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59화
중앙대륙 동부 끝자락에 있는 파비 움 왕국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쿠크 다슨 왕국.
서부의 끝자락에 있지만 바다보다 는 용암과 가깝게 사는 왕국으로도 유명하다.
늘 용암이 강처럼 흐르는 산맥인 하멜피스 산맥과 가깝고 대장장이들 의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왕 국.
특히 대륙오천 중 하나가 기거하는 것으로 유명한 왕국이기도 했다.
까앙! 까아아앙!
망치로 철을 때리는 소리가 사방에 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용광로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드워프들이 오 밀조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어떤 이는 검을 만들고 있었고, 어 떤 이는 창을 만들고 있었다.
제각기 만드는 것은 저마다 달랐으 나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 다.
자신이 만드는 작품을 보며 열의 가득한 눈과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 로 집중한다는 것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 한뜻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드워프라고 보기 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한 노인.
키만 무려 2m는 되어 보이는 노 인.
드워프인지는 의심스러웠으나 거대 한 덩치에 비해 짧은 팔다리와 길쭉 하게 늘어진 수염과 부리부리한 눈 매를 봐선 드워프가 확실했다.
그 노인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 인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다들, 수고들 하게나.”
철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묻힐 법한
목소리였으나 모든 장인은 그 목소 리에 귀를 쫑긋 세우곤 고개를 숙여 노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대사부 님!””
“홀홀, 조용히 다녀올 테니 다들 열심히들 하게나.”
다소곳하게 말하는 노인은 자신의 등 뒤에 쫄래쫄래 쫓아오는 한 드워 프를 보며 말했다.
“막내야, 가자꾸나.”
“예, 옛! 스승님!”
대륙오천 중 하나이자, 드워프의 영웅이라 불리는 노인.
장인의 현자 듀라셸.
그가 대륙오천 제자들끼리의 화합 을 위해 몇십 년 만에 밖으로 나선 것이다.
이번에 그가 데리고 나온 제자는 자신의 제자 중 가장 어린 막내였음 에도 재능이 뛰어나 듀라셸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용광로가 있는 용암지대를 빠져나 오자 늘 인자한 것으로 알려진 듀라 셸의 표정이 구겨지며 중얼거렸다.
“흐음, 아무래도 마중 나온 꼬맹이 가 있는 모양이구나.” “예?” 듀라셸의 막내 제자 윌은 어리둥절 해하며 사방을 살폈으나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거렸 다.
그러던 그때.
“하여간 노인네가 눈치만 더럽게 빠르다니까.”
다소 앳된 여성의 목소리.
짜증이 섞인 그 목소리에 마찬가지 로 듀라셸의 목소리도 다소 짜증 섞 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홀홀홀, 황제가 그러라고 하진 않 았을 거 같은데, 내 생각이 틀렸느 냐?”
“홍!”
황제의 얘기가 나오자 앳된 목소리 는 토라진 듯 중얼거렸고, 그걸 가 만히 듣고 있던 윌은 또다시 사방을 둘러봤으나 모습조차 볼 수 없었기 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대화할 땐 모습을 드러내는 게 예 의란다, 엘프 꼬맹아.”
듀라셸의 말에 갑자기 하늘이 갈라 지며 그 사이로 토라진 표정의 엘프 가 떨어졌다.
대뜸 하늘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은 발의 엘프가 나타나다니.
그 모습에 윌이 놀라긴 했으나 빠 르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나타난 엘프를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륙오천 유리아 님을 뵙습니다.”
자신의 스승 또한 대륙오천인지라 과도한 예를 표하진 않는 모습을 보 며 듀라셸은 흐뭇해했고, 인사를 받 은 유리아는 다소 심통 난 듯이 고 개를 홱 하고 돌렸다.
똘똘해 보이는 모습에 다소 불만인 모양이다.
‘왜 마중을 나가라 해서 그러는 거 야.’
유리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듀라셸과 그의 제자를 마중 나 오기 위해서이다.
대륙오천 중 유일하게 마도사인 유 리아인 데다 듀라셸은 드워프인 탓 에 부득이하게 이동속도가 다른 대 륙오천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배려하기 위해 황제가 유리 아를 보낸 것이다.
