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37화
안내를 받으며 황궁 복도를 걷고 있는 현성은 자신을 안내해 주는 근 위병이 자꾸 뒤를 슬쩍 보는 것을 봤으나 애써 무시했다.
질질질.
뒤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현성은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현성의 앞에서 안내를 하는 근위병은 전혀 그렇지 못한 모양이 다.
혈색이 안 좋아지고 안색이 창백해 진 표정.
거기다 두 눈은 힘차게 떨리고 있 었다. 누가 봐도 겁에 질린 표정이 었다. 너무 기괴하고 보고도 믿기지 않아 공포에 질린 얼굴.
질질질.
아직까지 들리는 소리에 현성이 화 가 치밀어 올라 뒤를 보며 소리쳤 다.
“야! 그만 일어나!”
“흐어어엉, 아직 제 죄를 씻기엔 멀었습니다요. 헝헝.” 기괴한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리 베우스였다.
자신의 머리를 땅에 박고 그대로 불도저처럼 땅을 끌면서 걷는 기괴 한 행동으로 황궁 복도를 거닐고 있 던 것이었다.
그 덕에 황궁 복도엔 붉은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현성이 처음부터 말렸으나 하도 저 렇게 말해서 그냥 두었더니 안내를 하던 근위병을 보곤 더 이상 못 참 겠다는 듯 소리친 것이다.
“됐으니까 일어나라고.”
“흐엉헝, 알겠습니다요.” 현성의 말에 주섬주섬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 리베우스.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고, 머리 와 이마는 상당히 까져 있는 흉측한 모습을 보며 현성이 인상을 찌푸리 자 리베우스가 헉! 하면서 손을 한 번 가져다 대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흉한 꼴을 보여드렸습니다요. 다 시……
“아냐, 그럴 필요 없어.”
다시 머리를 박으려는 리베우스를 말린 현성이 한숨을 쉬며 다시 황궁 밖으로 안내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 아까 들어갈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며 기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그냥 나갔다간 이목이 쏠리 는 것이 문제가 아닌 잡힐 수도 있 단 생각에 현성은 근위병을 보며 물 었다.
“혹시 다른 입구 없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그럼, 그쪽으로 안 내해 드리겠습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행히 다 른 입구 쪽을 안내해 주었다.
이곳도 사람이 많긴 했으나 아수라 를 보러온 사람들이 아닌 그냥 평범 하게 사람이 많은 곳이었기에 별 탈 없이 황궁에서 빠져나왔다.
‘저렇게나 많이 대기하고 있을 줄 몰랐다, 진짜.’
이목을 끄는 건 좋지만, 이렇게 대 규모로 끌려서 잡히는 건 아니지 않 은가.
설마 하긴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몰릴 줄이야.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저리 대기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면 아직 저녁 먹을 때도 안 되었으니까. 일단 더 사냥이나 하고 있자.’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했다.
리베우스도 본단으로 가야 한다고 했으니 현성을 안내하는 겸, 더 있 을 핑계도 생겼기에 적어도 그동안 의 레벨 업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 지 않은가.
그걸 생각하면 현성은 나름 괜찮다 고는 생각했다.
다만 들어놓고 까먹은 건 좀 아니 지 않은가.
“히 익.”
현성이 리베우스를 째려보자 겁을 집어먹는 리베우스.
그걸 보며 현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쓸모가 많으니 참고 있을 수밖에.
“그럼 사냥하러 가자.”
“헉,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요?”
≪ o ” 흐.
그 말에 리베우스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오우!”
역시 긍정적인 캐릭터다웠다.
사냥을 마친 현성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을 때.
현아는 아직 게임에 들어가 있었는 지 거실에 보이지 않았고, 아주머니 는 이미 퇴근했는지 냉장고에 쪽지 가 붙어 있었다.
[냉장고에 반찬거리 했으니 시켜먹 지 말고 데워 먹어요. 그럼 칼퇴 합 니다, 홍홍홍.] 그걸 보며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를 열어봤다.
이번에 다 새로 한 것인지 다소 김이 서려 있는 반찬통들.
무엇인지 확인해 보니 장조림이나, 진미채, 파래무침, 톳무침, 섞박지에 비엔나소시지 볶음과 분홍소시지 전 도 있었다.
