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36화
타나노스교까지 가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는 얘기에 현성은 벌써부터 힘이 빠졌다.
사도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으나 한 달이나 걸린 다는 사실에 힘이 빠진 것이 컸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이면 대략 현 실 시간으로 6일인가?’
만일 사냥하면서 간다고 하면 시간 이 더 들게 된다.
현아와의 약속도 있었고, 레벨도 빨리 올리고 싶은 현성이었기에 골 치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만큼 아까운 것이 없었다.
저번에 고성으로 가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었는데 이번에는 현실 시간으로 6일이라니. 심지어 현성은 그때보다 배 이상 빨라졌음에도 6일 이나 걸린단다.
이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하아, 그렇다고 다시 이리로 가져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거 아니야? 봉인 풀라고 가져갔다는 거니까.’ 머리가 지끈거리자 황제는 그걸 보 며 현성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자네가 이곳에 있으면 타나노스교의 사람들이 봉인을 푼 뒤 가져올 거 같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더 시간이 걸릴 거 같네만. 지금 자네는 신기들이 최대 한 빨리 필요한 거겠지?”
“……예.”
가져온다고는 한다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훨씬 걸릴 것이 틀림없다.
그때 황제가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좀 도와줄까 하는데 어떤 가?”
“네? 도와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너무 기쁜 나머지 너무 활기차게 대답한 현성.
황제가 도와준다면 그야말로 천군 만마를 얻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 은가.
현성의 반응에 황제는 귀여운 손주 를 보는 양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행정이나 하늘을 통해 고 속으로 이동하는 탈것을 한 번 준비 해 보겠네. 만드는 데 시간은 좀 걸 릴 수도 있으나 일주일 안이면 해결 될 걸세. 그사이에 수련이나 사냥을 하면 되겠군.”
“아!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 다.”
“크하하! 제자가 어렵다는데 스승 이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네. 너무 부담 갖진 말고.”
황제의 말에 현성은 진짜 감동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베우스로 걸린 암이 황제에게 치 유 받은 느낌.
이래서 스승은 잘 두라고 했던 것 인가. 역시 황제이자 대륙오천다운 배포였다.
거기다 기다리는 동안 사냥이나 하 고 있으라니.
그야말로 최고 아닌가.
‘비행정을 기다리면서 레벨 업이 라. 좋네.’
비행정을 얻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신기를 얻는 시간은 비슷할지 몰라 도 그사이에 현성은 레벨을 올릴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을 생각하면 효율적으로 차원 이 달랐다.
만족스러워하는 현성에게 황제는 주먹만 한 수정 구슬을 건네주었다.
“이건 호출기네. 비행정이 다 준비 가 되면 호출기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저 사제는…… 알아서 잘 하길.”
“예……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 다.”
“하하하! 그래, 그럼 다음에 호출 했을 때 보지.”
황제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 곤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니 황제는 상당히 흡 족하다는 눈으로 나가는 현성을 지 켜봤다.
‘생각보다 성장이 빠르군.’
레벨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NPC 인 황제도 잘 안다.
이 세계의 주민인 황제에게도 레벨 은 중요하나 그게 다는 아니다.
기술이나 움직임, 상황 판단. 그 모든 것이 중요하나 이미 현성은 그 런 부분은 황제가 인정할 만큼 뛰어 나지 않은가.
남은 것이라곤 낮은 레벨인데. 그 마저도 한 달(게임 시간) 만에 레벨 을 150이나 달성하다니.
놀랍다 못해 경이로운 속도가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아 니던가.
‘레벨 200만 되더라도 다른 영감들 의 제자들을 압살하겠군.’
자못 불안하던 마음이 완전히 해소 되었다.
대략 두 달 뒤에 영감들을 만나기 로 했으니 그 제자들과 싸우는 것은 대략 3달 뒤쯤.
그때라면 현성은 이미 레벨 200을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150부터 극심하게 더뎌지기는 하 겠지만, 그 정도로 멈출 내 제자가 아니지.’