그걸 알고는 있었음에도 유리아는 짜증이 났는지 흥! 하며 고개를 돌 리고 있었다.
“홀홀홀, 카론 황제도 고생이 많겠 구먼.”
“뭐?”
듀라셸의 도발에 걸려든 유리아가 찌릿하고 노려보자 듀라셸은 홀홀 웃으며 응대했다.
스승의 유치한 모습을 보고 놀란 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 버버하고 있었다.
드워프와 엘프가 사이가 나쁜 것은 알고 있어도 자신의 스승까지 이럴 줄은 몰랐던 모양. 하지만 실망이라 기보다는 스승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것에 의외인 것이지 실망하진 않았 다.
그 도발에 발끈해서 뭐라 하려고 하던 유리아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 었다.
뭐라 하려는 순간 황제의 말이 떠 올랐다.
-아무리 그 영감이 뭐라 해도 참 고 있어라. 그래야 우리 제자가 그 영감의 제자를 눌렀을 때 더 큰 희 열을 느낄 수 있을 거 아니겠나? 뛰어난 스승이면 그 정도는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흥, 카론 말 아니었으면 저 얼굴 에 미티어 한 방 꽂아줬을 텐데, 내 가 뛰어난 스승인지라 참아주지, 우 히히.’
황제가 말한 뛰어난 스승이라는 말 에 꽂힌 유리아였기에 우히히 웃으 며 고개를 끄덕이곤 무마하려 했다.
미리 황제가 저 말을 하지 않았다 면 필히 싸웠을 유리아다.
특히 마도사는 자신인데 현자라는 칭호를 얻은 듀라셸을 유난히 싫어 하는 유리아였기에 황제가 미리 수 를 써둔 것.
그것을 알지 못하는 유리아는 그저 자신은 뛰어난 스승이라며 속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뭐, 폐하가 고생인 건 맞으니까.”
유리아가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에 듀라셸은 좀 놀랐는지 의외라는 듯 유리아를 봤다.
예전이었다면 저 말에 바로 덤벼들 유리아였을 텐데 많이 성장한 것을 느끼며 듀라셸도 순순히 고개를 끄 덕였다.
제자와 같이 가고 있는데 너무 못 난 꼴은 볼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홀홀홀, 천방지축이던 꼬맹이 유 리아가 성장했구먼.”
“물론이지! 나는 뛰어난 스승이라 구!”
허리에 양손을 집으며 가슴을 내미 는 모습이 아직도 어린 소녀처럼 보 이긴 했으나 듀라셸도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제자를 가르치면서 스승도 성장하 는 법이지. 그보다 황제의 제자라기 도 하던데 그렇다면 마검사인 겐 가?”
“마검사? 우움......
“홀홀, 마법도 쓰고 검도 쓰면 그 게 마검사가 아니고 무어겠냐.”
“그게…… 좀 애매하네.”
유리아의 말대로다.
검술을 쓰며 마법까지 쓴다면 마검 사라고 하는 것이 응당하다.
그러나 유리아가 본 아수라는 마법 과 검을 동시에 쓰는 것이 아닌 마 법도 쓰고 검도 쓰면서 각기 스타일 이 달랐기에 뚜렷하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 듀라셸이 쯧쯧 혀를 차며 제자인 윌에게 말했다.
“쯧쯧, 무릇 한 우물만 파도 그 깊 이를 알 수 없다고 하였거늘, 두 가 지를 욕심을 내는 모양을 보니 대성 하긴 글렀구나. 막내야, 너는 한 분 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만을 생각하 거라.”
“어어, 예. 스승님.”
앞에 있는 유리아가 신경 쓰이긴 했으나 설마 무슨 일이야 나겠냐는 심정과 스승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고개를 끄덕 이며 대답하자 유리아가 싸늘한 시 선으로 듀라셸을 보며 물었다.
“한 우무울? 그러니까 영감이 꼰대 소리나 듣는 거지. 요즘 시대가 어 느 때인데 한 우물만 파서 대성을 해? 나만 봐도 중력 마법으로 공간 하고 시간도 비트는 거 몰라?”
