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35화
현성이 리베우스와 함께 수도로 향 하려는 그때.
현성의 품에서 비비적거리던 아기 악마가 헉! 하면서 현성을 봤다.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여 현성은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직 제 이름이 없다는 것입니 당!”
“뭐?”
“악마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 입니당!”
그 말에 현성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 고 보니 자기 이름을 지어달라는 투 정이었다.
그걸 보며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대충 짓기는 조금 그랬다. 귀엽기 도 했고, 그래도 앞으로 계속 같이 다닐 아이인데 이상한 이름을 지어 주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은가.
‘우갸나 당당이? 아냐 좀 너무 심 플하다. 우갸는 부를 때 우갸야 하 고 부르기가 힘들고, 당당이는 너무 강아지 이름 같잖아.’
그래도 엄연히 악마 아닌가.
어느 정도는 이름다운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너, 남자지?”
척 보기에도 악동 같은 귀여움이 보이지 않은가.
누가 봐도 남자아이라고 생각할 만 한 모습. 그러나 아기 악마는 세상 받을 모든 충격을 한꺼번에 받은 듯 입을 떡하니 벌리더니 이내 축 늘어 진 채로 말했다.
“히잉, 여자라는 것입니당……
“크흠, 당연하지. 당연히 여자로 봤 지. 그렇지, 리베우스?”
“예? 딱 봐도 저를 닮았기에 남자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리베우스의 말에 더 축 늘어진 아 기 악마를 달래 주며 현성은 리베우 스를 찌릿하고 노려봤다.
그리고 리베우스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기 악마를 노려봤으나 그걸 본 현성이 6성 화 염마법 흑염을 날리고서야 둘 다 진 정시킬 수 있었다.
‘하아. 내가 도대체 뭔 죄를 지었 기에.’
순간 한탄스러웠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여자아이면 우갸나 당당이는 좀 그러네. 흐음.’
무언가 힌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 각에 현성은 펫 정보창을 열었다.
그리고 쭉 읽어보던 도중. 마지막 특이사항에 눈이 꽂혔다.
[특이사항: DP상점에서 획득한 알 에서 태어나 타나노스의 힘인 DP를 이어받았습니다. 원래의 펫보다 훨 씬 강력해집니다.]
‘타나노스의 힘?’
아까도 봤으니 알고 있는 정보였으 나 특히 거기에 눈이 꽂혔다.
타나노스의 힘인 DP를 이어받았 고, 성장 등급도 최종 단계가 반신 이다. 게다가 종족은 악마.
그것들을 조합하니 꽤 괜찮은 이름 이 떠올랐다.
“타나 어때?”
“호고곡! 넘모 좋다는 것입니당! 넘모 기쁘당! 우갸갸갸!”
너무 기쁜 나머지 웃음을 터뜨리며 현성의 주위로 도는 아기 악마 타 나.
현성은 그걸 보며 아빠미소를 지었 다.
처음 딸바보나 팔불출처럼 행동하 는 게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런데 타나를 보고 있자니 저런 딸이 있으면 얼마나 딸바보가 될지 생각 해 보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그보다 웃음소리 한번 호쾌하네.’
말투는 저렇게 어벙하게 귀여운데 웃음소리는 참 호쾌했다.
그런 묘한 조화가 상당히 귀엽게 느껴졌지만.
“자, 그럼 다들 가자.”
이곳 멸망하지 못한 왕성은 이제 사냥터로서 가치를 잃었기에 더 이 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퀘스트도 끝났겠다, 사냥이라도 하고 수도로 갈까 했지만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퀘스트를 깬 후에 현아의 길 드성도 견학 가야지 않겠는가.
거기다 예상보다 빨리 깨서 사도가 당황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사도를 본 게 몇 번 안 되었지만 그때마다 골탕 먹지 않았는가. 보지 않았을 때도 퀘스트로 골탕 먹었으 니 이번에는 현성 차례다.
그런데 무언가 찝찝한 느낌.
‘황제에게 맡겼으니 회수하기 어려 울 거라 생각했나?’
타나노스교와 교류도 없어서 현성 이 황제의 제자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퀘스트창을 열어봤다.
[타나노스의 사도를 찾아라!(연계)]
-등급: S+
-설명: 오래전부터 신들은 자신의 사도를 정해 지상에서의 일을 맡겼 다고 전해집니다. 타나노스 또한 사 도가 존재합니다.
후예를 정하지 못한 타나노스는 훗 날 자신의 후예를 위해 안배를 모두 사도에게 전했고, 사도는 그 안배들 을 대륙 각지에 숨겨두었습니다.
그 혼적을 얻고 사도를 찾아내십시 오.
(신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는 대륙 에 영향을 끼칩니다.)
-첫 번째 흔적:(완료)
-두 번째 흔적:(완료)
-세 번째 흔적: 타나노스의 사도 는 과거 카린 제국의 황제와 싸운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때 타나 노스의 사도는 황제에게 타나노스의 신기 두 개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 카린 제국 수도로 가 황제에게서 타 나노스의 신기 2개를 회수하십시오.
