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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24화 (124/472)

잠만 자도 랭커 124화

현성이 황실 창고에서 얻을 수 있 는 아이템은 분명 유일 등급 이하의 아이템 1개다.

오직 그것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성의 손에 들고 있 는 아이템의 수는 족히 10개가 넘 어간다.

현성이 고른 것이 아니다.

“이것도 좋아! 이거랑, 이것도!”

말을 하면서 아이템을 하나씩 집어 주는 유리아.

처음 한두 개까진 현성도 빵긋 웃 으며 받았으나 액세서리 종류로 꽉 꽉 채워서 10개가 넘어갔을 때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성은 다 소 난감하다는 듯이 유리아를 봤다.

‘이렇게 가져가면 티 나니까 조금 씩 여러 번 가져가는 게 최곤데. 다 음에는 못 들어오려나?’

절대 안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 았다.

준다는데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다른 유저가 준다는 건 웬만하면 받지 않는 현성이다.

그러나 유리아는 유저가 아닌 NPC다. 게다가 무언가 꿍꿍이가 있 어서 이렇게 챙겨준다고 하기보단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제자가 생겨서 신나서 주는 거다.

저런 표정을 한 상대가 선물을 주 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 가.

‘으흠흠, 스승님이 주는 걸 어떻게 거절해. 암, 그렇고말고.’

거기다 유리아가 골라주는 액세서 리들은 대부분 현성에게 필요한 것 들이었다.

예를 들면 회피를 보조해 주는 귀 걸이라든가, 공격속도를 높여주는 목걸이 둥둥, 대부분의 것들이 현성 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

거기다 전부 유일 등급이다. 현성 이 아직 DP상점으로 아이템을 뽑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DP가 아까워서 그러지 않았던가.

거기다 DP상점으로 얻은 아이템은 팔 수도 없었기에 그럴 DP에 차라 리 스킬이나 더 뽑겠다며 벼르고 있 었는데 이런 기회를 마다하는 게 이 상한 것이다.

지금 얻은 유일 등급 액세서리들만 해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것들인 데도 유리아는 만족스럽지 않은지 불만 어린 표정이었다.

그러던 중 유리아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으음, 유일 등급에선 좋은 게 많 이 없네. 저기로 가자.”

유리아가 그렇게 다른 창고로 향하 는 문을 가리켰다.

척 보아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문 이다.

현성은 그것을 보곤 혹시나 싶어 물었다.

“혹시 저기에는 영웅 등급이 있는

곳인가요?” “응!”

아무리 주는 걸 다 받는다지만 이 건 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황제의 제자이면서 유리아의 제자 라고는 하나 이렇게 황실 창고에서 아이템 파밍을 해도 되는 것인지 고 민하면서 영웅 등급 창고로 들어갔 다.

애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택지 는 없는 모양인가보다.

그렇게 들어간 영웅 등급 창고는 유일 등급이 있는 창고와 외견부터 달랐다.

“와.”

마치 한 전시회장, 혹은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

정말 잘 진열했다고 생각할 만한 모습이었다.

“빨리 고르고 나가자, 여기에 오래 있다가 나 혼날 수도 있거든. 빨리 고르고 나가자.”

역시 혼나는 거였다.

그러나 혼나도 유리아가 혼나지 현 성이 혼나는가? 현성은 그저 스승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물었다.

“진짜 여기 있는 거 가져가도 돼 요‘?”

“당연하지! 우리가 남도 아니고! 응?! 스승하고 제자인데 이 정도는 줄 수 있지! 엣헴!”

자랑스럽게 두 손을 허리에 집으며 가슴을 당당하게 펴는 유리아를 보 며 현성은 생각했다.

‘자기 물건으로 저러면 참 멋있었 을 텐데.’

자기 물건도 아니고 황제의 물건으 로 저리 생색을 내니 현성은 양심의 가책을 그나마 덜 수 있었다.

자신만 쓰레기가 아니라며.

“이번에는 네가 골라봐. 여기 있는 건 다 좋아서 아무거나 골라도 될 거 같아. 그래도 여기 있는 건 하나 만 골라야 해. 알았지?”

“그럼요, 그럼요.”

걱정 붙들어 매라는 듯이 말하며 둘러보던 때.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웅‘?”

위이이잉.

잘게 떨며 진동하는 검집. 정확히

는 검집 안에 있는 검이 떨고 있는 것이다.

‘이거 왜 이러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검에 장착시켜 놓은 아이라스의 실 패작을 떠올렸다.

