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60화
갑작스러운 흑룡의 등장으로 사람 들은 다들 당황한 듯싶었다.
하기야 자주 볼 수 있는 운석이야 그렇다 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용 은 당황스러울 만했다. 하나 유저들 은 몰라도 NPC들은 아무도 두려움 에 떨지 않았다.
“기사님들이 알아서들 해주시겠 지.”
“황제께서 잘 처리해 주실 거야.”
“철의 제국 카린에 흑룡이라니 진 귀한 구경이군.”
다들 두려움에 떨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큼의 강대국이었으니.
기사도 황제 본인도 최강의 수식을 붙이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의 백성 이 어찌 한낱 용에 두려움을 떨겠는 가.
철의 제국 제국민들 또한 철의 심 장을 가진 자들이었다.
유저들은 그걸 보며 새삼 제국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아무리 황제나 기사단들이 강하더 라도 걱정이나 두려움을 가질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으 니 황제라는 자가 얼마큼 제국민에 게 신뢰받고 있는 인물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대박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흑 룡?”
“유리아 찡이 실험한다고 데려왔 나?”
“아, 그거 가능성 있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리 아.
도대체 악명이 얼마나 자자하면 별
관련이 없는 일에도 언급이 되는지.
한편 이 사건의 중심이 된 현성은 난감하다는 듯 캐럿을 보고 있었다.
“급히 전해 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 게 매우 급하게 찾아온 점 사죄드리 겠나이다.”
다시 보니 캐럿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기야 그나마 정상인이었던 캐럿 이 이런 무례를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워낙 리베우스에게 익숙해져 있었 기에 그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상당히 진중해 보이는 캐럿이 현성 에게 한 권의 책과 하나의 상자를 건네주었다.
“우선 교황께서 전달해 달라는 물 품을 드리겠습니다.”
두 아이템을 받은 현성은 당장 뜯 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일단 캐럿을 봤다.
일반 사제도 그렇다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주교도 아닌 무려 교황 바로 밑에 위치한 추기경이 무슨 일 때문에 저리도 심각하게 분위기를 잡는 것일까.
현성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쉬고 있는 방으로 황제가 나타났다.
문을 열고 나타난 것도 아니고 그 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등 장한 황제. 그런 황제를 보고 캐럿 이 잠시 몸을 떨더니 고개를 낮추며 예를 갖추었다.
“철의 제국으로 이름 높은 철혈의 군주께 타나노스교 추기경 캐럿이 인사드립니다.”
“흐음.”
리베우스 때와는 달리 예의를 차리 는 모습에 황제는 작게 고개를 끄덕 이며 캐럿을 봤다. 고작 시선을 둔 것뿐인데 몸을 부 르르 떠는 캐럿.
그걸 본 현성이 역시 대륙오천은 대륙오천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는 손주에게 선물 주는 할아버지처럼 보였는데 역시 최강자 는 최강자인가 보네.’
현성의 이미지에는 근엄해 보이는 츤데레 할아버지와도 같은 이미지였 으나 역시 황제는 황제였다.
아무나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 님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현성의 시선을 느끼곤 황제도 캐럿 을 압박하던 것을 풀어 주며 인자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에 어인 일인지 물어도 되겠 는가?” “예, 물론이지요. 현재 타나노스교 는 주적을 쫓고 있습니다. 그 때문 에 후예님을 지키기 위해 직접 대동 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으흠.”
주적이라는 말에 황제는 눈을 감으 며 고개를 끄덕였고, 현성은 설마 이게 메인 퀘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 은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권위적인 말투.
아까까지는 현성의 스승으로서의 모습이었다면 지금 캐럿의 앞에 황 제의 권위를 사용한 것이다.
캐럿이 황제에게도 직접 전할 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분위기를 바 꾸자 캐럿이 입을 열었다.
“현재 저희가 파악한 적의 수는 상 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중앙 대륙의 암지를 대부분 먹었다 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점조직으 로 되어있는 터라 쉽게 그 실체를 잡을 수 없었기에……
“나에게 알리기 위함이군. 나의 제 국에서 활동하게 해달라는.”
“……예, 그렇습니다.”
즉 캐럿은 황제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다. 타나노스교의 주적을 수색해 도 되겠느냐는 허락을.
다른 왕국의 왕에겐 이런 협조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나노스교가 가지고 있는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으니.
하나 제국이 아닌 황제가 가진 무 력만 생각했을 때 타나노스교에서 황제인 카론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 은 당연했다.
제아무리 타나노스교라고 해도 대 륙오천 중 최강인 황제의 심기를 거 스르는 건 껄끄러웠으니. 물론 리베 우스가 교황이었다면 이런 눈치 따 윈 보지 않았겠지만, 역시 교황은 달랐다.
현성도 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솔직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아, 교황님도 캐럿도 정상이어 서 다행이다.’
그렇게 안심을 하며 현성은 타나노 스교의 주적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썩어가는 죽음이겠지?’
