 깔봤으면 단번 에 제압하는 건데.’
우승 후보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아크다. 그런 아크가 여자라고 해서 방심할 리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 가.
예은은 그런 아크의 창을 봤다.
창날의 길이가 다른 창들에 비해 훨씬 기다란 장창. 찌르기에만 특화 되어있는 창과 달리 검보다는 짧긴 하나 베는데도 유용해 보인다.
예선과는 다른 무기.
다른 프로들은 몰라도 아크만큼은 예선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예선에서는 검을 썼는데 이번에는 창이라.’
프로 경기를 하는 가상현실게임들 은 대부분 다 FPS다.
초능력을 이용하건, 마법을 이용하 든 간에 총을 쏘는 게임들. 그러다 보니 몇몇 프로들은 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데아에선 총은 그리 효율 좋은 무기는 아니다.
특히 이런 1 대 1 경기에서는 더 더군다나 불리하다.
그러다 보니 순위권 안에 드는 프 로게이머들은 모두 근접무기, 검이 나 창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했다.
아크 또한 마찬가지.
‘32강전 때의 프로랑은 다르다.’
32강전에 경기한 슈체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결코 슈체도 방심하지 않았고.
하나 그리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다. 하나 아크는 다르다. 세계 순위권 2위. 이데아에서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큼은 결코 무 시할 수 없는 상대.
‘세계 2위
예전 같았다면 예은도 마지않을 동 경할 만한 선수임이 틀림없다. 다만 아크가 한 발언 덕에 투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현성 님과 싸우는 건 접니다.’
생각과 동시에 달려드는 예은.
아크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달려들 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동시에 뻗는 무기 들. 그러나 상대적으로 리치가 기다 란 창이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챙!
리치가 길다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점이다.
하나 그 리치가 길어질수록 파고들 때 빈틈이 커져 간다.
예은은 그것을 노리고 한쪽 검으로 창을 흘리면서 반대편 검으로 아크 를 공격하려 했다.
챙!
마찬가지로 창의 끝부분으로 막은 아크.
둘은 당황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파팟! 둘은 서로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다시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시간을 끌어봐야 그다지 좋을 거 없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기에. 예은은 달려듬과 동시에 베네아 공 성전에서 보여준 번개를 두르며 대 쉬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이미 32강전에서 사용한 기술이라 서일까?
아크는 당황할 것도 없다는 듯 그 대로 창을 내질렀다.
곧은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창.
장창이다 보니 기다란 창이 빠르게 허공을 꿰뚫었고, 예은은 그대로 창 을 쳐냈다.
패앵!
그대로 튕겨져 나가는 창.
멀리 날아가는 창을 본 예은은 당 황할 수밖에 없었다.
주무기를 저대로 놓아버리다니.
보통은 예은의 공격을 흘리거나 튕 겨지는 것을 회수하며 방어를 취하 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아크는 그 것이 아닌 창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대로 몸을 숙여 거리를 좁힌다.
‘ 어?’
둘 다 속도가 있는 데다 예은은 대쉬 스킬까지 사용한 나머지 멈출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더군다나 창을 날리면서 힘을 준 덕에 남은 공격 수단은 왼팔에 쥔 검밖에 없다. 당황하긴 했으나 멈칫 할 정도로 놀라진 않았다.
오히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아크 를 상대로 이런 틈은 결코 작지 않 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저 절로 왼손이 움직였다.
그대로 아크를 베려고 했다. 지금 아크는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 다. 이대로 공격하면 정타를 먹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캉!
“??
날카로운 금속음이 경기장을 울렸 다.
관객들도 중계진도 숨죽이며 그 순 간을 봤다.
검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아크의 손. 그런데 어떻게 금속끼리 부딪힌 소리가 들린 것일까. 그것은 어려울 거 없었다.
‘너, 너클이라고?’
기다란 장창에 시선이 분산되어 차 마 발견하지 못한 너클.
그게 예은의 검을 막고는 그대로 튕겨 냈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곧게 올라오 는 왼쪽 주먹을 보며 예은은 두 눈 을 감았다.
‘??????졌다.’
저 주먹에 담겨 있는 스킬. 푸르게 빛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프로즌 펀치.’ 상대를 잠시 동안 동결상태로 만드 는 스킬이다. 거기다 지금 아크가 노린 방향은 다름 아닌 턱이다.
아주 잘 만든 가상현실답게 이데아 에서는 유저가 급소를 맞게 되면 일 정 시간 상태이상에 빠지게 되어 있 다. 특히 턱은 상당히 주의해야 하 는 부분이다.
꽤 긴 신시간 마비, 혹은 기절 상 태에 빠질 수 있었으니.
도무지 막을 수 있는 방도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물론 이 주먹 하나 로 큰 데미지는 없을 거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상태이상이 걸린 동안 받을 데미 지.
그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으리라.
빠각!
흉한 소리가 울려 퍼젔고, 그 이후 엔 예은의 음성이 들렸다.
“항복하겠습니다.”
후속타를 날리려던 아크는 그대로 멈추곤 정중히 인사했다.
예은 또한 아크를 보며 정중히 인 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저야말로.”
아크도 인사를 받아주곤 서로 경기 장을 내려갔다.
으아아아-!
미쳤다아아아아--!