“홀홀홀! 너는 그렇게 가르치려무 나, 나는 내식대로 가르치겠다는 것 인데 왜 그리 발끈하는 것인고? 혹, 그 말이 사실이라 발끈한 거 아닌가 싶네만?”
“하! 뛰어난 제자 하나 없어서 여 러 명 받는 찐따라 안 들리는데?”
빠직! 빠직!
순간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흉흉한 기세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걸 눈치챈 월은 빠르게 그 자리 에서 벗어나려 했고, 유리아의 손짓 으로 윌 주변에 보호막이 생김과 동 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 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열기와 중력으로 꼼짝할 수 없게 되자, 윌은 그 모습 에 어버버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했 다.
푸르게 타오르는 운석과 강력한 중 력으로 인해 산지였던 지형이 평평 하게 변해가는 것을 본 윌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이게 대륙오천 재앙 유리아 님의 힘……
운석과 충돌한 것도 아니고 고작 운석과 동시에 발생한 중력장이 발 동된 것임에도 주변 지형이 변하는 위력.
하나 그 속에서도 듀라셸은 아무렇 지 않다는 듯 자신의 무기인 망치를 들곤 하늘 위로 손을 들어 올렸다. 너무나도 강렬하기에 생물의 귀로 는 들을 수 없는 거대한 충돌음이 사방에 울리며 산과 지형을 휩쓸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그걸 보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저런 개뼈다귀 같은 영감 제 자는 우리 제자님에겐 3초면 충분할 걸?”
“허! 오만방자한 건 여전하구나! 그런 인성으로 어찌 제자를 가르칠 수 있을는지! 네 제자의 앞날이 훤 히 보이는구나! 홀홀홀!” 입을 바삐 놀리면서 마력을 개방한 유리아와 자신의 힘을 개방하며 유 리아에게 달려드는 듀라셸을 보며 윌은 그걸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 다.
신들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전투에 월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유리아가 걸어준 방어막이 아니었다면 저 풍압 만으로 갈기갈 기 찢겨나갔으리라.
꿀꺽.
‘이거 괜찮은 거 맞는가?’
아무리 넓은 하멜피스 산맥이라고 는 해도 이 근방에는 영지가 하나 있다.
듀라셸이 운영하는 용암지대 공방 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정 말 영지가 이 근처였는데 이런 규모 의 전투라면 그곳에도 피해가 갈 게 분명하다.
거기는 괜찮을지 걱정이 들긴 했으 나 점점 격해지는 것을 보곤 윌은 영지보다는 자신의 안위밖에 떠오르 지 않았다.
‘이, 이거 진짜 안전한 거 맞을까?’
혹시라도 제 스승이 자신을 까맣게 잊은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윌 이었다.
한편 윌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을 때 가장 가까운 영지 루가 영 지의 영주는 눈물을 머금으며 여러 운석이 지형을 괴멸시키는 것을 보 며 중얼거렸다.
“유리아 님이 오셨구나.”
“예?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딱 보면 모르겠느냐? 운석이 떨어 지거늘 그곳엔 유리아 님이 오신 것 이다라는 말은 세 살배기 아기도 아 는 사실 아니더나.”
“아아.”
영주의 말에 가신도 그 말이 생각 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전투를 보며 영주가 한마디 했다.
“예전 아버지 때도 와서 듀라셸 님 과 싸웠다는 얘기를 생각해 보면 족 히 3일은 저럴 것 같으니 모든 영 지민들을 영주 성에 대피시켜라.”
“예!”
그런 영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유리아와 듀라셸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덤벼들고 있었다.
“난쟁이 똥자루 영감!”
“지랄 맞은 엘프 꼬맹이!”
그렇게 하멜피스 산맥은 이 전투로 산맥의 10%가 소멸했다고 전해진 다.
유리아와 다른 대륙오천이 도착하 는 것을 기다린 현성은 황제에게 받 은 스킬북을 사용해 새로운 전설 스 킬을 획득했다.
[황제의 전장(전설)](성장형)
〈패시브〉
-Lv.l
-설명: 황제는 그 어느 순간에도 쓰러져선 안 된다. 불굴의 의지를 갖고 그 어떤 전장에서도 살아남아 야 한다. 황제의 패배는 곧 제국의 패배일지니.
