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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27화 (127/472)

잠만 자도 랭커 127화

어느 날, 인터넷에 멸망하지 못한 왕성에 대한 글들이 하나둘씩 늘어 나기 시작했다.

-요즘 왕성 이상하지 않음?

L???왕성 뭔 일 있음?

心아니, 요즘 일이 좀 많아서 그동 안 접속 못 했다 들어왔는데 몬스터 젠이 잘 안 되는 거 같던데;;

-어? 나도. 전에 한 시간에 다섯 마리는 본 거 같은데 요즘 아무리 돌아다녀도 한 마리 볼까 말까던데?

-OO. 그래서 나도 자리 옮김. 뭔 가 패치된 거 아닐까 싶다.

-패치라기보다 뭐 일 일어나는 거 같더라. 나 그래서 일단 존버 중이 다.

-O O, 나도.

-근데 가끔씩 막 노랫소리 들리다 가 갑자기 싸우는 소리 듣고 가면 항상 마지막 폭음 들리고 가보면 아 무것도 없더라. 싸운 흔적도 없고.

-OO. 처음엔 무조건 예쁜 여자 목소리 들렸다가 나중엔 터지는 소 리는 오지게 들리고 마지막엔 엄청 큰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뭔가 일어 나는 건 한 번도 못 봄. 뭐, 근데 원래 언데드랑 마물들 나오는 지역 이니 그러려니 함. -특히 마지막에 들리는 소리 엄청 시끄럽지 않냐?

며칠 전부터 멸망하지 못한 왕성에 서 사냥하는 유저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몬스터의 수가 적어진 것.

흔히 광범위 필드에서 일어나기 쉽 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서 이상 현상을 눈치채고 인근 에 대기하는 인원들도 늘었으나 5일 째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하나 둘씩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바에 사냥을 하는 게 훨씬 이롭다.

게임 시간으로 5일이면 몰라도 현 실 시간 5일 동안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판단하곤 다들 빼기 시작한 것이다.

구팔만 빼고.

‘분명 뭔가 있다!’

며칠 전부터 멸망하지 못한 왕성의 몬스터들이 강해졌다는 글을 보고 바로 사냥터를 옮긴 구팔은 그 글대 로 확실히 몬스터들이 강해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경험치 또한 마찬가지.

레벨 170대인 구팔이 사냥하기에 는 멸망하지 못한 왕성은 다소 경험 치가 짠 편이긴 하다. 레벨이 20이 나 낮은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가 높 길 바라는 게 도둑놈 아니겠는가.

그러나 구팔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확인하곤 확신할 수 있었 다.

여기서 무슨 일이 분명 일어나고 있노라고.

‘나도 이제 유명해질 수 있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구팔이다.

시작한 지 무려 6개월 만에 벌써 레벨 170인 것만 봐도 실력이 있다 는 것이긴 하다. 1년이 지나도 170 을 찍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으니.

만일 출시되자마자 시작했다면 모 르긴 몰라도 랭커가 되진 않았을까 생각했다.

‘무슨 이벤트려나? 막 유일 등급 아니면 영웅 등급 직업 떴으면 좋겠 다.’

일반 등급은 아니지만 희귀 등급인 구팔에겐 유일 등급이나 영웅 등급 은 꿈에서나 보는 직업이었다.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을 하고는 있었으나 레벨이나 등급이 허접하다 보니 시청자 수가 그리 많 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짜는 능력이 있 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스킬들이 강 력한 유일 등급이나 영웅 등급들이 간절했다.

‘아니면 아이템이라도……

직업은 아니더라도 아이템은 팔 수 있으니 적어도 아이템이라도 나왔으 면 좋겠다며 오늘도 멸망하지 못한 왕성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 다.

이렇게 돌아다니면 간혹가다 노랫 소리가 들리고 전투하는 소리가 들 려온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걸 발견한 적은 없었으나 구팔은 새로 운 보스 몬스터가 아닐까 추측했다.

‘예전에 이곳이 이렇게 되기 전 엄 청난 기사가 마물이 된 게 틀림없 어!’

무슨 증거나 정황도 하나 없이 그 저 찍기에 불과한 생각이었으나, 그 생각이 구팔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이곳

에 매달릴 수 없었다.

분명 자기가 생각하는 그 몬스터를 잡는다면 반드시 전직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 았다.

그저 망상에 불과한 생각이었으나 나름 타당하긴 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전투의 흔적과 아름다운 노랫소리. 이것만 하더라 도 무언가 그럴싸해 보이는데 몬스 터들은 강해졌지만 그 수는 매우 줄 었다. 결정적으로 전투를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분명 기사 보스가 나타날 거야. 틀림없어.’

한 번 믿기 시작하니 이걸 도무지 버릴 수가 없었다.

현실 시간으로 5일.

게임 시간으로는 무려 25일이다.

대회가 끝난 후 시간 비율이 바뀐 바로 다음 날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 났다.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전투 소리, 그리고 줄어든 몬스터들.

누가 봐도 뭔가 있기에 구팔 말고 다른 이들도 매달리고 있긴 했으나 제일 열의를 보이는 것은 구팔이었 다.

“꺼걱거어억!” 기괴한 소리를 내며 접근하는 마 물. 그 마물을 보며 구팔이 인상을 구겼다.

원하는 게 나오지 않고 몬스터만 나오다니.

짜증 나기는 했지만 그러다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다.

‘파티도 아니고 혼자니 주의하자.’

혼자라고 해서 몬스터를 죽이지 못 하는 건 아니다.

보스까지도 혼자 처리할 자신은 있 지만 짜증 때문에 일을 망칠 수는 없었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마물을 노려봤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구팔이 검을 쥐고 스킬을 사용했다.