현성이 생각한 그 순간.
황제가 캐럿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주적이라는 자들이 썩어가는 죽음, 그러니까 회색 피부를 가진 마족과도 같은 존재들을 말하는 것 인가?”
“예, 바로 그렇사옵니다. 기존부터 저희 교에서 자체적으로 추적하는 중이었는데, 이번에 후예께서 그들 의 거점 중 하나를 폭파했기에 일이 더 수월해졌습니다.”
“크흠. 그렇군.”
근엄 있는 모습에서 제자의 칭찬이 나오자 바로 미소를 지을 뻔했다. 그것을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낸 황 제가 캐럿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적을 찾는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 는 전혀 없었다.
“허락하마.”
타나노스교가 활개를 친다 하여 감 히 제국의 안위나 정보로 인해 손해 를 볼 것이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 았다.
그게 철의 제국이자, 철혈의 군주 의 자신감이었다.
그 모습에 현성은 멋있다는 듯 감 탄을 했고, 캐럿 또한 이리도 쉽게 허락받을 줄 몰랐다는 듯 얼떨떨했 으나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제자의 안위에 대해 걱 정은 하지 말도록.”
앞선 말보다 캐럿은 그 말에 더욱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무쪼록 일이 금방 해결할 수 있 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이 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후예님 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하는 점 사죄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이 일이 끝나 고 나서 다시 보좌할 수 있도록 최 선을 다해 일을 끝내놓고 오겠습니 다!” 당찬 말을 하고 다시 흑룡에 오른 캐럿이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고 사 라지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두 번째 보는 것이 었으나 저 흑룡이 날아가는 모습 너 무 멋있었다.
“흑룡이 멋있긴 멋있네.”
“......!”
현성의 그 말에 황제는 충격을 받 은 표정으로 현성을 잠시 봤고, 황 제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역시. 남자아이는 용이나 드래곤 이지. 암, 그렇고말고.’
황제는 이상한 확신을 가지며 현성 에게 말했다.
“나는 이만 일이 있어서 가보도록 하겠네.”
“아! 네.”
현성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 자 황제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 로 그 자리에서 원래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작게 감탄 하며 용이 가버려서 시무룩한 타나 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과자를 쥐 여주었다.
“히잉, 용아조씨 넘 멋있다는 것입 니…… 오옷! 이 과자도 맛있다는 것입니당!” 과자를 먹자 바로 태세가 변하는 타나를 보며 귀여워 우물우물 열심 히 움직이는 볼을 콕콕 찌르면서 생 각했다.
‘썩어가는 죽음 이야기가 나온 걸 보면 이게 원래 수순이긴 했나 보 네. 근데 나라는 존재 때문에 조금 꼬인 거 같긴 해.’
지금 현성의 포지션은 시나리오상 으로 매우 거슬린다고 할 법한 위치 에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에 직접 관여되어 있 는 타나노스교의 실질적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 제에 그런 타나노스교가 협력해야 할 대륙의 주인인 황제의 제자이기 도 하다.
이러다 보니 원래라면 타나노스교 가 황제에게 협력을 요청한 뒤 유저 가 황제를 만나 황제가 일을 처리하 는 식으로 진행되었으리라.
그 후 황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는 예상할 순 없었으나 대략 생각을 한다면 타나노스교와 썩어가는 죽음 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풀어가게 되면서 메인 시나리오2부터는 대규 모로 진행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못해도 메인 시나리오3부터는 한 국 서버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시 나리오가 되겠네.’
물론 중점적인 것은 선점한 이들, 즉 현성이 이끌어나갈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자잘한 영향들도 가 면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식이 되지 않겠는가.
다른 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성 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현성의 추측이 맞는다면 다음 시나리오의 시작은 생각보다 늦어질 터.
지금 황제가 일을 보러 간다는 것 도 어쩌면 썩어가는 죽음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황제의 제자이자 타나노스교의 주 인이라 할 수 있는 현성은 그저 가 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얼마나 편한 위치인가.
“그럼 이번에 얻은 상자랑 스킬을 획득해 볼까?”
캐럿에게서 얻은 스킬북과 아이템 상자.
그런데 평소에 까던 스킬북과는 조 금 달랐다.
[직업 스킬 해방 열쇠(없음)]
-종류: 스킬북
-설명: 사용하는 즉시 직업과 관 련된 스킬 하나를 해방할 수 있다. 레벨이 올라 자연스럽게 해방되는 스킬이 아닌 직업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 얻을 수 있는 스킬을 해방한 다.
-제한: 없음
-옵션: 직업 스킬 하나를 랜덤하 게 해방한다.
다소 신기하다면 신기한 스킬북. 랜덤이라는 점이 걸리긴 했으나 현 성은 그것보단 직업 퀘스트를 클리 어하면 얻을 수 있다는 부분을 봤 다.
직업 퀘스트로 얻는 스킬.
그렇다는 건.
“권능 스킬도 가능한 부분인가?”
