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16화
찝찝한 느낌이 있긴 했으나 애써 무시하곤 대기실로 들어왔다.
‘4강전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해야 하지?’
이런 경기에서는 사실 원거리인 마 도사 아수라가 불리하긴 하다. 그러 나 그걸 만회할 만한 화력과 컨트롤 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사냥꾼 아수라나 기 사 아수라가 밀리는 것은 아니다.
‘이거 고민되네.’
여러 스타일을 지닌 것은 상대뿐만 이 아닌 선수 본인에게도 고민거리 를 안겨 주었다. 어떤 스타일이건 강했기에 무엇을 선택해도 멋있는 경기를 보여 줄 수 있다.
다만 상대가 어떤 거에 더 열이 받을지 고민하던 그 때.
[4강전 상대가 기권하였습니다.]
[결승에 진출합니다.]
“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권이 라니.
어벙벙한 표정으로 현성은 바로 대 기실에서 1인 관람석으로 향해 중계 진의 반응을 살폈다.
기권을 했다면 당연히 중계진에서 얘기를 하리라.
아니나 다를까 배송재가 안타깝다 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 기권이라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긴 합니다만, 이해는 됩니다. 아직 분석이 완벽히 끝나지 않은 선 수에게 처참하게 진다는 건 사실 타 격이 크거든요.
-그렇게 은퇴를 하는 선수도 만만 치 않게 많은 편이긴 하죠.
전 선수인 홍진오도 공감하는 말이 다.
프로 중에서 신인에게 진 충격으로 인해 은퇴를 결정하는 프로들도 은 근 있는 편이다. 흔히 퇴물이라는 말을 듣거나 점점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 많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 가 끔 있는 것을 봐서는 무시할 수 없 다.
신인에게 져도 충격을 받는데 프로 도 아닌 일단은 일반인 아수라에게 지면 얼마나 체면이 깎이겠는가. 팬 들이나 관중들이야 아무도 뭐라 하 진 않겠지만, 본인 자존심의 문제다.
그렇다고 피하는 것 또한 편할 리 가 있겠는가.
-그러면 다음 경기 소개하겠습니 다! 다음 경기는…….
배송재의 소개는 듣지 않은 채 현 성은 소파에 앉아 땅이 꺼져라 한숨 을 내쉬었다.
“하아.”
거저 얻은 승리.
누구에게는 기쁜 일일지 몰라도 적 어도 현성에겐 아니었다.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더 뿌듯하고 값지지 않은가. 그 점이 아쉬울 뿐 이다.
‘경기나 보자.’
이제 남은 8강전은 두 경기였다.
현성은 이미 결승전에 진출했기에 8강전을 두 번 치른 후 바로 4강전 을 치른다는 설명을 한 뒤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두 선수의 경기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 뒤 루시퍼의 경기는 보란 듯이 화려한 기술들을 사용하며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뒀 다.
누가 본다면 역시 세계 1위다운 위용이라며 칭찬할 만한 경기였으나 현성과 아크의 전투 이후라서 그런 지 사람들의 호응은 그리 크지 않았 다.
현성도 다소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기양양하다는 듯 승리 한 루시퍼를 봤다.
‘으음, 저 사람이 1위고 나랑 싸운 아크라는 선수가 2위라고 하지 않았 나?’
분명 그렇게 알고 있었다.
미리 영상도 보기도 했고, 그때까 지만 해도 아크의 실력이 루시퍼보 다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근데 막상 오늘 아크와 붙어보니 생각이 달라 졌다.
‘아무리 봐도 아크가 더 강해 보이 는데.’
루시퍼가 실력을 숨겼을 확률?
그리 높지 않았다.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기기 위해 혈 안이 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진짜 실력을 숨긴 거라면 루시퍼는 당장 할리우드에 가서 오스카상을 받아도 된다.
정말 방금 모습이 연기라면 프로게 이머가 아닌 웬만한 배우들 싸대기 를 후려갈길 연기였다.
그러기에 실력을 숨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 아크가 실력이 늘었나 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더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닌데 끙끙 앓아봐야 현성에게 도 움 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 까.
-아아, 역시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 은 루시퍼 선수입니다.
-바로 내일 결승전에서 아수라 선 수와 붙게 되네요. 프로 1위와 프로 2위인 아크 선수를 꺾은 아수라 선 수! 내일이 정말 기대가 되네요.