“삼연참!”

서걱! 서걱! 서걱!

갑작스러운 삼연참에 마물은 정신 을 차리지 못했다.

강력한 공격으로 들어간 세 번의 공격이 마물의 몸에서 터지며 상당 한 데미지를 주었다. 하나 죽이지는 못했는지 구팔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끼기거꺼억!”

아무리 레벨 차이가 20이나 난다 한들 이 공격 한 번에 마물을 죽일 순 없다. 그러나 구팔은 초조해하지 않으며 뒤로 물러났다.

구팔은 그리곤 한손 방패로 놈의 손톱을 막음과 동시에 방패를 내밀 며 돌진했다.

퍼억!

“꺼거어거억억억!”

고통스러워하는 마물을 상대로 검 을 휘두르며 놈의 체력을 빼앗아 갔 다.

그리고 마무리로 검을 쑤셔 목에 박았다.

“샤아아아악!”

단말마를 지르며 잿빛 가루로 사라 지는 마물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몬스터 말고 그 노랫소리나 좀 나 오지.”

이런 곳에서 사냥을 해봐야 그리 효율도 좋지 못했기에 경험치와 잡 템이 떨어졌음에도 그리 기쁘지 않 았다.

지치긴 했어도 포기하진 않았다. 이렇게 돌아다니면 또 그 노랫소리 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러던 그때.

아아아-!

천상의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름다운 목소리.

이번에는 여태까지 중 가장 가깝게 들려왔다.

“가, 가야 해!”

구팔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달려갔다.

그리고 평소 때와 같이 폭격 소리 가 울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

강렬하고 화려한 폭격 소리.

그걸 듣고 빠르게 뛰어가자 하늘에 서 화염이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공중에서 떠올라 아래에 폭격을 뿌 리는 사람.

그리고 그 아래에는.

“마, 맙소사.”

수십, 아니, 수백에 가까워 보이는 마물들이 꿈틀거리며 폭격에 녹아내 리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마물들이었으나 아무 리 그래도 저 강렬한 마법폭격 속에 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이윽고 1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발밑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착각이 들어 내려다보자 그림자가 아까보다 길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림자가 왜?’

이상하다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자.

그리 크지 않은 운석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아!” 뒤늦게 그걸 발견한 구팔이 빠르게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스킬을 써가며 도망쳤고, 이윽고 운석이 충돌했다.

강렬한 소리.

늘 마지막에 들리던 폭음과 똑같은 소리였다.

그게 바로 저 운석이 내는 소리였 다니.

그러나 그때 의문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저 초토화된 지형이 아무런 흔적이 없게 변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 어느새 땅 으로 내려온 누군가가 마법 스킬을 시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평평한 땅.”

땅 계열 3성 마법인 평평한 땅.

주변 지형을 평평하게 만드는, 그 리 유용할 거 같은 마법은 아니었으 나 저 사람은 그걸 사용해 전투의 흔적을 없앴다.

그랬기에 그동안 전투한 흔적이 거 의 남지 않았던 것이었다.

수백의 마물들이 남긴 아이템들은 저절로 두둥실 떠올라 그 사람의 품 으로 빨려 들어갔다.

‘뭐, 뭐지?’

거리가 너무 멀어 유저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고, 옷차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저게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면 구팔도 틀림없이 운석에 휘말려 죽 었으리라.

‘따, 따라가야 해.’

누구인진 잘 보이지 않았으나 저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구팔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분명 좋은 일 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구팔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불러야 하나?’

순간 저 사람을 큰 소리로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따라가 야 하는지 고민이었으나 고민은 길 지 않았다.

‘나라도 몰래 따라가는 사람은 싫 을 거 같아.’

구팔이 생각하기에 저 사람이 유저 이건 NPC이건 몰래 따라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저기요!”

그가 큰소리로 외치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사람이 뒤를 돌아 구팔 을 봤다. 구팔은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린 걸 보고 다소 긴장했으나 공격 이 오진 않았다.

그동안 이런 일을 숨겨 왔기에 자 신을 죽여서 못 본 걸로 하게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저, 저기 혹시 유저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당황한 듯 말하는 그 사람을 보자 그리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하기야 그동안 이렇게 몰래 사냥을 해왔는데 이런 상황을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은 것을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리 라.

“제가 사실 며칠 전부터 이곳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해서 조사하 고 있었는데 전부 님이 하신 거였나 요?”

“네? 아, 네. 제가 사냥하는 소리 였을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 남자의 말에 구팔은 상당히 아 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아, 저는 또 무슨 이벤트나 특 수 전직 퀘스트가 뜬 줄 알고 기대 했는데 아쉽네요.” “그렇군요.” 구팔의 말에 다소 미안하다는 듯 구팔을 보는 남자를 보며 구팔이 허 허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우, 그렇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 다. 제가 혼자 착각한 건데요.”

“크흠, 그래도 좀 죄송하네요.”

“하하, 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친구 추가 해주시겠습니까?”

이렇게 강자라면 나중에 유명해질 수도 있겠다 싶어 한 말이었다.

남자는 구팔의 말에 그리 길게 고 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 을 내밀었다.

구팔이 남자의 손을 잡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성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럼 현성 님, 즐아 하십시오!”

“넵, 구팔 님도 즐아 하십시오.”

구팔은 유일 등급 직업이나 아이템 은 아니더라도 강한 사람과 인연이 맺어진 걸로 만족하고 멸망하지 못 한 왕성을 떠났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구팔을 보며 현 성이 중얼거렸다.

“괜히 미안하네. 그래도 레벨은 꽤 올렸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느새 139라 는 숫자가 적힌 레벨을 보며 흐뭇하 게 미소를 짓는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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