유리아와 같은 호구 팔불출은 아니 었으나. 그래도 제자가 기특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도 팔불출 기질은 있었으니.
그래서 당장에라도 최고급 비행정 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하던 도중 황 제가 황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비행정보다 차라리 타고 다닐 수 있는 펫을 잡아야겠군. 나이가 많은 고룡종은 조금 그렇고, 와이번은 폼 이 안 나니 나이가 좀 어린 비룡 정도가 딱 적당하겠어.’
비룡.
드래곤의 일종이긴 하나 드래곤 종 족 중에서는 최하위 종.
하나 그렇다 해도 비룡의 레벨은 최소 350이 훌쩍 넘어간다. 현재 공 식 랭커 중에서는 잡을 수 있는 자 가 몇 안 되는 레벨 대. 그런데 비 룡 중 강한 녀석은 500을 넘기는 녀석들도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강해지는 드래 곤의 특성상 어릴수록 레벨이 낮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래곤 중 최약체 인 비룡의 새끼조차 최소 레벨이 350이었으니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 체가 얼마나 사기적인지 알 수 있었
그런데 그런 비룡을 고작 비행용 탈것으로 선물을 하겠다니.
역시 대륙오천다운 포부였다.
그렇게 황제가 잠시 나갔다 오려는 순간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누군가 빠르게 날아든다.
“아수라아아아앙! 우리 제자아아아 아! 이 스승님이 왔? ……어라? 우 리 제자는?”
요란할 때부터 눈치챘겠지만, 유리 아였다.
하기야 황제가 있는 알현실에서 저 리 요란을 떨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유리아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우리 제자는 이미 갔다.”
“에엑? 왜? 왜 나는 안 보고?”
울먹이는 표정을 하는 유리아를 보 며 황제는 절로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끼며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잠깐 타나노스교의 신기를 받으러 왔는데 본단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
“아하, 그렇구나.”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무언 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
“타나노스교의 본단? 거기 가려면 걸어가야 하지 않아?”
“그렇지. 그래서 마침 비룡을 잡으 려는 참이다.”
“윽, 완전 싫어.”
그 반응에 황제는 눈에 힘을 주며 유리아를 봤다.
완전 싫다니.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야 말로 멋 중의 멋 아닌가. 황제는 그 렇게 생각하며 유리아를 봤으나 유 리아의 표정은 싸늘했다.
이내 유리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황제를 보며 말했다.
“요즘 애들이 누가 비룡을 좋아하 겠어? 우리 때나 막 아무 드래곤 타고 다니면 ‘오? 놀 줄 아는 녀석 인가?’ 이랬는데 요즘도 그러겠어? 요즘 봐 드래곤 타고 다니는 애들 있어? 없잖아! 에휴, 역시 아재라니 까?”
“으흠.”
정신연령은 나이를 먹지 않은 유리 아가 하는 말이니 나름 일리가 있었 다.
다만 대륙오천인 둘의 기준으로 드
래곤을 타고 다니는 것이 한때 유행 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하나 그들 입장에선 몇십 년 전에 확실히 드래곤을 타고 다니던 시절 이 있었다 보니 아무래도 유행에 뒤 처졌다고 해도 그럴 법하다 생각했 다.
현성이었다면 뭔 개소리나며 비룡 이 최고라고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여기 없지 않았는가.
그랬기에 황제는 그럼 뭐가 좋겠냐 는 듯 유리아를 봤다.
“우음, 나라면 스킬 하나 만들어 주는 거 어때? 빠르게 장거리를 이 동할 수 있으면서 공격도 되는?”
“흐음, 그런 스킬이 있던가?”
“만들면 되지!”
“봐봐! 없으면 만들면 되지! 내가 그런 거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거 라 생각해? 거기다 폐하, 네가 만들 어도 일주일이면 만들지 않을까?”
“흐음, 그건 그렇군.”