-저는 내일도 내일이지만 당장 곧 열릴 제4경기도 만만치 않게 기대가 되네요.
-하하,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지.”
중계진의 말에 현성도 동의한다는 듯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4경기.
8강에 살아남은 이들은 둘을 제외 하곤 모두 비공식 랭커였다. 그리고 그 둘마저도 랭킹 100위권 안에 드 는 사람들이다.
이런 치열한 경기를 놓칠 수 있겠 는가.
특히나 현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 이 기대하는 8강전 마지막 경기.
[린 VS 한서아]
-예선전 2위와 3위가 이렇게 만납 니다!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봐도 무방 하다고 보셔도 좋을 경기가 이번 8 강전 마지막 경기입니다.
중계진들의 말에 관객석에서 우레 와 같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저 함성 소리만 들어도 사람들이 저 경기에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제4경기에 속해 있는 다른 이들의 실력도 뛰어났기에 다들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영웅 길드원들 실력 좀 구경할 수 있겠네.’
대부분의 영웅 길드원들이 남아 있 었기에 대진표도 운이 꽤 좋았다. 첫 번째 경기는 아이와 100위권 랭 커의 경기였는데 정말 시시하다 할 정도로 100위권 랭커가 패배해 많 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아무리 비공식 랭커라 한들 이 정 도로 차이가 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다음 경기는 카이저와 탱구리의 시합. 올라온 수가 수이다 보니 최 소 한 번은 영웅 길드원끼리 붙어야 했는데 그게 카이저와 탱구리였다.
처음에는 탱커인 탱구리가 곧잘 버 텼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져 결국 카이저가 승리할 수 있었다.
‘아이라는 사람은 이렇다 할 걸 못 봤지만 이번에는 꽤 오래 볼 수 있 었네.’
아이의 경기는 너무 싱겁게 끝난 편인지라 이렇다 할 걸 볼 수가 없 었다. 그러나 카이저와 탱구리는 실 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는 데다 상성으로는 탱구리가 유리했기에 장 기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카이저의 스킬인 것인지 갈 수록 강해져 가는 카이저의 공격에 결국 탱구리가 패배하고 말았다.
‘탱구리라는 아저씨는 몰라도 카이 저, 저 사람은 강하다.’
적어도 아크보다 훨씬 강하다.
움직이는 컨트롤이며 세밀한 움직 임과 계산까지 철저했다. 더군다나 스킬의 분배까지 깔끔했기에 오히려 카이저가 선수가 아니라는 것에 의 문이 들 정도였다.
그 뒤에는 아이때와 마찬가지로 스 티와 100위권 랭커의 시합. 마찬가 지로 아이 때의 경기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오히려 스티가 조금 더 빠른 속도 를 내었는데 상대한 랭커의 순위는 오히려 스티가 더 높다고 했다.
‘저 아이라는 사람이 쌍둥이 언니 고, 스티가 동생인데 동생이 더 강 하네.’
현아에겐 미처 듣지 못한 실력들을 파악할 수 있어서 꽤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8강전 마지막 경기.
-아아 드디어 두 선수가 경기장에 오릅니다!
-이거 제가 다 긴장되는 기분이네 요.
침넘기는 소리마저 들릴 만큼 정말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홍진오.
그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였다.
예선에서 2, 3위였던 그녀들이다.
시간으로 우세를 점한다면 린이 불 리해 보인다. 하나 싸워보기 전까지
는 모르는 법 아닌가.
-홍진오 해설위원께서는 누가 우 세하다고 보십니까? 역시 예선에서 더 빨랐던 한서아 선수 인가요?
그 말에 홍진오는 고개를 저었다.
-확답을 내리기 정말 힘듭니다. 예 선에서는 PVP가 아닌 몬스터를 사 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서로가 직접 싸우는 경기입 니다. 한서아 선수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나 린 선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두 선수 다 이 8강전에 올라오기까지 고비가 없 었기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힘들군 요.
정확한 판단이다.
예선에서 서아가 더 빨랐다는 건 확실히 서아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 는 뜻이긴 하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그러나 사람을 상대하는 것과 몬스 터를 상대하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 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해서 서아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둘 중 누가 더 강하냐 고 묻는다면 누구든 선뜻 대답하지 못하리라.
