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114화 (114/472)

잠만 자도 랭커 114화

지루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보 는 황제.

그리고 그 옆에서 마찬가지로 따분 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긴 은발의 여성. 뾰족한 귀와 짙고 깊은 검푸 른 눈동자는 그녀가 인간이 아님임 을 알려주고 있었다.

“……폐하, 정말 이걸 같이 보자고 부른 거야?” 정말 이게 흥미를 가질 법한 경기 냐며 돌려서 묻는 엘프 유리아가 물 었다.

대륙오천 중 하나이며 마법의 종주 드래곤조차 그녀 앞에서 마법을 논 할 수 없다는 위대한 대마법사. 그 런 그녀가 보기엔 대회의 수준이 허 접해도 너무 허접했다.

황제 카론이 보기에도 마찬가지.

하나 자신이 물어도 기대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황제를 보자 무언 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하들 앞에서 웃 질 않던 저 친구가 저리 미소를 짓 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그 미소를 본 유리아는 작게 한숨 을 쉬며 여행자들이 보여주는 경기 를 관람했다.

‘능력을 봉인시키고 기술도 제약받 는 저런 장소에서 싸우는 거라고는 해도 너무 수준 이하들이네.’

드래곤조차 아래로 보는 그녀의 기 준으로 보면 무언들 수준 이하가 아 니겠는가.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그 칙칙한 노인네가 신경 쓰는 여 행자가 도대체 누구기에 카론이 저 러는 거지?’ 죽음과 잠의 신을 모시는 타나노스 교의 교황이 아끼는 여행자라니.

황제가 보낸 메시지를 추측한다면 분명 이 경기에 있을 게 분명한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여행자는 코빼 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제2경기까지 끝이 나자 잠 깐의 휴식시간에 유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아하암. 지루하다, 지루해.”

정말이지 지겨워 죽겠다는 듯 투덜 거리는 유리아가 황제를 보자 황제 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제 곧 그 여행자가 나오는 것일 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제1경기가 끝났 을 때도 저랬기에 크게 기대하진 않 았다.

그나마 뭐라도 먹으면서 봐야 괜찮 을 거 같다고 생각한 유리아가 황제 를 보며 말했다.

“나 잠깐 연구실에 다녀올게. 10분 이면 되지?”

“충분하다.”

“웅, 다녀올게.”

수하를 시키거나 자신의 사역마를 시켜도 되었지만, 그간 너무 지루한 나머지 잠시라도 연구실에 다녀와야 덜 지루하리라.

이대로 있다가는 좀이 쑤셔서 못 버틸 거 같았다.

‘진짜 별거 없으면 오랜만에 대련 이나 하자고 해야겠다.’

대륙오천끼리의 대련.

아무리 그게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 도 철혈의 군주 카론과 재앙 유리 아.

그 둘이 잠깐 맞붙는다면 온갖 마 법으로 방어가 되어 있는 수도라 할 지라도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말 것이다.

손짓 하나로 왕국의 수도를 날린 전적이 있는 유리아인 만큼 그 규모 가 얼마나 거대해질지는 예측할 수 없었기에 그 둘이 대련을 하는 것만 큼은 막아야 한다.

하나 말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워낙 종잡을 수 없기에 재앙이라 불리는 유리아를 말이다.

허공에서 공간을 찢고 자신의 연구 실로 간 유리아를 보던 황제는 아직 준비가 덜 끝난 경기장을 봤다.

‘곧 시작이군.’

아수라의 경기는 제3경기 첫 번째 순서다.

제1경기, 제2경기에서 결승진출자 들이 나왔음에도 황제 카론은 티끌 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그저 곧 있 을 아수라의 경기와 그나마 나은 제 4경기의 이들을 기다릴 뿐이다.

물론 메인디쉬는 아수라다.

‘뭘 준비했는지 보여다오.’

황제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이 기대 하는 제3경기의 막이 오르자 때마침 유리아가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마력으로 허공에 여러 먹거리들을 띄워놓은 채 자리에 앉은 유리아.

그리고 경기장에 푸른 가면을 쓴 자가 걸어 나오는 걸 보며 물었다.

“쟤야? 방금 보니까 쟤한테 눈을 못 떼네?”

“보면 알 거다.”

“흥, 알려줄 거라고 기대도 안 했 다. 응?”

말을 하던 중 푸른 가면을 쓴 여 행자가 꺼낸 스테프를 보며 피식 웃 음을 터뜨렸다.

드래곤조차 마법을 논하지 못한다 는 그녀의 앞에서 마법사라니.

유리아는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오호 마법사야? 나 마법사 보는 눈 깐깐한 거 아는데도 재미있을 거 라고 했지? 얼마나 대단한지 봐보 자.”

황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두 눈이 찢어지리라 크게 뜬 채로 자신이 본 게 맞는지 확인했 다.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푸른 가면을 쓴 아수라가 쥔 것은 스태프다.

그걸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 를 봤다.

유리아는 그런 반응의 황제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쟤, 마법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

“……모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재미있을 거라고 했던 주제에 마법 실력을 모른다니.

유리아가 뭐라 따지려고 드는 순간 황제가 입을 열고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 녀석은 검을 들던 놈이다. 그것도 두 가지 스타 일을 구사했다.”

“뭐?”

유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으며 푸른 가면을 쓴 아수라를 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을 들던 자. 그 것도 두 가지를 구사하던 검사.

유리아도 검술에 대해 이해도가 상 당한 편이니 그게 어느 정도의 재능 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검 뿐만이 아닌 마법까지?