‘아, 까먹고 있었네.’

흔히 만화나 영화, 그리고 소설에 서 지겹게 나오는 클리셰.

같은 장인에게서 만들어진 도구끼 리 가까워질수록 공명하며 위치를 알아낸다는 흔하디흔한 설정이나 지 금 현성에게 흔하고 흔하지 않고,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아이라스의 실패작1이었으니까. 2나 3일 수도 있겠네. 아니면 실패작이 아니라 성 공한 아이템일 수도 있고.’

검이 진동이 심해지는 곳을 따라가 니 그 앞에 웬 묵색 구가 하나 놓 여 있었다.

다른 영웅 등급 아이템 중에서 가 장 별거 없어 보이는 외견의 아이 템.

현성은 그 아이템을 확인해 봤다.

[아이라스의 실패작3(영웅)]

-종류: 보조무기

-설명: 모든 대륙을 돌아다니며 온갖 무기들을 봐온 대장인 아이라 스가 만든 실패작 7개중 세 번째 무구이다. 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른 실패작을 보면 반 응한다. 아이라스의 실패작과 중첩 으로 한 무기에 착용시킬 수 있다.

-제한: 힘 300 이상, 순발력 300 이상, 체력 300 이상, 마력 300 이 상, 지력 300 이상.

-옵션: 장착한 무구의 MP 전도율 을 극대로 높여준다. 검과 같은 근 접 무기에 착용 시 검기 관련 스킬 의 MP 소모 20% 감소, 스테프와 같은 마력 무기에 착용 시 마법과 마법 계열 스킬의 MP 소모 20% 감소.

아이라스의 실패작1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 보이는 아이템.

거기다 아이라스의 실패작1과 같이 중첩해서 장착할 수 있는 모양이다.

현성이 아이라스의 실패작3을 들자 유리아가 옆에서 물었다.

“그걸로 하게?”

“……네.” 다른 걸 고르려 해도 이미 유일 등급 액세서리로 떡칠을 한 현성이 기에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거기 다 이미 착용하고 있는 단검은 영웅 등급 아니던가.

당장은 무기를 고르는 것보다 이 아이라스의 실패작3를 선택하는 게 나았다.

거기다 전에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이거 볼수록 퀘스트의 냄새가 강했 다.

‘이걸 모으는 퀘스트가 있을 테니 지금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 지.’

아이라스의 실패작 3을 선택하자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이라스의 실패작]

-등급: S

-설명: 중앙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라스의 실패작은 모두 7가 지. 그 모든 것을 찾아내면 어떠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제한: 아이라스의 실패작 2개 이 상 보유, 시간제한 없음.

?보상: ?????

보상이 가려져 있는 퀘스트.

당장은 무엇을 알 수 있는 방도가 전혀 없는 퀘스트였다.

현성은 그걸 보며 알겠다는 듯이 퀘스트창을 껐다.

‘등급도 드나 되네. 흔적 퀘스트보 다는 쉬운가 보네.’

S등급 자체가 알려진 게 거의 없 다 보니 얼마나 어려운지 감도 잡히 지 않았다.

이미 S+등급의 퀘스트를 클리어하 긴 했으나 그것은 연계 퀘스트이기 에 총 통튼 난이도를 말한다. 그런데 단일 난이도가 S인 이 퀘 스트는 얼마나 어려울지.

다만 현성은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당장 고민해 봐야 바뀌는 것 도 하나 없었으니.

“그럼 빨리 나가자. 이러다 들키겠 다.”

애당초 이 정도로 가져가면 들키지 않는 게 이상할 거 같았으나 다 유 리아가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밖으 로 나왔다.

그리고 황실 창고에 왔던 것처럼 유리아가 공간을 가르고 만든 문을 통해 다시 황제의 앞에 섰다.

아이템들은 모두 인벤토리에 넣어 놨기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그리고 현성을 따라오지 못한 리베 우스는 황제와는 멀찍이 떨어져 얌 전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리베우스는 얌전히 있었나 보네. 다행이다. 혹시라도 황제를 암살한 다고 설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 정 도로 미치진 않았나 보네.’

이미 시도했다 들켰다는 걸 알면 얼마나 황당해할지 불 보듯 뻔했다.

다행히 굳이 황제나 리베우스는 그 걸 말하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헤프딩이었기에.

“물건들은 잘 골랐나 보군.”

움찔.

물건이 아니라 물건들이라 말한다.