-네 번째 흔적: ???(레벨 200때 해금됩니다.)
-다섯 번째 흔적: ???(레벨 300때 해금됩니다.)
-여섯 번째 흔적: ???(레벨 400때 해금됩니다.)
-제한 시간 없음. 흔적을 다른 이 에게 뺏길 경우 실패.
-보상: 흔적을 찾을 때마다 신의 권능 스킬, 혹은 신기 선택.
-실패 시 레벨 1로 하락.
사도에게 들은 것과 같은 내용이 다.
여기서 다른 속셈이 있다면 무언가 감췄을 확률이 높다.
‘그거까지 내가 알 수 있는 방도는 없지.’
보이는 그대로 황제를 만나기 힘드 니 그 부분에서 골탕을 먹이려는 거 같긴 하다.
일단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황 제에게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정말 저것이 다라면 사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끝내서 당황 시킬 수 있으리라.
리베우스도 이제 곧 떠날 몸이다.
지금은 같이 있지만 어차피 사냥을 할 때는 본단으로 가야 한다 했으니 리베우스와의 동행은 황제에게 신기 를 받은 후가 끝일 것이다.
그러나 전혀 안타깝지 않았다.
‘리베우스가 없어도 나 혼자 어느 정도 감당은 되니까. 일단 MP회복 은 무아나 고룡의 심장을 먹어서 증 가한 것도 있으니까.’ 리베우스가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없다 해서 사냥을 못 하는 건 아니 다.
효율이나 속도 면에서 차이가 확연 히 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는 해도 잘할 자신이 있었다. 광역 어그로 스킬인 세이렌의 유혹과 갖갖은 광 역 마법들이 있지 않은가.
그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레벨업은 감당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당!”
“오우!”
“우갸갸! 오우인 것입니당!”
리베우스의 호응을 따라 하는 타나 를 보며 현성은 눈매를 좁혔다.
‘아무래도 저건 못 하게 해야겠네.’
타나가 리베우스를 따라 하는 걸 보니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 생각했 다.
아기일 때는 뭐든 안 좋은 것에 빨리 물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현성은 타나를 바로 자신의 어깨에 올려 두며 리베우스는 들리지 않게 소곤거렸다.
“타나야, 저놈은 따라 하면 안 돼.”
“엇. 왜요? 라는 것입니당.” “타나는 커서 저런 사람이 되고 싶 니? 나는 저런 사람이 싫단다.”
현성의 말에 타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자기 칭찬을 한다고 착각 하는 해맑게 웃고 있는 리베우스를 봤다.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딴에는 마치 엄청난 비밀을 들은 것 마냥 조그마한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는 것입니당.”
“옳지, 착하다.”
그걸 보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따끔거리는 두 뿔이 있으나 그럼에 도 머리를 쓰다듬어져서 기분 좋아 보이는 타나를 보니 계속 해주고 싶 었다.
“빨리 갔다 사냥 가자. 리베우스 너도 곧 본단에 가야 하잖아.”
“허억! 그렇습니다요. 흑흑 저 리 베우스 마지막으로 주인님이 신기를 얻는 모습만 보고 본단에 빠르게 다 녀오겠습니다요!”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 같았기에 애초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관심을 줬다가 또 무슨 대꾸를 할 지 몰랐기에.
빠르게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이곳 멸망하지 못한 왕성 근처 마 올로 왔을 때 미리 사두었던 수도 근처에 있는 도시 호넘의 이동 스크 롤. 현성은 망설임 없이 스크롤을 찢었다.
후욱!
“으엑, 어지럽다는 것입니당……
이동 마법 특유의 멀미를 느낀 건 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타나를 보며 현성이 말했다.
“피곤하면 펫 전용 방에 가서 쉬고 있을래?”
“으에에엑, 주인님의 곁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당. 하지만 넘무 어지 럽당!”
어지러워하면서 할 말은 다 하는 타나를 보며 피식 웃곤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그럼 좀 쉬고 있어.”
“죄송합니 당.”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이 역소환을 하자 펫 전용 장소로 이동되어 사라 졌다.
이제 현성 혼자만 남은 줄 알았건 만, 언제 따라온 것인지 리베우스가 뒤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오우!”
내심 떨어지길 바라고 이동스크롤 도 주지 않고 먼저 찢어버렸는데 아 무래도 세 번째 흔적까지는 같이 있 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럼 가자.”
호넘에서 수도까지는 그리 오래 걸 리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현성은 빠 르게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성은 한적한 곳에서 가면 을 벗을까 하다 어차피 황궁에 들어 가게 되면 이목을 끌 게 분명했기에 굳이 가면을 벗지 않았다.
‘오히려 이 모습으로 황궁에 들어 가면 이슈도 되겠네.’
어찌 되었건 현성은 아수라라는 유 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일이라고는 영상을 찍어 재환 에게 보내는 일밖에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수라라는 유튜버의 인지도 가 오르면 현성에게 좋을 수밖에 없 다.
그런데 아수라가 황궁에 입성했다 는 얘기가 퍼지면 어떻겠는가.
