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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12화 (112/472)

잠만 자도 랭커 112화

리베우스에게 당한 그림자 부대.

그들은 감히 황제의 처소에 대놓고 들어왔을 뿐만이 아닌 온전한 상태 도 아니었다.

목격자는 없었으나 누군가가 봤다 면 암살자라느니, 누군가 황제를 암 살하기 위해 처소에 들었다느니 말 들이 돌게 분명했을 뻔한 상황.

자신의 권위가 실추될 뻔했음에도 황제는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그래, 다시 말해 보거라.”

황제의 물음에 리베우스의 꼭두각 시가 된 그림자가 황제의 앞에서 다 시 입을 놀렸다.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죽음 과 잠을 모시는 저희와 싸우고 싶지 않으면 정중히 찾아와 주십시오.”

다른 이가 들었다면 선전포고라며 날뛰었을 터.

하나 황제는 그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 마치 맹수의 포효와 같은 거대하고 도 호쾌한 웃음소리에 황제의 방에 있던 도자기들이 깨져나갔다.

그저 웃음을 터뜨린 것에 불과한데 도 주변이 초토화가 되었다.

대륙 최강을 거론할 때 늘 언급되 는 철혈의 군주다운 위용이었다.

그 호쾌한 웃음소리에 리베우스가 건 최면까지 풀려 그림자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이게.”

정신을 차리니 은신이나 그림자 속 에 숨은 것도 아닌 대놓고 황제의 처소에 있다.

늘 어둠 속에 있어야 할 그림자인 자신이 말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황제의 앞에 넙죽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 었다.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죽여주십시 오.”

그림자의 말에도 황제 카론은 반응 하지 않았다.

‘죽음과 잠을 모시는 존재들. 늘 신전에 처박혀 때를 기다리는 음침 한 자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나 보 군.’ 죽음과 잠을 모시는 존재들. 황제 또한 아주 잘 알고 있는 존 재들이다.

아주 오래전. 아직 카린 제국이 제 국으로 인정받기도 오래전. 당시 왕 이었던 카론은 전쟁터에서 늘 다른 왕국들을 휩쓸며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 또한 그 기세가 죽진 않았으 나 그때야말로 카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던 때. 유일하게 자신에게 패 배를 안겨준 한 사내를 떠올렸다.

죽음과 잠의 사도.

‘다시 싸워보고 싶군.’

무려 열흘을 싸우고 패배한 강자. 지금 다시 싸운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오직 황제만이 알고 있는 자.

‘다른 신의 사도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을 가졌헜지.’

그 이후 황제는 여러 신전들을 돌 아다니며 다른 신의 사도들과도 싸 워봤다. 하나 자신보다 강력한 사도 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실망했다.

다시 죽음과 잠의 사도를 찾으려 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 다.

이후 만신전에 죽음과 잠의 신을 모시는 자들이 나타났다 듣기는 했 으나 그들이 활동하는 것은 들어보 지 못했다.

일반 사제들조차 다른 종교의 추기 경보다 강한 기이한 종교.

한때는 황제도 관심을 가졌으나 세 월이 흐르며 그 관심도 사그라졌다.

늘 때를 기다리며 활동하지 않는 종교를 신경 쓰기에는 그는 너무 높 은 직위에 올라 있었고, 만신전에 있는 모든 종교들과 대륙에 존재하 는 다른 왕국들조차 카론을 두려워 하여 제국으로 인정하였기에 경거망 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활동을 한다니.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왜 여행자를 감싸고 있는 것이지?’

황제 카론도 그것은 납득할 수 없 었다.

여행자는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 다. 거기다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여 행자도 드문 편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던 중 그들이 감싸는 여행자가 아수라라는 것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수라, 그자는 다르긴 흐}지.’ 다른 여행자라면 모른다.

하나 아수라는 다르다. 그런 전투 를 보이는 자가 평범한 여행자들과 같을 리가 없다.

그제야 납득한 황제 카론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 때.

적막에 휩싸인 그의 아래 엎드리고 있던 그림자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제국 최고의 어쌔신인 그림자일지 라도 황제의 강함 앞에선 일개 암살 자에 불과하다.

제국이 아닌 대륙오천이라 불리는 최강자 중에서도 최강이라 꼽히는 황제였으니. 그러니 이런 침묵 속에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손짓 하나에 갈려 나갈 수도 있었 으니.

‘……죽일지 말지 고민하시는 건 가.’

