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53화
주요 유저들을 모니터링하는 유저 관리팀.
늘 바쁘게 돌아가는 유저관리팀이 건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감탄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와아. 저게 사람인가?”
“저걸 혼자서?”
“지금 레벨 몇이었지?”
“동굴 빠져나오고 172였으니까 지 금 175요.”
“175 혼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 트 클리어가 되나?”
“신 등급이 괜히 신 등급이 아니네 요. 그런데 다른 서버 신 등급 직업 들은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현성이 검은 가면을 쓰고 중간 보 스를 쓰러뜨리는 것을 구경하고 있 었다.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단 한 대의 공격도 받지 않고 중간 보스를 쓰러뜨렸다.
이걸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가 있겠는가.
직원들이 모두 감탄을 하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현성의 움직임과 스타일. 평소에 현성을 가장 많이 봐온 조민우 팀장 만이 그리 놀라지 않고 있었다.
‘스킬을 캔슬해서 급소를 알아낸 뒤 그걸로 공략하는 건 진짜 대단하 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생각하면 힘을 상당히 아끼고 있네.’
하기야 한국 서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스는 만만치 않은 녀석 이다.
지금 현성의 화면에서도 가끔가다 떠오르는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이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은가.
아마 저걸 의식하고 있는 모양인 거 같긴 했다.
아무래도 보스가 미리 유저의 스타 일을 안다는 것은 꽤 큰 약점이 되 니. 그걸 방지하고자 최대한 효율적 이고 힘을 아끼는 방향으로 몬스터 를 사냥하고 있었다.
다만 남작도 만만치 않았다.
‘몬스터 배치를 손수 바꾸다니.’
몬스터도 NPC의 일종이다.
지능이 존재하고 전략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몬스 터들이다. 그러니 저런 행동도 중분 히 가능한 것.
다만 현성이 저걸 극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드러내지 않은 스킬들을 적극적으 로 활용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조민우 팀장은 몬스터의 목을 단검 으로 찌른 후 뒤로 물러나며 화살을 발사하는 현성을 봤다.
뛰어난 컨트롤과 준수한 능력치. 거기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판단 력까지. 모두 가지고 있었으나 당장 현성이 힘을 숨긴다는 게 큰 단점이 긴 했다.
‘잡을 수 있을까.’
처음 황제의 스킬과 유리아의 스킬 을 둘 다 얻고 있는 현성이었으니 문제 없다 판단했던 조민우 팀장이 다.
그러나 지금 보니 조금 애매해졌 다.
몬스터가 생각보다 단단한 것도 단 단한 것이고, 전략도 전략이지만 현 성의 문제.
컨셉 때문에 모든 스킬을 한 번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컸다.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 로 숨기는 편이긴 했다.
‘아무리 영상을 촬영한다고는 하지 만 스타일에 구분을 두는 거 자체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할 텐데.’
기사 아수라의 경우는 현성이 직접 플레이하는 게 아니니 그럴 수 있 다. 하지만 저번에 보니 기사 아수 라도 따라 하면 할 수 있지 않았던 가.
어찌 되었건 현성의 컨트롤과 같은 수준의 AI를 소환하는 것이었으니.
그걸 생각하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일단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지금 도 효율적이긴 하지만, 저게 언제까 지 통할지.’ 지금 보스가 세우는 전략을 생각했 을 때 저 스타일을 유지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현성은 보스를 잡 지 못하고 죽을 터.
그러나 여태까지 봐온 현성이라는 유저는 그리 멍청하지 않았다.
‘무식한 부분이 있긴 해도 멍청하 진 않았지.’
위기가 된다면 저 스타일을 버릴 것이 틀림없을 터.
그걸 생각하면 솔직히 기대가 되었 다.
어떻게 그걸 타파할 것인지.
다만 혼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를 클리어하고 획득할 물건들이 문 제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문제군.’
때마침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직원 이 있었나 보다.
“저, 팀장님. 현성 유저가 혼자 메 인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을까 요?”
“무리수만 두지 않으면 가능할 거 같기는 한데 쉽지는 않을 거 같네 요.”
조민우의 말에 직원은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봐서는 보스의 움직임도 심상 치 않으니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하 긴 했지만, 조민우 팀장이 그렇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누가 뭐라고 했던 이곳에서 현성을 제일 잘 아는 것은 조민우 팀장이었 으니.
“그러면 보상도 엄청나겠네요.”
“뭐, 그렇죠.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 니까요.”
“그러면 사룡의 분신 때와는 다르 게 랜덤으로 직업 관련 상위 아이템
과 스킬이면 현성 유저는 혼자서 클 리어하니까 보상이 더 강해져서 얻 을 수 있는 게 신기랑 권능밖에 없 는데 그러면 흔적 퀘스트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
“예?”
