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29화
“끼거거가어어적.”
푸른 화염 속에 잿빛으로 사라지는 몬스터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중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레벨 업!]
“후우.”
기다리던 소식만큼 반가운 것은 없
다.
현성도 마찬가지.
그것도 그토록 기다려온 레벨 업이 라면 더욱 그랬다.
“드디어 끝났네.”
대회가 끝나고 7일째, 현성은 드디 어 레벨 148을 찍을 수 있었다.
이제 현성에겐 그다지 경험치를 주 지 않는 레벨 대였으나 필드에 있는 몬스터들을 깡그리 쓸어 모으는 방 식으로 겨우 레벨 업을 할 수 있었 다.
특히 147에서 148로 올라가는 이 구간이 너무 힘이 들었다. 경험치 2배 버프였음에도 쉽게 오 르지 않아 다소 초조해하던 찰나였 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퀘스트 좀 깰 수 있겠네.’
고작 일주일이었으나 그 일주일 동 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
“리베우스, 너도 고생 많았다.”
“이익! 고생이라뇨! 당치도 않습니 다요! 이 미천한 종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나이다!”
역시나 과장된 말에 조금 소름이 돋기는 했으나 굳이 나무라진 않았 다.
이번엔 진짜 리베우스에게 고마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
늘 도움이 안 되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갖은 버프들로 현성을 도 배시켜 줬다. 예를 들어 MP가 빠르 게 회복될 수 있는 버프와 최대량을 늘려주는 버프.
레벨이 레벨인지라 리베우스의 버 프는 끝내주었고, 그 덕에 마법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후우, 이제 왕성으로 들어가면 되 나?”
옆에서 물론이라며 고개를 끄덕이 는 리베우스.
하기야 레벨 100때 열린 퀘스트를 148레벨에 깨는 거니 다소 싱거울 수도 있을 거다. 하나 그 뒤에 바로 150때 열리는 세 번째 흔적을 클리 어할 생각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 다.
‘그래도 좀 어려웠으면 좋겠네.’
안 그래도 요즘 영상을 통 보내주 지 않아 사룡의 분신 영상을 올린 참이다.
그 덕에 조회 수도 상당히 올라가 고 이번에도 이데아 홈페이지까지 올라가지 않았던가. 이번 혼적 퀘스 트에서도 적어도 그런 난이도의 전 투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때는 진짜 특수한 상황이었으니 까.’
사룡의 분신은 현성이 시험 문제를 백지로 냈기에 난이도가 더 높아졌 었다.
이번에도 그런 게 있으리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리베우스를 데리고 가게 한 걸 보 면 어려울 가능성도 있긴 하겠어.’
레벨이 무려 560인 리베우스.
이번 클리어에는 리베우스가 필요 하다고 한다고 한다.
물론 사도가 한 말이기에 다소 신 빙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리베우 스가 있으면 현성의 힘이 강대해지 는 것은 사실.
그걸 생각할 때 이번 시험 난이도 도 상당히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적정 레벨을 벗어났기 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디까 지나 현성의 추측에 불과했으니.
‘그러고 보니 2시간이 지나있었 네?’ 그동안 사냥하다 보니 어느새 쿨타 임이 다 차 있었다.
‘이따 써야 하나?’
모든 데미지 2배라는 사기적인 기 능도 있었기에 나중에 보스전에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 으나 왠지 찝찝했다.
버프 효과가 랜덤으로 걸리기 때문 에 모든 데미지 2배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찝찝할 수밖 에.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그대로 타나노스의 예지몽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타나노스의 예지몽을 발동합니다.] [일확천금의 꿈을 꿉니다, 30분 동 안 모든 아이템 드랍률과 골드 획득 량이 2배로 증가합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게임 초반, 아니, 제국 경기가 끝 나고 난 뒤까지 운이 좋았으나 그 뒤로는 묘하게 안 풀리는 느낌을 받 았다.
마치 운을 다 소진한 그런 느낌.
장비 아이템이 나와도 대부분 일반 아이템들이었고, 네임드나 정예 몬
스터를 잡았음에도 고작 희귀 등급 만 나오기 일쑤였다.