대애애애애바아아아 악!
꺄아아아아아악! 아크 오빠!
여러 함성 소리를 들으며 경기장에 서 내려가는 두 선수.
그러나 그 둘의 눈빛은 서로 달랐 다.
아크는 희열이 느껴지는 눈빛을, 예은은 아쉬움이 담긴 눈빛을 가지 고 경기장을 내려갔다.
희비가 갈린 두 사람.
하나 게임에 진 예은도 아크를 원 망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족해서 진 것이고, 아크 가 더 강해서 진 것이다.
‘후우, 아직 멀었구나.’
세계 2위에게 졌다.
홀가분하진 않았다. 그보다 더 위 가 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 까, 그도 아니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 일까.
‘더 강해지자.’
예전에는 그저 언니처럼 강해지자 는 막연한 목표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현성 님에게 부끄럽지 않을 실력 이 되자.’
새롭게 다짐하는 예은이었다.
“와아아.”
32강전 모든 경기를 보고 있던 현 성은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 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감탄을 했다 는 증거.
다른 경기들은 몰라도 아크와 예은 의 경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이후의 경기는 집중해서 보지 못 했다. 그만큼 아크와 예은의 경기가 인상적이었단 뜻이다.
특히 아크의 마지막 그 모습은 정 말 끝내줬다.
현성이 봤을 때에도 아크의 대처는 훌륭했다. 무기를 버리고 무기를 사 용하는 것은 현성의 주특기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닌 스킬이나 그 위에 너클을 꼈다니.
“나도 너클 좀 사야겠다.”
아크야 직업이 없고, 이번 대회의 특전으로 몇몇 스킬을 골라 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다른 이들의 경우 무기 마스터리가 따로 있었기에 직업군에 맞는 무기가 아 니면 착용할 수 없다.
하나 현성은 다르다.
타나노스의 악몽 덕에 모든 무기를 장비할 수 있었으니, 단검과 장검을 쥔 상태로 너클을 끼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와, 난 왜 저걸 몰랐을까? 역시 프로는 달라.”
아크가 현성의 안에 잠든 무언가를 깨웠지만, 그걸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다음 상대가 정해졌다.
아크.
프로게이머들 순위에서 2위를 빛내 는 선수. 다시 말해 컨트롤과 게임 실력으로 세계 2위까지 올라온 남자 다.
하나 현성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다만 재미있는 상대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했다.
“뭐, 예은 님하고는 언제든 대련해 달라고 하면 되니까. 오히려 저 아 크라는 사람이 올라와서 다행이네.”
예은과 대련하지 못하는 건 다소 아쉽긴 하나 친구목록에 있었으니 언제고 부탁하면 되는 일 아니겠는 가.
그러나 아크는 그럴 수 없었기에 오히려 잘되었다.
그때 제3경기 16강전이 모두 마치 자 캐스터 배송재와 해설위원 홍진 오가 나오면서 말했다.
-이렇게 제3경기 16강전도 막을 내리겠습니다.
-그럼 16강전의 MVP 아크 선수 와의 인터뷰 함께 보시지요.
배송재의 멘트와 함께 화면이 바뀌 며 리포터 김혜원과 아크 선수가 나 란히 서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 화면을 보며 여성 관객들의 함 성이 들렸으나 김혜원은 그 함성들 을 무시하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16강전 MVP, 아크 선수 모셨습 니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김혜원의 미소 띤 질문과 다르게 아크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듯 대답했다.
-안녕하지 못합니다.
투박하고 까칠한 말투.
그 대답에 김혜원 리포터는 다소 당황했으나 그녀도 베테랑 중 베테 랑이다.
당황하지 않으며 호호 웃으며 아크 에게 물었다.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 나요?
-아닙니다. 경기는 잘했다고 생각 합니다.
간혹 관중들은 열광한 경기지만 선 수 본인은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한 다.
그런데 아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면서 왜 이런 반응일까.
-그럼 왜…….
김혜원도 도무지 추측하기 힘들다 는 듯 얼떨결에 묻자 아크가 당연하 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MVP는 제가 아닌 아수라 선수 가 받으셔야 한다 생각합니다.
-아. 그, 그러시군요.
아크의 대답에 인터뷰 촬영팀 PD 는 재빠르게 큐사인을 날렸다. 이대 로 가다 무슨 방송사고 날 거 같으 니 빨리 끝내라는 큐사인.
김혜원 리포터는 앞에서 내리는 큐 사인을 보며 흐트러지지 않게 밝게 미소를 지었다.
-호호,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합 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음 경기에 서 만나볼 아수라 선수께 한마디 부 탁드립니다.
-한 수 배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90도로 숙 이며 카메라에 인사하는 아크.
아크의 반응에 관중들은 물론 시청 자들까지 모두 놀랐다.
그간 표정이나 행동, 말투 모두가 무미건조하다 하여 분위기 살인마라 는 별명까지 있는 그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니.
솔직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그 메시지를 받은 현성은 슬 며시 웃으며 중얼거렸다.
“좋은 걸 보여준 보답으로 나도 상 응하는 걸 보여줘야겠네, 흐흐.”
현성은 그렇게 웃으며 인벤토리에 서 가면을 하나 꺼냈다.
검은색도, 하얀색도 아닌 파란색 가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