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31화
성이 무너졌다.
성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나, 절 반에 가깝게 무너져 내렸다.
병사와 기사들은 모두 당황했고, 잔해에 깔려 죽은 병사들의 수도 상 당하다.
그중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성 중심 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였으나 그래비 티 미티어 속에서도 굳건했다.
그리고 중심부 가장 깊숙한 곳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존재가 있었 다.
음산한 어둠을 뿜어내며 자신의 존 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존재.
이 성의 주인이자, 왕좌의 주인. 필라오스의 왕은 그 진동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진동이 끝난 후 사방이 시끄러워졌 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얌전히 왕좌 에 앉아 있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침입자를 기 다리며.
벌컥.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 내.
왕은 그 사내를 봤다.
자신의 충직한 종이자 자신의 가장 뛰어난 검.
황실 기사단의 단장인 사내였다. 언제나 강직하던 몸은 마족이 되자 어느새 3m에 달하는 거구가 되었 고, 그 힘 또한 무시하지 못할 정 도. 하나 안타깝게도 인간이었을 적 보다 약해진 사내를 쳐다봤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 빛. 그 눈빛에 사내는 무릎을 굽히 곤 고개를 숙였다.
“전하! 송구하옵니다! 당장 저 제 국의 간악한 개를! 처리하고 오겠나 이다!”
사내의 말에 왕은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사내 또한 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하곤 다시 일어나 인사를 하곤 물러났다.
멀어져 가는 사내를 보며 왕이 턱 을 쓸었다.
“침입자라…… 그 목소리엔 희열과도 같은 감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을 이룬 사람과도 같은 목소리.
왕은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언제 을지 모를 침입자를 기다리 며.
‘재미있네.’
현성은 이곳에서 공격한 병사가 생 각보다 쉽게 죽은 것을 이상하게 생 각했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결과 타격으로 인한 데미지와 튕겨져 나가며 벽에 충돌한 데미지가 둘 다 적용이 되었 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죽은 게 이해가 되었다.
그러고서 잠시 생각한 것이 ‘그러 면 성을 무너뜨리면 거기에 깔리는 몬스터들은 어떻게 될까?’였다.
그리고 그 잔해들로 인해 죽은 몬 스터들은 과연 현성이 잡은 것으로 취급이 되느냐.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 그게 궁금해서 그래비티 미티어를 날려 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가 만든 잔해로 다친 것도 내가 한 것으로 적용이 되는구나. 하긴 처음 그래비티 미티어 사용했을 때 튕겨져 나가는 파편들로 다들 타격 을 입었었으니까.’
그래도 다소 불안했던 것인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그로 인해 경험치도 상당히 짭짤했고 말이다. 레벨을 올리기에 는 충분하지 못한 경험치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더 좋았다.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가 볼까?’
방금 그 모습도 다 촬영이 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촬영 중이다.
현성은 다시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장검과 단검을 착용했다.
번거롭기는 해도 가면 컨셉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검은 가면은 사냥꾼 아수라. 파란 가면은 마도사 아수라.
물론 급하거나 보스를 사냥할 때에 는 종합적으로 상대할 생각도 있으 나, 굳이 그럴 수준의 강자가 아니 라면 사냥꾼 아수라로 마법을 사용 하는 건 자제해야 할 거 같았다.
‘MP 소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컨셉보다도 MP 소모 때문이긴 했 지만, 어찌 되었건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가면과 장비를 바꿔 착용하 자 마침 병사들이 한번에 몰려왔다.
두려움과 공포가 공존하고 있는 눈 빛.
몬스터들이 저런 공포로 인해 플레 이어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게 다소 의외이긴 했지만 현성은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듯 놈들을 봤다.
“그러고 있으면 그냥 경험치가 될 뿐인데. 뭐, 싸우지 않고 경험치 주 겠다는데 사양하는 것도 좀 그렇 지.”
혼잣말을 하며 현성은 놈들에게 달 려들었다.
얼핏 봐도 수십은 넘는 수.
최소 50은 넘어 보이는 수였는데 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덤벼든다.
“으아아아악!”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로 선 두에 선 병사가 창을 내지른다.
그 창끝을 최대한 집중해서 보자 이제는 순수 능력치만 400이 넘어 가는 순발력으로 인해 동체 시력이 극한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느려진 듯 모든 것이 천천 히 보이는 공간 속에서 현성은 자유 롭게 움직이며 창을 피하곤 단검으 로 병사를 찔렀다.