신 등급 직업을 얻은 것을 생각할 때 운을 다 썼다고 해도 할 말 없 긴 했으나 여태 운이 좋았으면서 갑 자기 이러니 짜증이 날 수밖에.
‘아, 이번 기회에 그거나 까야겠 다.’
그간 사냥을 하느라 까먹은 랜덤 상자.
무려 희귀 등급에서 신 등급 아이 템까지 나오는 상자.
커뮤니티나 이데아 홈페이지를 보 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희귀 등급만 주야장천 나온다고 투덜거린 그 상 자!
‘후우, 제발 떠라.’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유일 등급 하나만 나오라는 심정으로 상 자를 까자 푸른 빛 두 개를 보며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일확천금이 떴다 했다.
‘이거 아이템 드랍률이 높은 등급 뜰 확률은 안 높여주고 아이템이 뜰 확률만 높아지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의심까지 들었으나 이내 고개 를 저었다.
어차피 그동안 받은 게 상당하지 않은가.
유리아 덕에 유일 등급 액세서리들 을 떡칠을 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이제는 카론의 검술 좀 써봐 야겠다.’
여태 사용하던 지팡이를 인벤토리 에 넣곤, 원래 착용하던 검과 단검 을 꺼냈다.
레벨을 올리겠다고 정신이 없던 터 라 마법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카론의 검술을 시험 해 보지 못했다.
이건 또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되네.’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앉고 인벤토리 를 닫았다.
그래서일까.
너무 오래되어 현성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아이템이 인벤토리 한쪽에서 고요히 빛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 나치고 말았다.
“그럼 가볼까?”
지금 현성의 머릿속에는 카론의 검 술로 가득 찼기에 그걸 미처 발견할 틈이 없었다.
그대로 왕성 입구로 들어선 현성의 눈앞에 많이 익숙한 홀로그램이 나 타났다.
-하하, 반갑습니다. 나의 신이여. 무사한 걸 보니 고성에선 잘 탈출하 신 모양입니다. 하하하핫!
재수 없는 목소리.
미간이 구겨지며 현성이 그 홀로그 램을 노려보자 리베우스는 그걸 보 며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오! 이거 사도님 아니십니까! 반갑사옵니다!”
-하하, 이거 귀여운 리베우스 사제 님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리베우스보고 귀엽다니. 역시 정상 은 아니다.
그러던 중.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홀로그램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너 지금 이거 실시간으로 보 내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 오신 걸 환영합니 다. 두 분.
말이 잠시 끊겼다.
저건 분명 지금 실시간으로 보내고 있는 홀로그램이라는 거다. 저번부 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영상을 저장한 게 아닌 실시간으로 보내고 있는 거다.
저번에 당한 걸 생각하면 이가 갈 렸으나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게다가 지금 사도의 심기를 거슬리 게 하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하다.
퀘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요량으로 홀로그램을 보낸 모양인데 그걸 거스르게 해봐야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얌전히 기다리자 사도가 핫 핫핫 웃으며 말했다.
-핫핫! 저번처럼 욱하실 줄 알았 는데 잘 참으시네요. 좋습니다. 이번 퀘스트에 대해 설명해 드리지요.
기다렸다는 듯이 사도의 말에 집중 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도.
-이번에는 저번 사룡의 분신처럼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어렵다는 건가?”
-물론이지요. 저 옆에 있는 귀여운 리베우스 사제보고 괜히 붙인 게 아 니랍니다. 나의 신이시여.
“흐음.” 솔직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냥 엿 먹이려고 붙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확실히 버프들도 끝내주고 일적으 로만 봤을 땐 유능한 게 사실이니 까.
-이 왕국의 왕은 청렴하고 강인한 왕으로 유명했습니다. 제가 마왕의 영혼 조각을 봉인했을 때의 왕은 그 랬지요. 그러나 그 왕의 아들. 그러 니까 이 왕국을 결정적으로 몰락하 게 만든 왕은 달랐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하듯 말하는 사도의 말에 절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비를 질투하는 추악한 아이였지요. 자신은 가지지 못한 힘 을 가지고, 지혜롭던 아비를 질투한 왕자는 그만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왕위에 즉위하게 됩니다. 이 필라오 스 왕국은 점점 몰락의 길을 걸었습 니다. 그리고 그때 카린 왕국이 제 국이 되며 주변에 있던 왕국들과 전 쟁하기 시작하죠.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확실히 이데아의 역사인 것 아닌 가.
