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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66화 (166/472)

잠만 자도 랭커 166화

현성이 화내는 일은 그리 흔치 않 다.

일전에 현아가 다리가 거의 다 나 아가는 걸 밝혔을 때.

그때 이후로 현성은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도 거의 화 를 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회사 를 다닐 때 박 부장 때문에 속앓이 를 한 적은 있어도 화를 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지금.

‘어이가 없네.’ 화라기보다는 짜증이 났다는 표현 이 옳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간에 현성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뮤벨의 태도 때문이다.

‘아니, 졌으면 패배를 인정하고 다 시 도전할 수 있게 해달라 하든가 뭔 내가 반칙을 쓴 것처럼 말하면서 기회를 달라 해?’

그 태도에 현성이 화가 난 것이다.

억울할 수 있다.

현성의 힘이라지만, 뮤벨에게 있어 서 스승에게 배우지 않은 다른 기술 을 쓰는 현성이 마음에 안 들 수는 있다.

그런데 말을 굳이 저렇게 할 필요 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웬만하면 쓰지 않으려 했던 그래비티 미티어를 발동한 것이다.

‘쩝. 아쉽네.’

짜증이 사라지고 난 뒤에 남은 것 은 씁쓸함과 아쉬움.

사실 좀 즐기자 했다면 더 즐길 수도 있었으리라. 광역기이자 엄청 난 파괴력을 보이는 그래비티 미티 어이기에 한 번에 끝낸 것이지 다른 스킬들을 사용해 싸웠다면 조금은 더 버렸으리라.

하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찌 되었건 놈은 현성보다 약했 다. 어찌 되었건 자신보다 약한 상 대와 충만감 넘치는 전투를 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아쉬워하진 말자.’

그렇게 긴 숨을 내뱉자 황제가 일 어나며 외쳤다.

“아수라 승!”

황제의 말에 이의를 제의하는 사람 은 없다.

누가 봐도 유리아의 기술이었고, 심지어 뮤벨은 기절했으니까.

아까 영혼 수확과 타나노스의 야상 곡으로 인한 데미지와 합쳐져서 기 절한 모양이다.

황제의 손짓에 기절한 뮤벨을 어디 선가 나타난 사내들이 뮤벨을 업고 나타났던 것처럼 사라졌다. 잘은 몰 라도 치료실로 데려다주라고 명령한 듯싶었다.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엘고르스는 이곳에 없어서 저 꼴 을 못 봤다고는 하지만 나는……

텅스턴은 그렇게 생각하며 타이탄 을 봤다.

저 꼴을 보고도 동경의 눈빛으로 대단하다는 듯 현성을 보고 있는 타 이탄.

이리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더라 도 제자는 제자다.

재능이 있건 없건 제자는 제자다.

‘제자가 내 눈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진 않다.’

절대 쓰러지지 않는 철벽을 만들어 놨다.

죽지 않는 여행자의 특성을 살려 강인한 생명력과 철보다 단단한 육 체로 만든 것은 성공했다지만 방금 그 위력의 그래비티 미티어를 떠올 린다면 지금 타이탄의 육체로는 도 저히 버틸 수 없다.

체면이 구겨진다 하더라도 제자의 저런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 다.

그리고 그 생각은 듀라셸도 마찬가 지.

‘홀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놈이로고.’

신의 힘을 뺀다면 그저 그럴 것이 라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의 막내 제자이자 가장 재능 있는 제자인 윌이 이길 수 있 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위력은 약 할지라도 캐스팅 시간과 딜레이가

존재하지 않는 그래비티 미티어를 쏘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냥 붙는다면 저기 쓰러진 뮤벨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될 게 뻔하다.

막내아들과도 같은 윌을 그런 험한 꼴을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스승의 마음이란 다 같은 법.

황제도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둘을 보며 물었다.

“계속하겠는가? 아니면 다음에 다 시 보겠는가?” 나름 배려를 한 것. 듀라셸과 텅스턴은 그 말을 듣고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 다.

“고맙군. 그럼 우리는 먼저 가보겠 네. 가자 이 빡대가리 제자 놈아.”

