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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63화 (163/472)

잠만 자도 랭커 163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전혀 다 른 풍경으로 변해간다.

그야말로 축지에 가까운 움직임.

그런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 는 검은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우후후훗! 이 미천한 종 리베우스 가 가고 있습니다요!”

광기가 엿보이는 목소리.

현성이 들었다면 필히 기겁을 했을 그 목소리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허공이 갈라지 며 무언가 튀어나왔고, 리베우스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방긋 웃으며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콰강!

검은 용이 리베우스를 향해 브레스 를 날렸고, 거기에 직격한 리베우스 가 땅에 처박혔으나 아무렇지 않다 는 듯이 꺄르르 웃으며 그곳에서 빠 져나오며 말했다.

“이런, 캐럿 추기경님은 역시 화끈 하시다니까요! 제가 얼마나 좋으면 그러시는지 이해는 합니다만 저는 이미 주인님께 이 몸을 바쳤답니다

요.”

진심으로 혐오한다는 듯 리베우스 를 보는 캐럿.

현성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같은 표정을 지었으리라.

캐럿의 그런 표정을 보며 부끄럽다 는 듯 몸을 배배 꼬는 리베우스를 보며 캐럿이 꼴 보기도 싫다는 듯 바로 리베우스를 보며 물었다.

“리베우스 형제님은 이곳으로 가는 위치가 아닌 걸로 압니다만? 어디로 가시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예? 당연히 주인님에게 안부 인사 드리러 가는 것입니다요?”

≪......2”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리베 우스를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캐럿이 멍하니 리베우스를 봤다.

“우후훗, 제 얼굴이 아무리 잘생겼 다지만 그리 보시면 부담스럽습니다 요.”

괜히 성질이 뻗치는 캐럿이었으나 참아야 했다.

지금은 타나노스교의 사활을 건 일 이 걸려 있었으니까.

“후우,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 이해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우으으, 그래도 파비움 왕국에 모든 이단을 척살하고 제국에 온 건 데 인사는 드릴 수 있지 않습니까 요‘?”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주적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리베우 스 말대로 주인이 가까이 있는 마당 에 인사를 드리러 가지 않는다는 것 은 종이 된 몸으로서 불경을 저지르 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 상대가 누구이냐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는가.

‘후예님은 분명 리베우스가 오는 걸 싫어하실 거야.’

확신을 넘어서 신뢰했다.

무조건 그럴 것이라고.

저번에 봤을 때도 리베우스를 극히 싫어하는 걸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 였다.

분명 확실하다. 아니, 그걸 떠나서 정상적인 이가 리베우스가 온다는 걸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캐럿은 그렇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 다.

다만 문제는 리베우스다. 과연 캐럿이 말한다고 리베우스가 들을까?

‘그럴 리가 없죠.’

괜히 리베우스가 추기경에서 강등 당해 일반 사제가 된 것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런 리베우스가 과연 캐럿이 말한 다 해서 ‘예! 알겠습니다요!’ 할 리 가 있겠는가.

설득이 필요했다.

“리베우스 형제님.”

“예?”

“생각을 해보십시오. 과연 후예님 이 일을 내팽개쳐 둔 종을 보려 할 까요? 아니면 일을 완벽히 완수한 종을 보려 할까요?”

“아앗!”

마치 번개에 맞은 듯 부르르 몸을 떠는 리베우스.

여기서 끝내선 안 된다.

리베우스를 오랫동안 봐온 캐럿이 었기에 알 수 있었다. 아직 이것으 론 부족하다.

“게다가 주적을 모두 처리한 리베 우스 형제님을 더 좋게 보지 않겠습 니까?”

“오옷!” “특히나 타나노스 님을 배신하고도 반성도 모르고 오히려 반역을 꿈꾸 는 저들에게 신의 철퇴를 내려야 하 는 자가 누굽니까?”

“오우! 접니다요!”

“예, 그렇죠. 후예님께서 나중에 신 위에 오르셨을 때 방해되는 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일을 놔 두기보단 처리를 한 후 칭찬을 받으 러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오우!”

캐럿의 말에 잔뜩 흥분한 리베우스 가 소리를 지르자 캐럿은 자신도 모 르게 숙연해지며 황실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후예님. 나중 일은 제 가 나중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 니다.’

나중 일이 걱정되긴 했으나 어쩌겠 는가.

일단 지금 일이 더 급했으니 이것 먼저 처리한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든 자신이 처리하겠 노라 다짐하며 리베우스와 함께 제 국에 숨어있는 썩어가는 죽음을 습 격하기 위해 이동했다.

“오우! 일을 빨리 끝내고 찾아 뵙

겠습니다요!”

기합이 잔뜩 든 리베우스와 함께.

‘진짜 괜찮겠지?’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여름.

하나 그렇다 한들 이곳의 열기는 상당히 후끈했다.

여름이라서가 아닌 이곳에 모인 사 람들의 땀으로 인한 열기.

운동하는 곳에서 흔히 느낄 수 있

는 후끈함에 사람들은 열의를 띄며 운동을 하고 있다.