하기야 유리아와 친구라고 했으니 유리아의 행동은 뻔히 알고 있을 터. 그거까지 생각하면 유리아가 현 성에게 아이템을 준 것들은 사실상 황제도 허락한 거라 볼 수 있었다.

“유리아 스승님이 잘 골라주신 덕 이죠.”

“우히히,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 말에 황제는 피식 웃으며 유리 아를 보곤 다시 현성을 보며 물었 다.

“그럼 어쩌겠는가? 더 머무를 건 가.”

황제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런 스킬들을 얻었는데 안 써보 는 건 예의가 아니죠.”

당장에라도 나가서 실험해 보고 싶 어 하는 현성을 보며 황제는 이해한 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 제자 하나는 잘 선택했다.

유리아도 마찬가지로 현성을 보면 서 말했다.

“그거 다 9성들까지밖에 없는 마도 서들이니까 다 익혀서 오면 10성 마도서들 줄게.”

무슨 장난감 준다는 듯 말하는 유 리아를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 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 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간 현성을 보며 황 제가 유리아를 보며 물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군.”

“응, 재능이 좋아. 거기다 용언의 힘하고 무영창까지 사용할 수 있으 니까,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강해질 걸?”

유리아의 말에 황제도 수긍했다.

그만큼 현성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 와 스킬들이 사기적이었기에.

저걸 보고 재능이 좋지 않다고 할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근데 그 영감탱이도 제자 삼은 애 있다는데 조만간 모이는 거 아니야? 폐하랑 나도 제자가 생겼으니까 이 제 다섯 명 다 제자 있는 거 아닌 가?”

“흐음.”

유리아의 말에 황제는 침음을 삼켰 다.

현성은 강하다.

전투적인 센스도, 재능(스킬)들도 매우 뛰어나다.

하나 지금 본신의 능력 자체는 그 리 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레벨 이 아직 낮아도 너무 낮았다.

그래도

“신의 후예이니 금방 강해지겠지.”

“으음, 그것도 그러네. 히히, 그럼 나는 다음에 왔을 때 줄 마도서 만 들러 가볼래!” 유리아가 가려고 할 때.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도주하려던 유리아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섬전과도 같은 빠르기. 제아무리 유리아라 한들 황제가 미리 대비하 고 있다면 절대 도망칠 수 없었다.

“잠깐, 유리아, 아직 말할 게 남아 있는데 말이야.”

“으, 응? 아하하하, 난 잘 모르겠 는데에?”

“우리 전에 얘기한 걸로는 유일 등 급 액세서리만 챙겨주는 걸로 하지 않았나?”

현성이 생각한 것처럼.

유일 등급을 퍼다 준 것은 다름 아닌 둘이 사전에 한 얘기가 있었 다.

그런데 영웅 등급 아이템은 얘기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유리아가 하나 준 것이다.

황실 창고에서도 그리 많지 않은 영웅 등급이다. 그것도 아이라스의 실패작3은 영웅 등급 중에서도 일 귀한 물건 중 하나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유리아가 그냥 쥐여주었다는 게 너무 괘씸했 다.

황제가 유리아를 노려봤다.

“휘, 휘, 후익.”

유리아는 잘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 을 불며 시선을 회피했고, 그런 유 리아를 보며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미리 말이라도 했다면 이렇게 짜증 이라도 나지 않았지만 제자인 현성 에게 주는 것이었으니 아깝진 않았 다. 다만.

‘아이라스의 실패작을 고를 줄은 몰랐군.’

영웅 등급 창고에서 현성이 고르는 걸 지켜보던 황제다.

설마 아이라스의 실패작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아이라스의 실패작들이라.’

역시 제자 하나는 잘 뽑았다.

다만 아직 다른 녀석들의 제자들과 붙기엔 한참이나 모자란 수준인 건 틀림없다.

그런데 황제나 유리아에게 제자가 생겼다는 걸 알면 득달같이 달려들 놈들이었기에 침음을 삼켰다.

‘일단 최대한 미뤄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면 영웅 등급 창고에 들어가게 한 유리아가 잘하긴 했지 만, 미리 말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영웅 등급 창고엔 안 가겠다 했건만.

하기야 유리아를 보낸 자신의 잘못 이지, 누구 잘못이겠는가.

“휘익, 휙. 나, 난 모르겠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황제는 이미 떠난 현성을 떠올렸다.

황제에게 유리아가 있었다면 현성 에겐 리베우스가 있었다. 자신과 비 슷한 처지의 제자에게 애도를 표하 는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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