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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09화 (109/472)

잠만 자도 랭커 109화

제3경기가 끝난 후.

이어지는 제4경기를 보기 위해 많 은 관객들이 남아 있었다.

“제4경기도 볼 만하려나?”

“어? 너 예선 못 봤어?”

“응, 재방도 아직 안 해서 그냥 나 중에 몰아보려고 하는데 3경기만 하 냐?”

옆에서 친구의 말을 들은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친구를 봤다.

어찌 이리 아둔한 소리를 할꼬.

마치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어서 질문을 한 친구는 의외라는 듯 물었 다.

“볼 만하나 보네?”

“볼 만한 정도가 아니다. 나는 솔 직히 3경기보다 4경기가 더 기대된 다.”

“그 정도야?”

“응, 솔직히 3경기에서 볼 만한 경 기라고는 아수라나 루시퍼, 아크 이 셋뿐이잖아. 근데 4경기는 비공식 랭커들이 대거 참여하고 공식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애들만 살아남아 서 진짜 볼만 할 거다.”

“미친, 그 정도면 비공식 랭커들이 작정하고 나온 거네.”

근처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후드를 깊게 눌러쓴 두 여성은 키득키득 웃 으며 자신들 끼리 속닥였다.

“언니, 슬슬 나오겠죠?”

“웅, 린 언니가 본선에서 밝힌다고 했으니까 32강전에서 길드마크 단 게 나오겠지.”

“반응이 어떨까 진짜 궁금해요.”

“나두. 으히히히.”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

현아와 써니였다.

“근데 그 아크라는 선수랑 싸운 게 린 언니 동생이죠?”

“웅, 현아 너랑 동갑.”

“좀 놀라긴 했네요.”

“그치? 솔직히 린 언니도 대단하긴 한데 린 언니 동생도 만만치 않다. 컨트롤만 놓고 봤을 때 아이 언니랑 비슷한 거 같은데?”

영웅 길드에서 가장 컨트롤이 좋은 것은 다름 아닌 린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산하 길드이긴 하나 신화 길드의 길드장 이덴, 그 리고 그 이덴을 보조하기 위해 신화 길드에 파견되어있는 베른. 그리고 그 바로 뒤가 카이저다.

사실상 린과 이덴, 베른까지 길드 내에서 1티어라고 보고 있고, 그 뒤 에 2티어가 바로 카이져다.

그리고 2티어보다 반 수 아래인 2.5 티어.

그 2.5티어는 그동안 스티의 쌍둥 이 언니인 아이와 탱구리밖에 없었 다.

예은이 들어온다면 2.5티어가 3명 으로 늘어나는 거다.

“좀 부럽긴 하다. 저도 어디 가서

꿀리는 컨트롤은 아닌데 말이죠.” “맞아, 그건 그래. 현아, 너나 나나 우리 길드 3티어이긴 해두, 다른 길 드에서 가면 0티어일걸? 히히히.”

써니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 긴 해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현아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써니에게 말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우리 오빠가 저보다 컨트롤 훨씬 좋던데.”

“응? 진짜? 부캐로 싸워본 거야?”

장난기 가득하던 써니의 표정이 다 소 진지해 지면서 물었다.

그만큼 의외였기 때문이다.

현아의 경우 신화 길드 밑바닥부터 올라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솔직 히 말해서 다른 길드원들에 비해 컨 트롤이 부족할 뿐이지 힐을 하는 재 능이 엄청나다.

그러니 그간 날고기는 힐러들이 영 웅 길드에 참석하지 못한 와중에 현 아만이 최단기록으로 영웅 길드에 들어온 것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3티어라고는 해도 신화 길드로 따진다면 한 손에 꼽는 실력 자였던 현아다. 그런 현아를 이겼다 고 하니 놀랄 수밖에. 현아는 써니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 며 말했다.

“격투 게임으로 한번 붙어보고 부 캐로도 한 번 같이 사냥하긴 했는데 저보다 훨씬 뛰어나요. 레벨이 낮지 만, 컨트롤만 치면 카이저 오빠보다 는 나은 거 같아요.”

“……헐.”

현아의 오빠.

전에 듣기론 영웅 등급이라 들었 다. 그런데 컨트롤도 길드 내에 2티 어, 아니, 어쩌면 1티어일 수도 있 다?

엄청나다.

