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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17화 (117/472)

잠만 자도 랭커 117화

한마디 말에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끊어지는 걸 느꼈다.

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엘프를 봤고, 리베우스는 여전히 긴장을 하 며 현성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저거도 자기가 누군진 말하 고 제자가 되라고 해야 하는 거 아 닌가?’

어느 누가 여기서 ‘오우.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겠는가. 대뜸 남의 개인 대기실에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 제자가 되라고 하면 ‘와우, 공간을 찢는 걸 보니 엄청난 강자신가 보군요! 좋습니다!’ 할 리 가 없지 않은가.

누군지도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대뜸 반말로 예의 없게 구는 데 선 뜻 대답할 리가 없었다.

현성의 그런 표정을 읽었는지 유리 아는 다소 실수를 했다는 듯이 사과 했다.

“아아,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나? 아, 하긴 갑자기 공간 찢고 나와서 는 대뜸 반말하는 미친X이라고 보 일만 하네. 미안, 내가 좀 성급했다. 그리고 반말은 이해해 줘. 내가 워 낙 오래 살다 보니까 예의를 지킬 사람이 없어졌거든.”

일단 현성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저런 강력한 NPC와 의 만남은 만남 자체만으로 대단하 지 않은가.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륙오천 중 재앙 유리아와 대면 하고도 살아 있습니다.]

[경이로운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아니, 만난 것도 아니고 대면하고 도 살아 있다고 경이로운 업적이라 고?’

메시지를 읽는 순간 등 뒤에서 식 은땀이 흘렀다.

아니, 그렇다는 건 그동안 만나고 살아남은 자가 도대체 얼마나 적었 다는 소리인가. 더군다나 대륙오천 중 재앙 유리아란다.

유리아가 누군진 몰라도 재앙이라 불린 이상 온전하다고 보기 힘들지 않겠는가.

그걸 빠르게 눈치챈 현성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괜찮습니다.”

대뜸 와서 공격하지 않은 게 어디 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유리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

‘내가 용언하고 무영창을 사용하는 걸 보고 찾아온 거겠지.’

둘 다 전설 스킬이다.

거기다 마법 계열로 치면 최상위라 할 수 있는 조합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현성이 원래 사용하던 스 타일은 근접 계열이었다. 그런데 그 런 이가 대뜸 마법으로 저런 것들을 보여주니 대륙오천인 그녀가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 가.

‘괜히 사용했나?’

문득 그런 생각까지 들던 찰나.

유리아는 현성을 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선 으음, 아는진 모르겠지만, 내 가 대륙오천 중 하나인데 그중 재앙 이라고 불리고 있어. 하하. 그리고 대륙오천 중에서 마법을 쓰는 건 나 혼자야. 그러니까 내가 중앙 대륙의 마법으로 최강자라는 얘기지. 엣헴.”

상당히 민망할 법한 얘기를 본인의 입으로 자랑스레 떠드는 유리아를 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말을 막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 않은가.

그랬다가 대뜸 공격하면 첫 죽음이 허무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그냥 잠자코 듣고 있자.’

리베우스도 저리 긴장하고 있는 걸 보면 적어도 리베우스보다 강하다는 것이니 이리 호의적일 때 그냥 가만 히 있는 게 신상에 이로웠다.

게다가 지금 죽으면 내일 결승전은 자연스레 부전패가 되어버린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 서버, 그러니까 중앙 대륙에서 마법으로 가장 강한 존재 란다.

적어도 대륙오천이라 불리는 존재 인데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가 있겠는가.

대마법사보다 위에 있는 대마도사 의 가르침이라도 받기 위해 혈안인 이들도 많다.

유저뿐만이 아닌 NPC들조차 예외 는 아니다. 그런데 그것도 대륙오천 에 포함되어 있는 대마도사의 제자 가 되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 이겠는가.

일단 들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대륙 최강의 대마도사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거기다 나만의 특별한 비전 마법들을 친히 전수해 주기도 할 거고.”

그 말에 현성은 상당히 구미가 당 기긴 했다.

대륙오천의 비전 마법. 최소 영웅 등급 스킬이지 않겠는가. 좀 기대를 한다면 전설 등급일 수도 있는 것.

하늘에서 뚝 하고 전설 등급이 떨 어진 것이나 다름없는데 누가 마다 하겠는가.

그러나 뭔가 꺼려졌다.

‘좋은 기회야. 어쩌면 전설 등급 마법을 배울 수도 있는 기회인 데……

고민을 하던 찰나.

유리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딱히 지금 대답해 달라는 건 아니 니까. 좀 더 생각해 봐. 알았지? 난 잔소리하는 사람 때문에 가봐야 해 서. 그럼 나중에 보자.”

그 말을 끝으로 윙크를 하곤 다시 공간을 가르고 사라진 유리아. 사라졌음에도 그 존재감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리베우스도 그제야 긴장을 풀고 바 닥에 주저앉았다.

그 리베우스가 여유를 가지지도 못 한 채 그냥 바닥에 주저앉다니. 이 걸 보니까 확실해졌다. 그저 존재감 만으로 리베우스를 압도하는 힘.

레벨이 적어도 600은 넘는다는 소 리다.

‘그런 NPC의 제자가 된다, 라.’

그저 본능적인 이유로 꺼려진다는

이유로 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기회 다.

다만 왜인지 모르게 제자가 되면 끌려다닐 거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제 자가 되면 그게 얼마나 심하겠는가.

‘그건 싫은데.’

그 본능적인 생각 때문에 꺼려진 것이다.

게다가 재앙이라 불린다지 않는가. 또 성격은 얼마나 지X 같으면 재앙 이라 불리겠는가.