체념은 진즉 했으나 막상 죽을 수 도 있다는 생각에 공포가 눈앞을 가 렸다.

황제의 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더라 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있으련만. 차마 고개를 들고 황제의 용안을 뵐 용기가 없었다.

반면 자신의 아래에서 넙죽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그림자가 있는 줄도 모른 황제 카론은 이걸 어떻게 대처 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움직였다고는 하나 제국을 상대로 칼을 뽑을 순 없을 거다.’

본인의 생각으로 하기에 부끄러운 생각일 수도 있었으나 황제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그게 사실이었으니.

황제가 명만 내린다면 대륙에 남아 있는 모든 왕국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게 바로 카린 제국의 철 혈의 군대다.

아무리 일반 사제들이 각기 다른 종교의 추기경들보다 강하다 한들 철혈의 군대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 에 없을 터.

더군다나 수도 그리 많지도 않다.

제국에 있는 죽음과 잠의 사제는 고작해야 다섯이 되지 않을 거다.

‘그런데 교황이 전쟁을 원할 리가 없다. 사도가 참전한다면 또 몰라 도.’

그것이야말로 황제가 바라마지 않 는 일.

하나 그럴 리가 없다.

대륙의 유일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 제조차 위치를 알아내지 못한 자다. 고작 이런 일로 나타날 리가 없다.

‘전보다 더 흥미가 가는군.’

아수라.

싸움을 잘하고, 제자로 삼고 싶은 여행자에서 엄청난 배후를 두었다는 수식어도 추가가 되었다.

‘교황의 의도는 알지 못하나 일반 사제가 이 정도로 감싸고 돈다는 건 어찌 되었건 아수라란 여행자가 잘 못될 경우 우리와 전쟁도 불사하겠 다는 가치가 있다는 얘기군.’

카론은 무력으로만 황제가 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곰과 같은 황제였 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도 명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명분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머리에서 나온다. 다른 왕국에 서 카론 황제가 공포의 상징이 된 이유가 바리 이 문무를 겸비한 덕 분.

오히려 무력보다 간악하기 짝이 없 는 여우와도 같은 머리를 경계하는 왕국들이 더 많았다.

‘이유는 어떨지 몰라도 그놈을 제 자로 삼는다면 심심할 일은 없을 게 확실하군. 조만간 죽음과 잠을 모시 는 교황에게 연락을 해야겠군.’ 해코지를 하려는 것도 아닌 무려 황제의 제자가 되게 해주는 기회다.

무엇보다 이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면 아수라의 의사만 있다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봤다.

‘한동안 재미있겠군.’

전쟁을 하지 않았던 터라 무료하던 일상이 순식간에 탈바꿈되는 순간.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드디어 무료하던 일상이 깨진 기쁨 을 누리려는 순간. 황제는 자신의 발아래 몸을 떨고 있는 그림자를 발 견할 수 있었다.

“아, 네가 있었구나. 그만 들어가 보거라.”

“예?”

“그만 들어가 보라 했다.”

두 번째 말했다.

그림자가 아는 황제는 두 번 말하 는 것을 싫어한다. 그걸 알고 있었 음에도 너무 의외인 말인지라 그림 자가 되물었는데 친히 미소를 지으 며 두 번 말해주었다.

그걸 본 그림자는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물러났다.

금방이라도 마음이 변하면 안 되었 으니.

물러가는 그림자를 보며 황제 카론 은 자신의 수정구를 들어 자신의 친 우이자 마찬가지로 대륙오천 중 하 나이자 제국의 모든 마탑의 주인인 대마도사 유리아에게 연락을 걸었 다.

- 어라?

너무나도 의외의 연락이었을까.

의문 가득한 목소리에 황제가 말했 다.

“죽음과 잠의 신전에 있는 교황에 게 연락을 걸어라.” -어어? 갑자기? 왜? 워낙 오래 지낸 친구이다 보니 가 끔가다 이런 실수를 하나 황제는 신 경 쓰지 않았다. 친구에게조차 폐하 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리 유쾌하 지 않았기에.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으흠, 전쟁은 안 되는 거 알지?

“크하하, 아쉽지만 전쟁은 아니다.”

-으흠, 그럼 다행이고. 일단 연락 을 넣어두긴 할게.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알려주마. 그런데 뭐라고 보낼까?

“이렇게 전해 ‘그대들이 아끼는 여 행자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소’ 라고.”

- 오호.

