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50화
진심으로 고마움을 담아 교황을 보 자 교황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성심이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게 어디 대수겠는가. 리베우스도 데 리고 다니는 마당에 말이다.
“제가 저희 마을까지 안내해 드릴 게요.”
“아, 아까 교황님이 말씀하시던 추 기경 님이……
“예, 캐럿 추기경님이지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캐럿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리베우스 형제님께서 폐가 많았을 거 같은데 대신 사과드릴게요.”
“이익! 주인님은 저와 사이좋게 지 내셨……!”
투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베우스를 걷어차 버린 캐럿.
그 단단하던 리베우스가 맥도 못 쓰고 그대로 제단 밖으로 튕겨 나갔 다.
역시 추기경은 추기경이라는 건가.
현성이 감탄하고 있자 교황이 친히 나서서 설명해 주었다.
“캐럿 님이 리베우스 형제를 싫어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하기야 정상인 중에 리베우스를 좋 아하는 이가 어디 있겠느냐만 확실 히 과한 감은 있긴 했다. 그걸 깨달 은 것인지 캐럿이 정신을 차리고 현 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앗! 후예님 앞에서 추태를 부렸네 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캐럿을 보며 현성은 방긋 웃으며 엄지를 세워주었다.
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통쾌함이었 다.
그런 와중에 아파하며 다시 제단으 로 오는 리베우스.
“오우으으. 크헉. 캐럿 추기경님은 역시 화끈하십니다요!”
피를 토하면서도 저렇게 말하는 리 베우스.
저 근성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한 다.
현성도 교황도 심지어 캐럿까지 고 개를 젓고는 현성이 리베우스를 무 시하곤 교황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하 루라도 빨리 그 던전을 처리하는 게 좋을 같습니다.”
“아아아,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부디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라겠나이 다!”
교황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걸 보니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단 밖으로 가려고 했다. 그리고 자연스 럽게 리베우스가 현성을 따라가려 하던 순간.
“자네는 어딜 가나?”
“으잉? 당연히 주인님을 보필하러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요?” “허허, 자네가 가면 주인님께서 더 힘들어 하시니 이곳에 있게. 게다가 또 자네에게 시킬 일도 있었으니. 허허허, 그럼 후예님과 캐럿 추기경 님은 조심히 다녀오시길.”
교황의 말에 현성은 감동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저 짐덩이에서 해방될 수 있다니.
금세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현 성은 빠르게 제단에서 사라져갔고, 리베우스가 교황의 손에서 발버둥을 쳤으나 꿈쩍도 하지 못했다.
“크허어어어허엉! 주인님! 안 됩니 다요! 이 충직한 종을 버리고 가지 가시옵소서!”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도 현성은 떠 나자 리베우스는 의욕을 잃었다는 듯 축 늘어졌다.
“흐극, 주인님이 없는 세상. 살아갈 가치가 없습니다요.”
“그런 고마운 소리 그만하고 얘기 를 들어라.”
교황의 말에 뾰로통한 표정으로 교 황을 노려보는 리베우스.
교황은 그걸 보며 진심으로 혐오하 는 표정으로 리베우스를 봤다. 마치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본다면 눈 알을 파주겠다는 표정.
그럼에도 리베우스가 그대로 있자, 평화주의인 교황이 한숨을 쉬며 고 개를 저었다.
“시키실 일이 무엇입니까.”
그래도 교황의 명령은 절대적이었 기에 뾰로통한 상태로 질문을 하는 리 베우스.
그 물음에 교황은 자칫 심각한 표 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타나노스교의 적에 대해서 다.”
“얼마 전 페르난 암흑기사를 통해 그들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른 추기경들보다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네가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 판단해서 주인님의 일이 끝나면 바 로 오라 했던 것이다.”
“오만방자한 그놈들의 일이라면 물 론 따라야 하죠.”
평소와 달리 싸늘해진 리베우스의 반응에 교황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해야 한다. 또 꼬리를 자르고 내뺄 확률이 높으니.”
“물론이옵니다.”