“예? 아아, 아수라 님 경기 더 보 고 가면 안 됩니까? 아아악! 악! 머 리는 잡지 마시죠! 저 가뜩이나 숱 이 아악! 가, 갈게요! 제, 제발 놔주 세요! 아악! 스승님도 숱이 없 으 아으아아!” 먼저 텅스턴이 타이탄의 머리끄덩 이를 잡고 밖으로 나갔고, 그 뒤에 듀라셸이 자리에서 일어나 윌을 보 며 말했다.

“홀홀홀, 우리도 이왕 나온 김에 다른 곳이나 들려야겠어. 가자꾸나. 윌.”

“……예, 스승님.”

타이탄과는 달리 NPC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눈치가 빠른 것인지 제 스승이 일어나는 이유를 깨닫고 순 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보며 황제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고, 유리아는 신이 나서 관람석 을 나가는 둘을 보며 말했다.

“헤헤헤! 쫄았네! 쫄았어! 우히히!”

“크홈, 유리아 그만해라.”

“왜! 쫄은 거 맞잖아!”

“하아. 넌 대체…… 아니다 하던 거 계속해라.”

“웅! 에베베베!”

스승이라고 다 같은 스승은 아닌 모양이다.

정신연령에 따라 또 다른 듯했다.

그렇게 제자들을 데리고 간 두 대 륙오천을 보며 현성은 아쉽긴 했으 나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했다.

타나노스교의 사제들은 방금 그 그 래비티 미티어를 보며 환호를 지르 며 너도나도 맞으려고 하는데 저들 은 저것을 보고 자신을 잃었으니 차 라리 지금보단 나중에 싸우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타나노스교 애들이 정상이 아니긴 한데 강하긴 진짜 강하네.’

정신은 어떨지 몰라도 강한 건 확 실했다.

문득 그걸 생각하니 진짜 뭐 하는 종교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교황의 말로는 세력이 약화 가 되었는데 사제들이 그렇게 세다 는 건 세력이 강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긴 그렇게 나온 게 썩어가는 죽 음일 수도 있겠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현성은 절 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썩어가는 죽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옛날의 타나노스교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타나노스와 아주 직접 적인 연관이.

정말 기대 가득하던 대륙오천 제자 대련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으니 그다음으로 기대하던 메인 시나리오 를 파헤칠 때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에 빠지려던 순 간.

“헤헤헤, 우리 아수라 뭐 먹고 싶 은 거 있어? 아니면 뭐 받고 싶은 거는 없어? 이 유리아 스승님이 다 사줄 테니까 말만 해! 영지 하나 줄 까?”

갑작스럽게 달려든 유리아.

현성이 이긴 게 어지간히 좋은지 신이 난 표정이다.

심지어 영지를 준다니.

들어보니 영웅 길드도 갖은 고생 끝에 얻은 영지를 그래비티 미티어 한 방으로 얻어내다니. 침을 꿀꺽 삼켰을 때 황제가 헛기침을 하며 유 리아의 뒷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오늘 영감들의 표정을 구겨서 신 이 난 모양이네. 너무 새겨듣지는 말게나.”

“아, 아. 물론이죠.”

분명 뭔가 하나 바란 것 같은 떨 리는 목소리였으나 황제도 모른 척 넘어가 주었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아 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오늘 수고 많았네. 이거 받게나.”

황제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알이 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일단 받기는 했으나 무슨 알을 준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며 아이템 정 보를 보자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옵 션창이 떠올랐다.

[???의 알(전설++)]

-종류: 알

_설명: 으???

-제한: ????

?옵션: ????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전에 봤던 알은 전설 등급 옆에 ++가 부화했 을 때 나타났다는 것. 현성은 그걸 보며 어리둥절해 하자 황제가 멋쩍 어하며 말했다.

“드래곤 로드에게 받아온 알이네. 천공의 신에게서 받은 알이라고 하 니 아마 유용하게 쓰일 걸세.”

“천공의 신이요?”

현성의 물음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 이자 현성은 의외라는 듯이 알을 봤 다.

비슷한 알에서 타나가 나오지 않았 는가.

그리고 타나의 능력치를 떠올려보 면 그야말로 사기에 가까운 힘을 가 지고 있었다. 아직 성장이 덜 끝나 긴 했으나 성장만 끝난다면 충분한 전력이 될 수도 있을 정도.

하나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얘도 보스의 영혼을 먹고 성장하 는 애면 조금 곤란한데.’

안 그래도 타나 때문에 보스의 영 혼 수급이 낮아진 차다.