‘좀 알려주다 두들겨 패는 거 아닌 가?’

배우던 도중 그것도 모르냐면서 맞 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재앙이라면 그러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선뜻 결정하기 힘들었다.

‘일단 좀 알아보자.’

이것도 이데아 홈페이지에 검색을 하면 유리아에 관한 뭔가가 나오지 않겠는가.

‘검색.’

그리 많은 글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며 글들을 읽었다.

[제목: 유리아에게 죽었는데 이거 신고 안 되나요?]

작성자: 와사비라면

아니; 제가 뭐 잘못을 해서 뒤졌으 면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 유리아 아냐? 하자마자 죽이는 게 어디 있습니까?

운영자한테 보상 못 받습니까?

-OO; 안타깝게도 유리아 짜응은 신경이 예민하니 멀리서 보기만 하 자굿!

L미친새끼;; 죽어도 목소리 듣고 죽는 게 낫지 어휴.

-아, 개부럽다. 유리아 님 보셨다 니 TTTTTr

정신상태가 좀 이상해 보이는 댓글 들이 많았기에 걸렀다.

그리고 다음 글을 봤는데 역시 비 슷했다.

[제목: 유리아 님에게 9번 죽은 사 람입니다.]

작성자: 갈비만두존맛

한 번만 더 채우면 10번 달성하는 데 유리아 님 요즘도 탑에서 안 나

옵니까? TTTTTr

현성은 차마 댓글을 볼 용기가 나 지 않아 다른 글들을 대충 훑었다.

말을 걸어서 죽었다는 건 양호했고 길 가다 대뜸 죽어서 뭔가 보니 유 리아가 근처 지나가면서 죽였다는 글도 있었다.

역시 재앙이라 불리는 데는 다 이 유가 있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엘프의 제자로 들 어가면 고생만 한다.’ 좋은 기회일진 몰라도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진 않다.

고생도 의미가 있어야 할 맛이 나 는 거지 저런 미친 엘프와 상종을 하는 것은 현성의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 스타일을 떠나서 누가 저걸 하 고 싶어하겠는가.

맞으면서 배울지도 모르는데.

‘아, 댓글 단 사람들은 또 모르겠 네.’

유리아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죽여도 행복해할 종자들이다.

현성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단 번에 거절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거절하냐?’

유리아가 직접 나중에 보자고 했으 니 보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또 대뜸 이렇게 찾아올 확률이 높 다.

그러면 그때 제자가 되기 싫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죽는 거 아니야?’

다시 살아난다 하더라도 이 캐릭터 로 죽는 것은 솔직히 꺼려졌다. 그 래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기에 한숨 을 내쉬었다.

유리아와 대면을 하고 글을 찾아보 는 사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배송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경기나 보자.”

한편 현성에게 그런 걱정과 고민을 안겨준 당사자인 유리아는.

“다녀왔어?”

유리아의 상큼한 목소리에도 노려 보는 황제를 보며 유리아는 어색하 게 웃으며 그 옆에 놓인 의자에 앉 았다.

“화났나 보네.”

“그럼 먼저 선수를 친 걸 그냥 있 을 줄만 알았나? 게다가 네가 얼마 나 무례하게 나갔을지 안 봐도 뻔하 다.”

차마 한숨을 내뱉진 못한 황제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 말렸는데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공간을 가르고 이리저리 우회 한 덕이 황제도 쉽게 찾을 수 없었 다.

시간이 있었다면 분명 쫓을 수 있 었으나 현성을 찾아감과 동시에 공 간결계를 쳐놔 황제도 함부로 들어 갈 수 없었다.

깬다면 깰 수 있었겠지만, 그 안에 있는 현성의 안위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 그냥 둔 것이다.

“그,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 다구!”

“네가 말이냐?”

“아, 아마?”

황제가 찌릿하고 노려보자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하는 유리아.

안 봐도 뻔하다.

게다가 조금만 정보를 아는 자라면 유리아의 성미를 모를 리가 없을 텐 데 혹시 나중에 황제가 제자를 권유 해도 쌍으로 이상하게 볼까 걱정이 들었다.

이런 것으로 걱정을 한 지도 얼마 만인지.

그러나 썩 유쾌하진 않았다.

“후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더 이상 그자한테 가지 마라.”

“그, 그래도!”

“10년간 연구비 삭감당하고 싶은 모양이지?”

“와, 치사하게 그걸 걸고 그러냐.” 제국에서 유리아가 연구비 명목으 로 받는 돈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다른 왕국의 예산의 절반은 될법한 금액.

그런 금액이 막히게 되면 지금 한 창 연구하는 것들이 모두 막히게 된 다.

유리아가 치사하다는 듯 황제를 봤 으나 저 진지한 눈빛은 진심이다. 워낙 오래 지낸 친구 사이이니 알 수 있었다.

“흥! 알겠다.”

새침하게 대답하는 유리아를 보며 황제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긴 하나 인간 에 비해 수명이 워낙 긴 엘프인지라 사춘기도 역시 오래 가는 것 같았 다.

‘하아. 골치 아프게 됐군.’

평상시에는 늘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리아였으나 이렇게 무언가 흥미가 끌리거나 원하는 게 있을 때면 늘 이렇게 투정을 부리는 편이다.

대륙오천이라는 엄청난 힘을 가진 주제에 사춘기라니.

끔찍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으나 어쩌겠는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그 녀를 더 건드렸다 무엇을 할지 몰랐 기에 황제도 그저 조용히 경기를 관 람했다.

그나마 제4경기는 볼만했기에 유리 아도 금세 화가 풀려 재미있다는 듯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오래된 친구이긴 했으나 이럴 때 보면 꼭 딸을 키우는 기분이었다.

‘후우, 미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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