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32화
3m는 족히 넘을 덩치에 손에 쥔 검은 현성의 키를 훌쩍 넘기는 대검 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법한 위용에도 현성은 개의치 않았다.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라! 너희가 개입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큰 소리로 외친 미론도의 말에 병 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현성은 그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 다.
지금 현성의 힘이라면 미론도가 중 간 보스이긴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터. 그런데 왜 저런 결정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몬스터 가 취할 행동은 더더욱 아니었다.
‘마물이 되었는데 아직도 인간인 줄 아는군.’
어떻게 보면 불쌍한 이들이다.
그렇다 한들 이제 와서 봐줄 생각 은 추호도 없었다.
팟!
현성이 땅을 차고 빠르게 달려들자 미론도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대 검으로 현성의 공격을 막았다.
‘타격.’
콰- 앙!
무식하기 짝이 없는 대검. 그에 비 하면 얇디얇은 장검이었음에도 현성 의 검은 미론도의 힘에 밀리지 않았 다. 아니, 오히려 미론도의 대검을 밀어냈다.
지지지직.
거기다 뒤로 밀려나는 미론도.
힘에 있어서 우위를 점했으리라 생 각했건만 저런 작은 몸에서 이만한 힘이 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하나 미론도는 당황하지 않고 그대 로 두 손으로 검을 쥐며 휘둘렀다.
휘익!
빠르게 휘둘러진 검을 피하며 현성 은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미 검을 휘두른 찰나였던 지라 현성이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윽고 현성이 튀 어 올라 놈의 목에 무한의 단검의 분신을 만들어 박는 순간 관통의 힘 을 부여했다.
‘분신, 관통.’
푸욱!
깊숙이 박힌 단검.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카론의 검술은 아직 하급인지라 세 개의 속 성을 부여할 때 검기의 효과를 보지 못해 패시브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
하나 그럼에도 현성은 괜찮다는 듯 이 뒤로 물러나며 장검으로 미론도 의 몸을 베었다.
서걱, 서걱.
두 번 휘둘러진 장검의 힘은 미론 도라도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였다.
“크흑.”
무릎을 꿇을 거 같은 고통이었으나 간신히 참은 미론도가 큰 소리로 외 쳤다.
“기사의 의지! 불굴의 육체!”
기사의 스킬.
육체를 강화시키고, 피해를 입은 것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기술.
하기야 이 레벨부터는 보스가 적극 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이상 할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사용하 지 않으면 서운할 뻔했다.
“거검폭발! 으아아아압!”
거대한 검을 휘두르자 폭탄과도 같 은 흉흉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모르긴 몰라도 저 검에 스치기만 해도 폭발을 일으킬 터.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깜짝이동을 발동했다.
‘흠.’
운이 좋게도 대검이 지나간 장소에 나타난 현성은 바로 미론도의 손목 을 노리고 장검을 휘둘렀다.
서걱!
“크흡.”
통증을 이기곤 미론도는 그대로 검 을 역으로 휘둘러 현성에게 대검을 닿게 했다.
‘ 이크.’
퍼벙-!
단검과 장검을 교차해 막긴 했으나 그 뒤에 이어진 폭발은 현성조차 무 시할 수 없었다.
여태 수많은 병사들을 상대하면서 이미 몽환의 허리띠의 횟수를 모두 소모한 지 오래다.
강한 공격이건 말건 피하지 못한 공격을 바로 무효화했기에 횟수가 벌써 소진된 것이다.
이런 부분이 아쉽긴 해도 그래도 5번이나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무효 화하는 옵션이 너무 사기라 그리 흠 이라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꽤 하네.’ 확실히 중간 보스라서 그런지 상당 히 강했다.
사용하는 스킬도 센스가 있고, 중 간의 검을 휘두르던 반대로 휘두르 다니. 현실에선 불가능했겠지만, 이 곳은 게임 아니겠는가.
저런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잠시 잊었다.
‘그럼 재밌는 영상 좀 만들어 볼 까?’
현성은 피식 웃으며 바로 미론도에 게 달려들었다.
폭발로 인한 데미지가 전혀 없어 보였음에도 아쉬움은커녕 당연하다 는 듯 미론도가 달려들었다. 그만큼 현성을 인정했다는 증거다.
“히아아아아압! 거인의 일격!”
이번에는 푸르게 빛나는 대검.
어떤 스킬일지 궁금하긴 했으나 맞 아줄 만큼 현성이 무모하진 않았다.
고개를 숙이며 피하려던 현성이 급 히 뒤로 물러났고, 대검은 그대로 휘둘러졌다.
‘후우! 위험했다.’
현성이 밑으로 피하려 했으면 그대 로 검을 꺾어 공격했을 터.