“너희 오빠도 참가했다 하지 않았 어?”

“네, 근데 예선 탈락했다고 하던 데……

“엥? 그럴 리가? 카이저 오빠보다 나으면 절대 예선 탈락할 실력이 아 닌데?”

“프로들이 많았잖아요?”

“에。]! 솔직히 우리가 가도 웬만한 프로보단 낫지. 아크나 루시퍼면 몰 라도 우리 실력이면 썰고 다닐걸?”

“어, 언니 쉬잇.”

너무 큰 소리로 말한 터라 현아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다들 시끄럽게 떠드는 터라 듣지 못한 모양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를 하며 써 니를 홱 하고 노려봤다.

관심이 끌리지 않으려고 깊은 후드 까지 쓰고 왔건만. 현아의 시선을 보며 써니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히히히, 미안.”

“에휴, 암튼 프로보다 낫다는 거 죠?” “당연하지. 게다가 린 언니 동생도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아크랑도 충 분히 할 만했으니까. 근데 카이저 오빠보다 낫다면 최소 2티어라는 얘 긴데 2.5티어가 아크랑 루시퍼 수준 이니까 탈락할 리가 없지. 그런데도 예선 탈락했다면 뭔가 있는 거 아니 야?”

“그, 그런가?”

“전에 직업 등급도 안 알려줬다면 서, 그런데 그걸 순순히 말할 거 같 진 않은데? 친남매는 보통 그러지 않나?”

“어어? 듣고 보니 그러네?”

현아도 이상한 걸 좀 느꼈는지 고 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 생각했 다.

하기야 현아가 본 실력으론 절대 현성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 떨어졌다는 건…… 무언가 숨긴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써니가 어 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니면 예선 순위표처럼 순위가 드러나는 거 싫어서 적당히 하다 탈 락한 거 아닌가? 주목받는 거 싫어 하는 사람도 있잖아.”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 오빠 은근 사람들 많은 것도 싫어해서 그 럴 수도 있겠네요.”

“히히, 그게 가장 가능성 있겠다.”

답에 근접할 뻔했으나 아쉽게 놓쳐 버린 두 사람.

하나 그걸 알지도 못한 채 멍하니 대기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빨리 경기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면 서.

“그보다 아수라 님 경기 대박이지 않았어?”

“하아, 말해 뭐해요. 언제나 최고였 죠. 16강전은 상대가 너무 약해서 즐길 틈도 없던 게 좀 아쉽네요.” “맞아 맞아, 32강전이 그나마 나았 는데 그래도 8강전에서 아크랑 싸울 때는 진짜 재밌겠다.”

“그쵸 그쵸? 저도 4경기 끝나자마 자 자러 가게요. 헤헤헤, 그래야 내 일 경기 빨리 보잖아요.”

“오, 꿀팁이네!”

“헤헤헤, 그보다 언니는 내일 어떤 아수라 님이 나올 거 같아요?”

“으음, 글쎄.”

현아의 물음에 써니는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졌다.

심리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한번 생각해 볼 법하지 않은가. 궁금하기 도 했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 지 않았다.

“난 잘 모르겠어. 너는 어떤 아수 라 님이 나올 거 같은데?”

“으음,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수라 님이라면 둘 다 나와도 이상하지 않 을 거 같지 않아요?”

“오오! 그러네! 사냥꾼 아수라 님 이었다가, 기사 아수라 님이 될 수 도 있는 거잖아.”

“그렇죠, 일단 둘 다 본인이 확실 하니까 도중에 스타일을 바꾸면 그 만이잖아요.”

“진짜 그러네. 현아, 너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머리 진짜 좋은 거 같 아.”

“헤헤헤, 뭘요.”

써니의 칭찬이 다소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이는 현아.

그렇게 떠들던 중 화면에 배송재와 홍진오가 나오면서 제4경기의 시작 임을 알렸다.

“드디어 나오네요.”

“웅웅, 진짜 기대된다. 드디어 영웅 길드가 세상에 나오네.”

현아는 써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 며 시작되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간 비공식 랭커로서 지내오며 알 리지 않았던 영웅 길드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딛는 순간.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다만 그 자리에 서지 못 하는 게 다소 아쉬울 뿐이었다.

-예, 제4경기 32강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들리며 제4경 기의 막이 올랐다.

많은 기대가 있던 제4경기 32강전.