“엇? 레벨 400대 풀리는 흔적 퀘 스트가 마지막 신기 얻는 거 아니었 나요?”
“어어?”
직원의 말에 조민우 팀장은 깜빡했 다는 듯 자신의 컴퓨터에서 주요 인 물(타나노스의 후예)라고 적힌 파일 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직업 전용 퀘스트 부분 을 확인해 보았고 400대 어떤 퀘스 트가 풀리는지 확인했다.
“아……
400대 얻는 퀘스트는 이번 150때 얻었던 퀘스트와 같이 신기를 획득 하는 퀘스트다.
신 등급 직업의 상위 아이템은 다 름 아닌 신기다. 신물이 신 등급 아 이템이고 신물보다 한 단계 위에 있 는 아이템이 바로 신기다.
다른 신들은 고작 1개만 있는 신 기. 타나노스는 그걸 무려 3가지나 가지고 있었는데 현성은 그걸 지금 무려 2가지나 가지고 있다.
물론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니.
애초에 레벨 150때 얻을 수 있게 사전 봉인을 시켜두었던 아이템이었 으니 문제 될 리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퀘스트를 클리 어하고 얻을 상위 아이템의 신기가 바로 레벨 400대 얻는 신기라는 것.
조민우 팀장의 얼굴이 썩어들어 가 자 직원은 괜한 말을 했다는 걸 깨 닫고 슬금슬금 도망쳤고, 조민우 팀 장은 마지막 신기를 보곤 그저 눈을 감았다.
레벨 400대 얻는 신기.
그 신기도 봉인이 걸려 있긴 하지 만, 그렇다 해도 기본 옵션이 너무 좋기 때문에 레벨 400때 얻게 만든 신기이 건만.
만일 현성이 진짜 혼자 메인 시나 리오를 클리어하게 되면 마지막 신 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레벨 400이나 되어야 얻을 수 있 는 아이템을.
‘원래 4?5번 도전해야 깰 수 있게 만든 건데 한 번에 성공은 불가능하 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이미 현성이 캐럿에게 막아 달라 부탁까지 했고, 캐럿뿐만이 아닌 다른 타나노스교의 사제들도 통제하는 중이다.
NPC들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기도 했지만 그사이에 현성이 다시 도전한다면?
한 번 당한 것을 현성이 실패할 까?
그런 생각이 들자 조민우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지금 역량만 보 더라도 한 번에 클리어할 거 같은 데……
이제는 포기한 조민우 팀장이었다.
조민우 팀장은 거대 화면에 나오는 현성의 모니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한글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그 파일 맨 위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시말세
‘미리 써두자.’
어차피 쓸 거 미리 쓰는 게 좋아 쓰려던 도중 직원들이 당황하는 소 리가 들려왔다.
“저, 저런 게 있었어?”
“저기는 어디야?”
“어? 저러면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 이 짠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망친 거겠지?”
“저런 곳도 있었구나.”
“무슨 일이죠?”
조민우 팀장도 소란스러운 걸 느끼 고 자리에서 일어나 묻자 다른 직원 들은 조금 당황하면서 화면을 가리 켰다.
“지금 현성 유저가 안전지대로 가 는 방향이 아닌 비밀 통로를 발견했
습니다.”
“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빠진 목소리 로 되물은 조민우 팀장이 무슨 소리 냐며 화면을 응시하자 중간 보스인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를 죽인 방에 서 새로운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으 로 들어가는 현성을 볼 수 있었다.
“??????으흠.”
그걸 본 조민우 팀장은 조용히 자 신의 자리에 앉아 하던 것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역시 미리 쓰기로 한 게 좋은 판 단이었어.’
푸욱.
〈배신자 타나노스에게 저주를!〉
중간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썩어가 는 죽음의 기사가 현성의 검에 찔려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무난하게 이기긴 했으나 시간을 너 무 오래 잡아먹어 마음에 들진 않는 모양이다.
“후우.”
타락한 죽음의 성지에 들어와 처음 으로 상대한 중간 보스를 잡자마자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현성이 빛에 휩싸였다.
이렇게 레벨 175.
정말 이 던전, 경험치 하나는 끝내 준다.
‘슬슬 안전지대가 나올 때가 됐는 데.’
이 성지의 지도는 없었으나 보통 중간보스를 잡은 뒤에 안전지대가 나왔으니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되었 다.
대부분 던전에 있는 것이니.