그걸 빠르게 판단해 뒤로 물러났기 에 피할 수 있었다.
역시 만만치 않다.
처음과 달리 빈틈도 상당히 사라진 느낌.
그럼에도 현성은 여유를 잃지 않았 다.
“덤벼라.”
도발해 오는 미론도와 그가 쥔 푸 른빛이 어린 대검을 보며 현성은 피 식 웃으며 자신의 단검과 장검에 속 성을 부여했다.
‘타격, 관통, 절단.’
타격과 관통은 단검에, 절단은 장 검에 부여하곤 자세를 낮춘 뒤 도약 했다.
푸웅!
그야말로 압도적인 속도.
미론도조차 흉내 낼 수 없는 속도 였음에도 미론도는 가만히 서서 막 을 수는 있으리라고 믿으며 푸른빛 으로 물든 대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대검.
마치 하나의 산을 가르기 위해 휘 둘러진 검을 보며 현성은 그대로 대 검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세상이 느려진 것 같은 착각이 이 르며 현성의 단검 끝과 미론도의 대 검이 닿는 순간.
퉁---
그대로 대검이 튕겨져 나갔다.
하늘 높게 손이 튕겨져 나간 미론 도를 보며 현성은 그대로 뛰어올라 장검에 담긴 절단의 속성을 이용해 놈의 두 손에 있는 손가락을 베었 다.
이데아에서는 일정 이상 데미지를 주어야 신체를 벨 수 있다.
예를 들면 팔을 베기 위해서는 대 략 30% 이상 체력을 깎아야 벨 수 있다던가 그런 설정이 존재한다. 신 체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크기일수록 그 비율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손가 락은 과연 어떨까.
중요하기는 하지만 팔보다는 크기 가 훨씬 작다.
그렇다면 체력의 비율도 당연히 낮 아진다. 현성은 그것을 이용해 놈의 손가락을 베어냈다.
서걱!
한 손 손가락이 모두 잘려 나가자 고통에 인상을 쓰던 순간.
현성이 찌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미론도가 대검을 놓치고 말았다.
챙!
빠르게 하늘 위로 튕겨져 날아가는 대검.
현성은 단검과 장검을 허리에 걸어 둔 검집에 꽂아 미론도의 대검을 쥐 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대검 그걸 그대 로 쥐곤 천근추를 사용했다.
후욱!
중력의 마법 따윈 사용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무거워진 현성과 대검이 낙하하는 순간 현성이 외쳤다.
“타나노스의 야상곡.”
검은 벼락과 함께 대검을 쥔 현성 이 낙하했고, 미론도는 그대로 대검 과 타나노스의 야상곡에 몸이 꿰뚫 렸다.
“아아, 왕이시여...... 부디 도망치 시길.”
그 말을 남기곤 잿빛으로 물들어 사라졌다.
기사단장이 죽은 것을 보자 병사들 의 동요는 심각해졌다.
거기다 현성의 압도적인 위용.
상대의 무기를 뺏어 그걸로 죽이는 잔인함까지.
병사들은 그걸 보며 전의를 잃곤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도, 도망쳐!”
다들 도망치는 것을 보며 현성은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 신의 손에서 잿빛이 되어 사라지는 대검을 봤다.
‘몬스터의 무기를 뺏어서 공격할 수는 있지만, 죽으면 사라지는군. 이 건 좀 아쉽다.’
하기야 원하는 것을 파밍할 수 있 는 행위가 용납될 리가 없지 않은 가.
그래도 엄연히 게임이지 않은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 지 않았다.
현성은 그대로 아이템들을 회수하 곤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 던 성을 봤다.
저기에 보스가 있을 터.
‘그럼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리베 우스가 현성을 보며 감동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아, 이 미천한 종은 정말이지 감탄하고 말았습니다요! 역시 주인 님은 타나노스 님의 후예다운 위엄 이었습니다요! 그 잔인하고도 잔혹
한 모습이라니!”
분명 칭찬 같았으나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역시 타나노스의 후예답다니.
왠지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현성은 성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막아서는 병사들이 있긴 했으나 현성에겐 그다지 큰일은 아 니었다.
다만 수가 좀 많아 아까도 그렇고 지금의 전투에서 꽤 시간이 오래 걸 렸다.
처음 스토리 던전이 생기고 난 뒤 게임 시간으로 30분이나 흘렀으나 아직 무너지지 않은 성에 입성하지 도 못했다.
‘좀 빨리 가야겠네.’
처음 느긋하게 걷던 현성도 영상의 시간 때문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 고,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성에 입 성할 수 있었다.
‘후우, 그나마 이젠 병사들이 잘 안 보이네.’