-효과: HP가 감소할수록 전투력과 상태이상 저항, MP 회복률이 상승 한다. 전투에 참여한 기간이 길어지 면 길어질수록 HP 회복률이 상승한 다. 모든 효과는 스킬 레벨에 비례 하여 상승한다. 하루에 한 번 HP가 0이 되는 순간 불굴의 의지를 발동 한다.
-불굴의 의지: 발동하는 순간 모 든 HP와 MP를 회복시킨다. 불굴의 의지가 발동 중일 때 전투력이 상승 한다. 유지시간은 10분. 유지시간이 끝날 시 10분간 HP가 10% 이하로 떨어진다.
“와, 대박이네.”
당장 봐도 상당히 쓸 만한 스킬이 라 할 수 있을 법한 효과다.
그러나 성장형인 데다 레벨이 오르 면 오를수록 상승 폭이 커진다니.
또 끝내주는 스킬을 받은 현성은 기분이 좋다는 듯 미소 지으며 중얼 거렸다.
‘카론 스승님은 성장하는 스킬을 상당히 선호하시네.’
카론과 유리아의 성격이 정반대인 것처럼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유리아의 스킬을 보면 그래비 티 미티어나 미티어 라이딩과 같이 화려하고 강력한 한방을 주는 스킬 이라면 카론은 성장시키며 점점 강 해지고, 활용도가 높은 스킬을 선호 하는 것 같았다.
현성도 굳이 따진다면 카론의 스타 일에 가까웠으나 유리아의 스타일도 좋았다.
가끔 강력한 한 방 한 방이 시원 한 때가 있지 않은가.
다만 MP 소모가 너무 극심한 나 머지 자주 쓸 수 없다는 게 단점이 었다.
‘다른 대륙오천의 제자라.’
현성을 제외하면 남은 대륙오천의 제자는 세 명.
그리고 그 셋이서 서로 경합을 벌 인다.
‘메인 시나리오는 당장 필요 없을 거 같고, 영웅 길드 쪽에는 현아를 통해서 나중에 알려준다고 말한 상 태니까 문제없겠지.’ 어차피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우선 권도 가지고 있는 상태 아니던가.
거기다 황제가 무언가를 알아내면 알려 주겠다고도 했으니 걱정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스타트는 현성이 끊을 게 분명했으 니.
모든 상황이 현성에게 유리하게 돌 아가고 있었기에 여기서 걱정을 한 다는 것은 너무 신중한 것 아니겠는 가.
‘보통이라면 황제를 만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을 테니 그동안 다른 대 륙오천의 제자들과 싸우면서 지내는 게 좋겠네.’
과연 어떤 이들이 있을지 기대되었 다.
거기다 그중 하나는 유저라니.
상당히 기대된다며 여러 스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고 있었을 때.
테이블 위에 다과를 옴냐옴냐 먹고 있던 타나가 귀를 쫑긋 세우며 입에 있던 과자들을 튀기며 소리를 질렀 다.
“용아조씨! 용아조씨의 기운이라는 것입니당!” “용아저씨?’’ 그 말에 현성이 이상하다는 듯 창 문을 보자 타나의 말대로 거대한 용 의 머리를 보고 멍하니 상황을 살폈 다.
이윽고 습격인 줄 알고 황궁 기사 단이 나타나자 용의 등 뒤에 타고 있던 캐럿이 내려와 현성을 보며 예 를 갖춘 채 인사를 했다.
“타나노스교 추기경 캐럿 다시 한 번 인사 올립니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던 현성은 작 게 한숨을 쉬었고, 타나는 용의 머 리 위에 올라가 신이 난 듯 팡팡 용의 뿔을 때리며 소리쳤다.
“타나도! 뿔 길고 싶다는 것입니 당!”
그나마 정상인 줄 알았던 캐럿마저 이런 소란을 떨 줄이야.
현성은 한숨을 내쉬며 황실 기사단 을 물렀고 반짝이며 눈을 빛내는 캐 럿을 보며 다시 한숨을 쉬며 생각했 다.
‘그래도 리베우스보단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