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45화
“그래, 스킬 뽑았으니 좋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상점에서 산 활을 내려다 봤다.
전설 스킬 뽑기에서 전설+ 등급을 뽑은 뒤 한동안 기뻐하던 현성은 그 기세를 이어가자며 일반을 제외한 모든 스킬과 모든 아이템을 뽑았다.
계속 아껴오던 DP였으나 이번에 뽑은 아함브리드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활을 뽑기 위해서 아 이템까지 모두 뽑았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아이템은 장비 아이템이 아니라 재료도 뽑히는 거였구나.’
아직은 사용할 수 없는 재료 아이 템이 나왔다.
전설 등급 ???의 뿔이라는 아이템 이었는데 예전 타나가 부화한 알이 떠오르는 재료였기에 언제고 쓸모가 있겠거니 생각했으나 영웅 등급과 유일 등급까지 재료가 나오자 암담 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들로 아이템을 만들자니 그만 한 장인이 없어서 탈이었다.
‘나중을 기약하자.’ 어차피 지금 제작을 맡기더라도 오 래 걸릴 테니 차라리 그동안 활에 적응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궁술의 명중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했으니 기본적인 연습 좀 해야겠 네.’
검과 단검, 그리고 마법만 사용하 던 현성이었기에 활은 다소 어색했 다.
예전에 게임을 했을 때도 활은 사 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우선 익숙해 지는 게 중요하다. 현성이 그 활을 쥐고 있자 옆에서 타나가 현성의 머리 위에서 신난다 는 듯이 웃고 있었다.
“우갸갸갸! 사냥을 간다는 것입니 당!”
타나의 머릿속에는 사냥은 곧 보스 를 잡는다는 것이고, 즉 타나의 밥 이 생긴다는 공식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귀여웠기에 현성은 피식 웃 으며 걸음을 이동했다.
이젠 호넘 도시 근처에 있는 몬스 터들로는 경험치가 만족되진 않았으 나 활 연습 상대로는 딱이지 않은 가.
현성이 빠르게 이동하자 현성의 타 나는 현성의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재미있는지 신나게 웃고 있었다.
“우갸갸갸! 넘 신난다는 것입니 당!”
“오우!”
“우갸갸갸갸!”
그 옆에 리베우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호응을 한다.
리베우스가 딱히 뭘 잘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별 말 하지 않고 현성이 말했다.
“리베우스, 활 좀 연습하고 있을 테니 보스 위치 좀 알아봐 줘.”
“알겠습니다요!”
장난스럽게 충성을 하는 리베우스 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고 현성 은 그대로 활과 화살을 꺼내 당겼 다.
우선 현성이 시험해 볼 것은 움직 이면서 대상을 맞추는 것.
처음부터 허들이 높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었으나, 이런 고강도의 훈 련을 해야 빨리 적웅할 수 있다고 믿는 현성이었기에 과감하게 시행했 다.
저 멀리, 한 100m는 떨어져 있는 몬스터를 보며 현성은 시위를 최대 한 당겼다.
시위를 당길수록 위력이 달라지는 활이었기에 이 팽팽한 줄을 보며 현 성은 그 감각을 잘 느끼며 화살을 놓았다.
퉁! 슈욱!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그러나 처음 쏘는 화살이라 그런지 화살이 심하게 요동치는 걸 볼 수 있었다.
‘고정이 잘 안 된 모양이네.’
이데아 홈페이지에 초보 궁수들을 위한 팁이라는 글을 봐서 대충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푸욱.
“취이익! 누구냐!”
멀리서 오크가 비명을 질렀고, 현 성은 몸을 빠르게 숨기며 다시 화살 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겼다.
팽팽하게 늘어나는 시위와 현성의 두 눈은 화살 끝과 그 끝이 가리키 는 오크만을 봤다.
세상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며 고요 해지는 기분.
현성의 모습에 타나도 읍! 하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그가 집중하는 것을 알고 있는 모 양이다.
퉁! 슉!
아까와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화살이 출렁이는 것이 줄어들었고, 곧은 궤적을 그리며 오크에게 날아 간다.
다만 바람이나 중력, 그 외에 기타 여러 가지들의 영향을 받아 현성이 생각한 목표와는 좀 떨어지긴 해도 오크의 복부에 화살이 명중할 수 있 었다.
“꾸웨에에엑!” 이번에도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비 명을 지르는 오크를 보며 현성은 다 시 화살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겼 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머리.
현성이 은밀하게 움직이며 이번엔 망설임 없이 화살을 쐈다.
퉁! 쉬익! 팍!
투툼한 무언가에 틀어박히는 소리 와 함께 오크가 땅에 쓰러졌다.
경험치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현 성은 씨익 웃으며 활을 봤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다른 무기들에 비해 다루기 힘든 활이다. 여러 스킬로 명중률이나 반 드시 명중하는 스킬이 없다면 궁수 들이 힘들어하는 게 활이다.