처음엔 어이없다는 듯 유리아를 봤 으나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황제도 일주일이면 스킬 하나는 만 들 능력이 충분하니. 그러나 이런 장거리 이동 마법과도 같은 건 아무 래도 마법을 사용하는 유리아가 만 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게다가 우리가 막 저번에 그렇게 스마트하다는 듯이 어필했는데 이번 에 비룡 들고 와서 아재처럼 해봐. 좋아하겠어?”
“크홈.”
황제도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다.
확실히 젊은 층을 이해하지 못하니 이런 부분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황제도 저리 공감하는 걸 보고 유 리아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히힛, 아직 공격 스킬 다 만들진 못했는데, 장거리 이동 스킬 먼저 만들어야겠다.”
“좋을 거 같군.”
이번만큼은 황제도 찬성했다.
하기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현성이라도 수도에 잘 들리지 못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그런 김에 장거리 이동 스킬도 하 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동하면서 공격도 되는 마법 이 도대체 뭐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건 알아서 하게. 그보다 다른 영감들의 얘기는 들었나?”
“응? 아아, 다다음 달에 온다는 거? 들었지.”
“그때 제자들이 모이진 않을 거 같 고. 제자들이 모이는 건 적어도 석 달 뒤가 될 거 같다.”
“아, 그렇게 얘기됐어? 그러면 총 제자가 4명이야?”
“그렇게 되지.”
황제의 말에 유리아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관심이 없어 졌는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러면 내가 장거리 이동 스킬 만 든다?”
“아무래도 우리 제자가 젊긴 하니 네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거 같긴 하군.”
천하의 그 황제 카론도 제자에 관 한 것은 팔불출이었다.
황제가 허락까지 하자 유리아는 헤 헤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제자님 호출기 줬지?”
“물론이지.”
“그럼 스킬북 완성되면 내가 직접 갈게! 이번엔 폐하 너 혼자 봤으니 까 이번에는 내 차례야!”
이런 걸로 굳이 차례를 정할 생각 은 없었으나 유리아가 저리 말하니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토를 달았다가 며칠간 떼를 쓸진 안 봐도 뻔했으니.
“우히흐], 그럼 빨리 만들어야겠다. 그럼 난 갈게!”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는 유리아 를 보며 황제가 피식 웃으며 다시 황좌에 앉았다.
그러곤 오랜만에 들은 다른 대륙오 천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텅스턴 그 영감의 제 자도 여행자라고 했었지?’
레벨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불락이라 불리는 텅스턴의 제자이니 강한 건 틀림 없을 터. 거기다 여행 자라니.
고지식한 텅스턴을 떠올렸을 때 다 소 의외이긴 했다.
‘뭐 기대해 봐야겠어.’
다른 대륙오천의 제자들은 과언 어 떨지 기대되는 황제.
그러던 중 문득 다른 것이 떠올랐 는지 황제가 신하를 찾았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조용히 말했음에도 알현실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신하 하나가 빠르게 황제의 앞에 나타나 넙죽 엎드려 절 했다.
언제나 황제가 부르기만을 기다리 는 사람처럼 빠르게 나타난 신하. 전에는 이런 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황제이나 오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찾으셨습니까, 폐하.”
“유리아가 이번에 스킬을 새로 개 발하는 게 생겼다.
“예, 폐하.” 이번에도 연구비를 절감시키라는 명일 터.
신하는 그걸 예상했으나 전혀 의외 의 답변이 나왔다.
“그 개발에 자금을 아끼지 말라. 황궁 창고에 있는 재료들도 아끼지 않아도 좋다고 해라.”
“아, 알겠나이다! 당장 시행하겠사 옵니다!”
명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신하 를 보며 황제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멋들어진 스승이 되는 건 역시 어 렵군. 그래도 이런 스킬들을 주는데 자주 오겠지?’
겉보기와 달리 꽤 귀여운 구석이 있는 황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