특히나 이 던전은 난이도도 있는 데 여태까지 나온 안전지대라고는 타락한 죽음의 성지로 가는 통로, 그러니까 동굴을 나온 뒤 타락한 죽 음의 성지 앞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성지에 들어오곤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도 좀 피곤하네. 쉬려는 틈에 몬스터가 나오니까 왠지 저놈이 조 작하는 느낌이 드는데 말이야.’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메시지 를 응시했다.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어떻게 봐도 수상하다.
쉬려는 타이밍에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중간 보스를 잡기 전 무려 5마리나 몰려온 것도 하며.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건 내 스타 일이 아닌데.’
무언가 한 방을 먹여주는 변칙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있는 것이 사실 없다고 해도 무방했 다.
이곳은 보스의 영역이고, 현성은 침입자다.
누가 이 던전에 대해서 더 잘 알 지는 세 살배기 꼬마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돌발행동을 하고 싶으나 어쩔 수가 없다.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고 놈 앞에 서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은 스타일 을 보여주는 거 말고는 없나.’
그것도 충분히 당황하긴 하겠지만 그것으로 만족이 안 되는 것인지 표 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때 타나가 끙끙거리면서 중간보 스를 잡고 나온 아이템을 들으려는 걸 보자 그제야 표정이 좀 풀릴 수 있었다.
“타나, 뭐 하는 거야?”
“요곳을! 주인님께 드려야 하는 것 입니당!”
염력을 사용하면 쉽게 들 수 있을 건데 염력이 아닌 저 작디작은 손으 로 들으려고 하니 들릴 턱이 있겠는 가.
현성은 타나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런 건 내가 갑자기 잠이 들어서 쓰러졌을 때만 도와주면 돼.”
“호고곡, 하, 하지만……
“응?”
타나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현 성과 중간보스의 아이템을 번갈아가 며 봤다. 그리고 그걸 본 현성이 타 나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영혼을 먹고 싶어서 아이 템을 옮겨주고 싶었던 모양.
이미 오늘 분은 먹어서 무슨 일을 하고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쩜 하는 짓도 이렇게 귀여운 타 나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으며 타나 노스의 컬렉션으로 방금 잡은 중간 보스의 영혼을 꺼내주었다.
“호고곡, 이걸 먹어도 되는 것입니 강?”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걸 감히 먹 어도 되냐며 묻는 타나.
그런 타나의 큰 눈망울을 보며 현 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타나도 열심히 응원해 줬잖아.”
물론 엉덩이를 씰룩씰룩거리면서 응원한 덕에 너무 귀여워서 더 힘이 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현성이 하루에 잡는 보스의 수도 꽤 되는데 이걸 아낄 이유도 딱히 없었다.
현성이 그렇게 구슬을 건네자 타나 는 감동을 받곤 고개를 주억이며 말 했다.
“앞으로도 응원 열심히 하겠다는 것입니당!”
“그래, 맛있게 먹어.”
“뎅!”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자기 몸집만 한 구슬을 크게 베어 물었다.
와구!
그리고
“우웨에에엑.”
그대로 구슬을 뱉어내는 타나. 여태까지 맛있게 먹다 구슬을 뱉는 걸 보자 현성도 좀 놀랐는지 타나를 봤다.
“으익. 요고는…… 맛이 없다는 것 입니당…… 흐규, 아까운 음식.”
‘아,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니 맛이 없는 것인가?’
일단 타나도 타나노스의 힘을 받아 태어난 펫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것에 민감할 수 도 있겠다 싶어서 현성이 미안한 표 정을 짓자 타나가 화들짝 놀라며 조 막만 한 손을 세차게 저으며 말했 다.
“호고곡! 주인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당! 저 혼자서도 맛있 는 거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 당!”
타나는 그렇게 당차게 말하곤 뽈뽈 거리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는 모습이 홈사 강아지 같아 귀여웠으나 사뭇 진지한 표정에 현성은 웃음을 참고 잘 관찰했다.
그러고는 타나가 오옷! 하면서 힘 차게 뽈뽈거리며 어디론가 날아가자 현성도 타나를 따라서 갔다.
원래의 통로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 진 벽면.
그리고 그곳에 있는 벽을 타나가 만지자 그 주변이 부르르 떨리며 한 쪽 벽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쿠그그긍.
“어!?”
“우갸갸갸! 한 건 해냈다는 것입니 당!”
설마 무언가를 찾을까 싶어 구경을 하긴 했으나 진짜 이런 비밀 통로를 발견하다니.
그러던 그때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 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이 당황합니 다.]
그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씨익 미 소를 지었다.
악동과도 같은 그 미소에 옆에 있 던 타나는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이 그러거나 말거나 현성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우갸갸, 이번엔 맛있는 거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당! 우갸갸갸갸 정말 엄청난 것을 해냈음에도 맛있
는 것만 생각하는 타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