그야말로 현성이 다 좋아하는 반찬 들.
특히 톳무침은 정말 오랜만이었는 데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현아가 나오면 같이 먹어야겠다.’ 현아도 저녁 시간은 알고 있었으니 곧 나올 터.
그동안 이데아 소식통이나 봐야겠 다며 현성은 소파에 앉아 TV를 틀 었다.
채널은 아주머니가 퇴근하기 전에 봤는지 드라마 전용 채널이었고, 현 성은 바로 게임방송 채널로 이동했 다.
‘뭔 소식 없나?’
다른 방송보다 소식도 빠르고, 정 보들도 꽤 정확해서 현성도 가끔 즐 겨보는 채널이다.
특히 저번에 450위라는 팝나무라 는 패널도 그 이후로 나오지 않아서 참 마음에 들었다.
-네, 오늘의 이데아 소식 정보통입 니다.
-하하, 늘 방송하는 거지만 지수 씨는 늘 활기차시네요.
새로운 MC 홍진오의 말에 아이돌 MC인 지수가 헤헤헷 웃는 게 꽤 볼만했다.
게임과 관련된 얘기는 아니나 말을 잘해서인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 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보들.
유용하다 싶은 정보들은 딱히 없었 다.
이를테면 새로운 독이 나왔다든가, 여러 클래스들이 어떤 식으로 얻어 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다 루는 코너였기에 그냥 흘러가듯 봤 다.
그 뒤 핫이슈라는 코너에서는 두 가지 소식을 들고 왔다면서 아수라 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정말 아수라라는 이름은 어디까 지 올라갈지 예상이 안 되네요. 이 번 핫이슈 코너에서 다룰 두 가지 소식 모두 아수라 님의 소식입니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못하겠네요.
-맞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 도 상당하네요. 우선 멸망하지 못한 왕성이 소멸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관련한 제보자가 있었는데 이 스샷 을 한번 보시지요.
홍진오의 말과 동시에 스크린샷의 크기가 확대되면서 멸망하지 못한 왕성이 사라져가는 순간 숲에 이동 된 검은 가면을 쓴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걸 본 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와, 저건 언제 찍혔지?”
얼굴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 스 크린샷을 찍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 았다. 만일 개인정보가 노출될 만한 것이라든가, 스킬 정보가 노출될법 한 상황이었다면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였던지 라 대략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었 다.
검은 가면을 끼고 장검과 단검을 차고 있는 유저.
요즘 저런 컨셉이 늘었다고는 하나 한 사냥터의 서브 스토리를 완료한 뒤 찍힌 거라면 누가 뭐라고 한들 진짜라 생각할 법했다.
다만.
-그런데 아수라 선수. 고작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00레벨 이하 아니 었나요? 그런데 멸망하지 못한 왕성 의 레벨은 150대로 알고 있습니다 만? 어떻게 된 거죠?
지수의 말에 홍진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수라지 않습니까. 뭘 해도 이상 할 게 아니죠.
-아…….
지수도 그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수라 유저의 레벨이 몇인지는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생각 할 때 아수라 선수, 아니, 아수라 유저의 레벨이 최소 110만 되더라 도 저기 있는 몬스터들은 충분히 잡 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 그만큼 컨트롤이 뛰어나서요?
-컨트롤도 컨트롤이지만…….
그 이후로 이어진 아수라의 스킬들 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한 설명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되었다.
현성은 그걸 보면서 숨을 내쉬었 다.
“후우, 저게 찍힐 줄은 몰랐네.”
현성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재환 은 쌍수를 들고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멸망하지 못한 왕성의 사냥 영상이 더 뜰 테니까.
그 뒤에 소식은 다름 아닌 황제의 제자라는 소식.
이건 예상한 만큼 그리 놀라지는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은 아닌 모양 이다.
하기야 대륙오천이자 황제의 제자 가 된 것인데 놀라지 않을 리가 있 겠는가.
‘점점 더 노려지겠네.’
아직 레벨이 낮은 걸로 알려진 현 성이다.
그러다 보니 현성을 노리는 사람들 이 점점 늘어날 게 분명하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유명세 좀 떨쳐보겠다고, 덤비는 놈들도 많겠지?’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다.
