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23화
공간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황금으 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 앞.
그걸 보며 현성은 입을 떡하니 벌 리며 감탄했다.
‘확실히 제국은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유리 아가 주변을 홀낏 둘러보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 현성을 보 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 이거 받아!” 활기차게 말하며 스킬북을 건네는 유리아.
그런데 황제와는 달리 책이 두 개 였다.
하나는 황제와 마찬가지로 휘황찬 란하게 빛나는 스킬북과 다른 하나 도 그보다는 조금 약한 빛을 내뿜는 스킬북.
그 두 권을 받자 먼저 빛이 약한 책부터 깠다. 스킬북 같지만 스킬북 같진 않은 책.
[중력학개론-1 성?9성 (전설)]
-종류: 마도서 -설명: 드래곤조차 한 수 접어간 다는 대륙오천 재앙 유리아가 직접 집필한 마도서이다. 다른 마법서와 는 다르게 이 마도서 자체만으로 마 력과 지력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중력에 관한 마법에 대해 매 우 상세히 적혀 있다.
이를 익힐 시 다른 마법서와 달리 매우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한: 재앙 유리아의 제자, 바람 계열 마법 6성 이상, 땅 계열 마법 6성 이상, 염력 계열 마법 4성 이 상.
-옵션: 소지만으로 마력과 지력 각각 +100씩 상승, 이 마도서에 적 힌 마법을 익힐 때 마법을 익히는 시간 반감.
그냥 마법서가 아닌 마도서라 적힌 아이템이었다.
마법서는 마법을 익히는 데 꼭 필 요한 책이다.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 을 해야 하고 거기에 적힌 커맨드를 선택해 그것을 외워 마법을 익히는 식이다.
무영창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성도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런데 원래 가지고 있던 마도사의 재능 스킬과 이번에 얻은 칭호, 그 리고 이 마도서만 가지고 있다면 남 들에 비해 마법을 익히는 데 고작 12.5%밖에 시간이 들지 않는 것이 다.
마법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외워야 할 커맨드들이 많아지다 보 니 헷갈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성에겐 그럴 걱정이 전혀 없었다.
‘무영창 덕에 어떤 마법을 쓴다고 생각만 하면 마법이 발동되니까. 익 히기만 하면 된다.’
희대의 사기 스킬이라 할 법한 스 킬.
거기에 비해 페널티도 그리 세지 않다. 그런데 현성이 그걸 뽑고 만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게 있었다면 착용 제 한.
이미 제자가 되었기에 제자 부분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오 는 세 가지의 조건들이 문제다.
‘바람, 땅은 그렇다 치는데, 염력? 난감하네.’ 바람과 땅은 기본적인 속성이기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염력 계열 마법이 문제다.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염력은 위력이나 가성비를 떠나서 마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열의 마법이 다.
우선 염력이라는 마법에 메리트는 활용성이나 자유롭다는 것도 있지 만, 무엇보다 큰 것은 편리성이다.
MP가 좀 달기는 하지만 여러 물 건들을 직접 집지 않아도 되지 않은 가.
사람의 게으름은 상상을 초월하기 에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긴 했음에 도 나오자마자 바로 팔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다 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성의 고민을 듣기라도 한 것일 까? 현성이 마도서를 확인하자 유리 아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을 자신의 아공간에서 꺼내 건넸다.
“이것도 받아! 이거랑, 이것도!”
신이 난 듯이 자신의 아공간에서 이것저것 꺼내는 유리아.
그러곤 모두 현성에게 넘겨주었다.
하나같이 유리아가 직접 집필한 마 도서들. 바람, 땅, 염력뿐만이 아닌 다른 계열의 마도서들도 한 번에 주 었다.
순식간에 책으로 탑을 쌓아버린 현 성은 하나씩 인벤토리에 넣으며 멍 하니 유리아를 봤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아까까지만 해도 새침하던 모습 아 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자취한다는 아들에 게 물건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어 머니의 모습 같았다. 외형만 본다면 엄마보다는 여동생에 가까운 외견이 었으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 아 니겠는가.
“마음에 들지?” 현성은 물론이라는 듯 재빨리 고개 를 끄덕였다.