32강전이 막을 내리고 16강전이 시작되기 전.

좌중은 모두 침묵에 빠져 있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10만 관중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적 막했다. 그리고 그 적막에 휩싸인 것은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 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저 엄청 나다고밖에.

베테랑 캐스터인 배송재조차 할 말 을 잃을 정도로 엄청났던 경기.

한두 경기만 뛰어났다면 그들도 이 러진 않았을 거다.

제4경기 32강전 모든 경기가 엄청 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모두가 치열했고, 엄청난 실력들을 선보였다. 누구 하나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한 실력자들뿐이었으 며, 프로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제3경기와도 비교가 될 정도인 실력 자들. 그런데 그런 실력자들을 가볍 게 누르고 16강에 진출한 이들.

그러다 보니 중계진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꿀꺽.

얼마나 조용한지 배송재의 침 넘기 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방송사고라 해도 무방한 일이지만 앞선 경기를 본 모든 이들이라면 이 해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홍진오가 무언가를 발견 했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아! 잠시만요!

-무, 무슨 일이신가요?

배송재도 당황한 채 되묻자 홍진오 가 말했다.

-16강전에 오른 여섯 선수의 오른 쪽 팔이 보이시나요?

_예?

-저 여섯 선수가 모두 같은 문양 이 있습니다.

_어!

배송재도 그제야 발견했다는 듯 소 리를 질렀다.

오른쪽 팔에 있는 문양.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데아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것.

-저 여섯 선수가 모두 같은 길드 라는 겁니다!

-허어.

홍진오의 말에 배송재는 어떻게 그 럴 수 있냐는 듯 탄식을 내뱉었고, 관중들은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 었다.

“실화임? 아니, 어떻게 여섯 명이 같은 길드…… “와 그것도 예선 순위 16위 안에 들었던 사람들이네. 저 길드 사람들 은 다 루시퍼 바르고 다니네.”

“루시퍼가 실력 숨겼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최상위권 비공식 랭커들이 모여 있는 길드라고?”

“저게 진짜 소수 정예 아니냐?”

“ 인정.”

인터넷에도 동시 송출하고 있었기 에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비공식 랭커들로 이뤄진 길드라니.

솔직히 만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 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그게 실 제로 존재했다니.

사람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선들을 느낀 영웅 길드의 길드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시선 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더 엄청나네.”

아이의 말에 카이저도 동감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과도한 관심은 사양이긴 하 지만, 그래도 슬슬 대외적으로 나올 때가 되긴 했지.”

“맞구먼유, 블랙 연합도 슬슬 성가 셔지기도 했으니 시기는 딱이구먼 유.”

언제까지고 영웅 길드를 숨겨둘 이 유가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알리기 좋은 때 그 기회를 놓친다는 건 미련한 짓이 다.

그런 둘을 보며 린 옆에 다가온 키가 커다란 남성이 물었다.

“이봐 길드장. 저 여자 이길 수 있 겠어?”

영웅 길드. 정확히는 신화 길드의 비밀병기 베른이었다.

베른의 말에 린은 다소 인상을 찌 푸리며 말했다.

“해봐야 알겠지만, 질 확률이 높겠 죠.”

그 말에 베른이 피식 웃으며 말했 다.

“16강전에 최대한 저 여자의 수를 꺼내게 할 테니까 이겨서 저 여자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

“물론이죠. 영입을 위해서라도 반 드시 이겨야죠.”

린은 그렇게 대답하곤 눈을 붉히며 대기실로 향하는 한서아를 향했다.

원수까지는 아니나 라이벌에 가까 운 한서아.

영웅 길드원 중 그 누구도 한서아 를 좋아하는 이는 없었으나 그렇다 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강 력한 동료가 생기면 좋은 건 그들 아닌가.

반면 서아는 그런 영웅 길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인상을 찌푸 리며 중얼거렸다.

“하아, 나도 현, 아니, 아수라 님과 싸우고 싶다. 아, 우승하면 소원 빌 수 있었지?!”

이미 우승을 했다는 듯 말하는 서 아.

하나 그걸 들은 영웅 길드원들은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저런 모습이 제일 어 울리는 여자기도 하다.

이제는 대기실로 들어가 사라져버 린 서아의 뒷모습을 보던 린이 속으

로 중얼거렸다.

‘그리 쉽진 않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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