오만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인 것일 까.

그것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황제 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재미있 었다.

“그게 사실이면 진짜 재미있어지겠 네.”

유리아는 기대 어린 눈으로 아수라 를, 황제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아수라를 봤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경기장을 봤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여행자라 생 각하며 황제는 시작되는 경기를 지 켜봤다.

“후우우우우.”

길게 심호흡을 내뱉는 현성. 곧 있을 경기에 긴장을 한 것인지 안색조차 그리 좋지 못했다.

하기야 상대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 며 프로게이머 세계 랭킹 2위인 아 크지 않은가. 아무리 현성이라도 긴 장할 만한 상대다.

“와 씨. 20억이라니.”

당연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20 억.

살면서 만져나 볼 수 있는 액수이 겠는가. 게다가 뒤이어 온 메시지를 보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외국 에서 벌어들인 돈과 다르기에 먼저 외국에서 들어온 돈 먼저 보내준 것 이라 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몇억으 로 예상된다고 하니 로또가 된 기분 이었다.

‘진정하자. 진정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진정하자고 다짐하자고 해도 도무 지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정하지 않으면 다음 경기는 무조 건 망한다.

그걸 인지하고 있었기에 차츰 심장 이 진정되어 갔다.

돈은 돈이지만 이걸로 자신이 바뀌 는 건 하나 없다 생각하니 나름 진 정이 되었다.

하루아침, 정확히 말한다면 2주 만 에 20억이 넘는 돈을 벌었으나 사 실 아직도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그러니 차라리 없는 돈이라 생각하 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내야 할 세금을 떠올리자. 그러면 우울해질 거야.’

정말 놀랍게도 세금을 떠올리니 마 음이 차게 식었다.

그뿐만이 아닌 조금 화도 나는 거 같았으나 어쩌겠는가. 탈세를 저지 를 순 없지 않은가.

‘후우. 경기에 집중하자 경기에.’ 돈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긴 했다.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 는 것 아니겠는가.

고급 스포츠카를 사거나 혹은 엄청 난 집을 산다든가.

현성도 그런 상상을 해왔다. 그러 나 돈이 진짜 생기게 되면 먼저 그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 이 행운 이 언젠가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마냥 신나기엔 사회를 너무 잘 알 고 있는 현성이었고, 이걸 그저 넘 기기에는 너무 성숙했다. 그제야 좀 진정된 것인지 차분해진 눈.

경기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이다.

특히 이번에는 흥분한 상태로 사용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기껏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데 흥분해 서 그걸 망친다면 불안감이 현실이 되고 마는 거다.

‘다시 복습을 하자.’

남은 10분 동안 차분하게 자신이 그간 준비해 왔던 것들을 떠올렸다.

어떻게 활용을 하고 어떻게 움직여 야 할지.

그리고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현 성은 눈을 떴다.

[경기장에 입장해 주십시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푸른 가면 을 쓰곤 경기장으로 향했다.

복습한 것을 그대로 가진 채로.

천천히 경기장으로 들어가자 관객 들과 중계진들이 현성의 변화를 바 로 눈치챘는지 상당히 시끄러웠다.

특히 중계진의 반응이 상당했다.

-저, 저게 뭔가요! 푸른 가면입니 다! 파란색 가면! 또 다른 스타일을 보이려는 걸까요?

-어, 어어. 그게 사실이면 엄청난 일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유튜브에 서는 보여주지 않은 푸른 가면입니 다. 일종의 작전이라 볼 수도 있겠 군요.

확실히 홍진오의 말도 일리가 있었 다.

어떤 가면을 쓰고 나올지 예측할 수 없으니 두 스타일을 다 숙지한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가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경우의 수가 2가지이다 보니 그 것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새로운 가 면을 꺼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요.

배송재의 말에 홍진오가 고개를 끄 덕였다.

확실히 그러면 상대가 혼란을 가지 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다 대응이 늦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경 기가 끝나 버릴 터.

그것을 노린 게 분명해 보였다.

-거기다 사냥꾼 아수라가 단검과 장검 둘을 동시에 들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반대로 기사 아수라도 장 검만 들지 말고 단검과 장검을 둘 다 들지 말라는 법도 없죠.

-아아, 경우의 수가 사냥꾼 아수라 와 기사 아수라가 전부가 아니군요.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저 경기장에 나온 아크 선수가 무슨 생 각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 같으면 엄청 욕했을 거 같은 데 말이죠. 하하하.

홍진오의 말에 배송재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러 스타일을 구사하는 상 대와는 붙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 는가.

그러던 그때.

-저, 저, 저, 저게 뭔가요?

너무 놀란 나머지 평소처럼 말을 심하게 더듬는 홍진오.

홍진오의 반응에 배송재가 뭔가 싶 어서 아수라를 확인하니 무기가 전 혀 달랐다.

검이나 장검이 아닌 스테프.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근접무기로 볼 수 없는 무기.

마법사와 사제들이나 사용할 법한 스테프를 도대체 왜?

의문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까지 걸 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 다.

푸른 가면을 쓴 아수라는 아크와 시작 전 가볍게 인사를 하곤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허공에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서, 설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배송 재도 당황한 채 홍진오를 보며 묻자 홍진오가 침을 삼키며 큰 소리로 외 쳤다.

-여러분들은 지금! 세 번째 아수 라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세, 세 번째? 그, 그렇다는 건? -마법사! 아니, 마도사 아수라입니 다!

홍진오의 말과 동시에 마법의 폭격 이 아크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퍼버버버버버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