평소에는 나사 여러 개 빠진 것처 럼 행동하는 리베우스였으나 이런 중요한 일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교황 또한 이런 일에 리베우스를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미친개를 풀면 알아서 몰살되겠 지.’
타나노스교.
미국으로 친다면 전략핵무기가 바 로 리베우스의 역할이었다.
한 번 발사하면 파멸을 안겨다 주 는 그런 무기.
그게 바로 리베우스다.
“전쟁이군요.”
“그렇지.”
“뿌리, 아니 영혼조차 소멸시키고 오겠습니다요.”
스산하게 웃는 리베우스를 보며 교 황은 고개를 저었다.
‘파비움 왕국이라……
적이 얼마나 되었건, 교황은 신경 쓰지 않았다.
리베우스가 그곳으로 향한다면 모 든 문제가 해결될 테니.
“그런데 이번 일이 끝나면 다시 주 인님과 다녀도 되는 것이겠지요?”
“하아.”
다만 눈치가 너무 없어서 탈이었 다.
퀘스트를 위해 밖으로 빠르게 나온 둘.
그리고 캐럿이 현성을 보며 물었 다.
“저희 마을까지 가는 데 다소 시간 이 걸려서 그러는데 혹시 후예님은 이동수단이 있으신가요?”
“O 으” ? r그 ?
현성은 순간 그래비티 미티어를 타 고 날아다닐 수 있는 미티어 라이딩 이 떠올랐으나 머릿속에서 지운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없습니다.”
해맑게 대답한 현성을 보며 캐럿이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 소환수를 타고 가시시 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캐럿은 활기차게 대답을 하며 마법 주문을 외웠고, 허공에서 마법진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무언가를 소환했 다.
칠혹의 비단과도 같은 비늘을 가지 고 날개는 없었으나 긴 몸통에 비해 짧디짧은 발톱으로 검은 구슬을 쥐 고 있는 용.
흑룡을 보며 현성은 멍하니 그걸 보고 있었다.
‘역시 비룡을 받았어야 했어.’
차로 비유하면 저 흑룡은 맥라렌 같은 느낌을 주는 용이었다.
비룡의 생김새를 모르는 현성이었 으나 모르긴 몰라도 저 흑룡에 비해 절대 꿀리지는 않았을 터.
물론 미티어 라이딩도 상당히 좋은 스킬이 다.
다만 비룡이나 저 흑룡에 비한다면 성능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미티어 라이딩은 차가 아닌 제트기, 아니, 미사일을 타고 날아가는 것이라 생 각해도 무방했다.
‘진짜 부럽다.’
속에서 끌어 나오는 부러움에 멀뚱 히 보고 있던 현성.
캐럿은 그런 현성을 보며 방긋 웃 으며 말했다.
“제 흑룡이 참 멋있죠?”
“예? 아아, 네. 그러네요.”
캐럿의 말에 정신을 차린 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유리아 스승님 몰래 카론 스승님에게 부탁해야겠다.’
기필코 다짐을 한 현성이 캐럿을 따라 흑룡의 등에 올라탔고, 그때 때마침 펫 공간이 지루했는지 탈출 한 타나가 현성의 어깨 위에 올라탔 다.
“우오왕! 넘 멋있다는 것입니당!”
현성의 어깨 위에 올라와 방방 뛰 면서 흑룡을 구경하는 타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는지 캐럿도 눈에 하트가 나오며 타나를 구경했 다.
현성도 마찬가지로 타나를 보자 시 선이 집중되는 걸 느꼈는지 타나가 신이나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을 췄 다.
“씐난다는 것입니당! 씰룩씰룩!”
굳이 씰룩씰룩을 입으로 말하면서 엉덩이를 씰룩이는 모습이 참 귀여 웠다.
캐럿도 한참이나 그걸 보던 중에 타나가 이상하다는 듯 캐럿을 봤다.
“읭? 출발하지 않는 것입니강?”
“앗!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타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캐럿이 흑룡을 다뤘고, 흑룡은 캐럿의 명령 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곤 빠르 게 질주했다.
현성은 그 순간 두 눈을 감고 고 개를 돌렸다.