사방에서 목검 따위가 부딪히는 소 리가 아닌 철이 부대끼는 소리가 울 려온다.

캉! 카캉!

모두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철로 만든 가검들로 대련하는 학원.

실전무술학원.

그곳에서 누군가의 등장이 모두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딸랑, 딸랑.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목소리.

그 목소리를 늘 들어왔던 원생들은 저마다 하고 있던 대련에 더 신경 쓰며 기합들을 내질렀다.

지금부터 설렁설렁하고 끝내면 큰 일 난다.

‘독종 또라이 왔다.’

‘눈 마주치지 마. 대련하자 한다.’

‘연쇄 대련마 왔다.’

‘더 열심히 하면서 지쳐야지 저놈 이 말 안건다고!’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었으나 방금 들어온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남자와는 대련하고 싶지 않았다.

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으 니.

어디 부상을 당한다든가, 아니면 스타일이 거칠다면 모르겠는데 상대 에게 맞춰가면서 대련을 쓰러질 때 까지 하니까 다들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관장님 안 계십니까?”

그가 관장을 찾자 다들 관장을 향 해 애도를 표했다.

‘아이고 우리 관장님. 연세도 있으 신데 고생하시네.’ ‘그러게 저런 사람은 받지 마시지 왜 받아가지고 고생하실까.’

‘크흠, 눈 마주치지 말자.’

다들 그저 애도를 표할 뿐 나서서 대신 해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관장은 남자의 불음에 어색하게 웃 으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허허허, 현성 군 왔구먼.”

마치 왜 왔느냐는 듯 보는 표정이 었으나 현성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몸 풀고 왔습니다. 한판 하시죠.”

화인 관장은 저승사자가 같이 가자 는 말을 들은 것 같은 표정으로 눈 을 감았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마그네슘이 부족한 듯싶었 으나 단순히 이 상황이 끔찍이도 싫 어 경련이 나는 듯하다.

현성은 그저 방긋 웃으며 옷을 갈 아입으려고 가려던 그때.

딸랑딸랑.

또 다른 이가 들어왔다.

“오오, 얼마 만에 온 거지?”

“현성 씨 오기 전 한 달 전쯤 오고 그 뒤로 바쁘다고 못 왔는데 웬일이 야‘?”

“사부가 불러서 왔죠. 하하.”

몇몇 원생들이 아는 체를 해오며 반가워한다.

방금 들어온 사내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고, 그 소리에 화인 관장이 눈을 뜨고 보자 이윽고 환해진 표정 으로 사내를 반겼다.

“오! 덕배 왔구나!”

“하하, 사부님 레이먼 킴입니다.”

“에잉, 외국물도 안 먹은 놈…… 이지만 레이먼일 수 있지. 암.”

평소 같았으면 그냥 시원하게 욕 한 사발 주고 염병하지 말라며 한 대 후렸을 화인 관장이었으나 오늘 은 달랐다.

그 어느 때보다 구세주 같은 모습 에 극진히 환영을 하자 덕배, 아니, 레이먼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 웃거렸다.

이럴 관장이 아닌데 말이다.

현성도 마찬가지로 이상하다는 듯 생각했으나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 갔다. 이런 것에 굳이 일일이 신경 쓰는 편도 아니고 말이다.

화인 관장은 그 둘을 보며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현성 군 인사하게 이쪽은 네 수제자 덕, 아니, 레이먼일세. 레 이먼, 이 친구가 내가 얘기했던 현 성 군.”

“아! 말씀 많이…… 어?”

“O 으‘?”

서로 인사를 하기 위해 악수를 나 누려는 순간.

눈이 마주치고 묘한 익숙함을 느꼈 다.

“어! 아까 게임에서?”

“어! 네, 맞습니다.”

“ 오호.”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쩐지 하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다 했 는데 이분도 여기를 다닌 모양이네. 거기다 관장님 수제자라면 확실히.’

실전무술이라는 것이 이데아에 큰 도움이 된다.

즉 현실에서도 무술의 고수는 이데 아에서도 고수가 된다는 뜻이다. 무 술을 하다 보면 육체를 어떻게 사용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자연스레 가 상현실 속에서의 컨트롤이 뛰어나진 다.

현성이 본 사람 중에 가장 뛰어난 컨트롤을 지닌 사람이 같은 도장에 다니고 있었다니.

‘재미있겠어.’

게임에서는 자신이 이겼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러라는 보장 은 없다. 아니, 이기지 못할 게 분 명하다.

아무리 현성이 한 달 사이 체력과 실력이 매우 뛰어나졌다고는 한들 몇 년을 해온 사람을 이길 수가 있 겠는가.

관장의 수제자라는 것을 보면 최소 몇 년은 한 사람이라는 것인데 그런 사람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아무리 감각이 좋다 한들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사부님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 다.”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 다.”

서로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화인 관장은 작게 감탄하며 둘에게 물었다.

“둘이 구면인가?”

“하하, 구면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 지만 요 밑에 있는 오락실에서 게임 한판 한 사이에요. 뭐 구면이랄 것 도 없죠.” “오! 누가 이겼나?” 화인 관장에겐 최대 관심人}.