푸욱!
그리고 단검으로 찌른 병사를 감싸 안 듯 안으며 그 뒤에 있는 병사를 향해 장검을 휘두른다.
그러곤 현성은 1억 5천이나 주고 산 검술 스킬인 월검낙화를 발동한 다.
위이이이잉!
금속이 빠르게 떨리는 소리가 울리 며 현성이 쥔 검에 검기가 휩싸였 다.
‘오, 단검에도 검기가 발현되네.’
원래라면 장검에만 발현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나 월검낙화의 경우 쥔 모든 무 기에 검기가 발현된다. 그래서 현성 이 왼손에 쥔 단검에도 검기가 발현 된 것이다.
‘이거 좋은데?’
월검낙화의 검기를 유지하는 데 들 어가는 MP는 초당 10이다.
그러나 이렇게 두 검에 씌웠는데도 소모되는 MP는 10이다. 즉 한 번 의 소모로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다 는 뜻!
거기다 카론의 검술 패시브 효과가 있지 않은가.
검기로 공격했을 경우 1분간 출혈 효과를 입히는 매우 좋은 효과.
지금 단검으로 찌른 병사도 출혈 효과가 발생해서 계속해서 체력이 낮아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대박이네.’
피식 웃은 현성은 다시 집중 상태 에 들어가면서 상태 이상이나 치명 타를 알리는 메시지를 잠시 꺼두었 다.
지금부터 그것들로 인해 눈앞이 어 지러워질 정도로 메시지가 올 테니 까.
서걱, 서걱, 푹! 푹!
처음 단검으로 찌른 병사를 다시 베고 사방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단 검과 장검을 휘둘렀다.
향상된 동체 시력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며 단검을 던지고, 찌르고, 장검 으로 베는 것을 반복하자 사방에 피 보라가 불어쳤다.
19세 영화라도 보는 듯 잔인한 장 면에 병사들은 몸을 떨었다.
“저, 저 괴물을 어떻게 이겨!”
“도, 도망칠 순 없어.”
두려움에 몸을 떨지만 도망치지는 못하고 있다.
성이 이렇게 무너졌는데 그 범인과 대치했음에도 도망치는 것은 탈영이 나 다름없다.
엄한 군법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외쳤 다.
“이러고도 왕국의 병사냐! 죽더라 도 싸우자! 놈도 사람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다들 정신을 차렸 는지 눈빛이 조금은 달라졌다.
저 무지막지한 침입자도 인간이다.
언젠간 지치게 마련이고 검에 찔리 면 죽게 마련이다.
마음속에 의지가 생겨날 때쯤 다시 말이 이어졌다.
“놈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치게 다들 돌격하자! 오우!”
“으아아아! 가자!”
“공격하라!”
“맞아! 놈도 사람이다!”
“지칠 때까지 덤비면 그만이다!”
병사들이 의욕을 가지고 덤벼들자 현성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병사들과의 레벨은 비슷하다. 그러 나 현성의 능력치는 그들보다 압도 적이었기에 그들은 결코 현성을 공 격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현성은 가면 뒤로 미소를 숨긴 채 병사들 사이에서 은 신한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는 리베 우스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저렇게 움직이는 것도 한계가 있 을 거다!” 병사들을 선동하여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리베우 스였다.
그리고 그걸 시킨 것은 다름 아닌 현성이 었다.
‘그래, 이래야 좀 싸울 맛이 나지.’
월검낙화로 인해 출혈 효과까지 나 자 전투가 너무 쉽게 홀러갔는데 이 제는 카론의 검술까지 사용해야 어 느 정도 싸울 수 있는 수준까지 올 라갔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창을 보곤 현성 은 깜짝 이동을 사용했다. 자신도 모르는 곳에 나타났음에도 다시 검 을 휘둘렀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놈들은 전부 현성의 적이다.
아무렇게나 검을 휘둘러도 적이 맞 았으니 큰 고민할 이유가 없다.
‘후우, 좀 빡세네.’
현성이 죽인 병사 수만 이제 50이 넘어간다.
짧고 치열한 전투 속에서 죽인 수 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수.
그러나 호각 소리나 전투 소리로 인해서 병사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 다.