유리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이 귀 한 마도서들을 넘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제자가 되어서 주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한 것들 아닌가. 모두 다 유리아가 썼다고는 하나 대 륙오천이 직접 집필한 마도서다.
그게 귀하지 않다면 뭐가 귀하겠는 가.
어찌 되었건 다들 엄청난 아이템들 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모두 영웅 등급 이긴 했으나 다 제한 조건에 유리아 의 제자라는 조건이 달려 있었던 것.
다시 말해 되팔 수가 없었다.
‘선물로 받은 걸 파는 것도 좀 그 렇긴 하지?’
먼저 팔 생각부터 한 주제에 예의 를 지키자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 는 현성.
그때 유리아가 그를 보며 물었다.
“스킬북은 확인했어?”
“아직이요. 이제 확인해 보려고요.”
“빨리 확인해 봐! 그거 엄청나다 고!”
자기보다 더 들떠 보이는 유리아.
현성은 그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냥 제자가 생겨서 신난 거구나.’
바로 정답이었다.
처음으로 제자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고, 이것 저것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적은 마도서들을 모두 현성에게 주 었고, 자기 비기라고 할 수 있는 스 킬 중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비기라 할 수 있는 스킬북. 현성은 그것을 알지 못했으나 기대 되는 눈으로
처음 유리아가 준 스킬북을 인벤토 리에서 꺼냈다.
‘대박이네. 그 많은 마도서들을 받 고 이런 스킬까지 받아도 되는 건 가?’
사실 이 마도서들만으로 유리아가 줄 건 다 줬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만큼 양도 양인데 도움이 되겠는가.
아직 다 살피지도 않았는데도 뻔했 다.
게다가 기초적인 스킬을 준다 했으 니 이 마도서들로 퉁 치더라도 현성 은 할 말이 없는 거다.
그런데 유리아는 이렇게 제자가 생 겼다는 이유로 신나서 여러 개를 퍼 주고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전설+ 등급이려나?’
기대를 하며 아까 황제에게 받은 스킬북과 비교했다.
아무리 떠올려도 그냥 전설 같진 않은 같은 빛의 스킬북.
지체 없이 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그래비티 미티어 스킬북(전설+)]
-종류: 스킬북
-설명: [그래비티 미티어(전설+)] 스킬이 담겨 있는 스킬북이다.
-제한: 재앙 유리아의 제자.
-옵션: 사용 시 [그래비티 미티어 (전설+)]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이름부터 끝내주지 않는가.
현성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스킬북 을 사용했다.
황제의 스킬을 습득했을 때와 같이 따스한 기운이 몸을 감싸며 메시지 가 떠올랐다.
[[그래비티 미티어(전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래비티 미티어(전설+)]
〈액티브〉
-Lv.l
-설명: 강력한 중력을 이용하여 운석을 추락시킨다. 과거 중력 마법 의 창시자 에이직 뉴튼의 기술을 재 앙 유리아가 더욱 발전시킨 스킬이 다.
-효과: 모든 MP를 소모하고 발동 한다. 5분간 캐스팅을 하고 운석을 소환한다. 위력과 범위는 소모한 MP의 양에 비례한다.
-쿨타임: 10시간.
“……이거 마법 계열이지?”
마법 계열 스킬에 적용되는 스킬 두 가지.
하나는 무영창, 다른 하나는 용언.
게다가 모든 MP를 소모하는 터라 무영창과 용언의 페널티는 없다. 다 만 위력의 50%가 약해지긴 하겠지 만, 그게 어디인가. 쿨타임이 사라지 는데.
꿀꺽.
상상만으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 보듯 뻔하다.
다른 마법처럼 난사는 할 순 없겠 지만 그럼에도 두 번까지는 연달아 사용할 수 있을 터.
너무나도 강대한 무기를 손에 넣어 버린 현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 했다.
‘몰카 아니지, 이거?’
카메라 따위가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음에도 둘러볼 수밖에 없는 스 킬.
미티어, 그러니까 운석을 소환하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꼽히 는 스킬이었다.
아무리 신났다고 해도 이런 스킬을 주다니.
“우히히, 스킬 얻었으면 가자! 빨 리! 아직 줄 거 많단 말이야!”
“아유! 좋죠!”
그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의심과 불안감은 싹 버리곤 현성이 황금 문 이 열린 틈으로 들어갔다.