유저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장 소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아수 라를 보며 이슈가 되고 저마다 추측 을 하게 되는 것만으로 관심을 끌 수 있으리라.
‘그래 그냥 가면 쓰고 가자.’
그렇게 검은 가면을 벗지 않은 채 로 현성은 황궁 입구로 향했다.
이 인근만 해도 현성처럼 검은 가 면을 쓴 사람이 무려 다섯 명이나 되었으니 걷는 것만으로 누구의 홍 미도 끌지 못했다.
그러나 황궁 입구에 가까워지는 순 간 몇몇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 었다.
“저 사람 뭐지?”
“어차피 근위병들한테 쫓겨 날 텐 데.”
딱 그 정도의 관심.
혹여나 무슨 퀘스트를 받은 것은 아닌가 하며 흥미를 보인 사람도 있 으나 많진 않았다. 그러나 현성이 근위병의 앞에 선 순간.
황제의 제자라는 칭호와 황제가 미 리 말한 덕에 근위병 둘이 알아보고 극진하게 인사를 하면서 송구스럽다 는 듯 현성에게 물었다.
“황제 폐하의 제자님을 뵙사옵니 다!”
“전갈을 넣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현성의 대답에 근위병 하나가 빠르 게 황궁으로 들어가 전갈을 보냈고, 현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현성과 리베우스는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황궁 입구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얼빠 진 표정이었다.
수도에 있으면서 저 황궁 입구를 들어가려고 했던 유저가 몇이었던 가.
그런데 그중 성공한 이들은 극히 일부였다. 있다고 한들 근위병이 저 런 태도로 나온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 저 사람 뭐야?”
“잠깐, 아까 그 사람 검은 가면 쓰 고 있지 않았어?”
“어?”
“그보다 황제 제자라는 건 뭐야?”
“헐? 황제 대륙오천 중 최강 아 님? 그런 NPC의 제자로 들어갔다 고?”
“찐퉁이다. 진짜 아수라야!”
“미친! 글 을려야겠어!”
삽시간에 황궁 입구가 소란스러워 졌다.
현성이 예상한 것처럼 난리가 난 것이다.
가면을 썼건 안 썼건 난리가 날 줄 알았기에 차라리 가면을 쓰는 편 이 나을 것이란 판단이 정확했다.
다들 이데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 고, 가까스로 찍은 스샷도 첨부했다.
이데아 홈페이지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한두 사람도 아닌 여러 명이 아수 라가 황궁에 들어갔다는 것을 목격 했으니. 그것뿐만이 아닌 황제의 제 자라는 것과 근위병이 극진하게 대 접하는 것도 알려졌다.
그렇게 커뮤니티들이 난리가 나고 있었을 때.
현성은 근위병의 안내를 받고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 전쯤 왔던 곳에 도 착했다.
“황제 폐하의 제자, 아수라 님이 입장하십니다!” 그 얘길 듣고 현성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현성이 아닌 아수라라니.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진짜 이름 을 밝힌 적이 없네.’
대회 때 칭호 프로불참러의 효과로 이름을 아수라라고 바꿨었다. 그리 고 황제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지 황 궁에도 아수라라고 알려진 모양이 다.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
다른 NPC들이 현성이라 불렀으면 다른 유저들도 아수라의 진짜 닉네 임이 현성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었으니.
‘다행이네.’
그렇게 다소 안도를 하며 현성이 알현실에 들어오자, 미리 신하들을 물렀는지 황제만이 현성을 반겨 주 었다.
“한 달 만에 막혀서 온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일이 있는 겐가?”
다소 걱정이 엿보이는 황제의 물음 에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타나노스교의 신기 를 얻기 위해서 왔습니다. 스승님께 서 가지고 계신다고 해서요.” “으음?” 현성의 물음에 황제는 이상하다는 듯 현성을 봤다.
그 반응에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현성의 뒤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앗…… 아아.”
당혹과 당황으로 물든 목소리.
뒤를 돌자 매우 당혹스러워하는 모 습인 리베우스를 볼 수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현성이 황제를 바라보자 황제는 미안하다는 듯 말 했다.
“아, 그게 네 뒤에 있는 그 사제를 통해 교황에게 말해서 신기의 봉인 을 풀기 위해 본단에서 온 사신이 가지고 갔는데…… 보아하니 듣지 못한 모양이군. 이거 원.”
≪......父
현성은 그 말에 다시 뒤를 돌자 리베우스가 현성을 보며 땅에 머리 를 박곤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때 황제가 안타깝다는 듯 입을 열었다.
“타나노스교의 본단은 상당히 넓은 범위로 텔레포트 방해가 되어 있어 서 걸어가야 하는데 아수라, 자네 속도로는 아마 한 달 정도는 걸릴 걸세.”
“??????아.”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탄성.
그걸 들은 황제는 왜인지 남을 보 는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많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마치 유리아와 자신을 보는 듯한.
“하아.”
“하아.” 황제와 현성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 고, 그런 현성의 뒤에서 리베우스가 계속해서 머리를 땅에 박으면서 소 리를 질렀다.
“흐어허헝! 죄송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