‘기대되네.’
그동안 린이나 한서아의 경기를 보 지 못한 것이 아니다.
봤으나 저 둘의 실력을 가늠할 수 가 없었다.
32강전과 16강전에서는 저 둘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없었는 데 어떻게 실력을 볼 수 있었겠는 가. 그나마 베른이 서아의 실력을 조금 드러내게 했으나 그뿐이었다.
온전한 실력은 볼 수 없었고, 린이 라면 서아의 본 실력을 드러내게 하 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서렸다.
그 기대를 하는 것은 현성만이 아 니었다.
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 PVP 의 실력이 더 뛰어난 것은 누구인 가.
그 답이 지금 밝혀지려하고 있었 다.
베른 때완 달리 서아는 아무런 말 없이 낫을 꺼냈다.
아무리 서아라 한들 린을 상대로 긴장을 안 할 순 없었다.
예전에 이겼다고 한들 지금도 다시 이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 다.
후웅!
어느새 서아의 앞에 나타난 린이 외날 검을 휘두른다.
허공을 가르는 외날 검을 서아는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낫의 봉부분 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채앵! 채앵! 채앵!
세 번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막 아낸 서아.
린도 이런 공격에 서아가 당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지 좀 더 속도를 높 였다.
속도 관련 스킬이 있는 것인지 서 아는 그저 막는 데 급급했고, 린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른다.
치열한 공방 앞에 서아는 낫의 봉 부분을 움직여 검의 궤도를 순간적 으로 틀었다.
찰나의 순간. 린의 검 회수가 아주 미세하게 늦어지고 그 틈을 시계 톱 니바퀴가 맞물리듯 서아의 낫이 허 공을 갈랐다.
서걱!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던 린.
옷이 다소 찢어지긴 했으나 어차피 방어구 구실을 할 수 있는 옷도 아 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옷이 벗겨질 정도로 베인 것도 아 니었으니.
거리가 벌려지자 관객석에서 하나 같이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아아.
정말 빠르게 이어진 공방이었던 지 라 모두가 숨을 참으면서 보고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공방이 잠시 멈 추자 숨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이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며 얼마나 높은 수준의 경 기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후우우우우.” 숨을 길게 내뱉은 후 다시 한번 린이 움직이려는 순간 서아의 손에 서 사슬이 뿜어져 나왔다.
촤르르르르륵!
그걸 본 린은 두 눈을 부릅떴다.
베른과 싸웠을 때 쓰던 쇠사슬이 아니다.
저 스킬은 아수라가 사용하는 사슬 스킬이랑 같은 스킬이다. 영상으로 몇 번이나 봤으니 확실하다. 그러나 그걸로 인해 실수는 하지 않았다.
여기서 작은 실수 하나가 바로 패 배로 이어진다.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며 사슬을 최 대한 피하려 했다. 그걸 본 서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사슬을 조종 했고, 사슬은 끈질기게 린을 쫓았다.
검으로 쳐보려 해도 방어를 무시하 는 스킬인지 유령을 때리는 마냥 통 과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파팟.
린은 과감하게 사슬을 그대로 맞았 다.
이걸 계속 피하려 해봐야 소용없 다. 그럴 바에 차라리 공격을 맞아 두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판단한 것.
린의 생각이 옳았는지 서아가 움찔 거린다.
설마 저렇게 과감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모양. 그러나 린과 같이 침 착하게 상황에 대응했다.
잠시의 틈이 생기긴 했으나 린과의 거리는 여유로운 상태.
그때 서아가 눈을 빛내며 낫이 휘 둘렀다.
후웅!
세상을 양단할 것 같은 검은 기운 이 낫에서 쏘아졌고, 그대로 린을 향해 덮쳤다.
콰가강!
강렬한 충격이 경기장을 뒤흔들었 으나 그곳엔 린은 이미 사라지고 없 었다. 그리고 처음 시작 때처럼 서 아의 앞에 나타난 린이 검을 휘둘렀 으나 마찬가지로 서아는 그 공격을 막았다.
여기서 조급하거나 성급한 사람이 패배한다.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린 은 아주 침착하게 공격을 하고 뒤로 물러나던 때.
푸욱.
린의 등 뒤에서 무언가 린을 공격 했다.