황제의 말에 유리아가 흥미 가득한 목소리로 변했다.

죽음과 잠의 신을 모시는 이들이 아끼는 여행자.

흥미롭지 않다면 대륙오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대마도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호기심이야말로 마 도사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었 으니.

-무슨 일이 있나 보네.

“나중에 말해주도록 하지. 다만 한 가지만 말한다면 재미있는 일이 가 득할 거다.”

-아하항, 기대할게.

요염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리아의 목소리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연 락을 끊었다.

대륙에 전쟁이 사라지고 황제 카론 못지않게 무료해진 유리아다. 그녀 또한 아수라의 경기를 보여주면 좋 아하리라.

전투도 전투지만 죽음과 잠의 사제 가 보호하고 있는 여행자라는 것만 해도 유리아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 하리라.

다만 지금은 카론에게 있어 가장 흥미가 가는 것은 교황의 반응이었 다.

‘교황이 어떤 반응일지 기대되는 군.’

그리고 내일 있을 경기 또한 기대 되었다.

드디어 8강과 4강.

아수라가 내일은 또 어떤 스타일을 보일지 여느 시청자들과 다를 바 없 는 호기심을 가진 채 황제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여관에서 현성을 기다리던 리베우스는 현성이 접속하 는 것을 보며 크게 반겼다.

무려 어제 황제의 첩자가 오지 않 았는가.

그 활약상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현성을 불렀다.

“주인님! 으흐흐흐.”

“뭐, 뭐야.”

이번 8강전에 사용할 스킬을 준비 하기 위해 아침부터 접속한 현성은 음침하게 웃는 리베우스를 보며 홈 칫 뒤로 물러났다.

저렇게 웃을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무슨 사고를 친 것일까?

현성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밖에 들 지 않았다.

놀랍게도 리베우스도 눈치가 있는 덕에 그걸 알아차리고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 허리에 손을 올려 두며 말했다.

“엣헴! 이 미천한 종인 리베우스가 주인님을 위해 한 건 해냈답니다!” 더 불안해진 현성. 사고만치는 리베우스가 뭘 잘했다 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터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리베우스를 봤다.

리베우스는 잠시 눈치를 본 뒤 뜨 문뜨문 말하기로 생각하며 말했다.

“어젯밤에 황제가 보낸 놈들이 있 었습니다요.”

“황제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현성이 황제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황제가 사람을 보낸단 말인 가.

거기에 리베우스가 더 말을 이으려 는 순간.

“아! 그거 때문에 온 건가?”

“예?”

“나 지금 제국의 황제가 연 대회에 참가 중이잖아. 마침 딱 8강전에 올 라갔거든. 그리고 내일이 결승이니 까 혹시 우승했을 때 소원을 빌 걸 미리 물으러 왔나 보네. 맞지?”

현성의 말에 리베우스는 잠시 어젯 밤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떠올렸다.

-이래서 충직한 개들은 곤란하다 니까요.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 니지만, 제가 무슨 공격을 했습니 까? 아니면 황제를 죽인다고 했습니 까? 왜 덤비는 건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네요.

-그보다 이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요? 그냥 죽여 버릴까요?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죽음과 잠을 모시는 저희와 싸우고 싶지 않 으면 정중히 찾아와 주십시오’라고 전해주시지요.

리베우스는 자신을 보고 묻는 현성 을 보고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 일을 말하게 되면 진짜 버리고 갈지도 모른다.

주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종의 도리가 아니오나 어쩔 수 없었다.

“자,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고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리베우스가 이상하 다는 듯 노려보긴 했으나 현성도 이 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리베우스가 미친놈이라도 황제가 보낸 사람에게 미친 짓은 하 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보통 상식이 아닌가.

하나 현성은 리베우스가 보통 상식 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 했다.

‘아, 어쩌지. 큰일 났다.’

혹시 몰라서 빠르게 교황에게 메시 지를 보냈으나 안타깝게도 돌아온 교황의 답은 이러했다.

-황제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래서 네 의견은 우리 타나노스교와는 아 무런 상관없는 네 개인적인 의견이 라 보냈다. 네 똥은 네가 치워라.

‘……진짜 큰일 났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용서를 구하려 했을 터.

하나 리베우스는 보통의 사람은 아 니었다.

‘황제를 암살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내가 이길 리가 없어. 하 아, 사도님에게 부탁해도 안 들어 주실 거 같은데. 어디 있는지도 모 르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암살을 시도했을 놈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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