이미 미티어 라이딩으로 인한 풍압 을 느꼈던 터라 미리 준비한 것이 다.
그런데
“우갸갸갸! 주인님 넘모 귀엽다는 것입니당!”
“쿠홉.”
“어라?” 느껴져야 할 풍압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타나와 캐럿이 웃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걸 듣고 이상하다 싶어 눈을 뜨 니 풍압은커녕 산들바람만 불고 있 는 걸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 래를 내려다봤다.
혹시 아직 이동하는 게 아닌가 싶 어서 말이다.
그러나 밑에 있는 풍경은 아니나 다를까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속도를 보건대 미티어 라이딩에 미 치지는 못해도 상당히 빠른 속도. 이 정도 속도라면 풍압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 진데 왜 그런 것이지? 라는 의문을 가진 그때. 캐럿이 설 명해 주었다.
“원래 드래곤이나 용들이 고속으로 비행을 할 때 자신들에게 부담이 가 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 바람이나 관 성, 중력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답 니다.”
그 말에 현성은 상당히 민망해졌는 지 얼굴이 붉어졌다.
순간 쫄아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 린 것이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아니, 드래곤도 이긴다면서 왜 그 런 기능은 안 만든 거래.’
전에 읽었던 엉성하게 만들었다는 설명 부분.
그 부분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정말 급하게 만드느라 이런 부분은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기야 미티어 라이딩으로 충격이 무효 되는 게 어디인가. 그거까지 없었으면 착지와 동시에 현성도 죽 었을 테니 그 부분에서는 참 감사했 다.
‘진짜 내가 꼭 비룡 받는다.’
다시 한번 의지를 되새기는 현성이 었다.
“그보다 후예님 던전에 대해서는 들으셨나요?” “간략하게 듣긴 했지만 아직 자세 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
“아! 그러면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 니다. 물론, 저도 들어가질 못했던지 라 많은 걸 얘기해 드릴 순 없지만 최대한 아는 내로 알려드릴게요.”
현성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 이도 없고, 오직 현성만 들어갈 수 있다.
캐럿도 안내만 해주는 것이지 던전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물론 현성도 도움 을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작은 정보라도 얻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거기다 죽음의 기운.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전에 사룡 퀘스트를 하면서 사룡 의 기운을 받고 몬스터들이 강해졌 었지. 그것과 일종의 관계가 있는 건가?’
무언가 깊은 퀘스트와 연관이 된 거 같다는 생각에 신이 난 현성이 캐럿의 말에 집중했다.
“던전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사령술 사의 그런 저급한 죽음의 기운이 아 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농밀한 기운이었지요.”
교황에게도 들었던 말이다.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 르겠지만, 저게 앞으로 갈 던전, 혹 은 시나리오와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을 터.
“타나노스 님의 죽음은 잠과 같이 포근하고 편안한 죽음이라면 이 죽 음의 기운은 더 잔혹하고 냉혹한 느 낌이 드는 죽음이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죽음의 기운. 감히 죽음을 다스리는 타나노스 님에게 명백히 위배되는 기운입니다.” 여태까지 온화하게 말을 해오던 캐 럿조차 적개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성은 그걸 들으며 진짜 이건 무 언가 있다고 판단했다.
‘타나노스와 관련된 시나리오? 아 니면 새로운 죽음의 신?’
그 무엇이 되었든 재미있으리라 판 단을 한 채 현성은 발견할 수 있었 다.
대부분의 나무가 시들어 죽어가는 산을.
흑룡이 속도를 늦추고 캐럿이 그 산을 보며 말했다.
“저기가 바로 던전이 있는 구역이 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현성의 두 눈 에 반짝이는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메인 시나리오1에 대한 실마리를 획득하셨습니다.]
[타락한 죽음의 성지를 발견하셨습니 다.]
[퀘스트 메인 시나리오 1-타락한 죽 음의 성지와 썩어가는 죽음이 생성됩 니다.]
출시 1년하고 1개월 만에 드디어 발견한 메인 시나리오.
그것을 현성이 발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