기다란 날을 가지고 있는 무기. 다 름 아닌 낫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린이 뒤를 돌아보 자 자신의 그림자가 낫과 같이 튀어 나와 자신을 공격한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메시지.
[수마의 낫에 상처를 입으셨습니 다. 5초간 상태이상 수면에 빠집니 다.] 낫을 사슬로 조종하던 서아를 기억 하고 후방의 경계도 늦추지 않았건 만. 순간 서아의 공격을 피하며 서 아의 앞에 나타난 것이 화근이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 게 당하진 않았으리라.
‘침착한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나 보네.’
공격을 피하면서 반격을 해야 한다 는 생각자체가 조급함을 낳아버린 것이다.
린은 상태이상 수면 때문에 서서히 눈이 감겼고, 서아는 낫을 휘둘렀다. 서걱!
승자는 서아였다.
정말 간발의 차이. 굳이 비교한다 면 서아가 반수정도 위였다 할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를 끝마친 서아는 그대로 다시 일어나는 린을 보며 고개를 꾸벅 숙 이며 인사했다.
“좋은 경기였어요.”
“저야말로 배운 게 많았습니다.”
린이야 말로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으나 분한 표정은 지우진 못했다.
사실상 결승전이라 생각되던 경기 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서아가 승리하는 걸 보며 현성은 탄성을 내뱉었다.
저기서 린이 공격이 아닌 거리를 벌리는 것을 선택했더라면 서아라도 그림자에서 낫을 뽑아내는 스킬은 사용하지 못했으리라.
‘좀 아쉽네.’
능력치와 스킬의 위력들이 현성이 포함된 경기보다 훨씬 뛰어난 덕에 볼만하긴 했으나 결정적으로 너무 짧았다.
기껏해야 둘이 싸운 시간은 고작해 야 1분밖에 안 되었다.
그 1분 안에 보여준 그 경기가 대 단하긴 했지만,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웠다.
어쩌겠는가, 이미 결과가 나온 것 을
자신이 원한다고 다시 싸우는 것도 아니었기에 현성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그나마 다음 4강전이 카이저와 아 이, 한서아와 스티가 경기하니 그걸 기대하면 좋을 거 같았다.
-그럼 잠깐 휴식을 가진 뒤 제4경 기 4강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배송재의 말을 끝으로 휴식시 간이 되자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 않고 그대로 기다렸다. 어차피 휴식이라고 해도 길어봐야 30분 쉴 뿐이다.
그사이 어디 돌아다니는 것보다 여 기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것이 훨 씬 편했다. 나가 봐야 무얼 하겠는 가. 굳이 만날 사람도 없었고, 오늘 경기는 끝났으니. 내일 결승을 대비하는 것도 웃겼 다.
‘결승은 전에 생각했던 대로 하면 되니까 오늘은 그냥 마음 편히 경기 보고 집에서 쉬어야겠다.’
그동안 화염마법만이긴 해도 6성까 지 키우는데 고생하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좀 쉬게 해주는 게 맞았 다.
그러던 그때.
쿠그그그그그.
미세한 진동이 방 전체를 감쌌다. 미세하긴 했어도 현성이 느끼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의문을 가지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리베우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피하십시오.’’
“뭐?”
현성의 뒤에서 계속해서 몸을 숨기 고 있던 리베우스다.
근데 지금은 모습을 드러내고 경계 를 하며 문쪽을 보고 있었다.
피하라고는 해도 어디로 피해야 하 는가. 리베우스는 문을 보고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짧은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파지직. 스파크 튀는 소리가 울리더니 문 앞에서 공간이 갈라졌다.
마치 그냥 허공에서 칼을 그은 듯 공간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한 여성 이 튀어나왔다.
“으흥, 진짜였네.”
뾰족한 귀에 짙은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은발을 한 여성.
유저는 아니었다.
이곳은 다른 유저가 절대 들어올 수 없었으니. 그렇다고 해서 NPC는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마찬가지로 들 어올 수 없다.
그러나 리베우스도 들어오지 않았 는가. 그렇다는 얘기는.
‘저 엘프 최소 리베우스랑 동급이 라는 얘기지?’
최소 레벨이 560 이상인 엘프.
황제의 절친한 친구이자 대륙오천 중 재앙이라 불리는 유리아가 현성 을 보며 방긋 웃더니 말했다.
“너, 내 제자가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