중간중간 병사들 사이로 외형은 같 았으나 기사의 차림을 한 놈들이 다 른 병사들에 비해 강하긴 했지만 현 성에겐 그게 그거였기 때문에 그리 긴 시간이 들진 않았다.
그렇게 성 내부에 들어오자 몇몇 기사들이 막아서긴 했지만 기사단장 조차 죽인 현성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더 헤매자 드디어 보스의 방으로 보이는 문을 찾을 수 있었다.
“후우.”
과정이 험난하긴 했지만, 이 정도 라면 통으로 영상에 올려도 될법한 시간이다.
중간중간 일반 몬스터를 학살하는 것도 나오니 그리 지루하진 않을
터. 지루하다 하더라도 재환이 잘 편집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
여기까지 오는데 레벨 1업을 했다.
현성의 레벨은 이제 149.
1업만 더 하면 클리어 실패가 되 어버리는 레벨이었으나 이제 남은 몬스터라고는 보스밖에 없다.
보스를 잡는 즉시 두 번째 흔적 퀘스트는 클리어가 되기에 걱정할 것은 없었다.
‘불사의 힘과 마왕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보스라.’
사실 얼마나 강할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불사의 힘은 리베우스가 막을 수 있다고 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마 왕의 힘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고작 마왕의 영혼 조각 중 일부라 고 해도 강력하지 않겠는가.
“불사의 힘은 막을 수 있다는 거 지?”
“예, 제가 봉인할 수 있습니다.”
현성의 물음에 리베우스도 진지하 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태까지 리베우스가 저리 말했는 데 실망을 안겨준 적은 없다.
“후우.”
조금 긴장했는지 심호흡을 하며 두 검을 고쳐 쥐었다.
사룡의 분신도 까딱 잘못하다 죽을 뻔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 다. 더군다나 몽환의 허리띠조차 효 과를 모두 잃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현성은 너무 긴장하지 않 았다. 애초에 사룡의 분신도 몽환의 허리띠를 얻기 전에 잡은 놈이다. 거기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강해 지지 않았던가.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하지만 그렇 다고 너무 긴장해서도 안 된다.
‘지나친 긴장은 독이지.’ 심호흡을 모두 끝낸 뒤 현성은 눈 을 빛내며 그대로 보스의 방으로 입 장했다.
꽤 멀리 위치한 왕좌.
그리고 그 왕좌에 거만하게 앉아 들어온 현성을 내려다봤다.
‘와 분위기 장난 아니네.’
어둠이 흉흉하게 피어오르는 모습.
저게 마왕의 힘인 듯싶었다.
거기다 크기조차 미론도를 뛰어넘 은 크기. 족히 4m는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으나 왕좌에서 일어서니 그 압도적인 모습에 현성 은 긴장했다.
‘사룡의 분신보다 덩치가 작아. 그 렇다는 건 훨씬 빠를 수도 있다는 건데.’
선수필승을 늘 옳다 생각하는 현성 조차 먼저 달려들기 꺼려졌다.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 는 상황에서 먼저 달려드는 것은 자 살행위와 같다.
‘우선 탐색을……
그때 때마침 리베우스가 주문을 외 웠다.
“그 누구도 죽음을 거스를 수 없 다, 그분의 손짓에 영원한 안식을 선물 받고, 그분의 부름에 모두가 그분을 찬양하리라!”
긴 주문을 끝으로 넘실거리던 어둠 이 리베우스의 힘에 의해 사라졌다.
그리곤 흉흉하게 빛내던 모습조차 어느 정도 가라앉아 위협적인 모습 은 상당히 사라졌다. 하나 전혀 없 진 않았다.
불사의 힘은 봉인되었다 한들 마왕 의 힘은 남아 있었으니.
현성이 탐색을 시작하려 할 때 왕 이 먼저 움직였다.
‘늦었…… 응?’
순간 움직임을 놓친 현성이 어떻게 든 공격을 막으려 했을 때 왕은 그 대로 두 무릎을 꿇고 현성을 보며 고개를 조아렸다.
“??????응?”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현성이 고 개를 갸웃거리자 왕이 말했다.
“제발 나를 죽여주게.”
≪......2”
“??????에엥?” 리베우스조차 얼빠진 소리를 내며 왕을 봤다.
보스 몬스터가 대뜸 자기를 죽여 달라니.
무슨 이런 상황이.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서 타나노스 의 사도가 떠올랐다.
그렇게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한 타 나노스의 사도.
역시 현성을 엿 먹이기 위함이었음 을 깨닫곤 깊은 분노에 눈을 감았 다.
“진짜, 진짜로 죽일 거다. 진심이 다. 타나노스의 부름, 내가 고르고 만다.”
현성에게 분노 스택 하나를 적립한 사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