현성이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그래 도 자신의 수제자인 레이먼 역시 괴 물 중 하나 아닌가.

아무리 게임이라 한들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른 대답이 들려 왔다.

“하하하, 제가 시원하게 졌습니다.”

“으잉? 네가?”

“예, 현실하고 게임하고는 다르죠. 근데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그 정도 실력이면 어디 가서 이름 알려졌을 거 같은데…… 들어보지 못한 걸 보 면 저처럼 조용히 플레이하시는 편 이신가요?”

“예, 좀 그런 편입니다.”

살갑게 말을 거는 것을 거절할 이 유도 없었고, 현성도 상대에게 호기 심이 있었기에 대화에 끼었다.

“오호, 그러시군요. 저도 유명해지 는 건 싫어서 조용히 숨어서 플레이 하고 있죠, 하하하. 그보다 한판 하 실까요? 아까 돈을 뽑으러 다녀온 사이 사라지셔서 너무 아쉬웠습니 다.” “저야말로 아쉬웠는데 잘됐네요.” 예의를 갖춘 제의에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둘을 보며 관장 내에 있던 모든 인물이 만족스러운 미소 를 지었다.

‘그래. 괴물은 괴물끼리 놀아야지.’

‘그래야 우리같은 소시민이 살지.’

물론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소시민 은 아무도 없었으나 저 둘에 비하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소시민이 되고 만다.

연륜이 넘쳐나는 화인 관장이라 한 들 나이가 들어 삐걱거리고 있었으 니.

“한 수 배워가겠습니다.”

“게임처럼 일방적이진 않을 겁니 다.”

서로 웃으며 검을 겨누는 둘.

아까 게임에서 이어진 2차전이 시 작되려는 순간이었다.

“후우.”

한참 동안 이어진 대련.

현성은 이미 대련이 끝나고 집으로 갔고, 도장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화 인과 그의 수제자 레이먼만 남아 있 었다.

“어떻더냐?”

“사부님 말씀대론데요?”

그 대답과 함께 레이먼은 자신의 손바닥을 봤다.

정말 오래간만에 손아귀가 찢어져 흐르는 피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마나 얼얼한지 손이 파르르 떨릴 정도.

화인 관장이 그걸 치료해 주며 다 시 물었다.

“흐흐, 이젠 매일 나올 거지?”

“물론이죠. 그런 괴물을 보고 안 나오면 그게 접니까?”

“하긴, 그렇지. 싸움에 미친 네놈이 라면 무조건 좋아할 줄 알았다.”

화인 관장의 말에 레이먼은 조용히 수긍했다.

현성과의 대련은 모두 승리했다.

게임에서와는 달리 현실에서 쌓인 무술의 경험치는 녹록지 않았기에.

하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거 같은 생각이 절로 드는 대련이었 다.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한 판 한 판 끝날 때마다 강해지는 사람은 처 음 보는 거 같네요.”

“인마! 내가 너 처음 봤을 때 딱 그랬다! 이번엔 네놈이 당할 차례 야! 클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웃는 화인 관장을 보며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 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랑은 같이 이데아하고 싶을 정도네요. 현실에서도 이런데, 이데아에서는 얼마나 괴물일지. 그 유명한 아수라랑 비견될 정도라니까 요? 아니, 본인일 수도 있겠네.”

“너도 이데아에선 상당히 강자에 속하는 축 아니더냐? 초창기부터 시 작했었지?”

“예, 그렇죠. 사실 그것 때문에 바 빠서 오지 못한 거잖아요.”

“에잉 괘씸한 놈. 게임에서의 일이 뭐 그리 바쁘다고 몇 달을 안 와.”

“하하하, 거기서 속한 제 단체가 종교단체인데 하나같이 또라이들이 라서 밀린 일들이 많더라고요. 거기 교황이 저한테 시키는 일이 꽤 많 죠.”

“에잉.”

“제가 이래 봬도 그 단체에 중요한 역할입니다. 뭐 최근에 그 종교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고는 하 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네요. 그 사 람도 강하겠죠?”

혼자 중얼거리며 씨익 웃는 레이먼 을 보며 클클 웃으며 화인 관장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전히 싸우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 었다.

그보다 화인 관장은 사무실에 들어 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와 진짜 다행이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내심 강한 척을 했으나 이러고 레 이먼이 다신 안 나오면 어쩌나 했는 데 천만다행이었다. 이젠 현성 걱정 하지 않고 편히 지내도 될 것 같았 다.

한편 집으로 가던 현성은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고 얼얼한 근 육들을 느끼며 생각했다.

‘앞으로 도장에서 심심하진 않겠 네.’

레이먼과 다소 비슷한 생각하며 집 으로 가고 있었다.

‘그보다 현아가 보면 기겁을 하겠 네.’

정말 오랜만에 얻어터진 모습을 보 곤 뭐라고 할지.

‘그래도 재미있었다.’

현아가 들었다면 잔소리를 한바탕 했을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현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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