이번에 얻은 스킬 영혼 수확 스킬 로 죽인 몬스터는 보스의 영혼이 아 니더라도 영혼을 컬렉션에 수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사기 스킬이다.

그나마 이걸로 보스의 영혼 공급은 괜찮아지는데 타나가 은근 먹는 양 이 많았다.

‘아깝진 않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맛있게 먹는 거 지만,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자 기도 모르게 혼을 뽑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덕에 한동안 필드 보스를 미친 듯이 사냥했었지만.

“그럼 우리도 이만 가겠네. 아 참, 그리고 레벨 200이 넘고 마땅한 던 전이 없을 때 오게. 황실 전용 던전 을 개방해 주겠네.”

“아아, 감사합니다!”

“으익! 나도! 나도! 뭐 줄래!” 발버둥을 치며 황제의 손에서 벋어 나려 애쓰는 유리아였으나 무슨 수 를 쓴 것인지 황제의 손에서 결코 나올 수 없었다.

“으아아앙!”

“유리아 너는 너무 많이 주지 않았 나. 이번엔 양보하게!”

“으아아아앙!”

황제에게 끌려가는 유리아의 모습 이 어쩐지 애처롭기까지 했으나 어 쩔 수 없었다. 황제가 그러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황제와 유리아가 경기장에 서 사라지자 현성은 황궁 현성의 방 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 내방?’

보통 그 공간의 창조자인 유리아가 나가서 공간이 사라졌다면 경기장에 오기 전에 있던 접객실로 돌아가야 정상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곳은 현성의 방이다.

유리아가 딱히 무언갈 한 것 같진 않다.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면 황 제의 손에서 진작 벗어나지 않았겠 는가.

그렇다는 것은 황제 말고는 없다는 것인데…….

‘카론 스승님은 검사 아니었나?’ 검사가 마법을 다룰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끙냐!”

펫 전용 공간에서 밖으로 나온 타 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현성을 보며 속닥거렸다.

“주인님, 주인님, 무서운 할부지 갔 다는 것입니강?”

“무서운 할아버지?”

현성이 되묻자 고개를 큼지막하게 끄덕거리면서 주변을 획획 하고 둘 러봤다.

그리고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타나는 안심했다 는 듯 이마에 없는 땀을 닦아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요기는 안전하다는 것입니당! 마 음 놓고 있으셔도 된다는 것입니 당!”

여태 펫 전용 공간에서 잘 자고 있던 주제에 현성의 안전을 챙기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현성이 방긋 미소를 짓자 현성의 손에 들려있는 알을 보곤 마치 번개를 맞은 듯이 입을 쩍하니 벌리며 고개를 좌우로 젓기 시작했다.

흔히 드라마 여주인공이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와 같은 표 정이었으나 타나가 하니 참으로 귀 여웠다.

“호고곡.”

몸을 바들바들 떠는 타나가 떨리는 손으로 현성에 손에 쥔 알을 가리키 더니 외쳤다.

“타, 타나가 쓸모가 없어진 것입니 강?”

“응? 뭐라고?”

“후냥, 더, 더는 타나가 싫어지신 것입니강?”

“그럴 리가, 타나가 왜 싫어지겠 어?”

조곤조곤 말했으나 타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고 알을 가리키며 말했다.

“후냐아앙! 그럼 조 알은 뭡니강! 저, 저로는 모자랐다는 것입니당! 후에에에엥!”

이윽고 울음이 터져버린 타나를 보 며 현성은 당장에라도 달래주고 싶 었으나 닭똥 같은 눈물을 똑똑 흘리 는 타나가 너무나도 귀여워 잠시 멈 칫했다.

“후에에에엥! 리베우스 말이 맞다 는 것입니당! 흐극, 끄흑, 남자들은 다들 바람둥이인 것입니당! 후에에 에엥!”

그렇게 공중에서 우는 타나를 보며 현성은 빠르게 타나를 안아 주며 잽 싸게 알을 인벤토리에 넣고 타나를 달래주었다.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저거는 프 라이 해먹으려고 받은 거야.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니?”

“후에에에엥.”

현성은 타나를 달래주면서 자신의 위시리스트에 사도 죽이기 아래에 리베우스 죽이기를 기록하는 현성이

었다.

‘내가 강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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