아무리 잔챙이라고 한들 수가 수이 다 보니 현성도 다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현성은 재미있다는 듯 몸 을 움직여 공격하곤, 어쩔 수 없다 는 듯이 달빛의 기운으로 만든 검기 를 하늘로 들어 올리곤 두 번째 월 검낙화를 사용했다.
채채채채채채챙!
사방으로 균열이 일어나며 달빛의 검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커허으으억!”
현성을 기준으로 주변이 초토화되 자 현성은 다소 여유로워졌는지 미 소를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아까는 발견하지 못한, 무 너진 건물 중에서 유난히 멀쩡한 건 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긴 그래비티 미티어 직방으로 맞은 곳인데도 멀쩡하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현성이 그쪽을 바라보자 병사들이 더욱 경계하며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전하에게 가지 못하게 막아 라!”
현성은 그 말을 듣곤 진지하게 고 민했다.
저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현성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인지.
그리고 그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능이 높아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같지도 않네……
저렇게 뻔히 얘기하는 놈이 어디 있겠는가.
현성은 다소 어이없는 상황에 피식 웃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카론의 검술 절단이 펼쳐지며 순식 간에 10여 명의 병사가 도륙되어 잿빛이 되어버렸다. 그걸 봤음에도 병사들은 여전히 움 직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 닌 쉴 새 없이 떠드는 한 놈 때문 이었다.
“휘이이이이익! 여기다! 여기에 침 입자가 있다! 놈도 사람이다! 이제 지쳤으니 저런 큰 기술을 사용한 걸 거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시킨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리 베우스.
너무 열정적이게 한 나머지 계속해 서 병사를 부르는 리베우스와 눈이 마주치자 리베우스는 아무도 모르게 윙크를 하며 엄지를 세워주었다.
‘하……
적정선을 모르는 놈이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하고 빠 져야 하는데, 또 호각은 언제 든 건 지 쉴 새 없이 불며 광역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아무리 현성이 시켰다고 한들 저건 좀 과한 것 아닌가.
그러나 현성은 리베우스가 아닌 자 신을 탓했다.
‘저놈한테 부탁한 내가 등신이지.’
그렇게 수백의 병사가 몰려든 상황 에 현성은 다소 고민했다.
MP의 회복은 무아와 리베우스의 버프가 있었기에 큰 문제가 없다. 싸운다면 계속 싸울 수는 있다.
하지만 너무 많기에 마도사 아수라 를 꺼내야 하는 것인지 조금 고민됐 다.
마도사 아수라라면 한 번에는 몰라 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하나 그래도 오랜만에 사냥꾼 아수 라를 꺼냈는데 이렇게 조금만 쓰고 편하다는 이유로 마법을 선택할 순 없지 않은가.
현성의 직업은 마법사가 아니지 않 은가.
‘계속 사냥꾼 아수라로 간다.’
게임을 하는 데 효율만 생각할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MP와 체력 분배 같은 것 을 생각하면 오히려 사냥꾼 아수라 도 효율에서 크게 뒤지진 않는다.
그저 마법이 광범위 공격이 워낙 많을 뿐이지, 크게 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 다시 가자.’
병사들에게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쿠웅-!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 는 것을 파악하고 현성이 빠르게 뒤 로 물러났다.
최소 3m는 족히 넘을 거 같은 장 신.
게다가 다른 병사들과는 다른 오오 라를 풍기는 사내.
그가 거대한 검을 쥐곤 현성에게 말했다.
“필라오스 왕국 왕실 기사단 단장 미론도다. 사악한 제국의 횡포를 더 이상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인 간의 탈을 쓴 악마여!” 누가 보더라도 외형으로는 현성보 단 미론도라는 저 준보스가 훨씬 악 마처럼 생겼다.
그런데 현성보고 악마라니.
사실 현성의 행동을 떠올려 보면 그다지 할 말이 없었다.
우선 그래비티 미티어로 성을 반파 시켰고, 수백이 넘는 병사들을 죽였 다.
이것만 보더라도 저들의 입장에선 악마가 따로 없다 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그걸 들은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는 듯 중얼거렸다.
“악마? 내가? 허허.” 그러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 해주었다.
“진짜 악마가 뭔지 보여줄게.”
장난기로 번들거리는 두 눈빛이 흉 흉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