그런데 현성은 그런 스킬 하나 없 이 오직 활과 컨트롤만으로 오크를 3방 만에 잡을 수 있었다.
물론 현성의 능력치나 기타 여러 칭호의 효과로 인한 데미지 뻥튀기 가 심하긴 했으나 그렇다 해도 세 발 만에 감을 잡는 이가 어디 있겠 는가. 현실에서 양궁을 했더라도 꽤 힘든 일을 현성이 해낸 것이다.
‘이참에 새로운 가면 한 번 만들어 봐?’
아수라의 머리가 3개이긴 해도 현 성이 거기까지 고집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더 늘면 아수라를 상대하는 상대도 난해하지 않겠는가.
그러던 중 현성은 이내 고개를 저 었다.
‘궁술에 관한 스킬이라곤 아함브리 드의 화살밖에 없는데 이거 하나로 스타일 하나를 만드는 건 좀 아닌 거 같긴 하다.’
사냥꾼 아수라의 경우 현성이 원래 사용하는 스타일이고, 기사 아수라 의 경우 현성이 아닌 AI가 조종한 다. 마지막으로 마도사 아수라의 경 우는 용언과 무영창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스타일.
그랬기에 활을 든 아수라는 아직 무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현성은 피식 웃으며 생 각했다.
‘그러고 보면 사냥꾼은 활도 쓰지.’
단검과 장검을 이용해 상대를 도륙 하고 도망치는 적은 활로 잡는다.
그야말로 사냥꾼 아니겠는가.
‘와, 상대 곡소리가 벌써부터 들리 는 거 같은데?’
마법도 마법이지만, 그건 스타일을 바꿀 때 얘기다. 사냥꾼 아수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원거리인 활까 지 다룬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만큼 짜증 나 는 게 어디 있겠는가.
‘좋아 좋아.’
현성이 그렇게 좋아하고 있었을 때 머리 위에서 타나가 신나 하면서 말 했다.
“주인님이 최고인 것입니당! 넘모 멋진 것입니당!”
방금 현성의 궁술에 푹 빠진 것인 지 허공에 떠올라 엉덩이를 씰룩이 며 춤을 추는 타나를 보며 현성은 이게 딸바보의 심정인가? 싶을 정도 로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타나의 머 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갸갸갸갸
타나도 기분 좋은지 웃고 있던 그 때.
리베우스가 나타났다.
보스를 찾은 것인지 나타난 리베우 스를 보며 현성은 다시 활을 쥐었 고, 리베우스가 말했다.
“이쪽으로 1km쯤 가시다 보면 보스 가 있습니다!” “좋아, 이동하자.” 리베우스의 이동마법이 있긴 했으 나 타나가 이동마법에 극심한 멀미 를 느꼈기에 직접 발로 뛰었다.
현성의 뒤를 따르는 리베우스와 어 느새 현성의 머리에 달라붙은 타나.
그렇게 셋이 빠르게 달리자 1km도 순식간에 좁힐 수 있었다.
남은 거리는 100m였으나 이 거리 에서 오크도 잡은 현성인데 보스를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현성은 침착하게 몸을 고정하곤 화 살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겼다.
아함브리드의 화살이라는 기술은 가뜩이나 명중률 보정을 받을 수 없 었기에 움직이면서 쏘는 것은 그야 말로 낭비라 할 수 있었다.
무려 게임 시간으로 쿨타임이 24 시간인 필살기를 허무하게 날릴 순 없지 않은가.
화살을 당긴 현성은 침착하게 숨을 고르며 스킬을 발동했다.
‘아함브리드의 파멸화살.’
무려 만이나 되는 MP가 소모되면 서 화살에 묵빛 기운이 담기기 시작 했다.
묵빛 기운이 화살을 감싸면서 흉흉 한 모습. 그 모습에 현성은 저도 모 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저 이펙 트에 불과했음에도 위력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압도된 것이다.
침착하자며 다시 저 멀리 보스를 노려보는 현성.
그리고 현성은 저 멀리 보이는 보 스에게서 붉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 었다. 아까와 달리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저 붉은 점 중 한 곳에 맞춰 야 급소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난해하네.’
100m 떨어진 곳에서 콩알만 한 점을 맞추는 것이란 일반인에겐 불 가능하다.
양궁 선수라 한들 힘든 일을 지금 현성이 해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으 나 지금은 연습 아니겠는가.
현성은 그대로 화살을 놓으려던 순 간. 카론의 검술을 떠올려봤다.
‘검술이라고는 했지만, 속성을 담 는다고 했는데 화살에도 담길 수 있 나?’
스킬 이름이 검술이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현성은 그렇게 화살에 타격의 기운 과 관통의 기운을 동시에 담아봤다. 찌직, 찌지지직!
화살이 견디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걸 보곤 현성은 망설임 없이 화살을 놓았다.
푸우우우우우웅!
마치 마법 레이저라도 날아가듯 검 은 화살이 허공에 수를 놓으며 날아 갔다.