솔직히 기대가 안 되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현성이 지금까지 해본 직업 퀘스트 라곤 사도의 흔적을 찾는 것 외엔 없었다.
그리고 그 퀘스트에서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은 다름 아닌 권능.
그렇다는 건 이 스킬북에서 권능도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있다는 것 아 니겠는가.
꿀꺽.
그런 생각이 들자 현성은 이것보단 직업 관련 아이템 뽑기 상자를 봤 다.
이번에는 스킬북과 다르게 직업 퀘 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라는 설명 문구가 없었다.
신기는 절대 안 나오겠거니 생각하 며 현성은 마음 편히 아이템 상자를 개봉했다.
그러자.
“귀걸이?”
그것도 그냥 귀걸이가 아니었다. 전설 등급으로 빛나는 광채.
솔직히 말해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많이 본 빛인지라 큰 감상은 없었으나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얻은 게 싫을 리가 있겠는가.
[죽음을 탐하는 퀼라노(전설)]
-종류: 귀걸이
-설명: 오래전 퀼라노라는 죽음의 사제가 있었다. 죽음을 너무나도 사 랑한 나머지 늘 죽음을 탐하던 사제 였던 퀼리노는 자신의 육신을 녹여 여러 무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제한: 죽음과 관련된 직업(착용 가능)
-옵션: 모든 능력치 10% 상승, 상 대에게 거는 모든 디버프 효과 10% 추가.
이 아이템을 착용 후 몬스터를 죽 이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한다, 죽음 의 기운이 일정 이상 채워졌을 때마 다 HP와 MP를 회복시켜 준다. 일 정 이상 죽음의 기운을 소모 시 이 제는 사신이 된 퀼라노를 일시적으 로 소환할 수 있다.
“와.”
역시 전설 등급 아이템답다고 할 법한 옵션.
절로 나오는 감탄에 현성은 설명 부분을 유심히 바라봤다.
‘여러 무구를 만들었다고 하면 세 트 아이템이라는 얘기겠지?’
그 생각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다만 신 등급 아이템이 아닌 전설 등급이라는 걸 보고 다소 실망한 순 간. 현성은 스킬 해방 열쇠를 보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설마, 이것도 전설 등급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이미 전 적이 있지 않은가.
같은 직업 관련 아이템 상자에서는 전설이 나왔다.
확실히 죽음의 사제라는 건 타나노 스교의 사제라고 볼 법했으니 충분 히 전설 등급도 나올 수 있다.
‘권능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신 등급 스킬만 나오면 좋겠는데……
보통 망설일 법도 했으나 현성은 그런 것은 없다는 듯이 바로 스킬북 을 개방했다.
랜덤으로 개방된다는 메시지에 빠 르게 Yes를 누른 현성이 그다음 메 시지를 확인했다.
[영혼 수확(신)을 획득하셨습니다.]
“떴다!”
부러울 정도로 운이 좋은 현성이었 다.
한편 현성이 썩어가는 죽음에 대해 알아보러 갔다고 생각한 황제는 한 동굴 내부로 들어가 거대한 몸체를 하는 한 생명체를 둘러보았다.
“흐음, 이 녀석은 너무 큰 것 같 군.”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생명체는 깜짝 놀라 황제를 봤고, 인간임을 깨닫자 금세 불쾌함을 드러내며 포 효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감히 인간 따 위가 나의 레어에 침범하다니! 영혼 조차 불살라주마!〉
역시 성격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레 드 드래곤.
황제는 그걸 보며 살짝 눈살을 찌 푸리며 레드 드래곤을 보며 중얼거 렸다.
“감히 라는 단어는 강자만의 전유 물. 그대는 사용할 자격이 없다.”
그 말과 동시에 레드 드래곤은 황 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압 박을 느꼈다.
성룡이 되고 처음 느껴보는 압박 감. 일족의 어른들에게서만 느꼈던 압박, 아니, 그보다도 더 거대한 압 박감에 감히 침조차 삼킬 수 없었 다.
그걸 보며 황제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단칼에 목을 베었 을 텐데 나도 성격이 많이 죽었군. 날개 하나로 참아주지.”
〈크아아아아아아악!〉
그 말에 레드 드래곤의 날개가 베 였다.
말을 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음에도 날개가 베이다니.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레드 드래곤 은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황제를 봤 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어른들에게 들 은 기억이 있었다.
일족의 심장을 얻기 위해 수십의 일족을 학살했던 인간이 있었노라 고. 불과 조금 전까지는 그저 미신 이니, 괴담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그게 사실이었다니.
“흐음, 아무래도 용의 종류로 찾아 보는 게 좋겠군. 그러고 보니 아까 도 흑룡을 보고 멋있다 했으니 그 래. 용 종류가 좋겠어.”
황제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홀연 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압박감도 사라진 레 드 드래곤은 진땀을 흘리며 몸을 웅 크렸다.
다시는 인간을 깔보면 안 되겠다는 교훈까지 얻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