이거 왠지 유리아와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갈빗집.
오늘 이 갈빗집 전체를 빌렸다. 그 만한 인원의 회식이었으니.
정말 얼마만의 밖의 공기인지 모르 겠다.
이데아 서버 안에서 유저관리에 들 어간 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기억조 차 나지 않을 정도.
그런 조민우 팀장은 기분 좋게 자 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잔을 들며 외 쳤다.
“이데아와 인페르노의 무궁한 영광 을 위하여-!”
“위하여-!”
건배사에 맞춰서 그간 피곤했던 유 저관리팀 직원들이 기쁘게 건배를 외치며 왁자지껄 떠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대회가 무사히 끝나고 나서 모든 유저관리팀이 회식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당 직을 서는 몇몇 이들은 유저관리팀 이 아닌 다른 팀에서 지원 온 이들 이었다.
모두 그간 유저관리팀이 얼마나 고 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조민우 팀장도 그간 고생해 온 피 로를 시원한 맥주 한잔에 날려 버리 려던 찰나.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왜인지 불길하게 들리는 진동 소 리.
그 소리에 조민우 팀장 근처에 있 던 직원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리고 조민우 팀장을 보며 눈빛으 로 말했다.
‘받지 마세요.’
‘우리 지금 공식적인 휴가 중입니 다.’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런 간절한 눈빛들.
조민우 팀장도 알고 있다. 화면에 뜨는 번호는 다름 아닌 유저관리팀 의 대타를 맡고 있는 사람 중 책임 자의 번호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 없다.
‘그걸 받으면 회사행입니다!’
‘그 앞은 지옥이라고요!’
간절한 눈빛에도 조민우는 쓰게 웃 으며 말했다.
“하하, 일이 있는 모양이네요.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민우 팀장을 보 며 그 근처에 있던 직원들은 차마 조민우 팀장의 뒷모습을 보지 못했 다고 한다.
‘우리가 팀장님 몫만큼 즐기자!’
‘오우!’
다들 조민우를 속으로 위로하고 있 었던 때.
조민우 팀장은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후우 예, 조민우 팀장입니다. 무슨 문제죠?”
이젠 문제가 뭐냐고 먼저 물었다.
안 봐도 뻔했으니까.
-저, 그, 그게.
“예. 차근차근 말씀하세요.”
상황을 직면한 사람보다 침착한 조 민우 팀장.
마치 현자의 미소와 같은 표정을 한 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현성이라는 유저가 황제 카론의 제자가 돼서 스킬을 전수 받았습니 다.
“그렇군요.” 이번 역시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이정도야 당연히 예상했다. 전설+ 등급인 카론의 검술.
진작 황제가 현성에게 관심 있단 걸 체크해 뒀기에 그리 놀라지도 않 았다. 그러던 중 뒤이어 말을 이었 다.
-거, 거기에 재앙, 유리아의 제자 도 되었습니다.
“네, 거기까지는 상정 내입니다.”
이미 거기까지도 예상했다는 듯 말 하는 조민우 팀장의 말에 당직을 선 책임자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유리아가 마도서를 퍼주고 있습니다.
“네. 끝인가요?
-……상품으로 아이라스의 실패작 3을 줬습니다.
그래 이건 좀 놀랐다.
들어가 봐야 조민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으나 이번 일로 인해 현 성이 건들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들 을 체크해 개발팀에게 넘겨줘야 한 다.
그래 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었으나 그게 조민우 팀장의 일이었다. 지금 대타로는 현성의 자료를 쓰지 못한다.
그동안 현성을 관리한 것이 조민우 팀장이었기에, 그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시겠지만 오셔야 할 것 같 습니다.
“예.”
그 말을 들은 조민우는 다시 식당 으로 들어가 자신의 가방을 쥐곤 직 원들에게 인사했다.
“전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순식간에 숙연해진 분위기.
조민우 팀장은 그들을 보며 말했 다.
“제 몫까지 쉬다 오십시오. 그럼.”
인사를 하고 뒤를 돈 조민우 팀장 은 그저 먼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하늘 참 맑다. 하하.’
그 누구보다도 재앙이라는 말에 깊 이 공감하는 조민우 팀장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