섬광이 되어 날아드는 화살을 뒤늦 게 발견한 세 개의 뿔을 가진 오크 는 뒤를 돌았고, 그 덕에 현성이 조 준한 붉은 점에 맞추진 못했다.
다만 관통과 타격의 힘이 실린 덕 에 화살은 놈의 팔을 뚫고 그대로 복부까지 관통했다.
콰득!
“뀌이이이이익!”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리곤 현성은 보스가 고통에 젖어 죽어가는 것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 었다.
“허어.”
보스의 팔은 너덜너덜하게 대포 구 멍처럼 뚫려 금방이라도 잘릴 듯 되 었고, 복부에도 같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데미지도 상당히 들어간 것이 느껴 졌다. 고작 급소도 아닌 화살의 위 력만 해도 이 정도인데 급소를 맞춰 최대 체력 30%의 수치로 데미지를 입히면 도대체 어떤 위력을 보이는 것일까.
‘저 데미지에 추가로 최대 체력 30%의 수치로 데미지를 입히는 걸 수도 있겠다.’
카론의 검술을 섞은 탓도 있겠지 만, 아무것도 아닌 화살에 관통과 타격을 섞는다 해서 저런 위력이 나 오지 않을 거다.
그 증거로 현성은 다시 관통과 타 격의 속성 섞인 화살을 만들어 보스 에게 발사했다.
휘이이이이익!
콰강!
강렬한 충격과 함께 상당한 위력을 준 것은 틀림이 없었으나 아까와 같 은 위력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과 비교가 되어 초라하기까지 한 화살을 보며 현성은 확신했다.
이 스킬은 진짜 필살기라는 것을.
‘쿨타임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 시간으로 하루가 어디야.’
쿨타임이라곤 해도 게임 시간으로 하루에 한 번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감지덕지 아니겠는가.
현성이 싱글벙글하고 있을 때 현성 의 머리 위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이잉, 이잉.”
“ 으음?”
“아,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당!”
현성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위를 올 려다보자 타나는 손사래를 치며 괜 찮다는 듯 말했고, 현성은 그걸 보 며 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보스의 혼을 빨리 먹고 싶은 거구 나.’ 곧 죽어가는 보스의 혼을 먹고 싶 은데 현성이 다른 생각을 하면서 느 긋하게 잡고 있으니 조바심이 난 모 양.
그럼에도 현성에게 아무것도 아니 라는 듯 손사래를 치는 게 상당히 귀여웠다.
이거 타나를 위해서라도 빠르게 마 무리 짓자 생각하며 현성이 대충 손 을 휘두르며 중력 마법 그래비티 스 피어를 발동해 수십 개의 바람구멍 을 내고 보스의 영혼을 회수했다.
“자, 타나야, 먹어.”
“호고곡! 너무 좋다는 것입니당. 감사합니 당!” 침을 뚝뚝 흘리며 검은 구슬인 보 스의 영혼에 달려들어 와구와구 먹 는 타나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 다.
‘일단 세 번째 흔적 퀘스트 진행하 는 동안 기면증 발동이 안 되니까, 최대한 레벨을 올리자.’
화끈한 이동 스킬도 얻었겠다. 이 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쿠궁.
황궁 가장 깊숙하고 은밀하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인 유리아의 연구실 문 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유리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연 구에 몰두하는 중이었고, 그런 유리 아를 노려보며 누군가가 말했다.
“유리아, 호넘 마을에 또 다녀왔다 고 들었다.”
“아, 폐하 왔어? 웅웅, 다녀왔지.”
“……그래 그냥 다녀왔으면 문제가 될 게 없는데 광장을 초토화시켰다 고 들었다.”
“아, 내가 그랬었나? 그랬던 거 같 기도 하고? 우헤헤헤.”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유리아를 보 며 황제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왜 그랬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스킬을 제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미티어 라이딩을 사용해서 간 게 뻔했으니.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상한 게 광장은 초토화 되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광장도 유리아의 실력이면 부수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건 그냥 두었다 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위력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거 냐?”
“우헤헤헤, 물론이지. 사람들은 다 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위력은 보여줘야지 않겠어?”
“후우, 그래 그랬군. 그보다 우리 제자는 좋아하던가?”
이젠 체념했다. 혼내기보다는 현성 의 반응이 궁금해서 온 것이기도 했 기에.
황제가 다소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묻자 유리아는 빵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헤헤헤, 나보고 글쎄? 센스가 좋다고 했어! 우히히!”
“크흠, 그렇군.”
유리아의 말을 들은 황제는 다소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유리아를 봤다.
평생 열등감이나 질투를 느껴본 적 없는 황제이건만. 이건 좀 부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황제를 보며 유리아가 우히히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스킬 하나 더 만들고 있지 롱!”
“크흠. 알겠다. 그럼 수고해라.”
황제는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유리 아의 연구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곤.
‘나도 스킬 하나 만들어줘야겠어.’
제자에게 칭찬받고 싶은 황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