유명세를 타고 싶은 사람은 넘쳐나 고 그런 기회는 희귀하다. 그러나 그런 현성을 잡게 되면 한 번에 그 걸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수라 잡는 영상.
이런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조회수는 보장되어 있는 것이 니.
‘그동안엔 잘 숨어다니긴 했는데
으후’ 현성이 착용하는 액세서리나, 장비 들을 보고 가면을 쓰지 않았음에도 눈치를 챌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 가.
그런 부분들은 현성이 주의해야 하 긴 하겠지만 작정하고 찾아오는 이 를 모두 방지할 순 없는 노릇. 어쨌 거나 한 번은 마주쳐야 할 문제다.
‘빨리 강해져야겠어.’
하다못해 레벨 200만 되더라도 할 만하다.
지금도 레벨 150이지만, 현성은 레 벨 300 이전까지 모두 잡을 자신이 있다. 그 위로는 1000위 안 랭커이 니 쉽게 나서지 못할 터.
나선다 하더라도 현성이 레벨 200 을 찍는 순간 달라진다.
거기다 이번에 얻은 사기적인 권능 스킬[죽음의 지휘자]도 있지 않은가.
스킬을 사용할 수 없지만, 모든 평 타 데미지가 500%로 증폭되고 공 격에 성공할 때마다 타나노스의 야 상곡이 떨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엄청 좋은데 1분간 모든 데미지를 무효화 한다.
이런 스킬을 가지고 일대일로 지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조심하는 건 나쁘지 않으 니. 최대한 정체를 숨기고 다니자.’
이데아 방송을 보며 작게 다짐했을 때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현아 가 거실로 나왔다.
“어? 오빠 빨리 나왔네?”
“뭐, 배고파서 빨리 나왔지.”
“아아, 그래? 그럼 밥 먹자. 나도 배고파.”
“응, 아주머니가 반찬 새로 해놓고 가셨더라. 너 좋아하는 장조림이랑 진미채도 하셨더라.”
“허억, 진짜?”
그 말을 들은 현아는 바로 냉장고 로 달려가 확인하자 진짜 갖갖은 음 식들이 반찬통에 정갈하게 들어가 있는 걸 보며 현아도 짧게 감탄했 다.
편식을 하지 않는 현아다 보니 다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현아가 나서서 반찬을 놨고, 현성 은 국을 데우며 밥과 수저를 놨다.
같이 하니 식사 준비가 빨리 끝났 고, 둘 다 수저를 들었다.
갓 지은 밥처럼 보들보들한 밥과 깊은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가 잘 어 울렸다.
그렇게 밥그릇을 뚝딱 해치운 현성 과 현아.
잘 먹었다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현아가 말했다.
“호우, 너무 잘먹었다. 하아. 근데 오빠 퀘스트는 어떻게 되어가?”
“아, 좀 꼬이긴 했는데 흐음.”
그러고 보니 현아의 길드 견학이 있었다.
그렇게 가면서 현아에게 자신이 아 수라인 것을 알릴 생각이었기에 꽤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다소 꼬이긴 했으나 황제가 비행정 을 구할 때까지 시간이 있지 않은 가.
거기다 약속 시간까지 사냥을 하고 있으면 되었으니 딱히 문제도 없을 거 같았다.
“내일 견학 가도 될 거 같아.”
“오 진짜!?”
“응, 나 수도 인근에 있으니까 도 시 호넘에서 내일 4시쯤 볼까?”
“응응! 나 그러면 언니들한테 말해 야겠다! 이거 치우고 바로 가야지!”
“상은 내가 치울 테니까 들어가 봐.”
“헉! 고마워! 그럼 린 언니한테 말 하고 올게!”
현아가 그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 가는 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으며 상을 치웠다.
‘그러고 보니 내일 DP상점 쿨타임 도 돌아오는구나?’
왜인지 모르게 내일 많은 일이 있 을 것 같다.
그러면서 내일 현성이 아수라인 걸 알 현아의 반응이 너무나도 기대된 다는 듯 뻐근한 몸을 풀며 중얼거렸 다.
‘그럼 그동안 빡사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