-필라오스의 왕이자 어리석었던 왕은 카린 제국의 공격에 절대 항복 을 하지 않았죠. 자신의 권력이 끝 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결과는 뻔했습니다. 카린 제국의 카 론 황제는 자비가 없는 인물이었죠. 그렇게 왕성까지 쳐들어온 카론 제 국을 보곤 그제야 심각성을 느낀 왕 은 제가 봉인한 마왕의 구슬을 발견 하고 맙니다.
그 말을 듣곤 현성은 무언가 이상 하다는 걸 느꼈다.
“애초에 똑바로 봉인을 했으면 그 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아니 야?” 맞는 말이다. 애당초 그런 마왕의 힘을 봉인한 사도였다면 더 철저하게 봉인했을 거다. 그런데 그걸 찾는 것도 모자 라 힘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하핫, 그러기엔 좀 귀찮았거든요. 마왕의 영혼을 조각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십니까? 거기다 봉 인까지 했는데 그걸 건드는 인간이 멍청한 거죠, 하하핫.
반성 따위는 하나 없는 태도에 현 성은 할 말을 잃곤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간에 그 어리석던 왕은 마왕의 영혼조각에게 소원을 빕니 다. 절대 자신의 왕국이 멸망하지 않기를 말이죠.
“……그래서 멸망하지 못한 왕국인 가.”
-바로 그렇습니다. 카린 제국의 황 제도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이 살아 나는 왕을 보곤 군사를 돌려 다른 왕국을 칩니다. 그리고 이 왕성만큼 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말이죠.
하기야 카론의 힘을 생각한다면 이 런 왕성쯤은 바로 쓸어버릴 수 있었 을 텐데 남겨두는 게 이상하다 생각 했는데 죽지 않아서 남겨둔 것이었 다.
제국의 영토 안에서 이런 왕성은 이곳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 상했었는데 지금 그 비밀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곳의 왕은 그런 존재입니다. 황 제조차 어쩌지 못한 불사를 가진 데 다 마왕의 기운마저 다루니. 얼마나 난해한 적인지 이해하셨습니까?
사도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이건 꽤 어려울 거 같았다.
어쩌면 사룡의 분신보다 훨씬 강할 지도 모르겠다.
-제가 그래서 리베우스 사제를 데 리고 오게 한 것입니다. 전능하신 타나노스 님을 모시는 사제라면 응 당 불사의 힘을 봉인할 수 있을 테 니 말이죠.
“오우! 사도님의 말씀이 맞습니 다!”
자신 있게 대답하는 리베우스.
그리고 그런 리베우스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도.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면 사룡의 분신보다 훨씬 강 하겠네?”
-사룡의 분신이요? 허, 신님께서 자신감이 충만하셔서 문제를 풀지 않고 힘이 강해진 사룡의 분신 따위 는 상대도 안 될 강자입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오호.”
-그뿐인 줄 아십니까? 마왕의 기 운을 가지고 강력해진 왕은 더 이상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 다. 아무리 전투를 즐기시는 신님인 건 알고 있사옵니다만, 절대 만만하 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사도의 말에 현성은 표정을 굳혔 다.
이번에는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았 다.
확실히 리베우스를 붙여준 것만으 로 혹시나 싶었는데 이번 시험은 정 말 어려운 모양이다. 하기야 사룡의 분신도 그렇게 강했는데 이번 시험 이 약할 리가 없지 않은가.
현성이 굳힌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이자 사도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 다.
-아무리 신님의 자질을 성장시키 기 위함이라도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이렇게 미리 나타나 경고를 드린 겁 니다. 그럼 무운을 빌지요. 그 말을 끝으로 홀로그램은 사라졌 다.
그리고 현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 며 검은색 가면을 썼다.
“이번에도 쩌는 영상 하나 뽑을 수 있겠군.”
사도의 경고를 무시할 생각은 없 다.
하나 원래 어려울수록 게임은 더 재미있어지는 법 아니겠는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현성은 그대 로 왕성 내부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